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35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35화 –
“내가 간장계란밥에 깜빡하고 정신을 나가게 하는 약을 탔었나? 생뚱맞게 웬 신전. 갑자기 멍멍이 소리가 들리네. 어머. 나도 모르게 생각을 말로 뱉어 버렸네. 죄송해요.”
“…….”
약 오르라고 일부러 뱉은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다자르가 주먹을 콱 움켜쥐는 게 보였다.
뭐야. 설마 저 주먹으로 날 때리려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잠시, 이내 움켜쥐었던 주먹이 스르륵 풀렸다.
“예전에도 말한 적 있는 것 같긴 한데. 네가 마족이었다면 참 좋았을 것 같아.”
“어머. 그랬다간 같이 신전에 가는 즉시 잡혀갔을 텐데요? 거긴 일반 사람들도 무섭게 처벌받는 곳이잖아요?”
다자르의 눈썹이 까딱였다.
그가 무어라 나쁜 말을 뱉으려는 듯 살짝 찡그리다가, 제 앞에 놓인 빈 그릇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 간장계란밥이 담겨 있던 그릇은 말끔히 비어 있었다.
“…….”
“…….”
박수도 두 손이 마주쳐야 나는 건데, 다자르가 입을 다물어 버리니 나도 할 말이 없어졌다.
살짝 어색한 느낌에 딴청을 부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자르의 입술이 다시 열린 건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내가 전후 설명 없이 본론만 뱉어서 놀랐겠군. 제국에서 신전은 처벌의 의미가 강한 장소니까.”
웬일로 맞는 소리를 하네.
다자르의 말대로, 이곳, 퀴젠 제국에서 신전은 성스럽고 아름다운 장소가 아닌, 무섭고 잔혹한 장소였다.
이단으로 취급받는 즉시 심판을 받는 곳이었던 까닭이다.
‘떠올린 것만으로도 살짝 소름이 돋는 걸 보면, 이 몸도 원래 썩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아.’
대충 기억을 뒤져 보니, 워낙 독특하고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과거 탓에 어렸을 때부터 신전을 들락날락한 일이 잦았던 모양이다.
‘이런 게 내 딸일 리 없다. 마족의 마법에 당한 게 분명해!’
서슬 퍼런 눈과 노기가 가득 담긴 중년 남자의 목소리. 신전이라는 장소를 듣자마자 떠오른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조금 과민반응했네.’
조오금 진심을 담아서 다자르에게 이죽거리고 말았다.
‘방금 떠오른 그 사람은, 이 몸의 아버지…… 인가?’
잠시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그런 나를 어떻게 생각한 건지 다자르가 다시 입술을 뗐다.
“신전에 가는 건 ‘균열의 날’ 이후 진행되는 의식 때문이야. 다른 건 없어.”
“의식이요?”
‘균열의 날’ 이후에 받는 의식? 그런 게 있었나?
“그래. 본래는 초월자들과 그 직속 수하들에게만 행해지는 의식이지. ‘균열의 날’에 직접 마물을 마주한 사람들 말이야.”
“아…….”
마물을 마주한 사람들이라면…….
‘나구나.’
그날 하루 종일 마물과 새벽 운동을 했으니. 그 범주에 당연히 포함될 터였다.
“그거, 꼭 해야 해요?”
“음.”
하지만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신전을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메슥거리는 게, 이 몸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던 까닭이다.
나의 거부 반응이 의외인지 다자르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입술을 뗐다.
“나도 딱히 신전을 좋아하지는 않아.”
신에게 선택받은 초월자가 신을 모시는 신전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퍽 놀라운 이야기였으나 다자르의 입에서 튀어나오니 너무 당연하게 들렸다.
‘하긴, 이 사람이 신을 추앙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이 안 가.’
“하지만 ‘균열의 날’ 이후에는 어쩔 수 없이 들러. 왜냐하면, 마물을 처리하면서 쌓인 마기의 흔적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지.”
“마기의 흔적들이요?”
“뭐…… 마물이 소멸하면서 남기고 간 찌꺼기, 라고 하면 맞으려나. 아무튼, 그런 게 있어.”
다자르가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무실 중앙에 있는 책상 서랍을 대충 뒤져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게 건넸다.
“이게 뭐예요?”
“직접 읽어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가 건넨 건 작은 책자였다.
신전에서 직접 만든 책인지, 표지에 신전의 마크가 박혀 있었다.
“각 가문에 안내차 배부되는 책이야. 초월자와 신전에 대한 설명들이 쓰여 있지. 일반인에게는 알려지면 안 되는 것들도 있으니, 입조심하고.”
“……이런 걸 저한테 줘도 되는 거예요?”
일반인들한테는 알려지면 안 된다며?
신전의 마크도 그렇고, 어쩐지 알면 안 되는 정보들을 가득 담고 있는 듯한 책자가 껄끄러웠다.
하지만 다자르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간장계란밥의 답례.”
그런 건 상대한테 가치 있는 걸 줘야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내 손에 들린 작은 책자를 내려다보며 불퉁하게 입술을 내밀었다.
‘자기도 이 책이 싫어서 책상 구석에 처박아 둬 놓고는. 왠지 쓰레기를 처리하게 된 것 같은데…….’
뭐, 초월자 며느리를 들일 예정이니.
나중에 악시온에게 도움이 되긴 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책자를 받아 펼쳤다.
펼친 페이지에는, 우연히도 ‘균열의 날’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균열의 날에는 균열의 마기가 극도로 강해진다. 앞서 설명했듯이, 초월자들은 마기에 잦게 노출되며 정신을 빼앗길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신전에서는 초월자들에게 성스러운 의식을 베푼다.]그러니까, 한마디로 초월자들이 미치지 않게 신전에서 관리한다는 이야기지?
“매년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고. 이전 생까지 합치면 대체 몇 년이야?”
그때 다자르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투덜댔다. 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접혀 가는 걸 보면서 눈을 두어 번 끔벅였다.
어라. 방금…….
“이전 생에도 똑같은 게 있었어요?”
“그랬지. 신전은 항상 똑같이 존재하니까.”
“우와.”
이전에 그가 전생을 기억한다는 것을 물었을 때는 제대로 대답도 안 해 줬었는데. 웬일이람.
“그럼 그때도 초월자였던 거예요?”
내 질문에 다자르가 잠시 멈칫하고는 날 보았다. 호기심이 가득 담겨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게 분명한 내 눈을 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맞다는 대답이었다.
“어머, 신기하다.”
나도 만만치 않게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내 앞의 이 남자도 퍽 신기했다.
“그럼 그때도 이름이 같았어요?”
“응. 초월자들은 언제나 이름이 같지. 다시 태어나도 말이야.”
정말 웬일이람?
내 질문에 아주 고분고분하게 대답을 해 주는 걸 보고 있자니 어색했다.
‘간장계란밥의 효과인가.’
이때가 기회다 싶어 다다다 질문을 건넸다.
“그럼, 얼굴도 똑같아요? 아니, 그 전에 아예 세상이 똑같은가요? 똑같은 삶이 반복되는 거예요? 그럼 회귀 같은 건가? 아, 그게 뭐냐면요. 삶을 다시 반복해서 사는 그런 건데……. 그런 게 아니라고요? 음, 그럼…….”
고개를 저었다가 끄덕였다가, 귀찮지만 성실히 대답은 주고 있는 다자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초월자들 중에,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던데. 그건 왜 그런 거예요?”
“…….”
그 말에 성실하게 움직이고 있던 다자르의 고개가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그의 검지가 유려한 포물선을 그리며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정확히, 내 손에 들린 책자를 향했다.
“질문이 너무 많다. 그 책이나 봐.”
“어엇…….”
“내일 바로 신전에 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엇, 하는 사이 나는 다자르의 집무실 밖에 서 있었다. 그리 오랫동안 머물렀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복도는 붉게 물든 햇빛에 잠겨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길게 늘어져 있는 내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어라. 엘스턴? 여긴 웬일이에요?”
나는 내 방 앞에 서 있는 엘스턴을 보며 눈을 끔벅였다. 그는 바닐라의 교육을 마치고 온 모양인지 한쪽 손에 책을 든 채였다.
엘스턴이 아주 의심스러운 몸짓으로 휙휙 주변을 살피더니 내게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을 했다.
뭐 하는 거지.
내가 뚱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가자, 엘스턴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닥였다.
“내일 신전에 가신다죠?”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러자 엘스턴이 흠흠, 헛기침을 하며 코를 살짝 치켜올렸다.
“제가 누굽니까. 이곳 시아스터가의 꿈나무 바닐라 시아스터 영애를 직접 가르치고 있는 마탑, 아니, 마법사 아닙니까. 저는 소식에 매우 빠르답니다.”
그것보다는, 다자르를 통해 직접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지만.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다자르를 마주하고 왔더니 피곤했던 까닭이다.
“예에, 예에. 그래서요?”
“신전에 가신다면 조심하라고 말씀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뭘요?”
“악시온의 심장에 깃든 마룡의 드래곤 하트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악시온도 그때 마물을 마주했었지. 그걸 엘스턴에게 전한 적은 없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제가 악시온을 신전에 안 데리고 갈 수도 있잖아요?”
“그럴 생각이셨습니까? 하지만 좋은 기회잖아요.”
“무슨 기회요?”
“언제 또 신전을 구경해 보겠습니까! 일반 서민들은 죄를 짓지 않고서야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그런…….”
잠깐.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왜 현혹되는 느낌이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악시온도 마물을 마주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떠올리다니.
하지만 악시온의 심장에 있는 마룡의 드래곤 하트가 걸렸다. 혹시 신전에서 눈치채면 어떡하지?
내가 당연히 악시온을 데리고 가는 줄 안 엘스턴도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 조심하라고 할 정도인데.
“일단 알았어요. 그런데 신전에서 마룡의 드래곤 하트를 눈치챌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데리고 가지 않는 게…….”
다소 흥분한 기세로 어릴 때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열변하던 엘스턴이 뚝 말을 멈췄다.
“괜찮을 겁니다. 마룡의 드래곤 하트 위에 제 마법도 걸려 있고, 그 위에 시아스터 공작님의 결계도 걸려 있지 않습니까.”
“음. 그렇긴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이런 일을 대비해 이중삼중으로 마법과 결계를 걸어 둔 것이니까요. 게다가 시아스터 공작님은 초월자 중에서도 특별한 분이십니다.”
초월자 중에서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했지만, 엘스턴은 자신이 조금 흥분했다고 느낀 모양인지, 살짝 얼굴이 붉어져서는 황급히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럼, 잘 다녀오십시오.”
그리고 나는 방 안으로 들어서려던 걸 멈추고, 다시 뒤로 돌았다. 엘스턴은 괜찮다고 하지만 다자르에게 확인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무실에는 그가 보이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그의 침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