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41화 –
이후 자리를 옮긴 곳은 대로에 있는 고급 찻집이었다.
‘엄청 비싸 보이네.’
고급스러운 윤이 나는 고동색 나무 문 앞에 있던 문지기들이 우리를 보고 동시에 문을 열었다.
탁, 탁.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대리석 복도 위로, 모로카닐의 스태프 부딪히는 소리가 점잖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뒤를 악시온의 소리가 따랐다.
“히끕…… 힝…….”
아까보다는 울음을 그쳤지만, 칭얼거림은 여전히 남아 있는 채였다.
“아기님은 좀 진정이 되셨을까요? 안쪽이 좀 더 따뜻하니, 그쪽으로 가시죠.”
상냥한 목소리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아기님이라고 부른 거 맞지?
다자르가 악시온을 뭐라고 불렀더라…….
누구와는 달리 기본이 된 사람이군. 음음.
“제가 가끔 들르는 곳입니다. 아기님을 위한 우유도 준비되어 있어요.”
“그래요? 어, 이 아이 이름은 악시온이라고 해요.”
“아.”
앞서 걷던 모로카닐이 우뚝 멈춰서더니, 부드럽게 뒤로 돌았다.
그가 상체를 살짝 숙여 악시온과 눈을 마주하더니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악시온.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모로카닐이라고 해요.”
“우…… 우아?”
“아까는 많이 놀랐죠? 그래도 씩씩하네요. 악시온은. 이렇게 벌써 울음도 멈추고요.”
“우웅!”
모로카닐의 상냥한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떴던 악시온이 마치 그의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가슴을 살짝 폈다.
기분이 좋아진 듯 칭얼거리던 기색도 사라졌다.
‘악시온도 에인젤을 알아보는구나.’
하긴. 저 다정한 눈동자를 마주하면 누군들 기분이 안 좋아질 리가 없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곧이어 다시 걸음을 옮긴 모로카닐을 따라가다 보니, 복도 가장 안쪽에 작은 방이 보였다.
복도를 걸어오면서 열린 틈 사이로 힐끔 보았던 다른 방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다른 방들이 좀 더 정형화된 딱딱한 분위기의 방이었다면, 이곳은 좀 더 프라이빗하고, 따스한 분위기였다.
“어서 오십시오. 모로카닐 님. 오늘은 동행이 있으시군요.”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웨이터로 보이는 이가 깍듯하게 우리를 맞이했다.
“네. 저는 늘 마시던 차로 준비해 주시고……. 영애, 원하는 차가 있으십니까?”
모로카닐이 내가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빼면서 물었다. 이런 대접은 너무 어색한데.
나는 주춤주춤 의자에 앉으면서 도르륵 눈동자를 굴렸다.
“딱히 원하는 건 없어요. 저도 모로카닐과 같은 거로 준비해 주시고, 악시온을 위한 우유만 있으면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나가고, 우리는 마침내 마주 보고 앉았다.
“덕분에 악시온이 울음을 그쳤네요.”
“아닙니다. 워낙 씩씩한 아기님인걸요. 눈이 깜빡거리는 게, 곧 잠들 것 같네요.”
모로카닐의 말대로, 악시온이 점점 잠에 빠져들며 조용해지자 둘 사이에 살짝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모로카닐을 찾으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둘이 고급 찻집에 마주 앉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왠지 마치 소…… 소개팅이나 선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은가.
내가 전생에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싶어서 뺨을 살짝 긁고 있는데.
“기분이 조금 묘하네요. 영애와 마주 보고 앉아 있으려니.”
모로카닐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듯 수줍게 미소 지었다. 그 수줍음을 담은 미소를 정면에서 마주한 나는 조금 심장이 아파졌다.
미남의 수줍은 미소라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지는걸.
이런 분위기는 쥐약인 터라,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뭐든 물어보시죠.”
“모로카닐은 초월자인가요?”
그러자 모로카닐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이내 빙긋 웃었다.
“네, 맞습니다.”
아하. 역시. 그렇군. 그럼, 모로카닐도 귀족이겠구나.
아마 아까 신전에서 마주쳤던 에이슈나 코라도 귀족일 것이다. 초월자의 가문은 대대로 제국을 지키는 사명을 수행하는 대신, 황실로부터 귀족 작위를 하사받으니까.
그중 다자르와 바닐라가 속한 시아스터 가문이 가장 작위가 높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까 내 어깨에 표식을 만든 그 이상한 집단에 관해서도 물을까 하다가, 말았다.
‘그런 건 아예 궁금해하지도 않는 게 나아.’
평탄한 일상을 살면서 악시온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그런 거엔 연루되지 않는 게 좋았다.
나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런 위험한 것 말고, 내가 궁금한 건 이거였다.
“그럼 모로카닐도 전생을 기억하고 있나요? 초월자 중에는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던데요.”
“아…….”
모로카닐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다자르처럼 얼굴이 굳어지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네. 저도 전생을 기억하지요. 초월자에 대해 궁금한 게 많으셨나 보군요.”
“조금, 어쩌다 보니요?”
같이 사는 사람이 초월자인 데다가, 앞으로 내 며느리가 될 아이도 초월자인 터라.
아까 다자르에게서 받아 든 그들에 대한 책자를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코트 안에 소중히 넣어 놓고 있기도 했다.
“초월자들은 얼마 전까지 이 대륙에 네 명이었습니다만, 이제 다섯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초월자가 탄생했거든요.”
바닐라를 말하는 듯했다.
“그중에 전생을 기억하는 이는 저까지 둘입니다.”
둘이라면, 다자르와 모로카닐뿐이라는 거구나.
다자르를 통해서는 전생에 관해 물을 수 없었기에, 나는 기회다 싶어 슬쩍 입술을 뗐다.
“조금 무례일 수도 있겠지만……. 전생에 대해서 더 물어봐도 될까요?”
나처럼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전생에서 마주한 세상은 어떤 곳이었나요?”
“음…….”
그래. 이런 것.
“그곳에도 마법이나, 신력 같은 게 있었나요? 아니면 그것보다는 과학이 발전한…… 그런 곳이었나요?”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의 답을 기다렸다.
혹시 이 사람도 나와 같은 한국에서 온 사람이 아닐까? 이곳이 책 속이라고 의심하고는 있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약간 기대를 했다.
“과학보다는, 마법과 신력이 발전한 곳이었죠. 지금 영애께서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과 거의 차이가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아하…….”
나와 같은 전생을 지닌 이가 아니었구나.
다자르도 마찬가지려나.
조금 실망감이 들었다.
그때 문이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가 시킨 차와 우유가 나왔다.
웨이터가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테이블과 찻잔이 부딪히는 달그락, 하는 소리가 들렸다.
“향이 좋네요.”
“네. 제가 좋아하는 꽃으로 만든 차랍니다.”
오, 꽃차구나.
“이름이 뭔데요?”
“헤븐.”
모로카닐과 퍽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헤븐이라니.
에인젤과 천국이라. 퍽 어울리는군.
“잘 어울리네요. 모로카닐과.”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모로카닐이 고맙다는 듯 빙긋 웃었다.
여전히 치명적인 다정한 미소다.
나는 괜스레 코끝을 쓸면서 질문을 이어 갔다.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계셨어요?”
“그거야, 이전에 황제 폐하의 생신 연회에 저도 참석했었거든요. 그때 에반로아르 영애의 얼굴을 처음으로 뵈었습니다. 인사는 나누지 못했지만요.”
아하. 그때 본 거구나.
이름은 알고 있었다고 하는 걸 보니, 이 몸의 악명을 알고 있었다는 거겠군.
“그때 다자르의 바로 뒤에 입장하셨죠.”
아, 다자르. 그랬지.
마침 다자르의 이름이 나온 기회에 나는 슬쩍 물었다.
“그, 모로카닐과 같이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다자르 시아스터 공작…… 님 맞죠?”
다자르의 이름을 들은 모로카닐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입매가 조금 단단해지고 눈이 얇게 뜨였다. 이제껏 보인 적 없는, 조금 차가운 낯빛이었다.
“맞습니다. 그도 전생을 기억하고 있죠.”
썩 좋아 보이지 않는 낯빛에, 다소 무례한 질문이었지만.
모로카닐은 정중히 대답해 주었다.
“혹시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조금 무례한 질문을 하고 있죠?”
하하 웃으며 건넨 말에 모로카닐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영애께는 왠지 뭐든 답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요.”
“어…… 네?”
“아.”
모로카닐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윽. 미남의 수줍은 볼 붉힘이라니.
심장에 타격을 받은 나는 딴청을 부리며 눈을 살짝 돌렸다.
그가 오해하지 말라는 듯 손을 살짝 저었다.
“영애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라요. 그때 가게에서 마주쳤을 때도 그랬지만. 뭐랄까요. 편하…… 다고 할까. 다른 사람의 벽을 낮춘다고 할까요.”
이거, 칭찬 맞지?
내가 워낙 이상한 사람이라서 마음이 편하다는 그런 건 아니겠지?
워낙 악명 높고 털털한 삶을 살고 있어서인지, 그 말이 썩 칭찬처럼 들리지 않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칭찬이 맞다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이상했다. 이 악명 높은 내가 편하다니.
지금까지 다정한 에인젤로만 생각해 왔던 모로카닐이 사차원처럼 느껴졌다.
나는 살짝 어색하게 웃으며 코트 안쪽 깃에 손을 옮겼다.
‘이제 악시온도 안정이 됐고, 슬슬 볼일을 보고 돌아가야겠다.’
웨이터가 센스 있게 악시온이 잠이 든 걸 확인하고 우유를 유리병에 담아 주었기 때문에, 바로 들고 나가면 될 것 같았다.
코트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모로카닐의 돌이 든 주머니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모로카닐이 잠시 고민하더니 툭 말했다.
“그리고 다자르는 저와 전생부터 동료…… 라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동료?
그럼 전생에 같은 세상에 있었다는 말인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질문을 던지려는 찰나였다.
“누가 너 같은 녀석의 동료야?”
불쑥 옆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