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4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46화 –
“바, 바닐라.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지금 시각은 밤 아홉 시.
바닐라는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나와 악시온이 있는 방에 나타났다.
지난번에 한 번 악시온을 데려다주겠다면서 따라왔었는데. 그때 길을 기억한 모양이었다.
“우우…… 실리아…….”
서럽게 울고 있는 바닐라를 얼른 방 안으로 들였다.
악시온은 이제 막 내 방에 딸린 작은 방에서 잠든 참이었다. 잠자리를 봐주던 칼은 제 방으로 돌아갔고.
고로, 이 방에는 지금 나와 바닐라만 있었다.
“우선 여기 앉아요.”
나는 바닐라를 소파에 앉히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우유를 데워 가져왔다.
“마셔요, 바닐라. 데운 우유에요.”
“우웅……. 흐끕.”
바닐라는 머그잔에 든 우유를 두 손으로 잡았지만, 입에 대지는 않았다.
나는 바닐라가 진정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 주었고, 마침내 아이가 입을 뗐다.
“그게, 그게…… 내 멍멍이가…….”
멍멍이?
바닐라가 아끼는 멍멍이 인형?
“멍멍이가 사라졋더……. 이제 내가 시러졋나 바. 우리 엄마처러엄 멍멍이도 날 버리고 간 고야?”
“……바닐라.”
뚝뚝, 붉게 변한 두 뺨 위로 떨어져 내리는 눈물방울이 너무 서러워 보였다.
엄마처럼 버리고 가다니. 설마 바닐라의 친모가 아이를 버리고 갔던 걸까.
원작에서 바닐라의 친부모에 대한 서술은 전혀 나온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에 대한 사연은 알지 못했다.
친부가 다자르에 의해 살해됐다는 것도, 이곳에서 알게 되었으니까.
‘바닐라도…… 사연이 많구나.’
나는 바닐라가 들고 있던 우유를 조심스레 내려놓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우아앙. 아니며언 다자르의 그 사람처럼 뺏기고 만걸까…….”
바닐라는 내 품에 안기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다자르의 그 사람. 이전에도 바닐라가 한 번 뱉은 말이었다.
나는 그 주제에 대해서는 못 들은 척하고 부드럽게 편한 어투로 말했다. 그게 지금은 바닐라를 더 달랠 수 있을 것 같았다.
“괜찮아. 바닐라. 쉬이- 멍멍이는 도망간 게 아닐 거야. 잠시 자리를 비운 거지. 어쩌면 길을 잃어서 바닐라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우…… 정말?”
“응. 우리 같이 찾으러 가 볼까?”
“우웅…… 흐끕. 나, 나랑 같이 가주 꺼야?”
눈물 자국으로 범벅이 된 눈이 연신 불안하게 흔들렸다. 나는 바닐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연히 같이 가야지.”
나는 바닐라를 잘 타일러서 방을 나섰다. 얼마나 울면서 온 건지, 바닐라가 걸어온 복도에 눈물방울이 군데군데 보였다.
바닐라의 방이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나는 갈림길에서 반대 방향으로 꺾었다.
여기서 다자르를 빼 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가 바닐라의 보호자였으니까.
“바닐라.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우리 다자르랑도 같이 가자.”
“시…… 시더.”
우뚝, 다자르라는 말에 멈춘 바닐라를 응시했다.
바닐라는 잔뜩 위축된 얼굴로 입을 오물대고 있었다. 하지만 다자르가 싫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왜 싫은 걸까? 혹시 다자르가 싫어서 그런 거야?”
“그건 안냐!”
“그럼?”
“우…… 그, 그건.”
바닐라가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멍멍이…… 다자르가 멍멍이 줬단 마리야…….”
“응? 다자르가 멍멍이를 선물한 거라고?”
“아, 아빠가 날 미어할 때, 다자르가…… 다자르가…… 멍멍이 줫더.”
훌쩍. 바닐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러버리면 아빠처럼 날 미어할 거야…….”
아빠가 미워했다고?
나는 놀란 눈으로 바닐라를 보았다. 바닐라의 황금빛 눈에는 언뜻 공포감이 서려 있었다.
아이의 눈을 읽고 만 나는 의도치 않게 눈치채고 말았다.
‘친부가 바닐라를…….’
그다지 아껴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에게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는 생각에, 나는 무릎을 굽히고 바닐라를 다독였다.
“괜찮아. 그럼, 나랑만 가고 싶어?”
“우…….”
바닐라는 조금 헷갈리는 듯했다. 아이의 고개가 끄덕여지려다가 문득 갈피를 못 잡고 우뚝 멈췄다.
그리고 바로 그때.
“당연히 나도 가야지. 멍청아.”
퉁명스럽지만 어딘가 온기가 깃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그에게 향하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안 건지, 가벼운 옷차림새의 다자르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그가 팔짱을 툭 낀 채로 고개를 모로 세웠다.
“다…… 다자르! 우우…….”
“울지마, 이 녀석아. 그리고 내가 준 선물인데, 당연히 나도 찾을 권리가 있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같이 가.”
“……궈, 궝리?”
바닐라가 권리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 듯하자, 다자르가 팔짱을 풀고 제 머리를 부스스 흐트러뜨렸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찾고 싶다고. 바닐라.”
“……나 안 미워하 꼬야?”
“……당연하지. 이 녀석아.”
우물쭈물하는 바닐라에게 한걸음에 다가온 다자르가 아이를 한 손으로 휙 안아 들었다. 어쩐지 그 몸짓이 익숙했다.
“구, 구럼 같이 찾게 해주께…….”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니까.”
다자르가 한숨을 폭 내쉬며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어쩐지 지금만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바닐라의 방에 들어온 우리는 멍멍이를 찾아 여기저기를 뒤졌다.
“이 녀석, 아마 옷더미 밑이나…… 그런 데에 있어서 못 찾는 걸 수도 있어.”
“옷더미요?”
공작 영애 방에 웬 옷더미? 옷은 항상 시종이 정리해 주고 있는 거 아닌가? 옷도 입혀 주고.
내 질문에 다자르가 곤란한 얼굴로 바닐라를 힐끔 보았다. 바닐라는 연신 멍멍이를 부르면서 침대 밑을 찾고 있었다.
다자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녀석, 몸에 상처가 있어서. 그게 누구든 안 보여 주려고 해. 시종이 항시 신경 쓰고 있지만, 예민하게 반응을 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요약하면 바닐라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옷을 갈아입을 때부터 모든 시종이 물러나서 들어오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벗은 옷이 아침까지는 바닥에 나뒹굴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내가 같이 있어 줬는데. 조금이지만 저택에 적응하기도 했고, 대귀족으로서 어렸을 때부터의 독립심은 중요하니까.”
어쨌든 지금은 홀로 옷을 벗고 갈아입는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냉큼 바닐라의 방에 딸린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늘 입고 있었던 원피스의 아래에 깔려 있는 멍멍이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찾았다!”
“저, 정말?”
멍멍이는 대자로 뻗은 채 원피스를 이불 삼아 쿨쿨 잘만 자고 있었다고, 바닐라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아이를 안심시켰다.
바닐라는 멍멍이를 발견하자 다시 눈물을 쏟으려 했지만, 다자르가 뚝, 하자 입술을 꾹 다물며 참았다.
아이를 잘 달래서 잠드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 우리 둘은 방을 나왔다.
탁, 문이 닫혔다.
“……폭풍 같은 하루였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게 다 누구 때문인지. 아침부터 피곤해 죽겠군.”
“누구 때문이긴요. 당연히 당신 때문이죠.”
“이게 왜 나 때문이야?”
다자르가 눈을 가늘게 뜨는 걸 보면서 나는 코를 치켜세웠다.
“그야, 바닐라는 당신 딸이니까요.”
“…….”
“오늘 하루 종일 아빠 노릇 하느라고 고생했네요. 앞으로도 고생해요.”
내 말에 입을 다문 다자르의 어깨를 주먹으로 가볍게 툭 쳤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우리는 한동안 침묵했다.
내 방문 앞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이 없던 다자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고맙다.”
“……네?”
내가 방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환청을 들었나?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사이, 다자르는 한걸음에 저만치 멀어졌다. 엇 하는 순간 복도에는 덩그러니 나만 남았다.
“…….”
왠지 귀신에 홀린 기분에 눈을 끔벅이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대자로 누워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팠다.
풋, 왠지 웃음이 났다.
‘뭐야. 재수 없는 줄만 알았더니. 고맙다는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네.’
어쩐지 심장 한구석이 간질거리는 것도 같았다. 한참 뒹굴 대며 킬킬대다가,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바닐라가 언급한 다자르의 ‘그 사람’이 떠올랐던 까닭이다.
‘그 사람이 누굴까……?’
* * *
“실리아 님! 실베스타인 님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다음 날, 칼이 헐레벌떡 나타나서 내게 실베스타인의 서신을 건넸다. 지난날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신이었다.
“오오. 실베스타인 님께서는 잘 지낸다고 하시나요?”
“잠깐만, 칼.”
어제 꽤 무리를 한 모양인지, 온몸이 욱신대는 터라. 나는 에구구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굴러 일어났다.
어흑.
너무 피곤했지만 서신의 내용을 확인하는 게 급했으므로 재빨리 서신을 펼쳐 읽어 내려갔다.
[갑자기 왜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거니, 실리아?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책에 관심 따위 보이지 않고 농사할 때 써먹겠다며 태워 비료로 만들곤 했던 네가 이렇게 변하다니. 감회가 새롭구나.
이 오라버니는 아주 기쁘단다.]
나는 실베스타인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어쩌고 써 둔 내용들은 모두 건너뛰었다.
[……내가 고대 서적을 찾아서 해석 중인 게 있고. 네가 봤다는 책은 그것의 미완성된 해석본일 거야. 아직 작업 중에 있는데, 신전에서 요청해 와 일부만 추려서 책으로 엮어 놨었지. 내가 해석한 것 일부를 보내 줄게.]신전에서 요청을 했었다고?
그럼 실베스타인이 루벤에 대해 조사한 것도 알고 있었겠구나.
나는 그가 달아 둔 해석본을 마저 읽어 갔다.
[루벤은 인간으로 태어난다. 그들은 불행을 먹고 자라나며,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렇게 자라난 루벤은 필연적으로 세상을 증오하게 되며, 추후 세상을 멸망시키고야 만다.]추후 세상을 멸망시키고야 만다니. 어쩐지 너무 익숙한 설명이었다.
‘……원작에서의 악시온과 너무 비슷한데?’
뒷덜미가 조금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설마. 아니겠지. 고개를 저으며 뒤의 내용을 더 읽었다.
루벤에 대해 비슷한 설명이 더 있었고, 그 뒤를 이어서는.
[루벤의 추종자를 조심하라.]……라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해석본에 대한 내용은 끝나 있었다.
[미안, 미안. 실리아! 내가 지금 갑자기 정보 하나를 얻어서! 급히 서신을 마쳐야 할 것 같다. 다음에 또 보내마. 그리고 그 하일이 말한 책들은 내 개인 마차 짐칸에…….]하일이 요청했던 책들에 대한 위치까지 입수한 뒤, 나는 물끄러미 생각에 잠겼다.
설마 악시온이 정말 루벤은 아니겠지……?
칼이 여러 번 나를 부르다 지쳐 방을 나설 때까지,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우선 악시온이 루벤일 가능성은 열어 둔 채, 루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들을 조사하도록 한다.
나는 재빨리 실베스타인에게 보내는 답신을 휘갈겨 썼다.
……악시온이 정말 루벤이라면, 초월자인 다자르에게는 적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마주했던 다자르와 바닐라를 떠올리며 꿀꺽, 침을 삼켰다.
만에 하나, 혹여 우리가 적이 된다면……
“…….”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악시온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