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7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57화 –
“너랑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누가 가족이야?”
“어머. 웬일로 제가 하고 싶은 소리를 다 하세요? 그건 제가 할 말인데요?”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는 다자르를 보며 상큼하게 웃어 주었다. 당신이랑 내가 어떻게 가족이야? 그건 있을 수 없는…….
“가…… 가족이가 아니야……?”
그때 바닐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댔다. 다자르와 나의 대화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는지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앗. 큰일이다.
바닐라가 울먹거리며 입술을 뗐다.
“우……. 실리아랑 다자르는 가족이야!”
“바, 바닐라.”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입술을 꾹 물고 외쳤다.
“이러케 같이 살고 있자나! 가족 마짜나! 빨리 맞다고 해! 흐끕.”
울음이 터지려는 걸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듯했다. 발갛게 물든 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너무 짠하다. 어린아이가 이렇게 서럽게 울다니.
다자르고 뭐고, 마음이 물렁물렁해지려는데 옆에서 다자르가 초를 치려 했다.
“바닐라. 잘 들어. 우리가 같이 사는 건 일 때문……. 읍.”
아니, 이 사람이! 눈치도 없나! 지금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어쩌자는 거야!
나는 황급히 손을 뻗어 그의 입을 막았다. 무쇠 팔은 다자르의 입도 막아 버릴 수 있었다!
“일……?”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바닐라의 눈이 한 차례 끔벅였다. 다자르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 바닐라와 눈을 맞추었다. 덕분에 내게 잡혀 있는 다자르도 덩달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의 눈이 험상궂게 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맞아요, 바닐라. 우리는 한 가족이에요.”
“읍읍?”
내 손에 잡힌 누군가가 발작하듯 몸을 비트는 게 느껴졌지만 말끔히 무시했다.
바닐라의 얼굴이 햇살처럼 밝아졌던 까닭이다.
“정마알? 우리는 한 가족이야?”
“그럼요. 한 가족이에요. 바닐라랑 시온이랑, 나랑 여기 이…… 다자르도 말이에요.”
“그치? 맞지? 우리는 가족이야!”
바닐라가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로 그리 말하자, 내 기분도 어쩐지 몽실몽실해지는 것 같았다. 비록 거짓을 고하긴 했지만. 바닐라가 웃을 수 있다면 뭐, 다자르와 잠깐 가족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실제로 사돈이면 가족으로 치기도 하잖아.’
흠흠. 나름 합리화를 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어쩐지 손에 잡혀 있는 다자르가 조용하다.
그를 힐끔 보니, 밝게 웃고 있는 바닐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황금빛 눈에 따스한 빛이 서려 있었다.
이 사람이 이런 눈도 하네, 하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바닐라의 울음에 가려져 잊고 있었던 문제의 핵심이 튀어나온 것은.
“그러니까 우리눈 다가치 가눙 고야! 안시기 장에!”
“……아.”
졸지에 한 가족이 된 우리는 그렇게 다 같이 ‘안식의 장’에 참석하는 걸로 결정되었다.
* * *
“어, 진짜네. 악시온이 좀 컸는걸……?”
“그렇지요?”
나는 요람에 누운 채 방긋 웃음 짓는 악시온을 마주 보았다.
악시온은 평소 입고 있던 헐렁한 우주복을 벗고, ‘안식의 장’에 어울리는 말끔한 신사복을 입고 있었다.
신사복은 기성복이었다. 본래라면 맞춤 정장을 입혀야 하겠지만, 급히 ‘안식의 장’에 참석하게 된 거라서 시간이 없었다.
이 신사복을 구할 때, 분명 악시온에게는 조금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딱 맞지 않습니까? 그사이 악시온 님께서 성장하신 게 틀림없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부랴부랴 내 짐을 대신 싸기 시작해서, 오늘까지도 부지런히 움직이던 칼이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게. 진짜 컸네.”
분명 칼처럼 나도 기분이 좋아야 했는데. 최근 식량난이 더 극심해진 걸 떠올리고 나니, 뭔가 껄끄러웠다.
그러니까…….
‘설마 황실의 미아르마저 병들어서, 악시온이 성장한 건 아니겠지?’
불행을 먹고 자란다는 루벤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니,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악시온이 정말 루벤…… 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닐라, 다자르와 적이 될 가능성도.
“실리아 님? 왜 그러십니까?”
“응? 아. 아니야, 아무것도. 조금 큰 옷을 사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안 맞았겠는걸?”
“그러게 말입니다.”
악시온은 세상 순진한 얼굴로 꺄르르 웃고만 있었다. 아이의 귀여운 콧방울을 톡 건들면서 말했다.
“다들 우리 악시온을 아주 귀여워하겠는걸?”
“헤에에.”
그냥 우연이겠지.
나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악시온이 루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고 있었기에, 나는 한숨을 폭 내쉬고 머리에서 생각을 지우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칼이 손수건으로 제 눈가를 슥슥 닦으며 말했다.
이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맙소사. 실리아 님께서 악시온 님을 위해 ‘안식의 장’에 가시다니. 이 할아범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꺼이꺼이.
그가 연신 훌쩍이며 눈가를 두드렸다.
그냥 악시온을 데리고 ‘안식의 장’에 다녀오겠다고 한 것뿐인데. 칼은 무슨 오해를 한 건지 내가 악시온을 위해 참석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악시온이 진짜 내 핏줄이 아닌 걸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겠지.
“악시온 님이 온 뒤로, 실리아 님께서 정말 많이 변하셨습니다. 이건 모두 악시온 님의 축복임이 틀림없습니다.”
칼이 그리 말하며 감동 어린 얼굴을 했다.
그간 이 몸이 속세와 연을 끊고 혼자 틀어박혀 농사나 짓고 있었으니, 그의 반응은 이해가 됐지만.
‘이제 슬슬 지겹지 않나?’
내가 뭐만 하면 저런 반응이니, 슬슬 심드렁해진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에 있는 작은 가방을 들었다. 슬슬 떠날 시간이었다.
“그래, 그래. 맞아. 다 악시온 덕분이지. 그러니까 그런 자리에 악시온을 두고 갈 수는 없지.”
“그렇습니다! 영식들에게 이런 기회는……. 앗.”
그때 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아주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악시온 님을 입양한 건, 아직 비밀이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평이 안 좋은 내가 입양을 했다고 하면, 이상한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으니까.
비밀로 하고 있었지.
나는 으음, 하고 턱을 매만지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악시온이 말도 못 하는데 자기가 누군지 밝히진 않을 거 아니야? 그리고 아기들만 모이는 공간도 있다고 들었는데.”
“네, 맞습니다. 흠흠. 실리아 님도 어렸을 적 그곳에 계시곤 했지요. 전대 가주님께서 일을 보시는 동안요. 그때도 제가 실리아 님의 곁에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악시온의 곁에는 칼이 있기로 했다.
“그때 저와 함께 집사를 맡았던 이들은, 모두 노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절 알아볼 이들은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말려도 본인이 가고 말겠다고 주장한 칼 덕분이었다.
칼이 그렇게 말하는데 놓고 갈 순 없었다. 따로 믿고 맡길 이도 없었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식의 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 * *
엘스턴은 제 앞에 놓인 쪽지를 내려다보았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문장은 이러했다.
[우리 가족이가 다녀온다. 안시기 장. 실리아랑 다자르랑 시온이랑! 엘스턴은 가족이가 아니니까 여기이써.]오늘 바닐라를 가르치기 위해 준비해 온 교구들을 툭 내려놓았다. 벼의 성장을 빠르게 하는 연구를 하며 바닐라의 교육을 한동안 쉬다가 오랜만에 온 건데.
엘스턴이 이마를 붙잡았다.
“으음. 미리 말씀 좀 해 주시지. 내가 계속 쉴 거라고 생각하셨나.”
한숨을 폭 내쉬며 고개를 휙휙 저은 그가 내려놓았던 교구들을 다시 들고 손가락을 튕겼다.
눈을 깜빡했을 뿐인데, 그는 벽이며 바닥이 온통 하얀 그의 방 한가운데에 있었다.
“에반로아르 영애와 악시온이 ‘안식의 장’에 같이 갔단 말이지. 그럼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겠는걸. ”
착실히 교구를 준비한 선생님의 얼굴을 내던지고 의뭉스러운 얼굴이 된 그가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다.
“슬슬 일을 시작해도 된다고 하셨으니, ‘안식의 장’이 그 시작 지점으로 적절하겠어.”
지난날 보았던 하얀색의 성스러워 보이는 서신 봉투에 완성된 서신을 넣고 비둘기를 통해 보냈다.
“우선 지켜 줄 기사분의 다리를 묶고.”
그리고 또 다른 편지지를 꺼내어 빠르게 글을 적어 내려갔다.
“……님께 보고를 하고,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야겠군.”
엘스턴의 펜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