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58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58화 –
앞에서 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왜 내가 이 마차를 타고 있는 거지.”
내게 이런 뚱한 목소리를 낼 만한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다.
다자르 시아스터.
두 눈썹을 휙 꺾은 채 날 내려다보고 있는 다자르가 보였다.
“왜요. 뭐요.”
“이거 봐. 자리 좁은 것 좀 보라고.”
그가 기다란 검지를 뻗어 저와 나 사이의 거리를 휙휙 가리켰다. 그와 나는 아주 작은 마차 안에서 마주 본 채였다.
아직 출발하기 전의 마차였다.
힐끔 그가 가리킨 거리를 가늠해 보니, 정말 주먹 하나가 안 들어갈 정도로 좁긴 했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별로 안 좁은데요?”
“이게 별로 안 좁다고?”
다자르가 허, 하고 헛웃음을 뱉더니 팔짱을 툭 꼈다. 그가 팔짱을 끼자 더 좁아진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좀 있어요. 마차 흔들리잖아요.”
“그게 내 잘못이야? 이 작은 마차를 타고 가자고 한 누구 잘못 아닌가?”
“그 누구가 누구람?”
“정말 몰라서 묻는 소리야?”
다자르가 매우 황당하다는 듯 연신 헛웃음을 뱉었다. 덕분에 내 머리카락이 그의 콧김에 맞춰 흔들렸다.
아. 진짜. 님 매너 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어서 인정해.”
“뭘 인정해요?”
“뭐긴 뭐야. 이 작은 마차로 수도까지 갈 수 있다는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지.”
“……우리 지금 잘 탔잖아요? 이대로 잘 가겠죠.”
다자르가 ‘이것 봐라.’ 하는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흥, 코웃음을 뱉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러며 다소 어색하게 의자에 딱 붙어 있던 다리를 느슨하게 했다. 그의 무릎이 내 무릎에 툭 와 닿았다.
으웩.
내가 대놓고 싫어하는 얼굴을 하자 다자르는 오히려 여유 있는 얼굴이 됐다.
“왜. 우리 지금 잘 탔잖아?”
으으.
이 자식이 진짜.
그와 내가 지금 이렇게 유치한 싸움을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시아스터가에서 출발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뭐? 정말 같이 갈 생각이야? 안식의 장에? 거기다 저 꼬맹이도?’
‘네. 당연하죠. 제가 가는데 같이 안 가요? 바닐라에게 우리는 가족이라고 얘기했잖아요. 댁도 동의하듯이 입 다물고 있었으면서.’
‘그건 누가 입을 강제로 다물게 했으니까 그런 거지.’
‘흥.’
바닐라와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안 갈 수는 없었다. 분명 다자르 또한 암묵적으로 동의한 건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황실을 출입하기 위해서는 미리 황실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허락받아 둔 마차가 두 개뿐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하나는 아주 작았다.
그 마차는 다자르의 말에 따르면 바닐라가 혼자 타고 가려던 마차였다.
바닐라가 혼자 탄다니?
그 소식에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유교걸의 마인드가 발휘됨을 느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닐라가 혼자 탄다니요? 저 어린아이를 혼자 마차에 태울 생각이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허, 뭐 이런……”
못된 놈이 다 있지?
이전의 멍멍이 사건으로 둘의 사이가 꽤 괜찮아진 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모양이었다.
내 게슴츠레한 눈을 본 모양인지 다자르가 툴툴댔다.
“귀족은 원래 그래. 어렸을 때부터 철저히 분리한다고. 그게 독립심을 키우는 거야. 귀족에게 어리광은 인정되지 않아. 특히 시아스터가에서는.”
“…….”
그가 무어라 말하거나 말거나,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출발 전이라, 마차 앞에 바닐라와 칼, 악시온이 대기 중인 게 보였다.
바닐라는 치마를 붙잡고 빙글빙글 신난 얼굴로 돌고 있었다. 악시온을 안고 있는 칼에게 제가 입은 작은 드레스를 자랑하고 있는 듯했다. 작은 입술이 쉴 새 없이 사랑스럽게 움직였다.
‘저 작고 앙증맞은 아이를 혼자 마차에 태우려 했다고?’
내 안의 유교걸이 그건 안 된다며 빼액 소리쳤다.
그래서 마차를 타기 전 내가 제시한 건 이거였다.
작은 마차에는 바닐라와 다자르가 타고, 이것보다 큰 마차에는 나와 칼, 악시온이 탄다. 그렇게 되면 딱 적당할 것 같았는데.
다자르가 또다시 이를 반대한 것이다.
시아스터가의 독립성 어쩌고 운운하면서, 아이들과 어른은 따로 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은 예외로 치고.
이곳 세계관을 생각하면, 그의 주장은 나름 이곳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겠지만.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나는 툭 말하고 말았다.
‘그럼 당신과 제가 같이 저 작은 마차에 타요. 저기는 사람이 셋이고, 여긴 둘이니까. 우리 둘이 타면 되겠네요.’
그래. 인정한다.
말도 안 되는 기 싸움이었다.
제길. 그렇게까지 밀어붙이면, ‘아, 그렇군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요. 바닐라와 사이좋게 타고 가겠습니다.’ 하면서 꼬리를 말 줄 알았는데.
오히려 눈을 번뜩이며 “그래! 해 보자고!”라며 물러나지 않은 탓에 이렇게 그와 작은 마차에 타고 만 것이다.
‘에휴.’
다그닥 다그닥, 잘 관리된 두 마리의 말들이 열을 맞춰 나아갔다. 그사이 마차가 출발한 모양이다.
마차에 난 작은 창으로 얼굴을 쏙 내밀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갈색으로 변한 나무들이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한차례 바람이 불자 후드득, 나뭇잎들이 떨어져 내렸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맡는 겨울 냄새에 코끝을 킁킁대고 있을 때쯤이었다.
“아, 어깨가 찌뿌둥하네.”
다자르가 기지개를 켜듯 두 손을 위로 뻗었다.
덕분에 그의 커다란 주먹에 어퍼컷을 맞을 뻔했다. 나도 모르게 이를 아드득, 씹었다.
“하. 하. 그러게요. 저도 왜 이렇게 어깨가 아플까요. 누가 멍청하게 이 작은 마차를 끌고 와서 그런가.”
너도 한번 당해 봐라.
나는 다자르처럼 두 손을 빠르게 위로 뻗었다.
아슬아슬하게 그의 턱 밑을 스쳐 지나간 주먹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너.”
“아휴, 어깨가 아프다. 아파.”
다자르가 이를 갈며 날 노려보던 바로 그때.
덜컹!
마차가 돌이라도 밟은 건지, 크게 흔들거렸다.
“……!”
“으앗-!”
그냥 흔들리고 끝났으면 내 이 무쇠 팔, 무쇠 다리로 충분히 중심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히히힝!
잘 달리고 있던 말들이 놀라 멈춘 탓에, 마차가 급정거했다.
그래. 그러니까…….
“어푸!”
“윽.”
갑자기 앞으로 쏠린 무게 중심에, 속수무책으로 내 몸이 다자르에게로 날아갔고.
로켓처럼 날아간 내 몸이 그대로 다자르의 몸 위로 안착해 버렸다.
“…….”
“…….”
순식간에 가까워진 황금빛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도 엉겁결에 두 손을 움직인 건지, 방금 전까지 하늘 위로 치솟아 있던 두 손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안은 건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 숨이 점점 막혀 간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놀란 참이었다.
‘오, 맙소사.’
자세는 그렇다 쳐도 하늘 위로 높이 올렸던 내 손이 문제였다.
앞으로 무게가 쏠리면서 반사적으로 내린 손은 몸을 고정해 줄 만한 지지대를 찾았다.
‘엄마야.’
그리고 그 지지대는 어쩌다 보니, 다자르의 머리통이었고. 그의 머리통을 꼭 붙잡은 덕분에, 내…… 내, 내 상반신이 거의 그의 얼굴에 닿을락 말락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래, 여자에게 소중한 바로 그곳이 말이다.
‘방금 닿았지? 맞지?’
하느님 아버지, 부처 알라신이여.
제 이 손을 벌해 주시옵소서. 아니, 앞으로 날아간 제 몸 자체를, 아니, 그것보다도 억지를 부려 그와 단둘이 이 마차에 탄 저를…….
엉엉.
“괘, 괜찮냐?”
다자르가 급히 날 안고 있던 손을 떼며 물어왔다. 마치 항복하듯 두 손을 가볍게 든 채로, 그가 횡설수설했다.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맹세코. 지은 죄라고는 가만히 있었던 것밖에 없다. 아니, 그걸 죄라고 할 수 있나? 그게 아니라…….”
“…….”
젠장. 그랬다. 다자르는 지금 상황에 대해서만은 잘못이 없었다. 여기서 그의 탓을 하는 건 억지였다.
나는 그를 잡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풀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내 자리에 조신하게 앉았다.
그리고 창문 밖을 아련하게 바라보면서 중얼댔다.
“누가 뭐래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 후로 우리는 입을 꾹 다물고 서로를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한 채, 수도로 향했다.
언뜻 본 다자르의 뺨이 살짝 붉은 걸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뭐지. 이 로판 속 주인공에게나 벌어질 만한 사건은……?’
난 분명 농사물을 가장한 막장 피폐 소설에 들어와서 생존물을 찍고 있는 중일 텐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창밖을 바라보는 사이, 마차는 달리고 달려 마침내 황궁에 도착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내리시면 됩니다.”
멋들어진 정복을 입은 황궁의 시종들이 재빨리 우리를 안내했다.
그들이 우리를 각자 다른 곳으로 안내할 때까지, 우리는 멋쩍은 얼굴로 저 멀리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전의 충격을 가다듬는 동안 꽤 시간이 흐른 듯했다. 나는 순식간에 입장을 앞두고 있었다.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실리아 영애 드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