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화 –
시아스터 공작가와 어떤 연도 없는 에반로아르 자작가는 아주 한미하고 별 볼 일 없는 가문이었다. 딱 한 가지, 대대로 학자 집안이라는 것 빼고.
그러니 뜬금없이 시아스터 공작과 만나고 싶다고 한들 쉬이 만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엘스턴이 누구던가.
본인은 평범한 마법사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황제와도 언제든 독대할 수 있는 권력의 핵, 마탑주!
악시온의 귀여움에 퐁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난 조용히 티켓을 만들었다.
‘귀요미 악시온 30초 포옹권’이라는 문장을 티켓 위에 바른 글씨로 쓰고 엘스턴의 손에 세 장이나 쥐여 주었다.
꿀꺽 요동치는 그의 목울대와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보며 거래가 성립되었음을 알았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그를 거쳐 시아스터 공작가에 만남을 요청할 수 있었다.
이래서 인맥이 중요하다니까.
‘후후.’
절로 지어지는 미소를 숨기지 않으며 부지런히 걸었다.
악시온이 잠들어 있는 유모차가 내 걸음에 따라 작게 진동하며 굴러갔다.
행복한 내 마음을 대변하듯 화창하고 아름다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댔다.
“아무리 그래도 엄청 오래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식량 문제가 심각하긴 한가 봐.”
엘스턴을 통해 새 식량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다고 넌지시 전한 덕분이었다.
다자르 공작은 공사가 다망한 대귀족이었고, 그와 약속을 잡으려면 적어도 몇 달은 기다려야 했다.
원래라면 말이다.
하지만 다자르 공작은 시아스터 공작저로 일주일 뒤에 방문토록 했다.
그 약속 날이 바로 내일이다.
그동안 나는 그를 대면할 준비를 마치고 오늘은 휴식을 가진 참이었다.
“새벽에 비가 왔다는데 우리 악시온이 밖에 나와서인지 비구름이 쏙 들어갔네?”
“꺄아.”
“이렇게 일이 잘 풀리면, 바닐라가 바로 우리 악시온에게 반해서 마룡의 힘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헤에.”
어느새 깨어나 손장난을 하고 있는 악시온을 내려다보며 싱긋 웃었다.
휴식을 가지는 오늘,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은 에반로아르 자작령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황실에서 제공하는 묘지였다.
이 묘지는 마차를 타고 삼십 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었다.
‘이쪽이었지?’
묘지는 바닥이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고, 간간이 작은 정원이 묘 사이에 배치되어 있었다.
단순히 동네 공동묘지라고 하기에는 퍽 말끔하고 고급스러운 묘지였다.
‘뭐, 사연 많은 사람들이 묻히는 곳이니까.’
귀족 가문은 보통 제 가문의 묘지를 따로 가지고 있으니, 귀족들이 이곳에 묻힐 리는 없었다.
평민들도 감히 이곳에 제 가족을 안장할 생각은 못 했다.
이곳에 묘를 세우려면 평민들의 평균 일 년치 생활비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곳에 묻히는 이들은 조금 기구한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에반로아르 자작가와 옛날 옛적에 연을 끊은 이 몸의 이복언니 같은, 그런 사람들 말이다.
머릿속에 이곳을 한 번 방문한 기억이 있다.
나는 기억을 더듬더듬 되짚었다. 십 분 정도 걸어 묘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대리석으로 된 작은 묘지 앞에 미리 챙겨 둔 꽃을 내려놓고, 악시온을 안고 서서 작게 말했다.
“……악시온은 제가 잘 키울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이 몸이 지니고 있는 기억을 열심히 들추어 봤지만, 이복언니와 관련된 기억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다.
이복언니와 나이 차가 꽤 많이 났고, 이 몸이 어릴 때 연을 끊고 집을 나갔으니 기억에 없을 만도 했다.
언젠가 한번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날이 좋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아이가 참 예뻐요.”
악시온을 안아 들고 무릎을 굽히고 앉아 속삭이듯 말했다.
‘어머니가 될 뻔한 이들은 둘 있었지. 하나는 내가 세상을 인지하기도 전에 나와 함께 죽으려 했고, 하나는…… 날 죽이려 했어. 저주받았다면서.’
비록 그녀가 그릇된 선택을 했을지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이런 귀여운 아이를 왜 죽이려고 한 거예요? 용서받지 못할 거예요.’
생각하지는 않았다.
혹시 악시온이 들을까 속으로만 차갑게 생각하며 묘지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이곳에 온 건, 악시온이 친모에 대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좋게 가졌으면 해서였다.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 상상만 하다 보면, 더 안 좋은 생각까지 할 수 있으니까.’
날 좋은 날에 소풍 가듯 놀러 온 묘지에서 조금이나마 그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기를.
“이잉.”
악시온이 자세가 불편한지 칭얼대기 시작했다.
아이를 고쳐 안고 유모차에서 딸랑이를 꺼내 들었다.
딸랑딸랑.
딸랑이를 살살 흔들어 악시온을 달래면서 근처에 있는 나무 벤치에 앉았다.
여기서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라?’
하지만 한적하게 벤치 위에서 살랑이는 나뭇잎을 바라보던 나는 곧이어 눈을 동그랗게 떠야 했다.
전신을 무언가가 스윽 훑고 지나가는 듯한 기이한 감각과 함께, 갑자기 악시온의 눈이 보라색으로 물든 것이다.
“악시온?”
방금 전까지 내가 쥐고 있던 딸랑이를 꺄르르 웃으며 바라보고 있던 악시온이 보라색으로 변한 눈으로 멍하니 어딘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순간 너무 놀라 악시온을 놓칠 뻔했다.
원작에서 악시온의 눈이 보라색으로 물드는 건, 심장에 있는 마룡의 드래곤 하트가 반응했을 때였다.
‘진정하자. 진정해. 원작에서도 원래 자주 이러곤 했잖아.’
악시온이 미치기 전에는 보통 주변 신력에 반응하여 간혹 이런 일이 벌어지곤 했다.
마룡의 드래곤 하트를 심장에 간직한 탓에 작은 신력의 파동에도 민감했다.
엘스턴의 말에 따르면 웬만한 신성 마법은 그에게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마룡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탓에 종종 이렇게 보랏빛 눈이 될 거라고 했지.
‘단순히 눈만 보라색으로 변하는 거잖아.’
깜짝 놀란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면서 악시온이 바라보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 그럼 주변에서 누가 신력을 쓴 건가?’
악시온이 바라보는 곳은 묘지 중앙에 위치한 분수였다.
그 앞에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는 뭐라도 있는 것처럼,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멀리서 보기에도 옷차림이 고급스러웠고 올곧게 뻗은 등과 자세가 퍽 기품있었다.
분명 신분이 높은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저 사람이 신력을 쓴 건가…….’
악시온이 뚫어져라 저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걸 보니 그런 듯싶었다.
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룡의 드래곤 하트를 지닌 악시온과 신력을 쓰는 남자라니. 상성이 퍽 좋지 않았던 까닭이다.
얼른 자리를 떠나는 게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없을 듯싶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막 한 걸음을 떼려던 찰나였다.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뭐야, 이건.”
“!”
휙, 몸을 돌렸다.
시야에 크게 들어온 건, 저 멀리 분수 앞에 서 있던 남자였다.
언제, 어떻게 다가온 건지 남자는 고개를 비스듬히 한 채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화배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수려한 외모였지만 표정이 퍽 사나워 외모에 놀랄 겨를도 없었다.
남자의 황금빛 눈이 날 천천히 살폈다. 한쪽 입꼬리가 비웃듯 올라갔다.
위협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기와 달리 마력이 퍽 사납고 흉악하군. 지난번에 내게 목이 잘린 그 머저리 마족과 친구라도 되나? 복수라도 하러 왔나 보지?”
“……네?”
“결계를 당당히 찢어발기고 들어온 주제에, 그런 어설픈 표정은 조금 우습군. 연기 연습을 좀 더 하는 게 좋겠어.”
마족? 결계?
이 사람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난 벙찐 얼굴로 눈을 두어 번 끔벅였다.
사납고 흉악한 마력이라면 악시온을 말하는 건가……?
아니, 그 전에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친구는 발목부터 차근히 썰어 줬는데. 넌 어디부터 시작해 줄까. 목부터?”
“아니, 저기.”
그가 오른손을 허공에 뻗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웬 검이 하나 생겨났다.
그리고 그가 검을 손에 쥐자, 내 품에 안겨 있던 악시온이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으아앙!”
“…….”
그가 눈살을 찌푸렸다. 잔뜩 황당함에 빠져 있던 나는 슬슬 짜증이 치솟기 시작했다.
아니, 당신이 뭔데 내 아이를 울리고 그래?
“이봐.”
빠득 이를 갈고 한 손에 쥐고 있던 딸랑이를 척 들어 올렸다.
딸랑!
딸랑이가 내 거친 움직임을 따라 소리를 냈다.
남자의 눈이 내가 들어 올린 딸랑이를 보며 점차 가늘어졌다.
“뭐지? 마족이 쓰는 마기인가?”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지금 당신 때문에 우리 애 울고 있는 거 안 보여?”
척!
딸랑이를 그의 눈앞으로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리고 말했다.
“흔들어.”
“……뭐?”
“딸랑이 흔들라고. 딸랑이 몰라? 당신이 울렸으니까 책임지고 달래라고, 이 무뢰배야!”
남자가 내 말에 일순 동작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