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1화 –
“마, 맞아요.”
미야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린바 녀석이 이상한 녀석이라는 걸 일찍이 깨달은 백작은 결사 반대를 했지만.
외동딸을 끔찍이 아꼈던 백작은 결국 그녀를 이기지 못했고. 린바 녀석에게 홀딱 빠진 미야는 자신이 속아 넘어가는 것도 모르고 약혼을 올렸다.
안심이 된 린바는 그제야 제 원래 성정을 드러낸 것이다. 어쩌다 보니, 그 시작이 바로 나였고.
‘내가 백작 위에 오르면 널 첩으로 삼아 주마. 그러니 오늘 나와 어때? 아, 걱정하지 마. 네가 내 첩이 되면 적당히 기회를 보다가 부인 자리도 내어주지. 내 아내가 될 여자, 아주 멍청하거든.’
킥킥대며 소곤대던 린바는 회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정말 꼴 보기 싫었다.
그 당시를 직접 겪었던 이 몸은 더 그랬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손이 날아갔을 거고.’
흠흠. 물론 유교걸인 내게 있어 그렇다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속이 다 시원하긴 했다.
이 몸, 은근 걸크러시가 있단 말이야.
“그, 그런……. 정말 그가 그렇게…….”
“네. 아마 제가 정말 정신이 나간 여자인 줄 알았나 보죠. 그런 말을 당당히 한 걸 보면.”
나는 미야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가 영애와 약혼을 깨고 도망간 건, 제가 그를 벌한 뒤 협박한 것 때문일 거예요. 모두 밝히겠다고 했었거든요.”
“……!”
“그러니까, 이건 미야 영애의 잘못이 아니에요. 더더군다나 제게도 잘못은 없고요. 오히려 잘됐으니, 새 시작을 하도록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에게서 조금씩 멀어지던 때,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죄스러움이 가득 담긴, 떨리는 목소리였다.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고는, 연회장을 가로질렀다.
아무렇지 않게 걷고는 있지만 사실 내 속은 굉장히 느글거리고 있었다.
‘으악. 방금 전 오글거리는 그 대사는 뭐야.’
분위기를 타서 그리 말하고는 왔지만, 왠지 히어로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대사를 한 것 같은데.
너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튀는 모습을 보이고 온 것도 그렇고.
어서 아무도 날 보지 않는 곳으로 숨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후다닥 걸음을 옮겼다.
다다다닥.
나는 빛보다 빠르다. 빠르다!
혼자 말도 안 되는 암시를 걸면서 다리가 보이지 않게, 하지만 우아함을 잃어 눈길을 끌지는 않게 열심히 걸었다.
‘휴우.’
그리고 마침내 연회장의 구석에 도착했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 덕분에 이곳으로 시선을 두는 이들은 없었다.
안심한 얼굴로 슬쩍 옆 테이블에 있는 와인을 집어 올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역시, 실리아야.”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귓속을 울렸다.
깜짝 놀라 와인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삐걱삐걱 고개를 돌렸다.
“……세드릭?”
세드릭이 예의 그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는 게 보였다.
“아까 다 봤어. 활약이 대단하던걸.”
“으, 으응…….”
왠지 그 말은 너에게 듣고 싶지 않은데.
“어때? 오랜만에 연회에 오니 역시 기분이 풀리지? 몸도 좀 풀리고?”
싱긋 웃는 세드릭의 얼굴은 상냥함 그 자체였지만, 문장 안에 숨어 있는 속뜻을 읽고 만 나는 마냥 따라 웃을 수 없었다.
아까 다 봤다는 것도 그렇고.
활약이 대단하다는 것도 그렇고.
몸이 좀 풀리냐는 말도 그렇고.
아아.
와서 사람 하나 때리고 나니 기분이 풀렸냐는 말이구나.
‘저 녀석은 내가 연회에 사람 잡으러 오는 줄 알고 있으니까.’
나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세드릭을 보며 뚱한 얼굴을 했다.
이 녀석은 정말 이상해…….
‘아니, 아니지.’
세드릭을 저렇게 만든 건 결국 이 몸이지 않나.
나는 내가 짓지도 않은 죄의 무게에 어깨가 무거워졌다.
“실리아?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고개를 젓자 세드릭은 나처럼 와인 잔을 손에 들고 옆에 와서 섰다.
훠이, 훠이.
너 재상이라며? 안 그래도 숨고 싶은데 와서 시선 끌지 말라고.
그에게서 한 걸음 멀어지자 다시 그만큼 다가온다.
그렇게 옆으로 게걸음을 치다가, 창문 커튼에 거의 반쯤 몸을 숨기고 나서야 안심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긴? 친구를 보러 오는데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오겠어?”
“너 재상이잖아. 원래 황제 폐하랑 같이 나타나야 하는 거 아니야?”
분명 이 몸의 상식을 살펴보면 그랬는데.
확실히 내 말이 맞는 듯 여기저기서 세드릭을 발견하고 놀란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러다 날 보고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걸 보니…….
‘이 자식, 저번 다자르처럼 이 몸의 악명을 이용하는 건 아니겠지.’
사연이 있어 먼저 나왔다가, 다른 사람들이 귀찮으니 내 뒤에 숨겠다거나.
“그런 거 아니야. 실리아.”
그때 세드릭이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말하고는 싱긋 웃었다.
“우리가 확실히 친구이긴 한가 봐. 가끔 보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니까?”
“…….”
무슨 그런 소름 돋는 소리를.
으윽.
내가 입술을 비틀며 괴상한 표정을 짓자, 세드릭이 푸흐 웃었다.
“사실 네가 걱정되어서 왔어. 너, 원래 지금까지는 ‘안식의 장’에 매번 실베스타인과 함께 나왔잖아. 혼자 나온 적은 없으니까.”
“그렇…… 지.”
그렇긴 했다. 실리아의 기억에 따르면 엄마 오리를 쫓는 아기 오리처럼 실베스타인 뒤만 졸졸 따랐던 것도 같았다.
어? 그런데 세드릭을 ‘안식의 장’에서 마주한 기억은 없는데. 내가 이제껏 실베스타인을 따라 나왔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문득 그런 의문이 스쳤지만.
‘아. 쟤 재상이지.’
재상이니 ‘안식의 장’ 참가자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겠구나 싶었다. 더불어, ‘안식의 장’에서 마주한 적이 없는 이유는…….
‘……사실 쟤도 날 피해 다녔던 거 아닐까?’
7년 만에 재회한 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안식의 장’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도망 다닌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실리아와 세드릭의 과거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모를 세드릭은 일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정에 대해서 공유해 주려고 왔어. 우선, 오늘은 연회와 함께 폐하께서 ‘안식의 장’에 대한 개최 인사를 하실 거야.”
음. 누가 재상 아니랄까 봐 ‘안식의 장’ 일정이 빼곡히 적힌 종이까지 들고 와서 설명하다니.
“그리고 오늘 밤에는 무도회와 함께 발표회가 열리지.”
“발표회?”
“그래. 오늘 시아스터 공작께서도 발표회에서 시아스터 공작가의 소식을 발표한다고 들었는데. 못 들었어?”
응. 못 들었지.
‘오는 길에 싸우기만 했는걸.’
아마 싸우지 않았더라면 그런 건설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마주하고 나서 싸우지 않았던 적이 오히려 드물었으므로. 다자르와는 정상적인 소통을 한 날이 별로 없었다.
“무슨 소식을 발표하는데?”
“아마 바닐라 영애가 시아스터 공작가의 새 가족이 된 것을 발표할 생각이겠지.”
“그건 이미 알려진 거 아니야?”
세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안식의 장’에서 발표회는, 1년간 각 가문에서 있었던 일들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장이야. 시아스터 공작이 아마 바닐라를 가문으로 들이며 일부러 이야기를 흘렸겠지만, 이번에는 그녀가 제 딸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거지.”
일부러 이야기를 흘렸다, 라.
바닐라가 난데없이 공작가에 모습을 드러낸 모양이었을 테니까. 다자르 스스로 이야기를 흘린 거구나.
“너는 뭐 발표할 거 없어? 지금 공식적으로는, 네가 가주로 되어 있잖아. 에반로아르.”
“……음.”
그동안은 아마 실베스타인이 ‘안식의 장’에 참석하면서 가주로서 1년간의 소식을 전해 왔겠군.
세드릭의 말을 듣고 조금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할 말은 없었다.
‘아직 악시온이 내 아들인 건 비밀이고…….’
하지만.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옳을까?
칼은 실베스타인이 오고 나서 그때 공식적으로 밝혀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실베스타인이 언제 올지도 알 수 없었다.
‘실베스타인 님이 계실 때 발표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실리아 님께 방패 막이 조금이라도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방패 막?’
‘네. 귀족들은 남 헐뜯는 걸 좋아하니까요. 실베스타인 님이 앞장서 막아 주신다면, 실리아 님께서도 상처를 덜 받으시겠지요.’
딱히, 내가 상처를 받을 것 같진 않지만.
아무래도 이미 신뢰가 바닥인 내가 밝히는 것보다 진짜 가주가 있을 때 밝히는 게 가문의 명예에 나을 것 같긴 했으니까.
그런 이유로 일단 잠자코 있는 것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찝찝했다.
‘다자르는 좋겠네. 바닐라를 제 딸로 밝히는 것에도 당당하고.’
그래서 웬일로 별말 없이 바닐라를 연회에 데리고 오겠다고 한 거였나 보다.
내가 잠자코 악시온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문지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다자르 시아스터 공작 각하 입장하십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뒤이어 문지기가 한 번 더 외쳤다.
“바닐라 시아스터 공작 영애도 함께 입장하십니다!”
그러자 모두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그도 그럴 게, 바닐라의 공식적인 첫 사교계 입성이었으니까.
바닐라는 다자르가 쥐여 준 게 분명한 막대 사탕을 한 손에 쥐고,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화려한 연회장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다자르와 닮았다며 수군대는 소리가 들린다.
바닐라의 한쪽 손을 잡고 천천히 들어오는 다자르는 평소의 썩은 표정을 숨긴, 기품있는 대귀족의 얼굴이었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어쩐지 입맛이 썼다.
‘악시온은, 어디 있지?’
우선 나 먼저 연회장에 입장하고, 그다음 따로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방에 칼이 악시온과 입장하기로 했다.
그쪽은 또 다른 입구가 있었다.
입장하고 나서 곧바로 악시온에게로 가려던 게, 아까 그 신호등 세 자매 덕분에 무산되었다.
이제 나에게서 모두 시선도 사라졌겠다, 악시온에게로 가기로 했다.
“세드릭. 나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응? 아, 실리아. 그럼 이걸 가지고 가.”
세드릭이 ‘안식의 장’ 일정표를 건넸다. 빼곡히 가득 차 있는 일정들을 질린 낯으로 바라보다, 잠자코 받았다.
“고마워. 그럼.”
여전히 상냥한 세드릭을 뒤로하고, 구석에 있는 문을 향해 걸었다.
바닐라의 입장을 보고 있자니 악시온이 더욱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