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3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3화 –
아기방으로 향할 때 통했던 복도가 아닌, 정식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까 전 내가 입장할 때 큰 소리로 입장을 알렸던 문지기가 무뚝뚝한 얼굴로 서 있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이 생긴 그는, 지금 내 앞에서 쩔쩔매는 중이었다.
“입장을 알리란 말씀입니까?”
“네. 그렇다니까요.”
“하, 하지만 아까 전에 이미 입장을…….”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그게 무슨 소리세요? 제가요?”
“네, 네.”
“이상하네요. 저는 입장한 기억이 없는데.”
“아니, 그게…….”
나는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내 품 안의 악시온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그렇지, 악시온? 우리 에반로아르는 아직 입장한 적이 없었지?”
본래라면 입장을 알리는 건 한 번씩만 진행되는 일이었다. 문지기가 이렇게 당황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나는 반드시 연회장에 내 이름과 함께 악시온의 이름이 연달아 울려 퍼지기를 원했다.
“그럼 제가 대신 외쳐 드릴까요? 저 크게 외칠 수 있는데.”
“이, 이게 원칙이라…….”
문지기가 쩔쩔매며 날 가로막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팔을 걷어붙이려는데.
뒤쪽에서 우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군. 저번에 열린 황제 폐하 탄신일에도 루픈 후작이 재입장을 하지 않았었나?”
“……어?”
익숙하면서도, 퍽 재수 없는 목소리였다.
평소에는 거칠고 퉁명스러운 사람이, 우아한 척 내숭을 부리고 있는 걸 알아서일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바닐라를 안아 든 채 고고하게 서 있는 다자르가 있었다.
“실리아!”
뚱한 얼굴로 안겨 있던 바닐라가 나를 보고 화색을 지었다. 나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사람은 왜 여기 나와 있는 거람?’
분명 연회장에 있어야 할 사람인데. 지금 이렇게 밖에 나와 있는 건 이상했다.
다자르가 유려한 몸짓으로 바닐라를 바닥에 내려놓고 등을 곧게 세워 폈다.
“루픈 후작도 가족들과 다시 입장하기 위해서, 퇴장 후 재입장 했었지. 그때와 같은 상황이지 않나?”
“예? 하지만…….”
문지기가 들고 있던 명단을 쓱 살피더니 날 힐끔 보았다.
“에반로아르 자작가에서는 이쪽에 계신 실리아 영애 한 분만 명단에 등재되어 계십니다.”
“그런데?”
고상한 척 고개를 끄덕이며 문지기의 말을 듣고 있던 다자르가 슬쩍 팔짱을 꼈다.
어딘가 고압적인 목소리가 된 다자르를 보며 문지기가 눈을 끔벅였다.
“에…… 그러니까…… 가족이신 실베스타인 자작님도 함께 오시지 않았고…….”
“그래서?”
삐딱한 어투에 문지기가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루픈 후작님 때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그래?”
“네, 네에.”
그때 다자르가 날 휙 보았다.
그러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는데. 실리아 영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갑자기 내게 돌아온 질문에 바닐라를 토닥이고 있던 나는 냉큼 뻔뻔히 답했다.
“그럼 재입장이 당연히 되겠네요.”
“네?”
문지기가 눈을 끔벅였다.
“여기에 제 가족이 있으니까요.”
“……!”
그의 눈이 왕창 흔들리더니, 다자르를 향했다.
아니, 왜 눈이 거기로 가.
그러고는 다시 나를 봤다가, 다자르를 보는 모양새가 그와 내가 가족이라도 된 건가 하는 낌새였다.
이런 눈치 없는 사람이 다 있나.
“여기요. 여기 이 아이 이름은 악시온이라고 해요. 악시온 에반로아르.”
“……아!”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던 문지기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외마디 감탄사를 뱉더니,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제 아이예요.”
“……!”
“그렇게 꼭 이야기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던 문지기가 내 얼굴을 보더니,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굳건한 표정으로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재입장을 하는 주제에, 아주 큰 소리로 입장을 알릴 수 있었다.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우리의 입장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리아 에반로아르 자작 영애와 그 아들, 악시온 에반로아르 자작 영식께서 입장하십니다!”
나는 한 걸음 발을 내디뎠다.
“에, 에반로아르 자작 영애의 아들?”
“네? 에반로아르 자작 영애의 아들이라뇨?”
“저, 저길 보세요!”
의아함으로 가득 차 있던 얼굴들이 순식간에 경악과 놀라움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나는 당당하게 악시온을 꼭 안고 앞으로 걸었다.
평소 무대 체질은 아닌 터라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썩 달갑지는 않았지만, 꿋꿋이 견디고 척척 걸었다.
“어이, 표정 풀어. 표정.”
저벅, 저벅. 바로 뒤에서 나를 따르는 소리와 저 깐죽대는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 까닭이다.
이유는 정말 모르겠지만.
“시끄럽거든요.”
“네가 표정을 풀어야 그 꼬맹이도 겁을 안 먹지.”
그 말에 아차, 하고 악시온을 살폈다.
악시온은 갑작스레 사람이 많아지자 불안한 듯했다. 내 품을 파고들며 연신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얼굴을 굳히고 있으니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쥐 죽은 듯 꼬옥 나만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 악시온.”
아이를 보며 빙긋 웃어 주자, 그제야 악시온이 날 꼭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조금 뺐다.
아직 겁을 먹은 듯했지만 방금 전보다는 나았다.
“그래서. 갑자기 무슨 생각이야? 그 녀석, 일부러 숨기고 있던 거 아니었나?”
“그쪽이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관심이에요?”
“그야, 그 녀석 특이하잖아. 이렇게 세간에 알려졌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되었던 거 아니었어?”
“…….”
“무시무시한 걸 심장에 품고 있잖아. 내가 직접 결계를 만든 것도 벌써 잊었나 봐?”
당연히 잊지 않았지.
해일처럼 갈라지는 귀족들 사이를 지나며 나는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당신이 지켜 줄 거잖아요.”
“……!”
뒤에서 다자르의 답이 들려오질 않았다.
이쯤이면 원래 또 툴툴대며 무어라 해야 할 텐데.
“당신이 걸어 둔 거니까, 당신이 책임져 줄 거라 믿어요.”
내가 부러 깐족대듯 말하자, 그제야 다자르가 삐죽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여간. 나한테 뭐 맡겨 놓은 것처럼 군다니까.”
“대신 아까 나한테 실수한 거 눈감아 줄게요.”
“……그건 내 실수가 아니잖아?”
타닥, 약간 다급해진 걸음 소리가 들리고 다자르가 바로 옆에 따라붙었다.
“아니, 사람 정말 억울하게 만드네.”
“흐으응?”
“하.”
말이 안 통한다는 듯 다자르가 이마를 부여잡았다.
그가 이마를 부여잡든 말든, 그가 내 옆에 붙은 덕분에 아무도 없어 차갑게 느껴졌던 옆 공간이 조금 따뜻해진 것 같았다.
사람 하나 늘어난 것뿐인데.
‘바퀴벌레 보듯 피하던 아까보다, 더 눈총이 따가워져서 그런가.’
연회장에 있던 귀족들은 내가 아들을 데리고 입장하자, 아까보다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
그러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는 것이, 뭔가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흥.’
하지만 이미 대비하고 있었기에,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사람들 참 우습지.”
“……네?”
그때 다자르가 작은 목소리로 속닥댔다.
그의 품에 안겨 있는 바닐라가 손을 뻗어 악시온의 머리를 매만지게 도와주면서.
“너나 나나, 갑자기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잖아.”
아. 맞아. 다자르도 나와 똑같은 상황이지.
그도 바닐라의 엄마를 밝히지 않고 데리고 왔다. 나도 마찬가지고.
사실은 혈육의 아이면서도 밝히지 않은 채.
“나한테야, 내가 초월자고 제국의 공작이니 감히 앞에서 무어라 말은 못 하지만. 뒤에선 갖은 소문이 나돌고 있지.”
“……저는 한미한 자작가의 정신 나간 영애라서 더 저러는 거고요?”
“뭐, 그렇겠지?”
다자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피식 웃었다.
“신경 쓸 것 없어.”
“……알아요.”
댁이 그렇게 어설프게 위로해 주지 않아도, 충분히 잘 견디고 있다고 쏘아 주고 싶었는데.
어색하게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는 손놀림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기서 이렇게 계속 있다가는, 더 이상한 소문이 돌 테니. 난 이만 물러나지.”
“……어, 네.”
어, 벌써요?
……라고 문득 말할 뻔했다.
알게 모르게, 그의 존재가 내게 꽤 의지가 된 모양이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옷자락을 잡을 뻔했으니까.
“그 표정은 뭐야?”
“네?”
힐끔 날 뒤돌아본 그가 푸훗 웃었다.
내 표정이 어때서?
“꼭 애를 버려두고 가는 기분이네. 무슨 일 있으면 올 테니까. 잘 있어.”
바닐라가 안녕 인사를 하는 것에 화답하며, 멀어지는 그를 지켜보았다.
그가 내게서 떨어져 나가자, 그의 주변으로는 다시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공작의 모습으로 돌아가 그들을 상대하는 다자르가 보였다.
“……내 표정이 뭐 어떻다는 거야?”
작게 중얼대며 아까 자리를 잡았던 구석 자리로 향하려던 그때였다.
‘아까 그 자식들이네.’
방금 전 복도에서 악시온에 대해 험담을 했던 두 시종이 핼쑥한 얼굴로 날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돌리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