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5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5화 –
“……흥.”
한참 더 공방을 주고받던 미야와 카르린은 내가 지루해 하품할 때쯤 되어서야 입을 다물었다.
별로 영양가 없는 공방이 오가자, 귀족들은 이제 이쪽에 시선을 떼고 삼삼오오 모여 저들만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 만남은 즐거웠어요. 실리아 영애, 미야 영애. 전 이만 볼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관종임이 분명한 카르린이 부채를 살랑대며 새초롬하게 말했다.
그러자 미야도 우아하게 부채를 살랑대며 고개를 까딱였다.
“저도 즐거웠어요. 카르린 영애. 그렇지요? 실리아.”
“아, 네. 저도요.”
나처럼 지루했는지 졸기 시작한 악시온의 등을 도닥이며 대충 답했다.
카르린의 눈썹이 까딱인 것 같지만 별로 신경 쓰이진 않았다.
그녀와 그녀의 추종자가 우르르 물러난 뒤, 주변은 아주 조용해졌다.
‘여기 이곳에 마라도 끼었나. 왜 자꾸 여기서 사건이 벌어지지.’
내가 안정을 찾기 위해 숨어든 구석 자리건만, 터가 안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하고 있자, 미야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어, 미, 미안해요. 에반로아르 영애. 제가 주제넘게 끼어들었죠……?”
“네?”
아까 전 표독스럽게 카르린과 대치하던 당찬 여인은 어디 갔는지, 위축된 모습으로 미야가 어깨를 움츠렸다.
“아무래도 두고 볼 수는 없어서요. 제게 뜻깊은 깨달음을 주신 분인데…….”
내가 그런 엄청난 걸 줬던가.
조금 부담스러워진 나는 재빨리 고개를 휙휙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무슨. 그리고 저는 별로 아무렇지 않아요. 오히려 고맙죠. 이렇게 도와주셔서.”
“저, 정말요……?”
미야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내렸다.
부끄러운지 두 뺨이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럼요. 고마워요, 미야 영애.”
“아,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 걸요.”
미야가 두 손을 조몰락대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며 악시온을 슬며시 가리켰다.
“아이가 정말 귀여워요. 살짝 봐도 될까요?”
“아. 네. 지금 잠들어 있어서, 잘 보이진 않으시겠지만.”
미야가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내밀어 악시온을 살피더니 꺄아, 작게 외쳤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이 도톰한 볼살이라니.”
악시온의 찹쌀떡 같은 볼살이 참 매력 포인트긴 하지.
그 뒤에 미야는 조잘조잘 악시온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엄마로서 어깨가 으쓱해진 내가 헤실헤실 웃고 있을 때쯤이었다.
“그런데, 에반로아르 영애께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네?”
“그래서 제게 아까 그런 말씀을 해 주신 거군요.”
미야가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큰 감정의 동요를 겪고 있는 건지, 목소리와 어깨가 잔뜩 떨리고 있었다.
날 왜 갑자기 사연 있는 여자로 만들고 있는 거지.
하긴. 가주도 모르는 아들의 존재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했다.
“이 아이의 아빠는…… 어디에 있나요?”
미야가 그리 묻더니, 문득 실례라고 느꼈는지 손사래 쳤다.
“아. 아니에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도 몰라요.”
“……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그녀의 질문이 실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악시온의 아빠 말이에요. 저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요.”
“……흡.”
내 답이 미야의 무슨 버튼을 누른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저 눈에서 물기가 반짝이는 걸 본 것 같은데, 착각일까.
“그, 그렇군요.”
“네.”
“영애께서는 정말 강한 분이시네요.”
음.
나는 아까 전 미야를 아프게 했던 자랑스러운 무쇠 팔과 무쇠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강한 몸이긴 하지.
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미야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음에 제가 따로…… 영애께 서신을 보내도 괜찮을까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이런 곳이 아닌 좀 더 편한 곳에서 뵈었으면 해요.”
“어…….”
이거, 시그널인가?
나와 여자 사람 친구가 되고 싶다는 시그널?
나는 조금 기쁜 마음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정말요? 정말 감사해요. 그럼, 저는 잠시 아버지께 다녀올게요. 아까부터 저를 걱정하고 계셔서…….”
“네. 잘 가요, 미야 영애.”
미야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리려다 멈칫했다.
“그, 아까 전에 영애를 그냥 이름으로 불러서 미안해요. 카르린 영애를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아. 뭐 별거 아닌 걸 가지고.
나는 괜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영애께서는 정말 마음이 바다처럼 넓으시군요!”
그게 뭐 감동할 만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야는 감격스러운 얼굴을 하고 자리를 떴다.
“…….”
휴. 이제야 좀 혼자가 된 기분이네.
계속해서 사람들이 오가는 통에, 구석 자리에 있는데도 연회장 한가운데에 있는 기분이었다.
“악시온이 고생이 많네.”
평화롭게 조용한 곳에서 칼과 놀고 있다가, 이렇게 시끌벅적한 곳까지 오게 되다니.
이게 다 못난 엄마 때문이구나, 싶다.
악시온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고 나니, 배가 슬슬 고팠다.
“샌드위치가 되게 작네.”
테이블에 마련된 핑거푸드를 냉큼 집어 빠른 속도로 입에 집어넣었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드니, 저 멀리에 다자르가 뚱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뭐야. 왜요?’
‘아니. 그냥.’
나도 마찬가지로 뚱한 얼굴을 하고 입 모양으로 말하자, 그가 그리 답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참 잘도 먹는다 싶어서.’
그렇게 입 모양으로 덧붙이고는 키득대는 꼴이, 여전히 재수 없었다.
저게 진짜.
마침 그의 옆으로 다른 귀족이 붙어 그의 시선이 내게서 그쪽으로 향했다.
‘흥.’
아까 좀 챙겨 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하려 했는데. 그럴 마음이 사라져 버렸다.
입술을 삐죽이며 열심히 샌드위치를 흡입하던 중.
뿌우우-!
나팔 소리가 연회장에 울려 퍼지고, 대기 중이던 시종들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내 앞으로도 시종 하나가 다가와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실례합니다. 곧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전에 아기 영식님은 잠시 아기방으로 가셔야 합니다.”
“아…….”
곧 렛시가 나올 차롄가 보구나.
세드릭이 건네준 일정표를 떠올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악시온을 조심스레 시종의 품으로 건넸다.
“아기 영식님이 아기방에서 평안히 주무시도록 제가 계속 옆에 있겠습니다.”
“고마워요. 곧 제 집사가 그쪽으로 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악시온을 보내고 나니, 이제 완연히 혼자가 되어 버렸다.
조금 쓸쓸…….
‘오오.’
하지는 않았고, 곧 렛시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싶어서 심장이 울렁댔다.
이게 대단한 여사친을 둔 친구의 마음인가?
귀족들이 다들 제 옷매무시를 가다듬는 걸 보며 괜스레 어깨를 펴고 히히 웃었다.
“곧 폐하께서 입장하시네요.”
그리고 바로 그때.
바로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뭐야. 언제 내 옆에 온 거야?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자, 그가 예의 그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요. 실리아.”
“어……. 모로카닐?”
“네.”
연회장을 밝히는 라이트 볼의 빛을 받아, 그의 황금빛 머리카락이 반짝반짝 빛났다. 상냥하게 웃음 짓는 그를 보니 천국에 온 기분이다.
“어디에 있던 거예요? 방금까지 못 봤는데.”
모로카닐은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요. 제가 사람들 눈에 띄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아…….”
그럴 만도 했다. 지금도 등장하자마자 모든 귀족의 시선을 받고 있었으니까.
‘잘생긴 것도 고달프겠다.’
이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을 받아야 한다니.
나라면 끔찍해서 숨어 다닐 듯.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이, 모로카닐은 작게 속삭였다.
“오늘 꽤 많은 일이 있었네요. 피곤하시겠어요.”
“어……. 괜찮아요. 이 정도야 뭐.”
“실리아는 강하군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또 내 무쇠 팔을 내려다보았다.
다들 나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군.
내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모로카닐이 푸흐 웃었다. 그러며 덧붙였다.
“지난번에 제가 놓고 갔던 돌 말이에요.”
아. 그 돌?
“돌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었어요.”
이제 발견했나 보구나.
“아니에요. 주인한테 돌려준 건데요, 뭘. 생각해 보면 거기다가 그냥 두고 와도 모로카닐이 알아서 찾아갔을 것 같은데. 제가 괜한 짓을 한 것 같아요.”
어차피 그 가게의 예약자는 모로카닐뿐이라고 하니 또 찾아올 거였으니까.
어찌 보면 내가 괜히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모로카닐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덕분에 이제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되었는걸요.”
“네?”
응? 그게 무슨 말이지.
혹시 나 때문에 그 가게 사장님과 다툼이라도…….
내가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사이,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외침이 들려왔다.
“황제 폐하 입장하십니다-!”
모든 귀족이 고개를 조아리고, 단상과 연결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덩달아 고개를 숙이는데, 옆에서 모로카닐이 속삭였다.
“폐하께서 ‘안식의 장’에 대한 개최 인사를 하신 다음, 무도회가 열리는 것 알고 있나요?”
“아, 네.”
세드릭이 전해 준 일정표에 분명 그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일정을 떠올리는 사이, 모로카닐이 부드럽게 물어 왔다.
“그때 저랑 춤춰 주시겠어요?”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