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6화 –
“어어…….”
내가 대답을 못 하는 사이, 스칼렛이 입장을 마쳤는지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나도 덩달아 따라 올라가면서 스칼렛이 아닌, 모로카닐을 쳐다보았다.
방금 뭐라고 그랬지?
어서 내 친구 렛시의 위엄 어린 모습을 봐야 하는데 모로카닐 때문에 머릿속이 에러가 났다.
모로카닐은 여전히 빙긋 웃고 있었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저랑 춤…… 이요?”
“네. 당신과 제가, 춤이요.”
모로카닐이 부드럽게 답하면서, 기다란 검지를 제 입술에 살짝 가져다 댔다.
쉬잇.
그러며 단상 쪽을 힐끔거리는 게, 이제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신호인 듯했다.
둔치가 아닌 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고 모로카닐의 시선을 따라 그제야 단상을 보았다.
그리고 잠깐 모로카닐의 제안을 잊고 말았다.
“안식의 장에 귀한 걸음을 해 준 모든 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위엄 어린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한 렛시는, 여자가 봐도 정말 멋졌다.
‘되게 예쁘고, 멋있다!’
생각나는 감탄사가 이런 단순한 것밖에 없었지만, 정말 예쁘고 멋있는 걸 어쩌겠는가.
노란 보자기 없이 처음으로 마주한 렛시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면서도 어딘가 중성적인 매력을 흘렸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아주 여성스러운 이목구비인데, 전체적으로는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와아…….”
게다가 걸치고 있는 옷들은 얼마나 센스가 넘치는지. 렛시의 디자이너…… 그러니까, 황제의 스타일을 책임지는 이에게 최고의 칭찬을 안겨 주고 싶었다.
적당히 달라붙는 하얀 바지는 길게 뻗은 다리를 우아하게 감싸고 있었는데, 드레스가 아니라는 게 조금 놀라웠다.
그 위, 하얀 셔츠 위로 엉덩이부터 살짝 퍼지는 검붉은 빛 베스트를 걸쳐 치마를 두른 듯한 착시를 주었다.
게다가 가는 허리를 강조하듯 작은 보석이 달린 얇은 가죽끈으로 허리를 매고 있어, 전체적으로 여성스러우면서도 강인한 느낌이었다.
‘진짜 멋있다, 특히 저 망토.’
어깨 한쪽에는 베스트 색과 같은 검붉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 망토에 달린 검은 털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북부의 고산 지형에서만 잡히는 검은 여우의 털입니다.”
내가 너무 뚫어져라 그 털을 보고 있었나 보다.
옆에 서서 렛시의 연설을 듣고 있던 모로카닐이 작게 속삭였다.
“원하시면 선물로 드리지요.”
“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북부는 제가 다스리는 지역이라, 검은 여우의 털 정도는 제겐 부담이 되는 선물이 아니니까요.”
북부를 다스려?
아. 모로카닐도 제국의 귀족이었지.
북부는 모로카닐의 영지인 모양이었다.
“진짜 괜찮아요.”
내 친구 렛시가 두르고 있어서 멋있는 거지, 내가 걸치면 우습기만 할 것 같았다.
나는 손을 살짝 젓고, 렛시가 연설을 끝마칠 때까지 열심히 경청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군요.”
렛시가 살짝 미소 지으며 연설을 끝마쳐 갈 때쯤, 모로카닐이 웃음기 담긴 목소리로 물어왔다.
“예? 아, 네. 좋아요.”
당연하죠. 제 친구가 저기서 멋짐을 뿜뿜 하고 있그든요.
제 하나뿐인 친구랍니다! 하하!
그렇게 답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웃기만 했다.
“당신이 기분 좋아 보이니, 저도 좋네요. 사실 걱정했거든요.”
“뭘요?”
“아까 당신에게 꽤 불쾌한 일들이 벌어진 것 같아서요.”
“아…….”
나는 그를 보지 못했는데, 그는 보고 있었나 보구나. ……은신술이 제법인걸?
엄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니에요. 별일 아니었어요. 모로카닐이 걱정할 일은 없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뭐랄까. 장소가 이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모로카닐은 어째 더 자상하고 친절한 느낌이다.
‘으음. 눈에서 금방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 같은데.’
애정이 가득 담긴 에인젤의 푸른 눈을 마주하고 있자니, 내 사후 천국에 가는 건 확정인 것 같다. 천사님이 날 따뜻하게 반겨 주시니 천국으로 데려가 주시겠지.
‘돌을 돌려준 게 그렇게 고마웠나?’
열심히 생각해 봐도, 그의 태도가 달라진 이유는 그 돌밖에 없었다.
최근에 모로카닐을 만났을 때는 이렇게까지 다정하진 않았으니까.
‘정말 소중한 거였나 보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렛시는 연설을 마치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부디 ‘안식의 장’의 기간 동안 1년의 노고를 풀 수 있기를 바란다.”
역시 멋있어!
두 손을 꼬옥 마주 잡고 렛시를 보는데. 문득 그녀의 눈이 내게 닿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확실히 내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렛시의 입술 끝이 살짝 굳었다.
어? 왜 그러지?
“마지막으로, 오늘 황실에 소속된 시종 둘이 귀족을 모욕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들었다.”
“!”
뭐라고? 말도 안 돼. 감히 그런……. 라는 내용의 웅성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귀족들의 얼굴에 분노가 깃든 그때, 렛시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황실의 시종은 내게 소속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불쾌함을 느꼈을 그 귀족에게 사과한다.”
렛시의 갑작스러운 사과에 귀족들이 당황한 얼굴을 했다.
“폐, 폐하…….”
어어. 어어어.
귀족들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더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오징어처럼 손을 꼼지락대고 있었다.
아니, 렛시. 난 괜찮은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황제의 사과를 받아 버리니 황송하고 송구해서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 귀족은 그들이 속한 황실에서 처벌하길 원한다고 들었다. 합당한 벌을 내릴 것이니, 부디 마음을 평안히 하기를.”
침묵이 감도는 연회장을 내려다보며 렛시가 덧붙였다.
“또한, 사교를 나누는 것은 좋으나 누군가를 고의로 비난하거나 헐뜯는 것은 지양하길 바란다. 이상.”
렛시는 자신이 오기 전, 내게 벌어진 일들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어투였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 코끝을 훔쳤다.
왠지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챙김을 받는 기분이 들었던 까닭이다.
“폐하께서 오늘 유난히 말씀이 많으셨군요. 그렇지요?”
“맞아요. 게다가 아무리 귀족 모욕죄라 해도, 그렇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시다니. 조금 놀랐어요.”
“흠흠. 그만큼 귀족들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렛시가 단상에서 물러나 입장했던 곳으로 다시 퇴장하자, 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녀의 행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번에 미아르를 풀도록 한 것에 대한 황제 폐하 나름의 사과일지도 모릅니다.”
“하! 그건 다른 이야기지요.”
다행히 렛시의 귀족 모욕죄에 대한 사과가 더 놀라웠던 건지, 연회장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메시지는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 시종에 대한 건 익명의 귀족을 지칭한 거지만, 마지막 말은 날 정확히 가리켜 한 말이라서.
‘조금 신경이 쓰였는데.’
이를 꼬투리 잡는 이들은 없는 것 같다.
살짝 어깨를 누그러뜨리던 바로 그때, 모로카닐이 불쑥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하얗고 기다란 손바닥이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네?”
내가 그의 뜻을 가늠하지 못해 눈을 끔벅이기만 하자, 모로카닐이 싱긋 웃었다.
그 장면을 정면에서 마주한 내 눈이 조금 걱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내가 어버버 하고 있자 모로카닐이 결국 입술을 뗐다.
“아까 제가 드린 청을 기억해 주세요. 영애.”
내게 한 청?
아!
“춤…… 이요?”
“네. 그대와 내가, 춤이요.”
이 대화, 방금 전에도 나눈 것 같은데.
렛시의 멋짐에 떨렸다가 그녀가 남기고 간 폭탄에 놀란 심장을 달래느라 그의 청을 잊고 있었다.
“진짜 저랑 춤추시려고요?”
“네. 정말요.”
“별로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은데…….”
내가 어색한 얼굴로 허허 웃자, 모로카닐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 추천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혹, 제가 싫으신 겁니까?”
“네에?”
그야…….
나에 대한 평이 극악인 와중에, 나랑 춤추면 님 명예가 좀 걱정된다는 그런 뜻에다가…….
‘이 몸, 춤이라고는 춰 본 적 없는 몸치라고.’
그의 발이 남아나질 않을 게 걱정이 되어서 한 말인데.
‘왜 생각이 그쪽으로 가?’
당황한 얼굴로 얼른 손사래를 쳤다.
“아뇨, 아뇨. 그럴 리가요. 그러니까…… 그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나?
뭐부터 시작하든 자학하는 말을 꺼내야 해서, 조금 기분이 음울해지려는 찰나였다.
난데없이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우리 사이를 갈랐다.
“나랑 먼저 춤출 거거든. 그래서 안 돼.”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모로카닐과 내 사이에 누군가가 불쑥 끼어들었다.
모로카닐의 다정한 얼굴이 있던 곳에 갑자기 나타난 남자는 보기 좋게 넘긴 검은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을 하고 있었다.
그 수려한 얼굴에 나는…….
“뭐라고요?”
얼굴을 있는 대로 힘껏 구겼다.
우웩. 다자르 녀석이 방금 뭐라고 그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