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67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67화 –
우리 둘 사이에 끼어든 다자르는 정말 뻔뻔한 낯이었다.
그의 몸에 가려져 있어서 모로카닐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나처럼 썩어 들어가 있을 터였다.
“오늘 내가 잠을 잘못 잤나. 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내가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대며 귀를 톡톡 치자, 다자르가 팔짱을 끼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말했다.
“아. 잘 못 들었나?”
“……?”
“나랑 먼저 춤출 거야. 그러니까 둘이 춤추는 건 안 돼.”
아아. 아아아. 이제야 이해했다.
그럼 그렇지. 하하, 참.
나는 알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서 가라고 손을 휘저었다.
“아아, 그래요. 두 분 즐겁게 춤추세요.”
둘이 춤추고 싶다는 거였어?
그럼, 진작 말을 좀 명확히 하지.
내 말에 다자르가 어이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모로카닐의 웃음이 들려왔다.
“정말 여전하군요.”
“……뭐가 여전해?”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에 다자르가 눈썹을 까딱였다.
“아아, 아닙니다. 실리아 영애께서는 참 창의적인 것 같아서요.”
칭찬이지? 내가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꼬는데, 다자르가 툭 말했다.
“저거 칭찬 아니다.”
“…….”
당신이 뭔데 칭찬이다 아니다야. 흥.
모로카닐은 당신처럼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고.
내가 그런 의미를 담아 눈빛을 보내는 사이, 다자르는 내 눈빛을 모두 튕겨 내면서 다시 입술을 뗐다.
“그리고. 저 녀석이랑 내가 왜 춤을 춰? 토 나오게. 당연히 너랑 나랑 춤추는 거지.”
……허, 참나. 당신이랑 내가 왜 춤을 춰?
그런 끔찍한 소릴 하다니. 지금 날 괴롭히려고 작정한 건가?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좁히자, 그가 코끝을 살짝 치켜들었다.
“너. 나랑 저 녀석 대하는 게 너무 다르지 않냐? 지금 네 얼굴 저 녀석이 보면 놀랄걸.”
“제 얼굴이 어때서요?”
“오크 같아.”
이 자식이 진짜.
다자르는 지금 일부러 시비를 걸러 온 게 틀림없었다.
‘모로카닐하고도 사이가 안 좋은데, 놀리고 싶은 내가 같이 있으니 좋다구나 하고 온 거구나.’
진짜 성격 안 좋네, 이 새……. 아니 사돈.
대충 그의 뜻을 파악한 나는 이 상황이 매우 귀찮아졌다.
“그러니까 저랑 춤추고 싶다고요?”
“응.”
“왜요?”
“……어?”
둘이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알겠고. 나 놀리고 싶은 것도 알겠는데. 굳이 왜 썩 관계가 좋지 않은 나랑 춤을 추려는 건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 질문에 다자르는 말을 하다 혀를 씹은 것 같은 얼굴을 했다.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는, 잘 정돈된 머리카락을 한 번 흐트러뜨리고, 다시 한번 인상을 찡그렸다.
“…….”
“…….”
그러다 조금 머뭇대는 얼굴로 날 마주 보았다.
나도 눈을 끔벅이면서 그를 보았다.
마주한 황금빛 눈동자가 당황과 혼란을 담고 있어, 그 눈을 마주한 나도 괜스레 기분이 묘해졌다.
‘왜 저래?’
그의 입술이 곧 열릴 것 같던 바로 그때.
“그가 이러는 이유가 별게 있겠습니까.”
모로카닐이 끼어들었다.
덕분에 다자르와 나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기류가 순식간에 깨졌다.
모로카닐은 다자르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 비키라는 듯 그 옆에 섰다.
다자르의 얼굴이 구겨진 건 당연했다.
“당연히 저와 당신을 괴롭히기 위해서겠죠. 제 청이 거절당하게 만들고, 당신은 불쾌한 시간을 보내게 하고.”
그 말에 다자르가 헛웃음을 뱉었다.
“하. 내가 무슨 악마냐?”
악마지. 그럼.
모로카닐의 그 말은,
“음.”
너무나도…….
‘일리 있는데?’
일리 있었다. 그래. 자신의 몸을 희생해 일타쌍피를 노리겠다는 건가.
노력이 가상했다.
“그러니까, 다자르의 말은 무시하고 저와…….”
“잠시만요.”
모로카닐이 유려하게 말을 이어 가던 그때.
나는 손을 살짝 내밀었다.
“좋아요. 먼저 춤춰요.”
“……예?”
모로카닐이 아닌, 다자르를 향해서였다.
쭉 내민 내 손을 모로카닐과 다자르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모로카닐은 그렇다 쳐도, 당신은 왜 그런 놀란 눈을 하는 건데?
“뭐라고……?”
“잠깐 사이에 귀가 먹었어요? 아까 자기랑 먼저 춤추자던 사람은 어디 갔담.”
“…….”
“춤추자면서요. 추자고요. 뭐든.”
빨리 손을 잡으라는 듯 손을 펄럭거리자, 그가 머뭇머뭇 내 손을 잡아 왔다. 답답해진 나는 낚아채듯 그의 커다란 손을 콱 잡고, 무도회가 진행되는 연회장의 가운데로 그를 이끌었다.
“빨리 가요, 빨리.”
“잠깐. 너 저 녀석이랑 춤출 거 아니었어?”
“딱히 그런 생각은 없었는데요.”
“……정말?”
“네.”
당연하다는 내 말에 다자르가 당황스러운 얼굴을 했다. 자기가 먼저 방해해 놓고 왜 이렇게 나와?
마치 수줍은 새색시처럼 머뭇대는 꼴을 보자니, 약간 속이 메슥거려 왔다.
“그런 실례를 범할 수는 없잖아요. 아직 친하지도 않은데.”
“……실례?”
나는 답 없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실례지. 어마어마한 실례지.
“정말……. 아니다, 아니야.”
다자르가 의미 모를 소리를 중얼대건 말건 나는 심각한 얼굴로 그를 무도회장으로 이끌었다.
때마침 앞서 연주되던 왈츠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그와 내가 무도회장으로 향하자, 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꽂혔다. 그들의 눈에 놀람이 깃들어 있었다.
그래. 놀랄 만도 했다. 사교계의 이단아와 최정상이 춤을 춘다고 하니 놀랍겠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자르를 끌고 계속해서 걸었다.
‘모로카닐이 나랑 춤추면 나에 대한 호감이 모두 사라져 버릴걸.’
모로카닐이 아닌 다자르를 데리고 춤을 추러 나온 이유. 그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정말 끔찍하게 춤을 못 추니까.
그렇기에 그에게 실례를 저지를 수 없었다.
‘저 에인젤에게마저 바퀴벌레 보듯 하는 시선을 받을 자신이…….’
으윽. 그가 내게 무시무시하게 발을 밟히고 나서 보내올 시선이 무서웠다.
게다가,
“추실까요, 영애.”
사람이 좀 많아지자 기품 있는 얼굴로 뻔뻔하게 내숭을 부리며 손을 내미는 다자르에게.
“네, 좋아요.”
벌을 주기 위해서인 것도 있었다.
왜냐? 내가 정말, 진심으로.
끔찍하게 춤을 못 추니까.
“……윽.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네? 제가 뭘요?”
“아야. 아야야. 그만, 그만 좀 밟아, 좀.”
“네에?”
다자르는 대단했다.
내가 발을 움직일 때마다 구둣발에 콱콱 밟히는 와중에도, 표정 하나 어그러뜨리지 않고 있었으니까.
대신 살벌하게 이를 가는 소리가 내게만 들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내숭 왕 인정.’
나는 그가 이끄는 방향으로 다리를 뻗었고, 또 한 번 그의 발을 밟았다. 그가 다시 한번 살벌하게 이를 갈았지만, 이건 정말 내 의도가 아니다.
난 정말 떳떳했다. 그냥 발을 뻗었는데 그 밑에 다자르의 발이 온 것이다.
“너……. 진짜…….”
“왜요. 힘들어요? 그만 출까요?”
내가 속으로 낄낄대며 걱정스레 묻자, 다자르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이마에 살짝 혈관이 돋은 게,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
흠흠. 좀 너무했나?
“아니. 곡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뭘 그만둬?”
“하지만, 당신……. 앗!”
그때 다자르가 내 허리에 감싸고 있던 손을 바짝 끌어당겼다. 덕분에 그쪽으로 좀 더 밀착했고.
“윽.”
이젠 그의 두 발을 밟고 설 수밖에 없었다.
“아니, 누가 그러니까 이렇게…….”
“이대로.”
“네?”
“이대로 있으라고. 차라리 이게 나아. 안 그러면 내일 두 발로 서 있지도 못할 것 같으니까.”
그러니까…… 이대로 발을 올린 채 있으라고?
코가 그의 가슴팍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탓에, 그의 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서늘하고, 어딘가 그리운 향이었다.
그 향에 조금 기분이 묘해진 나는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작게 물었다.
“안 무거워요?”
“당연히 무겁지. 네가 깃털도 아닌데.”
아 놔. 이 자식이 그럼 그렇지.
잠깐 요상했던 기분을 내던지고 짓씹듯 말했다.
“내려 줘요.”
“그럼 또 밟으려고? 이대로 있으라니까. 이렇게 하면 안 무거워.”
허리를 안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고 느낀 틈에, 그가 나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아예 나를 들어 올려 안고 춤을 추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저기, 저 지금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데요.”
“착각이야.”
“착각이 아닌 것 같은데요.”
내 의지는 단 하나도 없이, 그가 이끄는 대로 춤을 추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건 나의 자율성을 빼앗는…….
‘어라.’
……게 아니라, 은근 편했다.
박치, 몸치인 탓에 온몸을 긴장하고 뻣뻣하게, 최선을 다해 박자를 쫓아가느라 힘들었는데.
“오히려 너도 편하지? 이러다 너 내일 병 나.”
“……음.”
다자르의 말대로 그에게 몸을 내맡기고 나니, 온몸에 들어가 있던 근육이 휴식을 찾으며 ‘아이고 편하다!’ 외치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춤췄더라면 아마 내일 근육통으로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이 사돈 녀석에게 벌을 주는 건 적당히 한 것 같으니까 이제 좀 쉬어 볼까.
“알았어요, 그럼.”
내가 편하게 몸을 그에게 맡기자, 위쪽에서 그가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맞붙어 있는 덕분에 그 소리가 울림이 되어 느껴졌다.
우리 둘 사이에 평안함이 찾아와서일까.
말없이 춤을 이어 가던 중, 문득 생각난 질문을 던졌다.
평소라면 그가 싫어할 주제이기에 꺼내지 않을 질문이었다.
“모로카닐하고는 왜 사이가 안 좋아요? 어떻게 보면, 단 하나뿐인 동지잖아요. 전생을 기억하는, 단 한 사람.”
그것도 같은 세계를 살았던.
내 질문에 다자르가 살짝 굳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그도 조금은 편안해진 건지, 예전과 달리 감정을 덜 담고 금방 답해 왔다.
“내 것을 넘봤거든.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