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화 –
그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는 아주, 아아아주 어이가 없어 보였다.
평소 온기라고는 담아 본 적 없는 듯한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입술은 살짝 벌어지고 눈썹이 휙 치켜 올라간 채로, 그가 눈만 도르륵 굴려 나와 딸랑이를 번갈아 보았다.
이윽고 작게 “하.” 하는 헛웃음마저 흘러나왔다.
“미친 마족이었나?”
“미친 건 그쪽이겠지. 그 전에, 마족은 무슨 마족. 난 평범한 인간이라고.”
“그럴 리가. 이렇게 강력한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그가 검을 허공에 던져 놓고 팔짱을 꼈다.
검은 둥실둥실 허공에 뜬 채 고고하게 제 검신을 뽐내고 있었다.
검신이 반짝이며 빛을 내자, 악시온의 울음이 점차 잦아들었다.
“우아!”
악시온이 눈 밑을 발갛게 물들인 채로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흥. 딸랑이가 필요 없어졌군.
난 그 앞에 들이밀고 있던 딸랑이를 휙 품 안에 넣고 턱 끝을 치켜들었다.
“당신 검이 딸랑이 대신 일하네. 그럼 난 이만.”
“잠깐.”
기세 좋게 뒤돌았던 몸은 남자의 커다란 손에 가로막혔다.
“어딜 가?”
“어딜 가긴? 집에 가지. 이것 놔. 무례도 정도가 있지, 처음 본 사람을 위협하질 않나. 아이를 울리질 않나. 똑바로 좀 살지 그래?”
난 내 어깨에 올라온 남자의 손을 휙 치우고 성큼성큼 걸었다.
……그런데.
남자가 여유로운 걸음으로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게 아닌가.
난 악시온을 꼭 끌어안고 고개만 휙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왜 자꾸 따라와?”
그러자 남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말 좀 높이지 그래?”
“뭐래?”
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자, 남자의 얼굴이 또 한 번 찌그러졌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내 뒤를 쫓았다.
마차가 세워져 있는 곳까지 따라온 남자는 내가 마부의 도움을 받아 유모차를 마차 뒤에 걸고, 악시온을 먼저 안에 앉힐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마차에 새겨진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인장을 물끄러미 바라본 채였다.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사람인가 봐?”
“아닌데.”
남자가 기다란 검지를 뻗어 마차의 인장을 가리켰다.
“여기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인장이 그려져 있는데.”
“아니라니까? 사람이 왜 이렇게 끈질겨? 여기. 여기 미세하게 문양이 다르잖아.”
약간 칠이 벗겨진 인장을 가리켰다.
한미하고 가난한 자작가라 다행이었다. 마차의 인장이 이렇게 벗겨져 있다니.
그러자 남자가 픽 웃었다.
“골 때리는 여자네.”
“그쪽이 더 골 때리거든. 이제 좀 물러가지 그래.”
남자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나만 확인하고.”
“무슨 확인을……. 앗!”
남자는 나를 지나쳐 마차로 다가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악시온은 그의 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우우…… 우우앙…….”
남자는 악시온의 옷을 가볍게 들어 올린 채, 울려고 하는 아이를 빤히 바라보았다.
“여기서 나오는 거 같은데? 아까 그 마기. 너도 알고 있어?”
“이이……!”
갓난아이를 위험하게 한 손으로 들다니!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는 발가락에 잔뜩 힘을 주고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윽! 무슨 힘이……!”
농사일로 단련된 무쇠 다리는 남자에게도 통했다!
남자가 흐트러졌다.
난 떨어지는 악시온을 재빨리 받아 들고 아이를 내 품에 꼭 안았다.
악시온은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으윽, 그놈 심장에 뭐가 있는 거지?”
놀란 기색 없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드래곤 하트.”
“……뭐?”
“왜. 심장에 드래곤 하트 박은 아기 처음 봐? 다들 하나쯤 가지고 살잖아?”
“그게 무슨,”
남자가 벙찐 얼굴을 했다.
마차를 짚고 있던 남자의 손에 힘이 빠졌다.
기회였다. 나는 그를 온 힘을 다해 밀치고 마차에 올라섰다.
농사로 단련된 팔엔 저 단단한 남자도 단숨에 밀칠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문을 쾅 닫고 외쳤다.
“출발!”
히힝. 말이 우는 소리가 나고, 마부가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그사이 마차 문을 꽁꽁 잠그고, 창문으로 살짝 고개를 뺐다. 검은 남자가 멀거니 선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쫓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쪽을 향해 혀를 쏙 내밀어 준 뒤, 고개를 쑥 집어넣었다.
“흥. 별꼴이야.”
다행히, 악시온의 눈 색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콩닥콩닥 뛰고 있는 심장을 애써 다독이며 집으로 향했다.
* * *
제도에서 북동쪽, 잘 포장된 산길을 타고 올라가면 산꼭대기에 절벽을 뒤로한 채 우뚝 솟은 성이 있다.
대대로 ‘균열’을 막는 일들을 해 온 명가, 시아스터 공작가의 성이었다.
제도에서 꽤 떨어져 있는 이곳은, 마계의 ‘균열’이 자주 열리는 곳이었다.
시아스터 초대 공작이 수월히 ‘균열’을 막고 제도로 숨어드는 마족들을 제거하기 위해 일부러 이 험난한 산꼭대기에 성의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역시 판타지는 판타지.’
원작의 배경이 되는 이쪽 세계관은 마족과 마룡, 마물, 성검, 신기, 초월자와 같은 단어들이 범람하는 곳이었다.
나야 평범한 일개 인간이자 한미한 자작가의 여식으로 농사나 짓고 살고 있지만.
과거에 마물의 습격으로 대륙이 멸망 직전까지 갔을 때 성검을 뽑은 초월자가 세상을 구했다지.
그 이후로 몇백 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고, 초월자라는 이름을 어깨에 짊어진 이들은 각각 대륙을 지키는 임무를 띠고 살아가고 있었다.
시아스터 공작가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다자르 공작도 초월자라는 말이었다. 더불어 내 미래의 며느리, 바닐라 또한.
‘그래도 보통 인간이랑 수명은 똑같다지?’
어쨌든, 그런 초월자가 있는 시아스터 공작저에 나는 도착하고야 말았다.
“엘스턴. 다자르 공작님은 어떤 사람이에요?”
내가 조금 반짝이는 눈으로 엘스턴을 바라보았더니, 그가 뒷걸음질을 쳤다.
“예? 답지 않게 왜 그런 걸 물으십니까. 어떤 사람이든 멱살을 쥐고 보는 분 아니셨…… 크흠, 아닙니다. 다자르 공작님께서는 아주 강한 분이시죠.”
“아하. 그거 말고요.”
“교, 교제 중이신 분은 없는 것 같…….”
“뭐래.”
그의 앞에 주먹을 쥐어 올리자 엘스턴이 깨갱 하며 그제야 제대로 된 답을 내놓았다.
“조금 무서우신 분이죠. 옆에 있으면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한 느낌을 주시는 분이랄까요. 저 같은 한량에게는 퍽 껄끄러운 사람입니다.”
“다행이네요.”
“네?”
“본인이 한량인 건 알고 있어서.”
“…….”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응접실로 향하던 엘스턴이 어깨를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어쨌든 보시면 아실 겁니다. 가끔 무섭긴 해도 아주 기품 있고 예의 바르신 분이죠.”
기품있고 예의 바른 대귀족이라니. 거기다 무섭다니.
조금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난 반들반들한 대리석 바닥을 사뿐사뿐 걸으면서 내 옷 상태를 확인했다.
저택에 있는, 그래도 가장 값비싼 드레스를 꿰어 입고 온 상태였다.
머리도 평소와 달리 얇게 꼬아 반 묶음을 했다.
‘만나면 쌀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거래를 성사시키자!’
내 목적은 내가 지니고 있는 벼를 식량으로 제공해서 돈을 톡톡히 벌어들이는 것이었다.
‘악시온. 엄마가 돈 벌어 올게!’
난 주먹을 꾸욱 쥐고 시종을 따라 응접실에 들어섰다.
응접실은 개방형이어서 문이 따로 없었다.
시종이 한 걸음 내디디며 벽을 살짝 두드렸다.
“각하.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실리아 영애와 마탑의 마법사 엘스턴 님께서 오셨습니다.”
응접실에는 만남을 위한 소파와 테이블이 있었지만, 앉아 있는 이는 없었다. 대신 뒤돌아선 채 창가를 내다보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저 사람이 다자르 시아스터 공작이구나.’
다자르 공작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가 몸을 돌림과 함께, 유리창을 꿰뚫고 들어온 햇빛이 그의 뺨에 와 닿았다.
마치 보석을 갈아 흩뿌린 것처럼 남자의 피부는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깔끔하게 쓸어 넘긴 검은 머리는 어딘지 금욕적인 인상을 주었고, 그 아래 황금빛 눈이 가지런하게 자리했다.
한눈에 봐도 맞춤 정장임이 분명한 옷을 걸친 남자는 키가 크고 단단해 보이는 몸을 지니고 있었다.
어느 누가 봐도 완벽한 신사라고 칭할 만한, 그런 외모였다.
“에반로아르 영애?”
그가 작게 중얼대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단순한 걸음걸이마저도 우아하고 절개가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코앞에 도달한 다자르 공작은 날 내려다보며 살짝 입술 끝을 올렸다.
촘촘한 속눈썹이 눈웃음을 따라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 장면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절대, 그 얼굴에 홀려서는 아니었다.
그가 속삭였다.
“이런 우연이. 그때 그 딸랑이시군.”
어제 묘지에서 마주친 미친놈이었다.
오,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