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0화 –
그들의 놀라운 길치력에 감탄하며 검지로 내 뒤를 가리켰다.
“여기로 가면 나가는 길이 나와요. 같이 나갈까요?”
“오오. 좋아!”
“좋잖니!”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누가 감히 초월자라고 생각할까.
‘그러고 보니 어제 연회장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들과 함께 복도를 걸어가며 슬쩍 물었다.
“두 사람, 어제 연회장에 있었던가요? 왠지 못 본 것 같은데.”
“음! 없었어!”
에이슈가 당차게 답했다.
“사실 오늘이 ‘안식의 장’의 첫날인 줄 알았거든!”
“에이슈가 오늘이 첫날이라고 해서 왔는데, 아니었잖니.”
“아하……. 대단하네요.”
그것참 놀라운 답변이네.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에이슈가 자랑스럽게 씩 따라 웃었다.
이봐. 방금 그 대단하다는 말은 딱히 칭찬이 아닌데.
“어서 가야 하잖니. 여기 조금 더 있다간 내 마음이 너무 힘들잖니.”
코라의 강력한 주장에 우리는 좀 더 발걸음을 빨리했다. 덕분에 복도를 후다닥 나와 오각형으로 된 로비로 나올 수 있었다.
“오! 드디어 나왔다! 고마워, 실리아.”
기뻐하는 에이슈와 코라를 보며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그들에게서 슬쩍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초월자임을 알아본 이들이 이쪽을 힐끔대는 게 보였던 까닭이다.
“어어? 어디 가는 거야? 같이 가자고, 실리아!”
“같이 가잖니! 우릴 버리지 말잖니!”
대체 왜 나를 쫓아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득달같이 달라붙는 두 사람을 혼자 힘으로 내칠 수가 없었다.
‘윽. 귀찮은데.’
귀찮은 얼굴을 1도 숨기지 않은 채 그들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그들은 내가 동아줄이라도 되는 양 꼭 달라붙었다.
“우리 둘이 다니면 항상 길을 잃는단 말이야.”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
결국 포기하고 그들을 물고기 똥처럼 뒤에 단 채, 목적지로 향했다.
이곳에서 궁금했던 이벤트가 있었다.
‘음유 시인!’
사실 첫날 너무 피곤한 하루를 보냈던 터라, 둘째 날 쉬는 걸 고민했지만 세드릭이 준 일정표에 있는 이벤트들을 보고 생각을 달리했다.
‘악시온에게 음유 시인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
소싯적 로판 헤비 독자였던 나는, 책에서만 보던 음유 시인이 궁금했다.
제국에서 아주 유명한 음유 시인이 온다고 하니 바로 이때다 싶었다.
게다가 이런 좋은 기회를 악시온과 함께 보내고 싶기도 했고.
“이쪽인가……?”
두 똥을 뒤에 매단 채 부지런히 걸어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 있는 공간으로 들어섰다.
우리가 들어선 공간은 아까 종말론을 설파하던 강의실과는 달리, 좀 더 아늑한 분위기의 방이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마련된 일인용 소파에 얼른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저기 저 사람이 음유 시인인가 봐요. 그런데 두 사람, 괜찮아요? 일단 데리고 오긴 했는데.”
두 사람의 의견을 묻지 않고 데리고 온 터라 두 사람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저기요?”
하지만 두 사람은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서로를 향해 입을 벙긋대고 있었다.
마치 말을 하는 것 같은데, 내게는 들리지 않는 것처럼.
‘어?’
이상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소파에 앉아 있는 다른 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입을 벙긋대며 말을 주고받고 있었지만, 그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상황이 이상함을 느끼고 악시온과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바로 그때였다.
-이 노래는 저주받은 남자에 관한 이야기…….
신비로운 목소리가 앞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아름다운 운율도.
악시온을 꼭 끌어안고 휙 몸을 돌렸다.
검은 로브로 몸을 가린 누군가가 작은 무대에 올라 하프를 켜고 있는 게 보였다.
‘음유…… 시인?’
내가 궁금해했던 바로 그 음유 시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걸까?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우아?”
“악시온?”
다행히, 악시온은 저 사람이 보이는 듯했다.
“대체, 뭐지?”
나는 눈을 끔벅이며 눈앞의 음유 시인을 바라보았다. 마치 나와 악시온만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그를 의식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악시온을 꼭 끌어안고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음유 시인이 하프를 켜며 작게 허밍을 했다.
차랑.
-그때가 시작이었네…….
음유 시인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우연히 만난 여인을, 그는 사랑했네.
둘은 아름다운 연인이었네.
너무나 아름다웠던 나머지, 신은 질투했네.
아아, 슬프게도 그는 그녀를 잃고 말았네.
신비로운 목소리는 봄날의 벚꽃처럼 따스했지만, 그 내용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어느새 그녀의 노래에 빠져든 나는 반쯤 일어섰던 몸을 주춤주춤 내렸다. 다시 의자에 앉아 음유 시인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악마는 그에게 제안했네.
나와 계약하자.
이 세계를 루벤에게 넘겨!
그 대신 그녀를 다시 만나게 해 주지!
우우, 음유 시인은 마치 연극을 하듯 말을 내뱉고는 돌연 하프를 멈췄다.
나는 그가 꺼낸 익숙한 이름에 멈칫했다.
루벤? 루벤이라면…….
나는 악시온을 내려다보았다. 아이는 홀린 듯이 멍하니 음유 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불행을 먹고 자란다는 그 루벤을 말하는 건가?’
음유 시인은 마치 옛날 일을 이야기하듯 노래하고 있었다. 구전으로 전해지는 전설 같은 건가?
나는 이어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녀를 너무 사랑했던 그는 승낙하고 말았네.
하지만 악마와 계약한 그는,
저주받고 말았네.
한 여자를 위해 악마와 계약한 한 남자라니. 역시 노래의 단골 주제는 로맨스인가, 하고 생각하며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래는 어느새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여전히 다른 사람들은 이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코라와 에이슈도 서로를 바라보고 무어라 중얼대고만 있는 것 같았고.
‘응?’
그때 문득, 에이슈와 눈이 마주쳤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손을 들어 에이슈 앞에서 흔드는데, 음유 시인의 목소리가 더 들려왔다.
-아아, 그에게 내려진 저주는 너무 끔찍했네.
아아, 그는 그녀를 잊고 말았네.
아아, 그는 그녀를 완전히 잊고 말았네.
음유 시인은 연신 하프를 켜면서 살짝 고개를 추어올렸다. 덕분에 후드에 가려져 있던 턱과 입술이 드러났다.
마치 새빨간 립스틱을 칠한 것처럼, 붉디붉은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입술이 호선을 그리며 열렸다.
“아아. 그는 그녀를 잊고 말았네.”
어……?
방금, 멀리서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들린 것 같았는데.
내가 깜짝 놀라 귀를 만지작거리던 바로 그때였다.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의 소음이 한꺼번에 귀를 뚫고 들어왔다.
“윽……!”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온갖 소음에 급히 귀를 막으려다, 악시온의 상태를 먼저 확인했다.
‘악시온. 악시온은, 괜찮나?’
“우웅……?”
다행히 악시온은 나처럼 이런 소음에 휩쓸리지 않은 것 같았다.
마음을 놓고 나니 귀가 너무 아팠다.
눈살을 찡그린 채 두 귀를 막으려는데, 누군가 어깨를 콱 붙들었다.
뭐야. 누구야?
“야! 너 뭐야? 왜 그래?”
아, 귀 아파.
“왜 그러냐니까? 아까부터 여기, 뭔가 이상하다고.”
에이슈가 다급한 얼굴로 날 붙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코라와 심각한 얼굴로 나누던 게 이 이야기였나?
내가 얼떨떨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만 있자, 잠자코 있던 코라가 끼어들었다.
“내가 이상하다고 했잖니. 조금 전 공간이 비틀렸잖니.”
“그걸 왜 지금 말해?”
“말했잖니? 네가 딴소리만 했잖니.”
“너는 공간에 특화된 녀석이 그걸 그냥 흘리듯 말하면 어떡해?”
“그게 나 때문이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날 가운데 두고 싸우기 시작한 두 사람을 워워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귀를 막고 있던 두 손을 내리고 둘을 향해 흔들었다.
“그만해요, 그만해. 그래서 뭔데요? 방금 왜 그렇게 있었어요? 음유 시인 못 봤어요?”
“뭐? 음유 시인?”
에이슈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웬 음유 시인? 지금 여기 난리 난 거 몰라?”
“네? 무슨 난리요? 아니, 조금 전에 저기 앞에 음유 시인이…….”
“지금 황실 기사단이 이곳을 점거했잖아.”
“네……?”
갑자기 웬 황실 기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