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2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2화 –
그녀의 안색을 살피던 도중에 질문을 받았더니 괜히 속이 찔끔한다.
눈치 보다 들킨 느낌이네.
나도 모르게 악시온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는지, 악시온이 불편한 얼굴로 뒤척였다.
아이코, 이러다 깨겠다.
“쉬이. 쉬이이.”
악시온을 달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숨길 내용도 아니었고, 숨길 이유도 없었다.
“아까, 음유 시인을 봤어요.”
“음유 시인?”
“네.”
에이슈의 말을 듣자 하니, 코라는 공간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듯했다. 그녀가 미간을 조금 좁히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공간에 특화된 신성 마법을 계승했어. 그래서 내 주변의 공간은 항상 내 통제하에 있잖니. 내가 무얼 하고 있든지 간에 말이야.”
“어…….”
그, 그런 대단한 마법을 평소에 두르고 있단 말이야?
맹한 얼굴의 코라를 보며 나는 심히 놀랐다.
‘그런데 길을 잃어버리고 다닌다고?’
얼마나 심각한 길치면, 공간을 통제하고 다니는데 길을 잃을까.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길치인 게 분명했다.
나는 그녀의 능력과 무능력의 간극에 감탄하며 그녀의 말을 경청했다.
“흠흠. 그렇게 놀라지 않아도 되잖니. 이래 보여도 초월자잖니.”
내 감탄의 눈빛을 읽은 모양인지, 코라가 헛기침하며 두 뺨을 살며시 붉혔다.
아니, 그렇게까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딱히 코라에게 좋은 의미의 감탄은 아니었는데…….’
내 눈빛을 오해하여 부끄러워하는 코라를 보며 나는 하하 웃고만 말았다.
여기서 진실을 말하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여렸다.
“그런데 아까 전에 말이지. 내 공간은 여전히 내 통제하에 있었잖니.”
“……? 그게 왜요?”
내 순진한 물음에 코라가 진지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누군가가 내 공간을 파괴하지 않고 새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냈다는 게 되잖니. 그때 내겐 아주 미세한 파동만이 전해졌어. 그 말은 즉,”
“즉?”
“그 공간을 만들어 낸 사람은 나보다 더한 실력자라는 소리잖니!”
“……!”
“맙소사!”
코라가 덧붙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쭉 붙잡았다. 그녀는 꽤나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도대체 누구잖니? 왜 그런 거잖니?”
그때 나타난 음유 시인이 그럼 코라보다 더한 능력자라는 말일까.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위협적으로 느껴진 건 없었지만……. 역시 의문스럽기는 했다.
그녀가 왜 나와 악시온에게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 걸까. 굳이 황궁에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말이다.
“이유는 저도 모르겠지만. 그냥 노래만 부르다 사라졌어요. 그리고 아마도 저에게만 보였던 것 같고…….”
“그게 문제잖니. 지금 이 사태랑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 봤지만, 그럴 거면 실리아에게만 한정된 공간을 만들지도 않았을 거잖니.”
코라는 주르륵 빠르게 말을 내뱉고는 입을 콱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는 얼굴이었다.
그러게 말이다.
만약 그 음유 시인이 ‘루벤의 추종자’였다면 그런 의미심장한 이야기만 내뱉고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니, 루벤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하긴 했지.’
주인공은 루벤이 아니라, 루벤과 계약을 맺은 어떤 한 남자였지만.
으으. 정말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루벤과 루벤의 추종자…… 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면. 그 음유 시인의 말을 듣고 나니 또 다른 무언가가 이 세계에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존재는 우리에게 아군일까, 적군일까. 나타나서 노래만 부르고 사라졌으니 적어도 적군은 아니지 않을까.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다음 실베스타인에게 보낼 답신에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에이슈와 코라의 뒤를 따랐다.
“으음.”
열심히 걷다 보니, 이내 귀족들이 모여 있는 로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우리를 안내하던 기사가 무뚝뚝하게 그리 말하고는, 휙 돌아 사라졌다.
이곳은 기억 속에 있는 장소였다.
‘귀족들에게 손님방으로 내어준 건물의 정중앙.’
여기저기 쉴 공간과 모임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커다란 로비였다.
에이슈와 나는 벽난로 근처에 모여 있는 귀족들 무리 근처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곳이 가장 따스해 보였던 까닭이다.
“이게 지금 말이 되는 상황입니까?”
벽난로의 온기가 적당히 닿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자, 귀족 무리가 주고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중년의 귀족 남자가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연신 떠들고 있었다.
그가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외쳤다.
“안식의 장에 웬 반역자란 말입니까? 이건 황제의 음모입니다!”
황제의 음모라니.
반역자를 걸러 내고 있는 이 와중에, 꽤나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주변 귀족들이 황급히 그를 만류했다.
“허허. 이 사람, 좀 흥분했구먼. 진정하게. 폐하께서도 큰 뜻이 있어서 이런 일을 벌이신 게 아니겠나?”
나이 든 이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그의 어깨를 두드리자, 옆에 있던 다른 젊은 여 귀족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하지만 제국의 모든 귀족이 모인 안식의 장에서 반역자를 색출하시겠다니. 이건 우리 귀족들에게 너무 위협이 되는 행보예요.”
“맞아요. 이번 미아르 사건도 그렇고……. 우리 귀족들을 대체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아까 학술의 장에 있던 이들은 거의 대부분이 잡혀갔어요. 이상한 강의를 들었다는 이유로요.”
귀족들은 불안과 분노를 동시에 토해 냈다.
격렬한 감정은 쉬이 주변에 전염되기 마련이었다.
로비에 모인 이들이 불안정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며 소곤소곤 저들만의 이야기를 이어 갔다.
모두 스칼렛에 대한 이야기였다.
“주변 분위기가 좋지 않네요.”
내가 중얼댄 말에 에이슈와 코라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슈가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작스럽긴 했으니까.”
그때 로비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그가 누구인지 확인한 귀족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아……! 재상! 재상님이군요.”
어라.
나도 그를 확인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게 일정표를 주고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세드릭이었다.
그가 제게 몰려드는 귀족들을 바라보며 빙긋 웃음 지었다.
“다들 이곳에 계셨군요.”
“오오, 재상님. 기다렸습니다.”
세드릭이 사람 좋은 얼굴로 걸어 들어오자, 귀족들이 앞다투어 그에게 다가갔다.
‘이상하네. 세드릭은 대표적인 황제파 사람 아닌가……?’
방금 전까지 황제를 신나게 험담하던 귀족들이 세드릭을 보고 반색는 걸 보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러운 사건에 모두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놀라긴 했어요. 이게 어찌 된 일이랍니까?”
“맞아요.”
귀족들이 연신 불만스러운 얼굴로 투덜대자, 세드릭은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렇지요. 여러분의 심경을 이해합니다. 저 또한 폐하의 결단에 놀랐으니까요.”
“네? 그럼 재상께서도 오늘 이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모르셨다는 겁니까?”
귀족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세드릭이 진정하라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렇게 단호하게 일을 진행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겠지요.”
“대체 얼마나 심각하기에…….”
세드릭이 미간을 한껏 좁히고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침통하게 말을 이었다.
어느덧 귀족들은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저도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크게 일을 치르셨으니 곧 밝히시리라 생각합니다.”
“으흠.”
“부디 그때까지 넓은 마음으로 기다려 주시면 좋겠군요.”
크흠!
귀족들이 헛기침하며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한 마디씩 뱉었다.
“재상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조금 기다려 보겠습니다.”
조금 전 테이블을 내려치며 불만을 내뱉던 귀족이었다.
그가 그리 말하자, 다른 귀족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래요. 지금 여기서 이렇게 감정을 소모하는 것보다 그냥 마음 편히 쉬고 있는 게 낫겠어요.”
“재상님의 말씀이니 마음을 놓고 있겠습니다.”
귀족들의 분노가 대강 누그러진 듯하자, 세드릭이 고맙다는 듯 빙긋 미소 지었다.
“역시 다들 마음이 넓으시군요.”
그 말을 끝으로, 귀족들은 조금 전처럼 한데 모여 있지 않고 삼삼오오 흩어졌다.
체스를 하거나 책을 보는 등 소일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조금 전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던 것과는 퍽 다른 모습이었다.
‘……뭐지?’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다 보니,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딱 구체적으로 감이 잡히지는 않는데 묘하게 이상한 느낌.
“실리아.”
눈을 좁히고 생각에 잠겨 있던 내 앞에, 불쑥 세드릭이 얼굴을 들이민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