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3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3화 –
“으악. 깜짝이야!”
으허헉.
허여멀건 얼굴이 갑자기 나타나서 놀랐다.
내 놀란 모습은 보이지도 않는지, 세드릭은 무척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실리아도 여기 있었구나.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서 놀랐지?”
“……놀라긴 했지.”
생각해보니 이 녀석, 그럼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거잖아. 미리 언질 좀 줄 것이지. 이 괘씸한 놈.
‘그럼 다자르도 알고 있었나?’
황제의 왼팔인 세드릭이 알고 있으니, 오른팔인 다자르도 알고 있었을 것 같았다.
‘세드릭이나 다자르나 똑같군.’
쯧. 이 불친절한 녀석들.
나름대로 자주 얼굴을 보는 사람들이 나만 쏙 빼놓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소외감이 들었다.
당연히 내가 알 일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왔어?”
그래서인지 말이 곱게 나가질 않았다.
그러자 세드릭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내 표정을 조심스레 살폈다.
“실리아가 왜 이렇게 화가 났지? 나 뭐 잘못했나?”
헤헤.
저게 잘못했냐 묻는 사람의 웃음소리인가.
곰살맞은 웃음을 터트리는 세드릭을 바라보며 뚱한 얼굴을 했다.
“혹시 내가 미리 말 안 해 줘서 삐친 거 아니지?”
“…….”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세드릭이 입술을 비죽였다.
“흠. 실리아. 그러는 너도 나에게 말 안 해 준 게 있잖아?”
“엉?”
내가 말 안 해 준 거? 그게 뭐지?
내가 모르겠다는 듯 눈을 끔벅거리고 있자, 세드릭이 검지를 들어 내가 안고 있는…….
“여기 이 아이 말이야.”
“……?”
악시온을 가리켰다.
나는 고이 안겨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악시온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아!”
나에게 아이가 있다는 걸 세드릭은 모르고 있었지. 칼이 세드릭에게도 비밀로 하자고 해서 전혀 말을 꺼내지 않았으니까.
악시온을 마주할 일이 없도록 그가 올 때는 일부러 밖에 다니지 않게 했고.
“나, 지금까지 시아스터 공작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는데…….”
세드릭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나름 가족 같다고 생각했는데…….”
가족? 웬 가족.
“아니지. 흑매 형님들과 함께 가족이나 다름없었는데…….”
그가 불현듯 눈물을 글썽였다.
“너에게 이런 장성한 아이가 있다는 걸…… 어떻게 몰랐을 수 있지?”
그가 상처받았다는 듯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니, 이봐.
“장성한 아이라니. 너, 장성하다는 단어의 뜻은 알고서 말하는 거야?”
“흐흑. 너무해…….”
이윽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어깨를 바들거리는 세드릭을 보며 나는 어이없는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얘 지금 뭐 하니.
내 옆에 멀뚱히 서서 우리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에이슈와 코라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이렇게 중얼댔다.
“실리아가 그럴 줄은 몰랐네.”
“내 생각에는 실리아가 잘못한 것 같잖니.”
잠깐, 잠깐.
갑작스레 세드릭의 편이 되어 내 탓을 하는 둘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으려니, 세드릭이 더욱 크게 흐느껴댔다.
“흑! 흑! 나는,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흑! 흑! 실리아를…… 마음 깊이……!”
“…….”
마음 깊이 뭐.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다, 이놈아.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양옆에서 매서운 눈빛이 느껴졌다.
“어머, 어머. 실리아 아주 무서운 사람이었잖니!”
“냉혹해!”
“이 사람들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졌다.
나는 악시온을 고쳐 안고 머리를 휙휙 흔들었다.
“미리 말 안 한 건 미안한데,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어.”
“흑! 흑!”
“나도 네가 나한테 말 미리 안 한 거 이해할 테니까 너도…….”
“응!”
타이르듯 건넨 문장을 자르고 세드릭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우울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아주 밝은 얼굴로 힘차게 말했다.
“실리아는 역시 마음이 바다처럼 넓구나! 이해해 줘서 고마워!”
“어……. 어어……. 그래.”
“그럼, 난 조금 바빠서 먼저 가 볼게. 안식의 장이 끝나고 시아스터가에서 보자.”
“으응…….”
이상하다. 왠지 낚인 기분인데.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는지, 세드릭이 휙 하고 사라진 후 코라가 내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역시 재상이잖니. 나도 모르게 넘어갔잖니.”
그렇지? 나 낚인 거지?
내게 혼이 날까 봐 악시온을 걸고넘어진 게 틀림없었다.
뒤늦게 깨닫고 이를 아드득 깨무는데, 에이슈가 이상하다는 듯 중얼댔다.
“그런데 별로 놀란 것 같지 않네. 친구가 갑자기 애를 데리고 나타나면 깜짝 놀랄 것 같은데.”
“음.”
코라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금의 내겐 들려오지 않았다. 여유롭게 멀어져 가는 세드릭을 바라보며 흥 콧김만 뱉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로비에서 씩씩거린 후, 악시온이 막 깨어날 때쯤 나는 로비를 나섰다.
‘후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지체됐어.’
신분을 확인하는 데에 철저히 시간을 쏟은 탓에, 해 질 녘쯤에야 방에 돌아갈 수 있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지? 악시온.”
“우우!”
바닥에 내려선 악시온의 손을 잡고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다음에 보자구, 실리아!’
‘나름 즐거웠잖니.’
에이슈와 코라는 로비에서 헤어졌다.
방의 방향이 달랐던 까닭이다.
‘혹시 말이지. 다음에 또 그 존재를 만나게 되면 잘 관찰해서 알려 줘.’
내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헤어지기 전 코라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알았다고 답했다.
‘그런데 정말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 공간에 오직 우리만 존재하는 듯했던 신비한 감각. 그때의 느낌을 쉬이 잊을 수가 없었다.
원작에서도 그와 비슷한 존재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기에, 우선 생각을 접고 악시온과 천천히 방을 향했다.
“자아, 천천히 가자. 악시온.”
악시온의 걷는 속도에 맞춘 탓에, 제 방으로 향하는 귀족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 옆을 계속해서 스쳐 지나갔다.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거야? 그럼 유희라도 즐기게 해 주든가.”
“그러게 말이에요.”
불만 또한 이어졌다.
익숙한 불평불만의 소리 가운데서, 다른 종류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였다.
“……찾았다.”
어딘가 숨이 찬 목소리.
안도감이 함께 깃든 목소리는, 익숙했다.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한참 찾았잖아.”
살짝 흐트러진 검은 머리카락에 황금빛 눈동자.
난데없이 나타난 다자르는 내 앞을 탁, 막고는 팔짱을 꼈다.
나는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왜 사람 가는 길을 막고 그래요?”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별일은 없었나 보네.”
“뭐 별일이라도 있어야 해요?”
내 뚱한 대답에 다자르가 픽 웃었다.
“별일 없어서 다행이라고.”
그러며 덧붙인 말은 어딘가 조오오금…….
‘왜 이래? 징그럽게.’
징그러웠다.
으. 저기요. 제 손발 못 보셨어요? 이렇게 기다랗게 생긴 건데요.
구운 오징어처럼 말려 올라가려 하는 손가락을 가까스로 펴면서 그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정체를 밝혀라. 다자르의 탈을 쓴 마물아.”
“…….”
살짝 안심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다자르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누가 마물이라는 거야?”
다자르가 한껏 구겨진 얼굴로 날 노려보았다. 경멸이 잔뜩 깃든 눈빛을 보아하니, 다자르가 맞는 것 같군.
안심한 나는 살짝 뒤로 숨겼던 악시온을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
“꺄아?”
악시온이 내 손에 매달리며 까르르 웃었다.
마주 웃어 주며 악시온을 안아 들었다.
“읏차. 그래서, 여긴 왜 왔는데요?”
“왜 오긴.”
다자르가 여전히 뚱한 얼굴로 날 보았다.
음, 설마.
“절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
다자르가 잠시 우물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아니지. 내가 널 보러 올 리가 없잖아.”
“그렇죠? 설마 제가 걱정되어서 이렇게 헐레벌떡 찾아왔을 리는 없죠.”
“당연하지.”
그가 과한 몸짓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지로 척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검지의 끝은 악시온을 향해 있었다.
“난 이 녀석 때문에 널 찾은 거라고.”
“악시온이요? 악시온이 왜요?”
“뭐……. 갑자기 상황이 급변해서?”
말을 뭐 저렇게 모호하게 해?
“지금 반역자를 색출한다고는 들었어요. ‘안식의 장’ 기간 동안요. 그런데 악시온은 왜요?”
갑자기 악시온 이야기가 나오니 슬쩍 불안해진다. 혹시 악시온이 루벤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다자르가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초월자들의 주적은 루벤이다. 세계를 지켜야 하는 그들에게는 당장 사살해야 하는 대상일 거고.
결국 악시온이 위험하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