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74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74화 –
내 눈빛이 살짝 흔들렸는지, 다자르가 뚱한 얼굴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손을 저었다.
“대단한 건 아니야. 지금 여기서 색출하려 하는 반역자가 ‘루벤의 추종자’라는 건 이미 유추하고 있겠지?”
끄덕.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를 리가 없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슬쩍 이야기를 돌렸다.
“저도 그들일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냥 ‘루벤의 추종자’가 있다고만 했지, 잡아들일 거라는 얘긴 없었잖아요?”
“맞아. 그랬지. 그런데 너의 그 렛시의 생각이 바뀐 것 같더군.”
“네? 렛시요?”
렛시가 왜 여기서 나오냐는 얼굴로 눈을 끔벅이자 다자르가 가증스럽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너, 렛시가 황제인 거 알고 있잖아.”
“……!”
그, 그건 비밀인데.
내가 찔끔한 얼굴을 하자 다자르가 그럼 그렇지 하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폐하께서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번 ‘안식의 장’에서 그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려고 하시더군. 이건 이전에 나누지 못한 이야기야. 그래서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긴 마찬가지고.”
“음…….”
그렇군. 그도 당황스러운 모양이군.
하지만 그 전에.
“렛시가 황제라뇨? 저는 모르는 일이랍니다.”
우선 이것부터 정리하고 가자.
내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뻔뻔스레 잡아떼자, 다자르는 우습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뭐, 본인이 원한다는데. 그렇다고 치자.”
아이고, 감사해라.
정말 감사한 나머지 얼른 방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그 녀석 말이야.”
다자르가 검지를 들어 악시온을 콕 집었다. 열심히 말을 돌렸는데, 소용이 없었군.
나는 악시온을 보호하듯 슬쩍 껴안으면서 물었다.
“악시온이 왜요?”
“왜 그렇게 방어적인 자세야? 누가 이 녀석 해코지라도 해? 어떤 녀석이야?”
다자르가 내 몸짓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상황이 조금 혼란스럽잖아요. 그 ‘루벤의 추종자’라는 사람들 좀 무섭기도 하고.”
“그래. 그러니까…… 음. 그 녀석 심장이 혹시 그 녀석들에게 발각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래서 찾아온 거야.”
그 모습이 어딘가 수상했지만, 나는 모른 척하고 물었다.
“……마룡의 드래곤 하트요?”
“루벤의 추종자들은 세계의 종말을 원하는 녀석들인 건 알고 있겠지. 단순히 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세계 종말에 도움이 될 일을 저지르기도 하지. 예를 들어, 세상을 멸망시킬 힘을 얻는다든가.”
“우아?”
다자르의 황금빛 눈이 악시온을 향하자, 악시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웠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그 얘기를 왜 지금에서야 해요? 그럼 악시온이 그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거 아니에요?”
“……그거야 지금까지는 ‘루벤의 추종자’가 그 녀석의 존재를 몰랐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내가 직접 결계를 걸어 둔 거 잊었어? 다른 초월자들도 알아보지 못한다고.”
“…….”
그렇긴 했지.
“그 녀석 심장이 초월자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악한 기운이기 때문도 있지만.”
제게 손을 뻗는 악시온의 작은 손을 멀거니 바라보던 다자르가 살짝 그 손을 마주 잡으며 중얼대듯 말했다.
“루벤의 추종자들의 도구가 될 수도 있어서야.”
“…….”
지금 너무 엄청난 이야기를, 정말 이상한 타이밍에 하고 있지 않나?
반역자들을 잡아들이고 있는 안식의 장, 방으로 향하던 복도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머리가 아파 와 한 손으로 이마를 붙잡고 눈을 좁혔다.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았어요. 그럼 지금 악시온이 위험하다는 건가요?”
“아니.”
……뭐야.
“그럼 대체 왜 온 건데요?”
“그, 그건…….”
다자르가 답지 않게 말을 더듬었다.
“그냥 확인차 온 거지. 확인차.”
“…….”
뭔가 설명이 부족한데.
어쨌든, 세드릭과 달리 다자르는 렛시가 ‘루벤의 추종자’들을 이렇게 잡아들일 줄은 몰랐다는 거네. 그럼 세드릭만 내게 말을 안 한 거로군. 괘씸한 자식.
아까 마주한 세드릭을 떠올리다가 문득 그전에 있었던 일도 같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아. 아까 전에 이상한 음유 시인을 봤어요.”
“이상한 음유 시인?”
“네. 아까 에이슈, 코라와 함께 있었는데요…….”
나는 아까 전에 경험한 공간의 비틀림과 음유 시인의 노래, 그리고 코라가 했던 말들도 모두 빠짐없이 전했다.
심각한 얼굴로 내 말을 듣던 다자르는 점차 얼굴이 싸늘해져 갔다.
“음유 시인이, 그런 노래를 불렀단 말이지?”
“네. 혹시 그 사람이 루벤의 추종자일까요?”
“…….”
내 말을 모두 들은 다자르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걱정이나 불안 같은 것은 깃들어 있지 않았다. 다만, 어딘가 화가 나 보였다.
“그 녀석이…….”
그러며 내게는 들리지 않게 짓씹듯 중얼거리고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저었다.
“그건 신경 쓰지 마. 루벤의 추종자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그래요?”
왠지 그 음유 시인이 누구인지 아는 눈치였다.
하지만 에이슈나 코라는 모르는 눈치였는데. 어째서 다자르만 알고 있는 거지? 코라의 능력도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존재인 것 같던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다자르의 얼굴이 워낙 험악해서 질문을 던지기가 뭐 했다.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뭔가 거리감이 느껴지네.’
바닐라와 함께 가족처럼 피크닉을 가고, 이번 연회에서도 날 도와주고. 나름 이 사람을 알아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면을 발견한 느낌.
그리고 그건 그가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느끼는 감각이었다.
‘뭔가 수상해.’
나중에 언젠가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코라를 떠올렸다.
‘코라가 그 음유 시인에 대해서 알게 되면 알려 달라고 했었는데.’
다자르가 이런 반응인 걸 보니, 말해 주지 못하겠군.
어쩐지 아까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온몸이 피곤했다.
나는 아장아장 내 주변을 빙빙 돌고 있는 악시온을 바라보며 어깨를 살짝 늘어뜨렸다.
“그럼, 이제 볼일은 다 본 거죠?”
확인도 했겠다, 슬슬 방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악시온의 손을 잡고 그리 물으니 얼굴을 찌푸린 채 서 있던 다자르가 “아.” 하며 내게 손을 뻗으려던 찰나였다.
“네. 그의 볼일은 모두 끝났을 겁니다. 아니, 끝나야 하죠.”
다자르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또한 익숙한 목소리였다.
“모로카닐?”
“네. 실리아.”
깜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자체적으로 빛이 나는 모로카닐이 미소를 지은 채 서 있었다.
자체 휘광을 흩뿌리는 모로카닐은 낯이 익었다. 하지만 그의 뒤편에 서 있는 황실 기사단은 낯설었다.
“……뭐야?”
대치하듯 선 모로카닐을 보며 다자르가 이상한 기색을 느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
어느새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둘 사이에 낀 나는 악시온을 급히 안아 들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때 모로카닐이 내 손목을 가볍게 쥐고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어, 하는 순간 나는 모로카닐의 뒤에 서 있었다.
나름 무쇠 팔 무쇠 다리를 지닌 나를 쉽게 끌고 간 모로카닐에 놀라고 있던 나는 뒤이어 들린 다자르의 목소리에 눈을 끔벅였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다자르는 잔뜩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나를 자신으로부터 보호하듯 데려간 모로카닐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면서, 그가 헛웃음을 뱉었다.
나 또한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러다가 모로카닐의 답변에 몸을 굳혀야 했다.
“루벤의 추종자…… 일지도 모를 이에게서 그녀를 보호하는 중입니다만.”
뭐? 루벤의 추종자?
방금 전에 다자르가 조심하라고 했던 그들?
다자르가 “하!” 헛웃음을 뱉으며 삐딱하게 섰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모로카닐은 팽팽히 맞섰다.
“저도 헛소리이기를 바라지만, 누군가의 증언이 있어서 말입니다.”
“……증언?”
증언이 있었다니.
잡힌 루벤의 추종자 중에 누군가 그를 밀고했다는 걸까.
다자르의 되물음에 답해 주지 않은 채 모로카닐은 뒤에 서 있던 황실 기사단에게 고갯짓을 했다.
기사들이 조금 망설이는 기색으로 다자르에게 다가섰다.
그들로서도 지금의 상황이 이상할 터였다.
제국의 대귀족이자 제국을 수호하는 초월자를 잡아들이다니.
다자르가 눈썹을 까딱였다.
“순순히 따라오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황궁이니까요.”
“……네가 이렇게 나온다는 건, 폐하께서도 알고 계신다는 거겠군.”
다자르의 서늘한 질문에 모로카닐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지요.”
“…….”
스칼렛의 지시나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
모로카닐의 답에 다자르는 더는 묻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순순히 그의 뒤에 섰다.
“뭐, 그럼 가지.”
“……다자르?”
잡혀가는 주제에 다자르는 지나치게 평온해 보였고. 그를 잡아가는 모로카닐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나만이 혼란스러웠다.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다자르가 루벤의 추종자라니?
‘그건 말이 안 되잖아.’
내 눈빛에서 혼란을 읽었는지, 날 스쳐 지나가던 다자르가 툭 말했다.
“얌전히 저택에서 기다려. 곧 돌아갈 테니.”
……돌아올 수는 있는 거야, 당신?
“돌아가면 그 밥 해 주는 거 잊지 말고.”
간장계란밥을 해 달라는 여유 넘치는 메시지를 남긴 채 그는 척척 걸었다.
나는 모로카닐과 함께 사라져 버린 다자르를 보며 멀거니 섰다.
“우앙!”
내가 당황한 걸 느낀 건지, 악시온이 울기 시작했다. 나도 울고 싶어졌다.
“대체 이게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