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0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80화 –
“감옥? 내가 왜 감옥에 있어?”
“그야, 그때 모로카닐에게 잡혀갔잖아요.”
“뭐? 잡혀가긴 누가 잡혀가!”
발끈한 다자르가 외쳤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웬 파리가 날아다니나.
나는 일부러 다자르를 말끔히 무시한 채 모로카닐의 목을 두르고 있던 손을 놓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구해 줘서 고마워요. 모로카닐이 아니었으면 바닥에 나동그라질 뻔했네요. 이제 좀 내려 주실래요?”
“……알겠습니다.”
모로카닐은 내가 아직 걱정되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얌전히 내 말에 따랐다.
조심스레 내려 준 그를 보며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던 때였다.
잔뜩 성이 난 바닐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리아 넘보지 마! 도둑노마! 실리아눈 시온 꺼야!”
잠깐 까먹고 있었는데, 바닐라는 여전히 모로카닐의 무릎을 두 손으로 퍽퍽 치고 있었다.
“……이 꼬마 아이가 다자르의 딸, 바닐라 시아스터 양인가 보군요.”
“흥! 실리아눈 시온 꺼고, 바닐라 꺼고!”
모로카닐이 자신을 알아보든 말든 당차게 외친 바닐라가 모로카닐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실리아눈 다자르 꺼야!”
……응?
내가 왜 저 빌어먹을 사돈 녀석의……
바닐라의 청천벽력같은 말에 입술 끝이 절로 움찔했다. 분명 곧 다자르가 재수 없는 목소리로 핀치를 날리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자르의 것이 아닙니다.”
바닐라의 말에 싸늘하게 반대를 뱉은 건, 다자르가 아닌 모로카닐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군요.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신 겁니까? 바닐라 시아스터 양.”
“우…….”
평소의 천사 같은 상냥함은 어디에 버리고 온 건지, 모로카닐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야. 어린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닐라, 이리로 와.”
오히려 재빨리 바닐라에게 다가와 아이를 안아 올린 다자르가 천사 같아 보였다.
내 눈이 잘못됐나? 아니, 내 귀가 썩은 건가?
갑자기 왜 다자르가 착해 보이지?
“다자르. 아직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실례가 될 말을 내뱉는 건 엄하게 교육해야 합니다. 아무리 당신이 이번 생에는 방만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말이죠.”
하지만 다자르는 모로카닐의 저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 놀란 기색 없이 맞받아쳤다.
“응. 너나 잘해.”
모로카닐이 진지하게 뱉은 길고 긴말을 단문으로 툭 튕겨 낸 다자르를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응. 반사.’
여기에 귀를 막고 “안 들려, 안 들려.”를 같이 연이어 뱉어 주면, 상대의 혈압을 끝도 없이 올릴 수 있었다.
모로카닐도 반사 공격을 받았다고 느낀 것인지, 그의 뺨에 살짝 경련이 이는 게 보였다.
“……당신은 정말,”
모로카닐이 으르렁대는 목소리로 눈을 빛내던 그때.
“자, 여러분. 여기까지 하죠.”
나는 손뼉을 치며 둘 사이를 갈랐다. 이 둘의 대치를 막기 위해서였다.
“두 분이 사이좋은 건 알겠는데. 이제 겨울이거든요. 아이들에게는 추운 날씨예요.”
내가 바닥으로 내려서자 악시온이 뒤뚱뒤뚱 걸어와 내 무릎을 감싸 안았다. 코밑에는 콧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두 남자는 내 말에 입을 다물고 눈을 끔벅였다.
“…….”
“…….”
그러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다자르였다.
“아. 그렇네. 바닐라 춥지? 들어가자. 너도 빨리 들어와.”
다자르가 걸치고 있던 망토를 바닐라에게 덮어 주고는, 날 보며 고갯짓했다.
들어가자고 한 사람은 나였기에 나는 별말 없이 악시온을 안아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내가 움직이자 모로카닐도 날 따라오기 시작했는데.
“넌 왜 와?”
다자르에게 바로 지적을 당했다.
“다자르가 손님으로 데리고 온 거 아니었어요?”
“손님은 무슨 손님? 난 저 녀석을 초대한 적이 없는데.”
“……그럼 모로카닐이 여기 왜 온 건데요?”
내 질문에 답한 건 다자르가 아닌 모로카닐이었다.
“저는 다자르의 감시역으로 시아스터가에 왔습니다.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겁니다. 실리아.”
“……네?”
다자르의 감시역이라고?
* * *
바닐라는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나뿐 치밉자를 왜 데리고 온 거야아?”
“아이구, 바닐라 님께서 뿔이 단단히 나셨네요. 나쁜 침입자라면, 함께 오신 모로카닐 님 말씀입니까?”
바닐라의 옆에서 악시온의 우주복을 개고 있던 칼이 허허 웃었다.
그의 옆에 앉아 따스한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바닐라가 볼을 부풀렸다.
“모로카 아니야. 치밉자야!”
“맞습니다, 맞습니다. 바닐라 님 말이 모두 맞고 말고요.”
“흥! 치밉자가 우리 실리아를 빼서가려 해써.”
칼이 맞장구를 쳐 주자 바닐라는 냉큼 모로카닐을 이르기 시작했다.
우주복을 개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런 나쁜 짓을 했단 말입니까?”
“웅! 시온이도 봐써. 그러치? 시온?”
“우아!”
소파에 앉아 손장난하고 있던 악시온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닐라는 ‘내 말이 맞지?’ 하는 눈으로 칼을 보았다.
칼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바닐라의 코끝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가까스로 참아 냈다.
그는 실리아가 지난날 세계 최강의 비료를 만들겠다며 온갖 ……를 혼합해 왔을 때도 실리아가 상처받을 것을 생각해 도망치지 않았던 최강 집사였다.
“그랬군요. 몹시 나쁜 사람인 모양이군요!”
칼은 모로카닐이 초월자이기에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바닐라의 말에 최선을 다해 맞장구를 쳤다.
두꺼비의 볼처럼 부풀어 있던 두 뺨이 조금 가라앉았다.
“우웅. 우리 사이를 방해하려고 해! 다자르도 시러해. 실리아눈 우리 껀데.”
“……흐음. 시아스터 공작님께서도 모로카닐 님을 싫어한단 말씀입니까?”
“웅!”
“왜요?”
“당연히…….”
바닐라가 당차게 외쳤다.
“당연히 실리아눈 다자르랑 가족이니까! 가족은 서로 꺼야! 구러니까 실리아눈 다자르 꺼야!”
“…….”
실리아가 들었다면 분명 어이없는 숨을 뱉다 못해 기가 찬다는 듯 웃었을 문장이었지만. 지금 이곳에 실리아는 없었다.
대신 에반로아르 자작가의 오랜 집사, 칼이 함께할 뿐.
“가, 가족 좋지요. 실리아 님도 바닐라 님과, 다자르 님, 그리고 악시온 님과 가족이 되어서 아주 기뻐하고 계실 겁니다.”
에반로아르의 집사답게, 칼이 대수롭지 않은 듯 넘기며 허허 웃었다. 바닐라는 실리아와 시온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말에 방긋 따라 웃으며 양발을 흔들었다.
가족이라는 말은 떠올리기만 해도 신이 났다.
옛날에는 가족이라는 말을 싫어했던 것 같은데. 정확히 실리아가 자신과 놀아 주면서부터, 그때부터 좋아졌다.
“시오온. 우리가 실리아를 지켜 주자! 우리눈 가족이니까 실리아를 지켜야 대!”
“우아!”
“끄리고 실리아가 없으면 시온은 누나가 지켜!”
“꺄아.”
어깨를 활짝 펴고 가슴팍을 팡팡 두드리며 하는 말에 칼은 저도 모르게 할아범 미소를 지었다.
그사이 바닐라는 생각했다.
‘그 치밉자를 해치워 버리자!’
바닐라의 작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스치는지 알 길이 없는 칼은 허허 웃으며 두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두 분이 함께 계시면 사랑스러움에 심장이 아파진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 * *
“그러니까, 모로카닐이 당신 감시자라고요?”
“……그래. 그렇다니까. 몇 번을 말해야 해?”
황실에 갈 때 입고 있던 옷에서, 평소의 방만한 옷으로 돌아온 다자르는 금방 씻었는지 좋은 향기가 났다.
루벤의 추종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서 좋은 향이 나니까 괜스레 짜증이 난다.
“흐응. 그러니까, 정말 당신이 루벤의 추종자일지도 모른다는 말이네요?”
“저 녀석이 내 감시자라는 게 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는 거야?”
“퍽 의심이 되니까 같은 초월자가 감시자로 온 거잖아요.”
“허. 내가 아주 억울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은 안 하나 봐?”
다자르가 헛웃음을 뱉으며 발을 꼬았다.
아까 아이들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온 우리는, 우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모로카닐은 다자르의 방과 같은 층에 있는 손님방에 묵겠다고 선언했고, 그쪽에 짐을 풀고 있을 터였다.
나는 악시온과 바닐라를 칼에게 맡기자마자 후다닥 다자르의 침실에 달려 들어왔다.
‘너는 진짜…… 겁도 없어.’
초월자의 기감으로 내가 제 침실에 달려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면서. 다자르는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털며 투덜댔다.
‘내가 발가벗고 있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몰라.’
물론 나는 당당히 받아쳐 줬다.
‘그럼 뭐요? 내가 부끄럽나. 그쪽이 부끄럽지.’
‘……정말 그럴 것 같아서 뭐라고 답을 못하겠군.’
깨갱, 꼬리를 만 다자르에게 나는 본론을 꺼냈다.
“당신, 그래서 루벤의 추종자예요, 아니에요? 솔직히 말해요.”
다자르가 묘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