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1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81화 –
“내가 네 말대로 정말 루벤의 추종자면 어떻게 하려고?”
다자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소파에 등을 기댔다. 한쪽 다리를 꼰 채 고개를 모로 세운 그는 누아르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처럼 뭔가 있어 보였……
‘있어 보이긴 개뿔.’
매우 재수 없기만 했다.
나는 그와 마찬가지로 한쪽 다리를 꼬고 소파에 등을 기댄 채 팔짱까지 끼고 코끝을 치켜올렸다.
“뭘 어떻게 해요? 당장 신고해야죠.”
“누구에게?”
“그야, 당연히…….”
그러고 보니 누구한테 해야지? 고민에 살짝 입을 다물었다가 바로 뗐다.
“모로카닐에게 말해야겠죠? 같은 초월자니까.”
그러자 다자르가 픽 웃으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방만하게 흐트러져 있던 머리카락이 그의 기다란 손가락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그사이 머리카락이 마른 모양이다.
동시에 좋은 향이 코끝을 스쳐 나는 인상을 구겼다. 쓸데없이 향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킁.
“왜 웃어요?”
“웃기니까 웃지.”
“뭐가 우스운데요.”
다자르가 눈썹을 까딱였다.
“나는 뭐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나.”
“제 앞에서는 웃지 마요.”
“왜? 아, 혹시…….”
다자르가 씩 웃었다.
수려한 얼굴이 반짝였다.
“반할까 봐? 하긴, 내가 이래 보여도 얼굴은 봐 줄 만하지.”
그러며 턱을 천천히 쓸었다. 루벤의 추종자일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듣고 있으려니, 아주 어이가 없어졌다.
“그럴 리가요. 못생긴 얼굴이 더 못생겨지니까 그러죠. 당신이 웃으면 제 주먹이 살짝 떨린다니까요. 저 혼자 날아가려는 주먹을 진정시키느라 제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그러니까 웃지 마요.”
“…….”
다자르가 턱을 쓸던 손을 슬그머니 떼었다. 꼰 다리도 풀고 정자세로 앉더니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눈을 돌렸다.
“……됐다, 됐어.”
그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툭 말했다.
“모로카닐로는 안 될 거야. 내가 정말 루벤의 추종자라면.”
“……네?”
“모로카닐만으로는 날 제압하지 못할 거라고.”
내가 눈을 끔벅거리자 다자르의 눈이 깊어졌다. 다자르의 목소리는 작고 평이했지만 그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느슨하게 풀어져 있던 방 안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싹 조여졌다.
아니. 다자르는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인 걸로 봐서, 나만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당신이 루벤의 추종자란 말이에요?”
“말이 왜 그렇게 돼?”
다자르가 푸흐 웃었다.
“진심으로, 아니야.”
그리 말하는 다자르의 표정은 진지했다.
“내가 루벤의 추종자면, 뭐 하러 식량을 개발하겠다고 널 데리고 왔겠어?”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무슨 목적. 일부러 식량을 이상하게 개발한다거나, 그런 거?”
다자르가 팔짱을 꼈다.
“왜 굳이 시간을 들여 거짓된 식량을 개발하지? 식량 개발을 방해하는 게 더 빠를 텐데.”
“…….”
“게다가 그 꼬맹이도 가만히 두지 않았을걸. 이미 너에게서 빼앗아 어떻게든 수작을 부렸겠지. 넌 아마 그게 걱정되어서 내가 루벤의 추종자인지 확실히 하려는 걸 거고.”
다자르의 주장은 그럴듯했다.
다자르가 루벤의 추종자라면 굳이 식량 개발을 하겠다고 나서지 않았겠지. 마룡의 드래곤하트를 품은 악시온을 가만히 두지도 않았을 테고.
나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다자르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냉큼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모로카닐도 내 감시역으로 오긴 했지만, 걔도 내 결백은 알고 있을 거야.”
“그럼 모로카닐은 왜 온 건데요?”
그럼 대체 왜 감시역으로 온 거란 말인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다자르가 멈칫했다.
“……그게 나도 의문이야.”
그러곤 턱을 쥐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툭 말했다.
“날 괴롭히려고 온 거 아닐까. 그 녀석 날 싫어하니까.”
“…….”
확실히, 모로카닐은 다자르와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황성에서 그를 끌고 갔을 때도 그렇고. 그가 정말 단순히 다자르를 괴롭히기 위해 감시역으로 온 거라면…….
“당신 전생에 대체 모로카닐에게 무슨 잘못을 한 거예요?”
얼마나 나쁜 짓을 했으면 일부러 괴롭히려고 감시역을 자처해?
“잘못은 무슨. 난 그 녀석에게 잘못한 것 없어. 오히려 잘못은 그 녀석이 했지.”
‘내 것을 넘봤거든. 감히.’
그러고 보니 그때 ‘안식의 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두 사람의 관계가 꽤나 심각한 모양이다. 이전부터 느끼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제 좀 믿어 봐. 몇 번을 이야기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다자르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래. 그는 지금 몇 번이고 내게 답을 주고 있었다. 자신이 루벤의 추종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불안한 내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더 확인하려 했던 걸지도.
“……알았어요. 일단은.”
“일단은……? 답변이 그게 뭐야. 열심히 의심을 잠재워 주려고 했더니만.”
“원래 사람은 쉽게 믿는 거 아니랬어요. 피곤할 텐데 쉬세요.”
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늦은 밤 너무 오랜 시간 그와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황실에 잡혀 있다가 돌아온 사람에게 좀 너무하긴 했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자르의 방을 벗어났다.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문을 나서는 지금은 가벼웠다. 본인에게 직접 확인한 덕분에 들썩이던 마음이 조금 잠잠해진 걸까.
나는 살짝 힘주어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 * *
탁, 문이 닫혔다.
다자르는 조금 전 실리아가 앉아 있던 소파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대화를 나누던 상대가 떠나고 나니, 방 안엔 침묵이 감돌았다.
‘이렇게 조용했나.’
잠깐 그녀가 왔다 간 것뿐인데. 제 방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적막했다. 평소라면 의식하지 못했을 텐데.
“……그 녀석이 너무 시끄러워서야.”
어쩐지 이 적막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바쁘게 조잘거리던 실리아 에반로아르 때문일 거라고, 다자르는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루벤의 추종자라니.”
큭큭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붉은 새가 창문에 앉아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린 다자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건 좀 너무하잖아.”
붉은 새가 중얼대더니 푸드득 날아 다자르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제 앞에 있는 남자는 그보다 더 무서운 존재인데 말이야.”
큭큭. 붉은 새가 몸을 들썩이며 웃자 다자르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어깨를 털었다.
그 탓에 바닥으로 떨어질 뻔한 붉은 새가 휘청이며 날아올랐다.
다자르의 위를 빙글빙글 돌며 연신 낄낄댔다.
“우습군, 우스워! 역시 네 녀석 옆에 있으면 재미있단 말이야.”
“시끄러워.”
다자르의 눈썹이 까딱이더니 방 안이 하얀빛으로 번쩍였다. 신성 마법을 쓴 것이다. 빛줄기에 맞아 벽에 처박힌 붉은 새가 바닥에 엎어진 채 미친 듯 웃어 댔다. 그는 전혀 타격받지 않은 듯했다.
금방 날아올라 다시 창문 턱에 앉은 붉은 새가 부리로 날개깃을 정리했다.
“네 녀석이 그 여자에게 안심하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꼴을 보니 웃음을 참을 수가 있어야지. 그 여자는 너의 그 거짓을 전혀 모르겠지.”
그 말에 다자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가라앉은 눈으로 제 앞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틀린 게 없었으니까. 반박할 거리가 없었으니까. 그는 입을 다물었다.
* * *
나는 천천히 복도를 걸으며 뻐근한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악시온이 루벤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주변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아. ‘안식의 장’에 다녀온 후 늘어난 한숨이 오늘도 푹 내쉬어졌다.
왠지 어깨도 아픈 것 같고. 근육이 긴장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에구구.”
주먹으로 어깨를 토닥이며 걷는데, 뒤에서 문득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제가 힘 조절을 못 했던 걸까요? 몸이 아프십니까?”
“어……? 모로카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모로카닐이 바로 뒤에 있었다.
뭐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게다가 복도는 일자라 숨을 곳도 없고.’
의아하게 바라보며 그에게 물었다.
“어디에 있었던 거예요?”
“……이쪽에 있었습니다만, 어두워서 못 보셨나 보군요. 생각이 깊으신 것 같기도 했고요.”
“아…….”
그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굳이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초월자이니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아 못 보고 지나쳤던 모양이었다.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입술을 뗐다.
“미안해요. 제가 모르고 지나쳤나 봐요.”
그러자 모로카닐이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모르실 수 있죠.”
역시 모로카닐은 천사로군. 주변이 어두침침한데도 반짝반짝 빛이 나네.
“그런데 모로카닐 여기서 뭐 해요? 다자르에게 가던 길인가요?”
이쪽 복도는 다자르의 개인 방으로 향하는 것 외에는 딱히 연결된 곳이 없었다. 모로카닐이 잠시 침묵하다가 답했다.
“아니요. 그냥 잠시 저택을 둘러보려고 나왔습니다.”
“……이 밤에요?”
“네.”
나는 눈을 끔벅였다. 천사께서는 자체발광하시어 야밤에 산책을 즐기시는 모양이군.
그때 모로카닐이 제안해 왔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함께 저택을 둘러볼 수 있을까요?”
안내를 말하는 것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