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6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86화 –
“이건 반칙 아니야?”
세상의 온갖 고뇌란 고뇌는 모두 짊어진 사람처럼, 다자르가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댔다. 그의 미간에 깊은 골이 생겼다.
“어떻게 이런 악랄한 짓을 할 수 있지?”
“누가 보면 제가 댁에게 아주 나쁜 짓이라도 한 줄 알겠어요.”
내가 봐도 군침이 뚝뚝 떨어질 만큼 먹음직스러운 간장계란밥을 슬쩍 그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다자르가 움찔 몸을 떨었다.
“자, 드세요. 그리고 이거 먹으면 알죠?”
“뭐…… 뭘.”
“이거 먹으면 저랑 사귀…… 아니, 악시온도 같이 가는 거예요. 더불어 칼도!”
나도 모르게 옛날 옛적 유행어를 뱉으려다가 얼른 정정했다. 휴. 끔찍한 말을 뱉을 뻔했네. 저 남자랑 내가 사귄다니. 세상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슬쩍 소름이 돋은 팔을 매만지는데, 다자르가 졌다는 듯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정말 악랄하기 짝이 없군. 자비 따위 없는 녀석인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니, 내가 그렇게 무자비한 인간이었던가.
잠시 심각한 고민에 빠지려는 찰나, 다자르가 간장계란밥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어차피 가장 손이 많은 녀석이 따라가는 와중에, 그 꼬맹이 정도야 뭐. 같이 가지.”
“…….”
분명 악시온도 함께 갈 수 있게 되어 기뻐야 하는데. 어째 심히 마음이 좋지 않아진다.
그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라는 게, 왠지 나인 것 같은데.
내가 뚱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스푼을 쥔 다자르가 와구와구 간장계란밥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도톰한 입술이 한껏 벌려지며 갈색빛이 나는 밥을 복스럽게 삼켰다.
거참, 잘 먹네.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 준다는 건 역시 즐거운 일이다. 저 재수 없는 사돈 녀석이 조오오오금 귀여워 보이는 걸 보면.
‘밥풀이 뺨에 붙었어.’
해바라기 씨앗을 잔뜩 입에 문 햄스터처럼, 그의 볼은 잔뜩 부풀어 있었다. 얼마나 허겁지겁 먹고 있는 건지, 뺨에 밥풀이 붙었는데도 모르고 있다.
그가 저작 운동을 하는 동안, 밥풀은 덩달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열심히 움직여 댔다. 그 밥풀의 움직임이 워낙 현란했던 탓에, 칼이 악시온과 함께 조용히 물러난 것도 깨닫지 못했다.
문득 주변이 너무 조용해진 걸 깨닫는,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바로 지금.
“왜 그렇게 봐?”
“……그냥, 진짜 못났다 싶어서요.”
“허.”
그도 주변이 조용해진 걸 느낀 건지, 문득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코를 박고 간장계란밥을 흡입한 탓에 그릇은 거의 비워져 있었다.
조용해진 분위기를 느낀 게 아니라, 그냥 밥을 다 먹어서였군.
“못난 사람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 것도 꽤 고역일 텐데. 그만 보지?”
“그런 엄청난 사실을 이미 알고 계셨다니, 놀랍네요.”
“내가 직접 겪어 보니 알겠더라고. 못난 사람 계속 지켜보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어머. 그 못난 사람은 누구죠? 설마 그게 저는 아니겠죠?”
그의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지만, 전혀 무섭지 않았다. 뺨에 밥풀을 매단 남자의 얼굴 찌푸림은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풋.
덕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다자르가 눈을 좁혔다.
“……갑자기 왜 웃어?”
“웃기잖아요, 당신. 지금 여기에 밥풀 묻어 있는 거 알아요?”
“밥풀……? 그게 뭐지?”
아. 밥풀이 뭔지도 모르겠군.
나는 웃음을 선사해 준 그에게 선심을 베풀기로 했다. 그의 뺨에 붙어 있는 밥풀을 직접 떼어 주기로.
천천히 손을 뻗었다.
“여기요.”
“…….”
그의 뺨에 붙어 있는 밥풀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쥐고, 그대로 내 입에 넣었다.
‘앗. 악시온에게 하던 버릇이 그대로…….’
평소 악시온에게 맘마를 먹이다, 볼에 붙은 맘마를 떼어 입에 집어넣던 버릇이 그대로 나오고 말았다.
깜짝 놀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살짝 숙였던 상체를 뒤로 빼는데…….
화르륵. 소리가 날 것처럼,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리고 탁, 손이 붙잡혔다.
“너, 너…….”
다자르가 답지 않게 말을 더듬으며 한 손으로 제 얼굴을 살짝 가렸다. 가린다고 가린 것 같긴 한데, 여전히 붉은 얼굴은 그대로 보였다.
그런데 왜, 그렇지 않은가.
나도 깜짝 놀라긴 했는데, 상대가 더 크게 놀라고 당황하면 왠지 놀란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차분해지는 거.
“왜요?”
덕분에 뻔뻔하게 이렇게 질문도 던질 수 있었다.
“……으.”
다자르가 내 뻔뻔한 낯을 보며 입술을 벌렸다 닫았다 했다. 말문이 턱 막힌 모양이다.
그가 이렇게 얼굴이 붉어지고 쑥스러워하는 건 처음 본지라, 나는 조금 생소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말랑한 부분을 툭 건들고 만 느낌? 그리고 그 말랑한 속살이 꽤 감촉이 좋다는 느낌과 함께, 당황해 붉어진 속살이 보기 좋다는 그런 짓궂은 희열감.
‘나 진짜 새디스트인가?’
실리아가 원래 그런 캐릭터가 맞긴 한데……. 그 속에 들어온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마음속에서 은근히 느껴지는 감정을 살짝 모른 체하며 그에게 잡혔던 손을 풀어냈다. 조금 전 박력 있게 날 붙잡은 손은 어디 간 건지, 내 손이 닿자 움찔하고는, 맥없이 풀렸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그릇 위에 내팽개치듯 놓인 스푼을 쥐고 남은 밥을 싹싹 긁어 그의 입 앞에 내밀었다.
“……?”
“먹어요. 남기면 농사의 신께 벌 받아요.”
정정한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보다.
왜 이렇게 저 남자가 당황해하는 게 재밌지? 평소에 얼마나 덕을 쌓지 못했으면, 이 착한 내가 나쁜 마음을 품게 만드냐고.
그의 반응에 움츠러들긴커녕 더 과감하게 스푼을 내밀자, 다자르도 이내 내가 그를 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듯했다.
그의 눈썹이 휙 꺾인 걸 보면.
“안 먹어요? 그럼 내가 대신 먹어요?”
안 먹으면 내가 먹지 뭐.
스푼을 내 쪽으로 향하면서 입을 살짝 벌렸다. 밥이 가득 올라간 스푼이 입술 바로 앞. 물론, 저 남자가 먹던 스푼을 내 입에 넣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그런 척만 좀 하려고 했는데.
“……!”
눈을 깜빡한 사이, 코와 코가 마주칠 정도로 가까운 곳에 다자르의 얼굴이 있었다.
어……?
그의 황금빛 눈이 기묘하게 반짝인다고 느꼈을 쯤, 그의 고개가 마치 키스를 하듯 옆으로 꺾이며 내 입술 바로 앞에 있던 스푼을 한입에 삼켰다.
이번에는 나조차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푼을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이 빠졌지만, 그가 내 손을 쥐고 있는 탓에 스푼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릴 일은 없었다.
“저, 저기…….”
“맛있네. 네가 만든 이건 진짜 맛있어. 다 먹었으니까 농사의 신께 벌 받을 일은 없겠지?”
그러며 그가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은 명백히 놀림을 담고 있었다. 내 행동에 자극을 받아 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했다.
황금빛 눈이 호승심에 불타고 있던 까닭이다.
나는 어버버 입술만 벙긋대다가, 천천히 꾹 다물었다.
여기서 입을 열었다간 당황한 목소리만 튀어 나갈 것 같았다. 대신 내 목뒤를 감싸고 있는 손과 내 손을 잡고 있는 또 다른 손을 번갈아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그가 제 자세를 그제야 눈치챈 모양인지, 서둘러 내게서 떨어졌다.
“…….”
“…….”
그와 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건 무슨 상황일까. 서로의 자존심 대결이 불러온 파국적인 결말? 짓궂은 희열감의 대가?
두 뺨이 살짝 뜨거웠다. 분명 붉어졌을 게 틀림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누구라도 조금 전의 상황을 겪는다면 이럴 것이었다.
그 대상이 저 재수 없는 사돈 녀석일지라도!
서로 살짝 시선을 빗긴 채로, 저 멀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구세주 같은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파드득!
“쬬롱, 쬬롱.”
다자르가 키우는 붉은 새가 난데없이 나타난 것이다. 분명 창문은 다 닫혀 있었는데, 어디서 나타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앗. 벌써 시간이 이렇게! 전 이만 가 볼게요. 섬에 갈 준비를 해야죠. 내일 바로 간댔죠? 그럼 내일 봐요.”
붉은 새가 분위기를 환기시켜 준 덕분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이 방에서 나왔다.
탁, 문이 닫혔다.
“으어. 내가 미쳤나……?”
여전히 붉은 채인 두 뺨을 찰싹 손으로 내려치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미쳤다. 미친 게 틀림없었다.
* * *
“…….”
“쬬롱, 쬬롱.”
“……일부러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말지? 정신 사나워.”
“쬬롱, 쬬롱. 이 소리가 어때서. 실리아는 잘 넘어간 것 같던데. 난감한 상황인 것 같아서 구해 줬더니. 말이 많군.”
다자르가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방안을 빙빙 날아다니던 붉은 새가 그의 어깨에 툭 앉아 날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자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흐응. 네 녀석이 이 정도로 흔들리다니. 퍽 재미있구나. 그대로 둘 걸 그랬어.”
“…….”
붉은 새는 재미있다는 듯 낄낄 웃었다. 평소라면 그의 말을 단숨에 받아칠 다자르였으나, 그는 조용하기만 했다.
저 녀석, 정말 놀랐나 보군.
하긴 저놈 입장에서야 ‘그녀’가 아닌 다른 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일 테니.
“큭큭. 멍청한 녀석.”
자신이 구해 준 게 아니라 방해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저 녀석은 알지 못하겠지. 불행을 먹고 사는 자, 붉은 새는 입맛을 다시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