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89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89화 –
잠시 망설이던 다자르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혹시 모로카닐이 따라온 건가?’
역시나, 방 안에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 꼬맹이뿐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재미있는 놀이를 한 아이는 깊게 잠들어 있었다.
그녀가 이 밤에 이 꼬맹이를 두고 별장을 나갈 정도라면, 꽤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모로카닐이 왔다고 해도, 밖에 나갈 이유는 없어.’
다자르가 눈을 좁혔다.
“우웅…….”
그때 악시온이 뒤척였다. 그 바람에 덮고 있던 작은 이불이 흐트러졌다. 아이가 추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 순간, 그는 이불을 다시 덮어 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것도 혹여 감기라도 들지 않도록, 꼼꼼히.
“…….”
다자르가 조금 전까지 이불을 들었던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 아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건만.
자신이 방금 뭘 한 거지?
마치 평범한 아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니, 평범한 아이일지라도 다자르가 이리 이불을 덮어 주지는 않을 것이었다.
‘바닐라의 영향인가.’
하루 종일 가족 여행이니, 소꿉놀이니, 소중한 가족을 대하듯 해서 그럴 수도 있었다. 습관처럼 밴 것일 수도.
자신의 무의식적인 행동에 잠시 당황했던 다자르는 이내 제 행동을 무난히 합리화했다. 그러고는 주의를 다시 실리아에게로 돌렸다.
그의 눈이 비어 있는 실리아의 침대로 향했다.
‘결계가 통하지 않는 몸이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도 없고.’
이곳 루벤의 섬은 시아스터가 관리하는 곳이었기에, 섬 전체에 결계가 걸려 있었다. 그녀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바로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아까 결계가 살짝 흔들리긴 했어.’
모로카닐 정도 되는 실력자가 조심스레 침입했을 가능성은 있었다. 그가 제 감시자라는 명목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은 했기에,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는데.
다자르가 뭔가 얹힌 느낌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왜 자꾸 모로카닐과 실리아를 엮어서 생각하게 되지?
그가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밖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그리고 그 순간.
쏴아아-
“……!”
난데없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르르. 콰광! 천둥 번개는 덤이었다.
“우우웅…….”
악시온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자르는 재빨리 별장에 소리를 제거하는 결계를 쳤다. 이대로 아이들이 깨어나면 곤란했다.
더불어 깊이 잠들 수 있도록 하는 결계까지 치고 나서, 다자르는 별장을 나섰다.
그 녀석, 이곳이 인간계가 아닌 것을 전혀 모르고 있을 터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이상한 마물도 간혹 나타나곤 하는 곳. 그곳이 바로 루벤의 섬이었다.
‘비가 오니까.’
다자르는 급히 실리아를 찾으러 나서는 자신의 행동에 대충 이유를 붙였다. 걱정으로 심장이 움츠러드는 것은 그 이유로 다 설명할 수 없었지만.
다자르는 제 마음을 모른 척했다.
* * *
우르르- 콰앙!
쏴아아…….
“헉. 갑자기 웬 비야? 으악.”
“어서 날 보호해라, 인간. 난 비가 싫어!”
중이병에 걸린 붉은 새와 숲을 걷고 있던 중, 갑자기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장대비에 우리 둘은 기겁했다.
새는 날개를 파닥이며 재빨리 내 품으로 날아들었고, 나는 엉겁결에 새를 안아 들고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아 뛰었다.
달리고 또 열심히 달리다 보니, 저 앞쪽에 한가운데가 살짝 파인 큰 돌이 보인다.
‘저기서 잠깐 비를 피하면 되겠다.’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야 시야가 가려져 탑을 찾을 수도 없었다. 몰래 가져온 등불이 꺼질 위험도 있었고.
“이래서 내가 이곳을 싫어하는 거다. 이전 세계에서도 그래서 자주 가지 않았지. 아무리 힘의 근원이라지만.”
가운데가 파인 돌은 훌륭한 피난처 역할을 했다. 그 속으로 쏙 들어와 비에 젖은 옷가지를 탁탁 터는데, 새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방금 뭐라고?
이전 세계?
“다자르 녀석도 우습지. 바닐라에게 이곳을 별장이라고 소개하다니. 나중에 어떤 곳인지 다 알게 될 텐데. 쯧. 뭐…… 뭐냐? 인간.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
쉬지 않고 투덜대는 새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더니, 새가 몸을 움찔하며 뒷걸음칠 쳤다.
오호. 새도 저렇게 뒤로 걸을 수 있구나. 신기한데.
“마치 눈앞에 맛있는 고기를 둔 포식자의 눈 같지 않은가. 정말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눈빛이군. 이 내가 잠시 움찔할 정도라니, 제법이구나.”
“…….”
저 중이병스러운 대사는 적응이 되질 않네.
나는 내가 다가가는 만큼 멀어지다, 툭 벽에 부딪힌 새의 앞에 무릎을 접고 쪼그려 앉았다.
“너도 전생이 있어?”
“그, 그만 다가와라. 인간. 전생? 다자르처럼 말이냐?”
“응. 아까 전에 이전 세계에서도 자주 가지 않았다 그랬잖아. 그 세계에서의 이곳을 말한 거지?”
“으음.”
새가 마치 턱을 잡고 고민하는 것처럼 날개로 제 턱 밑을 슥슥 쓸었다. 퍽 우스운 장면이었다.
“나는 전생이 없다. 세계의 파멸을 먹고 태어나 혼돈을 관장하는 자에게는 오직 하나의 생만이 주어질 뿐.”
“……그럼 이전 세계에서 그대로 여기로 왔다는 말?”
“그렇지.”
자식. 그럼 그때도 새였다는 거구나.
난 또, 말도 잘하고 하길래. 전생에는 인간이기라도 했나 싶었는데.
“이번에는 눈빛이 매우 오묘하구나. 왠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아.”
“착각이야.”
“…….”
나는 새를 옆에 둔 채, 쪼그려 앉아 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고 있었다. 흙바닥이 살짝 파일 정도로 떨어져 내리는 빗줄기는 맞으면 꽤 아플 것 같았다.
멍하니 비가 그치길 기다리고 있는데, 새가 문득 툭 말했다.
“그런데 굳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있느냐? 보아하니, 루벤의 탑을 찾는 모양이던데.”
“……!”
홱,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빠르게 돌렸다.
“어떻게 알았어?”
“이 섬에 있는 거라곤, 루벤의 탑뿐인데. 야밤에 나와서 뭔가를 찾아 헤맨다면 그거 말고 더 있겠나?”
붉은 새가 마치 웃는 것처럼 부리를 탁탁 부딪쳤다.
“걱정 마라. 다자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니까. 혹여 나중에 말할 생각도 없다. 난 그저 이 유희를 즐길 뿐.”
그리 말하는 붉은 새는 어쩐지 퍽 재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의 장단에 맞춰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긴, 네가 다자르 따위보다 훠얼씬 대단한 존재인 것 같은데. 이런 걸 막 보고하고 그러진 않겠지.”
“당연한 말을!”
“그럼 루벤의 탑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겠네?”
“후훗.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루벤의 탑은 이곳에서 가깝다. 내 눈 감고도 한 번에 찾아갈 수 있을…….”
나는 씩 웃으며 새의 엉덩이 쪽을 가볍게 툭 밀쳤다. 앞으로 떠밀린 새가 황망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그럼 찾아봐. 지금 당장.”
* * *
파닥파닥, 파닥…….
“이, 이곳이다.”
붉은 새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는지, 정말 나를 루벤의 탑으로 인도했다.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네.
아까 비를 피한 돌과 별로 멀지 않은 곳이었다. 울창한 숲과 장대비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 조금만 걸으면 바로 탑이었다.
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탑을 쭉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높은데 왜 못 봤지?’
이 정도 높이면 별장에서도 보였을 것 같은데. 내 의문을 눈치챘는지, 붉은 새가 툭 말했다.
“아무리 마법과 결계를 거부하는 몸이라 해도, 너를 빚어낸 혼돈의 힘은 거부할 수 없지. 이곳에는 그 혼돈의 힘이 작용하고 있거든.”
“……응?”
“이번에 공간을 찢고 날아온 것도 그렇지 않느냐. 원래 다자르의 힘으로는 널 이곳으로 데려올 수 없지.”
붉은 새가 낄낄 웃었다.
“몰랐겠지만, 그곳에도 다 내 강인한…….”
“좀 조용히 해 봐.”
히죽거리며 또 중이병스러운 말을 주절대는 붉은 새의 부리를 콱 막았다. 꾸엑,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른 척했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아?”
“……읍읍.”
“마치 저번에 마주했던 마물의 숨소리 같은…… 헉.”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바로 뒤쪽에 끔찍한 외양의 마물이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지난번 ‘균열의 날’ 때 마주했던 마물처럼 그 속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내가 기겁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드, 들어가! 빨리!”
“읍읍!”
나는 붉은 새를 한쪽 팔에 끼워 안고 재빨리 탑의 문을 열었다. 장정 두셋의 키를 합친 것보다 더 큰 문은 무쇠 팔에 손쉽게 딸려 왔다.
“읍……?!”
부리를 잡힌 붉은 새가 내 괴력에 놀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놀람에 대답해 줄 정신이 아니었다. 어서 저 마물을 피해야 했다!
나는 후다닥 탑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쿠웅-!
일반적인 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육중한 소리가 탑 안을 울렸다.
“휴우. 여긴 못 들어오겠지?”
“……읍.”
붉은 새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안심한 나는 그제야 탑의 내부를 눈에 담았다.
“어……?”
그리고 곧바로 눈을 크게 떠야 했다.
익숙한 문양이 보였다.
악시온의 목 부근에 마치 목걸이를 두른 것처럼 새겨져 있는, 문양.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힐 때마다 마주하는 그 문양이 탑 내부 벽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