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other of the Soon-to-be Crazy Male Lead RAW novel - Chapter 98
곧 미치는 남주의 엄마입니다 98화 –
‘그녀’라면, 다자르의 약혼자라는 그 사람을 말하는…… 거겠지? 모로카닐도 다자르와 같은 세계를 살다 온 초월자니까, 다자르의 약혼자라는 ‘그녀’를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고.
이 상황에서 ‘그녀’라고 칭할 이는 아마 그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눈을 천천히 끔벅이며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어…… ‘그녀’요?”
그러고는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누굴 말하는 거예요? 으음, 다자르와 제가 공통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 렛시를 말씀하시는 건가?”
“…….”
‘그녀’에 대한 이야기 여부를 왜 확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곧이곧대로 답하는 건 조금 곤란했다.
‘다른 초월자들은 조심해. 특히 모로카닐. 그 녀석은 꼬맹이가 루벤인 걸 알면 바로 제거하려 들 테니까.’
분명 다자르가 이렇게 경고했었으니까. 물론, 겉으로만 봐서는 악시온이 루벤이라는 게 들키는 것과 다자르가 ‘그녀’ 이야기를 꺼냈다는 건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나 연관이 있는 일이었다.
다자르가 ‘그녀’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가 바로 악시온 때문이었으니까.
‘이제껏 약혼자에 대한 이야기를 숨겨 온 다자르가, 갑자기 내게 약혼자에 대해 털어놓는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야.
예를 들면, 악시온이 루벤이라는 걸 내가 우연히 알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배경을 설명해 줘야 했다거나…….
조금 너무 갔나 싶지만, 이게 바로 엄마의 마음이다. 내 아이의 안전에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 만한 소지는 전부 배제하고 싶은 마음.
그래서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고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어내 보았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쀼! 속으로 이 정도 최면은 걸어 줘야, 조금이나마 내 순진함이 전달되겠지.
내 순도 100% 퓨어한 얼굴을 마주한 모로카닐이 잠시 머뭇대듯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혹시 렛시…… 님에게 화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표정이 썩어…… 아니, 좋지 않으신데요.”
“…….”
눈을 살짝 동그랗게 뜬 채,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비스듬히 했던 걸 천천히 원상태로 복귀시켰다.
그러곤 하하 웃어 주었다.
“아니에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렛시 이야기를 하니까 조금 보고 싶어져서요. 못 본 지 꽤 된 것 같네요.”
“아아. 그러셨군요.”
실패다. 나는 금방 실패의 원인을 알아차렸다. 이 몸의 디폴트 표정 때문이다.
순진은 무슨,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시니컬함의 최강자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데 순수함이 먹힐 리가.
내 전력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내 귀책이었다. 후우.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내가 심란해지거나 말거나, 모로카닐은 한동안 가라앉은 눈을 하고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랬군요. ‘그녀’…… 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나 보군요.”
“모로카닐이 말하는 ‘그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없었어요.”
나는 최대한 너그러운 얼굴로 느긋하게 말했다. 그러자 모로카닐이 눈매를 좁히며 조심스레 물어 왔다.
“……정말로 기분이 상하지 않으신 거지요? 렛시 님이 아니라, 다자르 때문에 기분이 상하셨던 겁니까? 이번에는 목소리에 살기가, 아니, 목소리가 좋지 않으신데요.”
……사실 나와 싸우려고 불러낸 거 아닐까?
모로카닐이 날 따로 불러낸 저의가 심각하게 궁금해지려고 한다. 내가 뚱한 얼굴로 그를 응시하자, 모로카닐이 안심했다는 듯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입니다. 평소의 얼굴로 돌아오셨군요.”
이 자식이……?
이제 보니 다자르보다 날 엿 먹이는 데 더 고차원적인 것 같은데? 약간 머리에 스팀이 오르려 한다. 덕분에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깃들었다.
“평소의 얼굴이요……? 하. 하.”
지금까지 나는 모로카닐을 마주하면서 어떤 얼굴을 보여 줘 온 걸까. 물론 평가자의 시선에 따라 조금 달라지겠지만, 결국 남을 평가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그 상대의 평소 모습 아니겠는가.
결국 이 또한 자업자득이려니, 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럼 루벤의 섬에 제가 도착하기 전에 별일 없으셨던 겁니까?”
“으음. 별일이라…….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요? 바닐라가 소꿉놀이를 하자고 한 정도……?”
지나치게 평화로운 일상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모로카닐은 눈에 띄게 안심한 표정을 했다.
다자르가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지, 아닌지가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의문이 샘솟았다.
‘그러고 보니까…….’
그와 과거 이야기를 나눴던 정원에 오니, 그날의 대화가 떠오른다. 분명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누군가 당신이 마땅히 가져야 할 ‘안식’을 억지로 빼앗아 다른 세계에서 다시 살아가도록 한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다자르 시아스터는 그보다 더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녀’에게 억지로 ‘형벌’을 강요한 죄인이기도 하죠.’
음. 그래.
모로카닐은 그때 생이 끝나지 않고,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게 ‘형벌’이라고 칭했었다. 다자르의 말대로라면 ‘그녀’는 다자르 탓에 환생해서 지금 이 세계에 있을 거고.
그럼 모로카닐도 이미 ‘그녀’가 환생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게 되는구나.
‘다자르가 억지로 그녀를 환생시킨 것도 알고 있고…….’
다자르의 그 선택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때 엄청 화를 냈었으니까.
그러다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분명 나한테도 막 뭐라고 했었는데.’
‘그저 이기심일 뿐입니다. 당신을 다시 되살릴 생각을 하다니요. 그러니 그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마치 내가 전생을 기억하는 걸 아는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했었지. 내가 환생해서 이 소설 속에 들어온 건 어떻게 알았나 약간 놀랄 뻔했었다.
흐름만 따지면, 왠지 내가 ‘그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흐름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휘휘 고개를 저어 없앴다. 내 전생은 어쩌다 농사 경험이 있는 직장인 A일 뿐이다. 다자르의 약혼자 같은, 그런 엄청난 걸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픽 웃으며 실없는 생각을 지웠다.
* * *
“자. 이 정도면 되겠지?”
나는 미야를 만나기 위해 떠나기 전, 랄프를 통해 만든 환상적인 기계를 통해 탈곡과 도정을 모두 끝냈다.
얼마나 빡빡한 일정이었는지, 마지막 도정까지 마친 흑매들은 기절하듯 바닥에서 곯아떨어졌다. 실리아의 농덕 버프는 정말 강력해서, 장정들이 쓰러지는 동안에도 팔팔했다.
오히려 농사일을 하니 에너지가 샘솟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나 홀로 살아남아 마지막의 마지막 작업인 밥 짓기까지 마무리했다.
“좋아. 그럼 계란프라이를 하고…….”
나는 하얀 쌀밥 위에 간장 맛을 내는 소스를 뿌리고 계란프라이를 탁 올렸다. 내가 봐도 정말 먹기 좋게 생긴 간장계란밥이었다.
“다 됐다. 칼, 이대로 부탁해. 난 지금 출발해야 할 것 같아.”
“맡겨만 주십시오. 서빙 경력 40년 하고도 5년입니다. 에반로아르 자작가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이 시아스터가에서도…….”
“어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부탁해. 그럼 이만!”
“앗. 아직 더 말씀드릴 제 경력이 남았습니다만…….”
밥을 지어 다자르에게 보내고 나서, 나는 곧바로 홀먼 백작가로 떠나야 했다. 약속한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으니까.
‘다녀와서 마무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가기 전에 딱 시간이 맞았네.’
너무 오랫동안 벼를 방치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 그냥 되는 김에 해치워 버렸다.
내가 건넨 간장계란밥을 트레이에 올린 채 입술을 삐죽이고 있던 칼이 엇, 하는 소리를 내며 나를 불렀다.
“방금 보셨습니까? 실리아 님. 여기 이 음식에서 이상한 빛이…….”
“으응. 그거 소스 때문일 거야.”
칼의 그 말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나는, 그의 말을 휙 넘기고 재빨리 시아스터가를 벗어났다.
내 두 번째 여자 사람 친구를 만나야 했다.
기다려라, 내 친구!
“정말 방금 반짝거렸는데…….”
뒤에서 칼이 그렇게 중얼댄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