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22)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22화(122/276)
앤드루는 새로운 김승훈의 연기를 지켜봤다.
훨씬 나아진 듯한 그의 연기에 속으로 감탄했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었다.
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
그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앤드루는 김승훈을 향해 쏘아붙였다.
“무슨 각목이냐? 지금 네 움직임이 자연스럽다고 느껴?”
“음…….”
“감정에 네 몸을 맡겨. 울 땐 콧물이 나와야 하고, 긴장될 땐 손이 떨려야 해. 혹시 네 그 잘생긴 얼굴 망가뜨리기 싫단 생각에 그딴 식으로 연기하고 있는 거냐?”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닌데요.”
“쯧. 연극 무대에선 몸을 좀 과장되게 움직여야 해. 지금 좀 과장되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해 봐.”
“네…….”
앤드루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라 하며, 김승훈은 몸을 떨 때도 과장되게 떨며 괜찮은지 앞에 있던 거울을 힐끔 쳐다봤다.
“잠깐.”
“네?”
“방금 네 모습 어떻게 사람들한테 보일지 확인한 거지?”
“…….”
앤드루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렇게 남의 눈치만 보고 살지 말라고. 연기할 때 네 얼굴 이상하게 보일까 걱정이라도 되는 건가? 울 때도 뭐, 사나이의 눈물! 이러면서 콧물도 안 나오고 눈물만 주르륵 흘리고 싶어?”
“…….”
“그딴 건 진짜 감정이 아니야. 다시 해. 네 몸의 반응에 집중하라고, 밖에 있는 걸 생각하지 말고. 네 몸에 집중하고 나서, 밖에 있는 걸 고려해도 늦지 않아. 다시!”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이를 악물고 연기에 집중했다.
대사도 없는 장면.
단지 대본에 쓰여 있는 말은 [류성민이 전쟁 후 트라우마로 악몽을 깨며 숨을 들이 내쉰다.]
이 지문 하나에 미친 듯 연습하며 비지땀까지 흘리는 김승훈의 모습을 앤드루는 빤히 쳐다보며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
김승훈은 연기가 끝나자, 숨을 거칠게 내쉬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렇게 연습한 게 얼마 만인지, 바닥에 눕자마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방금은 괜찮았죠?”
김승훈이 물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어, 김승훈은 앤드루가 앉아있던 의자를 바라봤다.
“어……?”
어디로 갔는지 앤드루는 사라졌고 그 위에 종이쪽지가 올라와 있었다.
“뭐야.”
김승훈은 누워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종이쪽지를 확인했다.
[나는 MILM에 가 있을 테니. 연습 끝나면 데리러 와.]이 말 밑으로 꽤 장문의 글이 있었다.
‘차라리 말을 하고 가지…….’
[캐릭터의 근간은 작가의 몫이지만, 그 캐릭터를 살리냐 죽이냐 몫은 우리 배우에게 있어. 그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하는 거고. 근데 너는 캐릭터를 살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죽이지도 못한 상태지. 애매해. 딱 풋내기 수준이야.]풋내기.
이 말에 김승훈은 다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그 밑에 내용을 보자, 왜 앤드루가 쪽지로 남겼는지 알 수 있었다.
[근데, 오늘 보니 가능성은 좀 있는 풋내기 같더군. 여하튼, 이따가 오기 전에 연락이나 하라고.]자기 입으로 칭찬을 말하기 낯부끄러웠는지, 글을 통해 조심스레 칭찬하는 그의 모습에 김승훈은 웃음이 나왔다.
“특이한 아재야…….”
김승훈은 앤드루가 남긴 쪽지를 주머니 속에 넣고 난 후, 녹화된 자신의 연기를 돌려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앤드루의 연기 지도는 남달랐다.
‘할 줄 알지만 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하지 못하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어! 넌 못 하는 거라고!’
앤드루가 던진 수많은 말.
그 안에 무슨 힌트가 있었는지 김승훈은 자신의 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연기에 몰입하며 연습한 게 얼마 만인지.
좋은 스승을 만났다는 생각에 김승훈은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앤드루는 GO엔터테인먼트 밖으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았다.
행선지는 MILM.
분명 택시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뻥뻥 뚫렸던 길이 거짓말처럼 차로 가득해졌다.
“빌어먹을.”
여유롭게 나온다고 나왔지만, 또 이런 상황이라면 늦을 게 뻔했다.
앤드루는 깊게 한숨을 들이 내쉬곤 포기한 채 창밖을 바라보며 방금 봤던 김승훈의 연기를 떠올렸다.
김승훈은 연기를 못했던 게 아니었다.
앤드루의 눈에 부족하긴 했지만, 생각만큼 끔찍하지도 않았다.
기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흡수하는 것도 빨랐다.
말 몇 마디에 그렇게 빠르게 교정이 된 경우는 처음이었다.
“하…….”
<밤>을 제외한 작품에선 감독을 잘못 만난 것.
오히려 그쪽에 더 가까웠단 생각에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자신도 <반지의 제왕>을 통해 온갖 따가운 시선들을 받았으니까.
얼굴도 드러나지 않는 배우. 그와 동시에 제대로 연기도 못하는 배우.
‘저 골룸 표정이 네 표정이었다며? 네 거품 연기력 다 들통났네?’
‘연기 못하는 앤드루는 짐짝이지. 극단에서도 곧 쫓겨나겠구먼.’
‘할리우드에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니던 놈이 영국에선 활동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떠오르자, 앤드루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곤 머리를 비울 생각으로 잠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딸의 얼굴.
자기 때문에 고통받았던 자식의 얼굴이 떠오르자, 차라리 눈을 뜨고 있는 게 낫겠다 싶어 눈을 떴다.
“젠장.”
옆에서 조잘거리는 김승훈이 없어서 그런지.
계속해서 잡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앤드루는 핸드폰을 들고, 김승훈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니, 갑자기 그렇게 가는 사람이 어딨어요?
“뭐, 내 약속 때문에 갈 수도 있지.”
-말이라도 하고 가면 어디 덧납니까? 네?
“쯧. 시끄럽구먼.”
김승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시끄러운 거 아는 양반이 먼저 전화를 거시고, 뭐 깜빡한 거라도 있어요?
“응. 거 쪽지에 말 한마디 덧붙였어야 했거든.”
-뭔데요? 그죠, 칭찬이 너무 아쉬웠어요. 하려면 팍팍 하든…….
“열심히 좀 하라고. 끊는다.”
툭-.
앤드루는 전화를 끊은 채 혼자 쿡쿡거리며 웃었다.
예전의 앤드루였다면 생각조차 하지 못할 유치한 장난.
그 유치한 장난에 조금이라도 웃음이 나자, 머릿속을 헤집어 놓던 잡생각이 사라졌다.
“도착했습니다.”
기사의 말에 앤드루는 돈을 건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건물 6층 MILM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자, 테일러가 환한 미소와 함께 앤드루를 반겼다.
“토쟁이 씨, 오셨어요!”
주위에 있던 VFX팀은 앤드루의 등장에 인사했다.
이전과 같은 비웃음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다.
“쯧. 그 말 좀 이제 그만하지.”
“왜요. 귀여운데. 토쟁이.”
테일러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앤드루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귀엽긴, 쯧. 됐고. 오늘 왜 오라고 한 거야?”
“저번에 테스트 촬영에 CG 완성됐거든요. 경 감독님한테 먼저 보여드리니까, 경 감독님이 앤드루 씨도 꼭 보여드리라고 말씀해서요.”
테일러는 옆에 있는 의자를 대충 끌어오며 앉으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앤드루는 의자에 앉고 턱을 괴며 긴 하품을 했다. 그 모습에 테일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품 쏙 들어갈 비주얼을 보여드리죠.”
“흠, 미안. 요즘 운동을 너무 심하게 하고 있어서 말이야.”
테일러는 컴퓨터에 있던 파일을 재생시켰다.
그리고 CG 디자인까지 끝낸 테스트 영상이 나왔다.
“오…….”
자신이 참가했던 <반지의 제왕>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주얼.
<반지의 제왕>과 같은 기술을 썼다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는 비주얼에 앤드루는 입을 쩍 벌리며 모니터에 눈을 고정했다.
-셀린느 행성의 국민이여. 내 말을 들어보시오!
니크스로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그의 연기가 제대로 녹아든 니크스로드의 모습에 앤드루는 당황한 듯 말도 없이 짧은 영상을 반복해서 바라봤다.
“반응 보니까, 괜찮죠?”
“이, 이게 대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앤드루를 보며 테일러가 미소 지었다.
“헤헤. 다들 야근하면서 미친 듯이 일만 해서 만든 결과예요.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다 갈려 나가고 있어요.”
“대단하군…… 이대로만 계속된다면…… 경 감독 말대로…….”
‘니크스로드가 앤드루 씨가 될 거고, 앤드루 씨가 니크스로드가 될 거예요. 제가 영화 촬영 들어가면 꼭 그렇게 만들 겁니다.’
사람들이 니크스로드와 앤드루를 구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굳이 CG라는 가면 뒤에 숨은 배우라고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그런 기대감에 앤드루는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뭐야, 이렇게 웃는 것도 아는 사람이었어요?”
그 모습에 옆에 있던 테일러가 말했다.
“뭐.”
“사진이라도 찍어 놓을걸. 방금 웃음 진짜 행복해 보였는데. 뭔 상상했어요?”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꼴이 웃겨서 그래.”
앤드루는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번 보기 위해 영상을 다시 돌린 후 처음부터 다시 감상했다.
“몇 번 더 돌려보실 거죠? 그거 끝나면 말씀하세요. 전 할 게 좀 있어서.”
“퇴근할 때 되지 않았나?”
“정시퇴근은 <스페이스 베가본드> 참여한 이후로 잊었는데요?”
“뭐?”
테일러는 아직도 사무실에 가득한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들. 다 같이 <스페이스 베가본드> 성공시키는 거에 미쳐있어요. 물론 경 감독님이 돈은 제대로 챙겨주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 목적은 이 영화의 성공에만 있다고요.”
“…….”
“전에 말했죠? 다들 진심이라고요. 그게 지금 앤드루 씨가 보고 있는 게 그 첫 발걸음이고요.”
테일러는 어깨를 으쓱한 후,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대단하구먼.”
앤드루는 짧은 영상을 수십 번을 돌려본 후, 전화기를 들어 김승훈의 연락을 기다렸다,
아직도 연습하는 건지.
오히려 자기가 제일 열심히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김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앤드루 씨. 저 이제 곧 출발하려고요.
“뭐? 지금까지 연습 중이었어?”
-네.
“다들 미쳤구먼. 미쳤어.”
앤드루는 혀를 내둘렀다.
체력도 체력이지만, 몇 시간에 걸쳐 대화도 없는 한 장면을 계속 연기했다는 건 엄청난 고문.
연기 학교 신입생들의 기를 누르기 위해 할 선배들의 괴롭힘과 비슷한 거였다.
-MILM으로 가면 되는 거죠?
“아냐. 택시 타고 가지.”
-네? 데리러 오라면서요?
“여기서 할 게 더 있어. 늦을 거 같으니, 먼저 자라고.”
-에이, 뭐 같이 보시죠. MILM에서 할 일이면 <스페이스 베가본드> 관련한 일인데. 저도 좀 보게요.
김승훈의 말에 앤드루는 무슨 대답을 할지 고민하는 듯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앤드루 씨? 여보세요?
“어, 그. 그래.”
-갑자기 말이 없어서 끊긴 줄 알았네. MILM으로 갑니다?
“그래. 앞에서 기다리고 있지.”
-네? 뭐 할 거 있다면서요?
김승훈의 물음에 앤드루는 당황한 듯 보였다.
“아냐. 어, 방금 끝났어. 하하.”
-네……? 뭐, 그럼 거기 앞으로 가면 되는 거죠?
“그, 그래.”
툭-.
전화를 끊고 앤드루는 잠시 멍하게 천장을 바라봤다.
방금까지 연기 연습하느라 피곤할 텐데, 굳이 자신을 데리러 MILM까지 찾아오다니.
착한 건지, 멍청한 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모습에 앤드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흐음……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