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23)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23화(123/276)
앤드루는 MILM 밖에서 김승훈을 기다렸다. 그러자 이내, 그가 도착한 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도착했다.
“연습 끝나고 바로 온다며?”
“네. 그랬는데요?”
“이렇게 빨리 왔다고?”
“무슨 소리예요. 원래 엄청 가까운 덴데?”
“…….”
앤드루는 구김살 없이 웃는 김승훈을 보며 머쓱하다는 듯 조수석에 앉았다.
앉자마자 옆에서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김승훈을 보며 앤드루는 멍하니 생각했다.
‘힘든 일도 없이 꽃밭처럼 자랐으니, 구김살도 없겠지.’
“뭘 그렇게 봐요?”
“아냐.”
“또 얼굴 믿고 배우 하는 놈이라고 생각했죠?”
“흠, 그런 건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니지.”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크게 웃으며 두 손으로 핸들을 두드렸다.
마치 신난 박자라도 타는 듯 꽤 경쾌한 소리에 앤드루는 눈을 껌뻑였다.
“이제 미친 건가?”
“뭐, 그래도 가능성은 있는 풋내기라면서요. 그 정도 평가면 장족의 발전이죠.”
“쯧, 꿈이 소박하구먼.”
“원래 한 걸음 한 걸음 나가는 겁니다. 보이지도 않는 먼 꿈만 바라보다간 거북목 생겨요.”
김승훈이 목을 길게 빼놓으며 말하자, 앤드루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목이 빠져 죽는 한이 있어도, 큰 꿈은 있어야지.”
“죽으면 무슨 의밉니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건데.”
“한마디를 안 지는구먼…….”
“원래 싸움이라면 아이한테도 진심으로 대하라고 배웠거든요.”
“쯧, 연기를 가르쳐주면 뭘 하나…….”
앤드루는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 섞은 말투로 한탄하자 옆에 있던 김승훈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운 빌려드리잖아요. 그럼 상부상조죠. 생색을 내고 그럽니까? 여기 데려오는 걸로 돈이라도 받아요?”
“됐어. 야박하긴”
집에 가까이 오자, 김승훈이 옆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앤드루를 향해 말했다.
“내일도 새벽부터 러닝 해야죠?”
“…….”
“대답도 없으시네. 그래도 깨울 거예요.”
앤드루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발…… 좀 쉬어라.”
“그럴 순 없죠. 연기도 제대로, 운동도 제대로. 이왕 할 거면 다 잡아야죠.”
“쯧. 그럼 잠깐 편의점 좀 들렀다 가.”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먹게요?”
“아냐. 담배야. 인마.”
“제 거 펴요.”
“너무 약해. 네 거로 피면 한 번에 3개는 피워야 담배 좀 핀 거 같다고.”
앤드루가 말하자, 김승훈도 자신의 담배가 얼마 남지 않은 걸 확인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알겠어요. 같이 들어가 드려요?”
“아, 아냐. 점원이 스타 알아보면 좀 그렇잖아. 하하. 금방 다녀오지.”
김승훈이 차를 잠시 편의점 앞에 세우자, 앤드루는 기다렸다는 듯 차에서 내리며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모습에 김승훈 피식 웃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앤드루가 나왔다.
그의 손에 쥐어진 비닐봉지는 너무 많이 담아 터질 듯한 비주얼이었고, 앤드루는 볼 속에 식량을 저장해서 행복한 햄스터처럼 환하게 웃었다.
“내가 또 이걸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
“어휴…….”
“자네는 하나도 안 줄 거야. 체중 관리 열심히 하라고.”
“방 안에서 조용히 쳐드세요.”
“알겠네…….”
달그락-.
유리병 부딪히는 소리에 김승훈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아름다운 소리가 자기를 부르고 있다는 걸.
하지만 김승훈은 배에 힘을 꽉 준 채 머릿속을 떠오르는 맑은 술의 자태를 없애려 노력했다.
“자, 자네 괜찮나? 얼굴이 빨개.”
“앤드루 씨 때문이잖아요.”
“뭐? 내가 왜?”
“소주를 사긴 왜 삽니까. 잘 먹지도 못하는 양반이. 맥주나 드실 것이지.”
“내가 그날은 방심한 거야. 이놈아.”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이 피식 웃었다.
“얼씨구? 안 믿네?”
“됐어요. 안 먹어요. 도발하지 마요.”
김승훈의 말에, 앤드루는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내 거밖에 안 샀어. 너 줄 것도 없다.”
“그거 다 못 먹을 텐데? 한…… 4병 샀죠?”
김승훈의 말에 앤드루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귀신이냐?”
“척하면 척이죠.”
김승훈은 턱 밑으로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다 먹을 수 있어. 걱정하지 마.”
“방 안엔 토하지 말고, 꼭 화장실 가서 하세요. 만에 하나 진짜 토하면 그때부턴 저도 테일러처럼 토쟁이 취급할 거예요.”
김승훈의 말에 앤드루는 잠시 입을 다물고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말을 돌리기 위한 화제로 다른 말을 꺼냈다.
“너희 집 프리미어리그 나오냐?”
“한국은 프리미어리그 안 나오는 줄 알아요? 나도 챙겨 보는데요?”
“응? 남의 나라 축구 리그 경기를 왜 챙겨 봐?”
“재밌어서요. 오늘 나도 봐야 하는데?”
김승훈과 앤드루의 눈이 마주쳤다.
먼저 입을 연 건 앤드루.
“혹시…….”
“첼시 팬이에요?”
“뭐!? 첼시!?”
앤드루가 인상을 찌푸렸다.
“첼시는 무슨 첼시야. 아스날이지. 이놈아!”
“아스날이요? 이 사람 큰일 날 소리 하네.”
“뭐? 아니, 너는 타국 놈이 뭔 첼시야. 이놈아!”
김승훈이 앤드루의 몸을 훑더니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앤드루 씨보다 축구 더 잘할 거 같은데?”
“그건 그렇다고 쳐도…… 참나. 하필 첼시 팬 놈이라니. 잠시나마 마음에 들려고 했더만.”
“저도 됐네요. 티에리 앙리 원툴이.”
“뭐? 아스날에 얼마나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너흰 공격수들이 골 못 넣어서 램파드만 골 넣잖아.”
“그건 미드라이커라 그런 거고요. 멋있잖아요. 램파드.”
앤드루는 김승훈의 말에 혀를 끌끌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 됐어.”
“아, 근데 설마 축구 보면서 술 먹으려고요?”
“그럼, 술 따로 축구 따로겠냐?”
“집에 티비 하난데…….”
“네가 참아. 인마. 이미 사 놓은 걸 어째?”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집주인인데요?”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나올 거야? 난 맥주 없이 축구 안 보는 사람이야.”
“하…….”
“어쩔 수 없네. 한 잔 혀. 그럼.”
“아, 안 되는데…….”
“그럼 말고.”
앤드루는 피식 웃으며 소주를 꽉 껴안았고, 그 모습에 김승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에이씨. 소주 좀 더 사가요. 네 병으론 택도 없어.”
김승훈이 차를 돌리자, 앤드루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아스날 vs 첼시.
그 결과는 무승부.
아찔했던 승부에 김승훈과 앤드루 두 명의 목은 모두 쉬어버렸다.
“좋은 승부였네.”
“흐, 아쉽다. 이길 수 있었는데.”
“어허. 나도 그 생각했거든?”
그 둘은 서로를 보며 실실 웃었다.
앞에 쌓여있는 소주병들.
그들은 꽤 얼큰하게 취한 듯, 눈이 풀린 지는 이미 한참을 지난 듯 보였다.
“두 병 남았는데. 이거 해치울까?”
“그래야죠. 그럼. 남길 생각이었어요? 아, 혹시 힘드신가?”
김승훈의 비아냥에 앤드루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힘들긴! 이게 뭐 술이라고! 이건 음료수지!”
“아, 그럼 음료수 드시다가 뿜으신 거네요?”
“…….”
앤드루는 못 들은 체하며 김승훈의 잔에 가득 술을 채웠다.
가득해진 술잔을 보며, 김승훈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오, 이제 저한테 마음 좀 생기셨나? 이렇게 사랑을 가득 담아주시네.”
“취해서 그래. 조절이 잘 안된 거야.”
“네, 네. 알겠습니다. 짠.”
쨍-.
술을 들이켜자, 앤드루는 살짝 의식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쁘기만 한 기분은 아니었다.
“하하.”
앤드루가 웃자, 김승훈이 물었다.
“갑자기 왜 웃어요?”
“자넨. 참, 삶이 즐겁겠어.”
뜬금없는 말에 김승훈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그래. 잘 생겨서 팬도 많지. 아직 한참 팔팔하잖아.”
“팔팔은 무슨. 이제 슬슬 저도 골병들거든요?”
“허? 네가 골병이면, 이놈아 난 진작에 죽었어.”
앤드루는 피식 웃으며 김승훈을 부럽다는 듯 쳐다봤다.
“부럽군. 부러워. 자넨 참 행복하기만 했을 거 같아.”
“하하. 그래 보여요?”
김승훈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앤드루에게 되물었다.
“자네 인생에 굴곡이란 게 있었나……? 연기도 그 정도면 적잖이 할 만큼 하고.”
“언젠 못한다면서요?”
“내 기준에서 못하는 거지. 사람들이 봤을 땐 평범하지 않겠나. 말을 좀 알아서 걸러 들어. 쯧,”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미소를 지으며 술을 따랐다.
“내 인생은 참, 빌어먹을 인생이야.”
“술자리에선 불쌍하게 보지 말라면서, 이젠 또 푸념하고 그러시네.”
“……”
앤드루는 말없이 술잔을 잠시 쳐다보며 말했다.
“동정 같은 거하지 말란 거지. 그리고 불쌍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거랑 자기 인생을 빌어먹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거랑 같냐?”
“비슷하지 않나?”
“완전히 다르지. 꼬맹아.”
앤드루는 피식 웃으며 김승훈이 채운 잔을 단번에 비웠다.
그리고 김승훈에게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냈다.
배우라는 꿈을 가지고 살았던 20대 초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20대 후반.
배우라는 꿈에 회의감을 갖게 된 30대 초반까지.
10년이라는 세월을 단지 꿈과 사랑 그리고 회의감이라는 세 단어로 표현한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후는 뭐 어떻게 된 건데요? 아직 10년 정도 비는 거 같은데?”
“이제 거긴 또 희망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하하.”
연극판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던 앤드루.
그리고 할리우드의 <반지의 제왕> 오디션.
그곳에서 어떻게든 한 자리를 잡기 위해 무슨 배역이든 할 생각으로 지원했고, 캐스팅 매니저가 그에게 골룸 역할을 제안했었다.
“골룸은 <반지의 제왕> 소설을 보면 제일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 중 하나지. 움직임도 인간과는 다르고 말이야.”
앤드루는 과거를 돌이켜보자,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지 잔을 한 번 더 비웠다.
“그런 모습을 묘사하기엔 원숭이만 한 게 없더군. 그래서 몇 달을 거의 원숭이만 보고 살았어. 그리고 연구도 많이 하고 말이야.”
“대단하네요…….”
“하, 대단은 무슨. 할 일 한 거지. 근데 정작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제대로 돌아가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뭐 내 잘못이 없던 건 아니지만.”
아라곤 역할을 맡은 톰 길버트라는 배우.
그 역할을 맡은 배우와의 싸움은 앤드루의 배우 인생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싸웠다고요?”
“그래,”
“주먹다짐까지 했던 거예요?”
“그럼 뭐 가위바위보로 싸웠겠냐?”
“다 큰 어른들끼리 그게 뭔…….”
“자존심에 어른이 어딨고, 어린 게 어딨어. 엔딩 크레딧에 몇 번째에 올라오는 지로도 싸우는 게 배우들이야.”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이겼어요?”
김승훈의 질문에 앤드루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죽기 전까지 패줬지.”
“주연 배우를?”
“내가 참을성이 좀 부족해서 말이야. 덕분에 촬영장에서 나한테 말 거는 게 거의 금기되더군. 주연 배우를 팬 골룸 새끼라고.”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완전 혼자였겠네요?”
“그랬었지. 그래서 영화판에 환멸도 느끼고 말이야. 그저 연기에 정이 떨어지더군.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 하니, 연극이나 하면서 입에 풀칠이나 하면서 살았지. 그리고 연극도 때려칠 생각이던 때 만난 게 경 감독이야.”
김승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타이밍 죽이네요.”
“그래, 내 인생 밑바닥에서 만난 거지.”
“하하, 저도 뭐. 인생 밑바닥까진 아니지만, 힘들 때 찬현이 덕 많이 봤죠.”
앤드루는 김승훈이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네한테. 힘들 때가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