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31)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31화(131/276)
몇 달 후 MILM.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최종 CG를 확인한 경찬현.
MILM 직원들은 감상을 마친 경찬현의 첫 한 마디를 기다리며 기대하는 눈치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이거라면 가능하겠어요.”
경찬현의 말에 MILM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최종 평가 통과.
몇달 간 사무실에 살다시피 생활하던 그들은 서로를 얼싸 안으며 몇몇은 환호성까지 내질렀다.
“이제 진짜……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죠?”
“지옥이라니요! 우린 창조주 수준으로 영화를 만들어냈다고요! 여기가 천국이죠!”
테일러의 외침에 MILM 직원들은 모두 쓴웃음을 지었다.
정확하게 무슨 웃음인지 알 수 없는 씁쓸한 웃음. 하지만 다들 최선을 다한 탓인지 그 웃음 안에는 일말의 아쉬움 따위는 보이질 않았다.
“하하…… 테일러 씨 말이 맞죠.”
“네…… 여기가 천국이지. 하하…… 야근 천국.”
“엄마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요…….”
직원들의 말에 테일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들어낸 걸 보자고요! 이건 기적이라니까요?”
테일러의 말대로 MILM에서 만들어 낸 건 기적에 가까웠다.
수많은 인력. 그리고 그 인력이 몇 달간 달라붙어 만든 결과물.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MILM이 만들어낸 비밀 병기 수준.
테일러는 그 결과물을 봤다가 경찬현을 바라봤다.
완구 회사라는 사이언 프라임에게서 받아온 투자금 50억.
그 돈은 온전히 MILM에 투자됐다.
인원 충당과 설비 추가.
그 덕분에 <스페이스 베가본드> 제작 기간이 훨씬 단축됐다.
그를 바라보던 중.
방금 그가 한 말이 궁금해진 테일러는 경찬현을 향해 물었다.
“감독님. 제가 궁금한 게 있는데요…….”
테일러가 옆에 있던 경찬현을 향해 말했다.
“네?”
“뭐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VFX 최종본.
테일러의 눈엔 여태껏 이런 영화는 없었다.
<쥬라기 공원>보다 훨씬 싼 제작비였지만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한 수준의 퀄리티.
미국이었다면 인건비 때문에 수 십 배는 늘었을 터.
오히려 한국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테일러는 경찬현의 대답을 기대하며 두 손을 모아 물었다.
“아, 하하. 스페이스 오페라의 클래식으로 남는 거요.”
자신감 넘치는 경찬현의 말에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스페이스 오페라의 클래식…….”
테일러는 경찬현의 말을 되뇌며 생각했다.
테일러가 사랑했지만 망해버린 <스타트렉>.
그녀에게 <스타트렉>이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받아들여진 것처럼 사람들에게 <스페이스 베가본드>가 받아들여진다면……,
경찬현의 말대로 스페이스 오페라의 클래식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죠.”
“네……?”
경찬현의 말에 테일러는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지금 당장 <스페이스 베가본드> 같은 영화는 세상에 나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눈앞에 두고, 짧은 감탄사 이후 벌써 다음 장을 생각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 테일러는 괜히 풀이 죽었다.
“앞으로요……?”
“네. 앞으로 CG 기술은 무한정으로 발전할 테니까요. 더욱 정교해지고, 더욱 완벽해질 거예요.”
“저는 이런 영화를 본 적도 없는걸요…….”
입이 댓발 나와 있는 테일러의 모습에 경찬현은 잠시 당황한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곤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테일러를 향해 말했다.
“아…… 하하. 예, 지금 당장에 이런 영화는 어마어마한 거죠. 테일러 씨 덕분입니다. 하하.”
“지금 당장에요……? 아니 이 정도면…….”
할리우드 탑급 VFX 엔지니어를 데려와야만 가능할 정도의 퀄리티. 이 퀄리티의 CG를 보고 있으면서도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경찬현을 보며 테일러가 물었다.
“대단한 영화 아니에요……?”
“아…… 그게…….”
오히려 말을 잘못한 듯, 더 심각해지는 테일러의 표정에 경찬현은 말끝을 흐렸다.
“……?”
경찬현은 머쓱한 듯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러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람은 항상 앞을 보고 살아야죠. 하하. 쉽게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하하!”
경찬현의 말에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앤드루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테일러. 경 감독 말이 맞지. 앞으론 <스페이스 베가본드>. 이 작품보다 훨씬 좋은 작품들을 뽑아내야 할 거 아닌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말하는 앤드루를 보며 테일러는 인상을 찌푸렸다.
“토쟁이 씨. 그건 당연한 거지만, 만족도 할 줄 알아야죠.”
“언제까지 그렇게 부를 건가? 이제 자네만 그렇게 부르고 있어!”
“전 평생 이렇게 부를 건데요?”
“크흠…….”
앤드루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자, 테일러는 장난스러운 미소로 그를 바라봤다.
경찬현은 테일러의 입이 다시 들어간 것에 안심하곤 웃으며 말했다.
“이제 진짜 거의 다 왔네요. 하하.”
***
<스페이스 베가본드> VFX 최종본을 보고 MILM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물론, 내 머릿속에 있는 미래의 영화들.
이미 본 지는 한참의 시간이 지났지만,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완벽해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이건 MILM과 성현제작사 CG 영화의 첫 발걸음.
첫 발걸음치고 꽤 멀리 디딘 것 같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앞으로 MILM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영화 비주얼 아트에 있어,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에겐 ILM이 있었고, 원래 <반지의 제왕> 시리즈 피터 잭슨에겐 웨타 FX가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선 최초로 영화감독과 연계된 비주얼 아트 회사 MILM.
ILM과 웨타 FX를 대체하기엔 아직 한참은 멀어 보였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영화계에 큰 영향을 줄 거라는 것 정도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차에 올라타자, 타이밍 좋게 핸드폰이 울렸다.
띠리링-.
핸드폰 위에 떠 있는 이름은 준성이.
그 익숙한 이름에 전화를 받자,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MILM에서 일 끝났냐?
“어, 방금 최종본까지 보고 왔어.”
내 말에 준성이가 물었다.
-어때. 괜찮아……?
“괜찮기만 한 수준이 아냐. 여기 영화계의 혁명이 될 작품이지.”
-여기 영화계? 뭐, 넌 다른 세상에서 왔냐? 하하.
준성이의 말에, 잘못 말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준성이는 여느 때나 하던 헛소리라 치부하는 듯 장난스레 웃으며 대답했다.
-가끔 너무 자신감이 넘쳐.
“보기 좋다고?”
-보기 좋긴…… 됐고. 제때 마무리할 수 있겠어?
이제 중점적으로 남은 건 편집.
영화 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
이것만 끝나면 좀 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해야지. 시간 단축하려고 돈도 끌어온 건데.”
-잘 아네. 그래도 몸은 아껴 가며 해라. 요즘 잠은 잘 자냐?
“잘 자지. 그럼.”
쪽잠의 일상화.
제대로 깊게 잠든 게 몇 달 전인지 가늠도 제대로 되질 않았지만, 준성이의 목소리에 걱정이 느껴져 대충 둘러댔다.
-거짓말하지 말고. 인마. 목소리에부터 거짓말 냄새가 풀풀 나.
하지만 쉽게 들켜버린 거짓말.
준성이의 걱정 가득 찬 목소리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아무 대답도 하질 않았다.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좀 푹 자. 이제 편집만 남았으면 전보단 여유롭잖아?
“알겠어. 끊어.”
툭-.
전화를 끊고, 잠시 눈을 감았다.
영화의 마무리 단계.
최종 편집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초조함이 밀려 들어왔다.
“후…….”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편집에 있어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엄청난 경험을 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
이번 영화에 있어서 편집의 무게감은 여타 다른 영화보다 더욱 중요했다.
유능한 폴리 아티스트를 통해 만들어둔 효과음들. 그리고 준성이가 큰돈을 들여 데려온 음악 감독 등.
이번엔 관객의 시각적 청각적 쾌감이 중심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동시에 놓치지 않은 내러티브.
분명 <스페이스 베가본드>가 성공한다는 건 확실했다.
이번 영화만큼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는 여태까지 없었으니까.
남녀노소 다 즐길 수 있는 영화.
그런 영화가 되길 바라며, 잠시 쪽잠을 잘 생각으로 알람을 맞췄다.
***
다시 몇 달 후.
편집에 들인 시간도 몇 달.
그 시간 동안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전과 비교도 되지 않게 완벽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내 말에 편집실에 있던 팀원들은 연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런 영화가 한국에서 나오다니!”
“대박이다. 대박이야…….”
“이런 영화에 숟가락 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찬현 감독님.”
내게 감사를 표하는 팀원들에게 나는 손을 건네며 말했다.
“다들 고생해주셨는데요. 숟가락이라뇨. 하하. 다들 반찬 하나씩은 만드신 겁니다.”
이미 늦은 시간.
다들 퇴근할 시간은 한참은 지나있었지만, 오늘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다들 불평불만 없이 편집실에 남아줬다.
“오늘은 시간 늦었으니. 다들 퇴근하자고요. 시사회 전에 한번 자리 가지시죠.”
“어, 쫑파티요!?”
성현 제작사 쫑파티.
영화제작이 끝나면 하는 행사가 왜인지 모르겠지만 유명해졌다.
“이야, 이게 말로만 듣던 성현 제작사 쫑파티?”
“가족도 데리고 가도 되는 거였죠?”
“네. 하하. 여러분들이 고생하신 만큼 대접받는 건데요.”
내 말에 그들은 퇴근하지도 않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 며칠 못 들어간 거.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겠구먼.”
“그럼! 애들한테 비싸고 맛난 것도 잔뜩 먹여야지.”
이런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는 핸드폰을 들고 편집실 밖으로 나섰다.
전화를 걸 사람은 준성이.
작업이 완벽히 끝났기에 이제 바쁜 건 준성이 몫이다.
-여보세요?
“작업 끝났어. 시사회 일정 잡아줘.”
-그래? 좋다. 김은하 영화 이제 거의 끝물이니까. 바로 진행하면 되겠는데?
김은하의 신작 <모서리>.
그녀의 두 번째 작품.
시사회 때 보긴 했지만, 그녀다운 섬세한 작품이었다.
이번엔 내 도움은 없이 온전히 그녀만의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알던 그녀만의 섬세한 디테일이 더욱 살아 있었다.
김은하는 그렇게 그녀만의 영화 색깔을 구축해갔다.
“응. 최대한 빨리 진행해줘. 사이언 프라임에선 연락왔어?”
-아, 어. 샘플 만들었다고 하더라.
“좋네. 관객 시사회 때까진 어느 정도 어느 정도 수량은 채워지면 좋겠는데.”
-시사회까지라고? 왜?
준성이가 되물었다.
“응.”
-어디다 쓰려고?
“시사회 특별 이벤트.”
-<밤> 때처럼?
“그렇게 뿌릴 순 없고. 몇몇 관객한테 줘야지.”
피규어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
그 방법으로 제일 좋은 건 결국 관객들의 입소문이었다.
“승훈이 형이 직접 건네주는 류성민 피규어 사진 찍어서 신문에 실려 봐. 엄청 화제 되지 않겠어?”
-오, 괜찮은데?
준성이는 흥미롭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럼 사이언 프라임한테 따로 부탁해서 몇 개 선 제작 좀 먼저 부탁해볼게.
“그래. 사고 크게 한번 쳐보자고.”
-대박 한번 터트려 보자! 으아!
툭-.
대박.
아니, 완전 초대박을 터트려야 한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만 화제가 되는 게 아닌, 바다 건너까지 퍼질 수준으로 크게 터트려야 할 영화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세상의 영화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