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32)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32화(132/276)
제작 시사회 상영이 끝나고.
제작진들은 다들 멍하니 상영이 끝난 스크린을 바라봤다.
“색감도 완벽해서 건드릴 게 없네요.”
“혁신이다. 혁신…….”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들.
김승훈은 이런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그저 멍하게 스크린을 바라봤다.
옆에 있던 앤드루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앤드루와 김승훈이 멍하게 앉아있는 동안 경찬현이 멀리서 두 박스를 들고 왔다.
“괜찮죠? 승훈이 형. 앤드루 씨.”
경찬현의 말에 김승훈은 아직까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
“저, 저게 나라고? 너 편집에서 내 연기도 만진 거냐?”
“형 이번에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니까요. 촬영장에서도 항상 이 말 했잖아요. 형이 안 믿어놓곤.”
경찬현이 웃으며 말하자, 앤드루도 작게나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 CG들은 뭐고……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좋아졌어. 이게 편집으로 가능한 수준인 거야……?”
“효과음 수정도 많이 해서요. 하하. 편집 때 손도 좀 많이 봤죠.”
앤드루는 경찬현이 안고 있는 포장된 상자를 보며 말했다.
“근데, 그건 뭔가?”
“아, 이거요?”
경찬현은 박스들을 하나씩 김승훈과 앤드루에게 건넸다.
“직접 열어보세요. 하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 건지.
앤드루는 궁금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뜯었다.
그러자 안에 있는 ‘니스크로드’.
“하하…….”
니스크로드의 표정은 영화에서 직접 따온 듯, 비열하고 강인해 보였다.
“어 그럼 이것도?”
김승훈도 포장을 열자, 자신의 모습을 한 피규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ㄹ곤 니크스로드와 자신의 피규어를 번 갈아보며 경찬현을 향해 말했다.
“아…… 앤드루 형이 더 잘 뽑힌 거 같은데?”
“에이, 형 것도 예쁘게 나왔는데요. 뭘.”
“그래. 자네는 적어도 자네 얼굴이잖나. 난 외계인이야.”
앤드루의 말에 김승훈과 경찬현이 환히 웃었다.
그 웃음이 멎을 때쯤, 앤드루가 경찬현을 향해 말했다.
“고맙네. 마음에 드는군.”
“아, 네. 하하. 근데 부탁드릴 게 더 있거든요.”
“응……? 부탁할 거?”
김승훈은 경찬현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네. 관객 시사회에서 좀 재밌는 그림을 뽑아야 할 것 같아서요.”
경찬현은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김승훈과 앤드루를 번 갈아봤다.
“시사회에 온 관객분들 중 몇 분에게 특별히 피규어 선물 이벤트를 할 생각이에요.”
앤드루는 김승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괜찮겠구먼. 김승훈이 주는 류성민 피규어.”
“앤드루 씨도 드려야죠.”
“응?”
“앤드루 씨가 니크스로드잖아요.”
경찬현의 말에 앤드루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스크린에 나오는 내 모습하고 지금 모습하고 다른데. 내가 준다고 좋아할지…….”
“좋아할 거예요. 앤드루 씨는 니크스로드 그 자체니까요.”
“그럴까…….”
앤드루는 관객들이 자신을 좋아해 줬던 적이 없는 배우.
그래서 그런지 약간의 불안함도 있었다.
만약 선물을 건넸는데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수치스러운 상황은 없을 테니까.
“형. 또 이상한 걱정 하죠?”
옆에 있던 김승훈은 앤드루의 표정을 보자마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또 자기가 건네줬는데 관객들이 불쾌해하면 어떻게 하지~ 뭐 그런 생각하던 거 아니에요?”
앤드루는 김승훈의 말을 듣곤 뜨끔했지만, 짐짓 아닌 척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뭐 경 감독 말대로 하면 되는 거 아냐. 안 그래?”
“네. 잘 부탁드릴게요. 니크스로드, 류성민, 이글스 호, 코르2138 3개씩 해서 이렇게 총 12분에게 드릴 거예요.”
이글스와 코르2138이라는 말에 김승훈의 눈이 번쩍였다.
“뭐!? 그것들도 다 만들었어?”
“네. 아직 완전 대량 생산까진 아니고. 선 제작 물건이에요.”
“언, 언제 풀려? 나도 사고 싶어서.”
“하하. 몇 주 뒤에 완전히 풀릴 거예요. 개봉하고 맞춰서 풀기로 했거든요.”
김승훈은 설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사야겠다. 형, 형도 딸한테 가져다줘요.”
“흠, 흠. 그럴까…….”
***
시사회 날.
앤드루는 어제 김승훈이 사준 깔끔한 옷을 차려입었다.
검정색 양복.
매일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던 그에겐 불편한 옷이었다.
“형. 평소에도 그렇게 좀 입고 다녀요.”
“응?”
“옷이 날개라잖아요. 그렇게 입으니까 좀 사람 같구먼.”
“평소엔 사람 안 같다는 거냐?”
김승훈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얼른 출발하죠. 늦겠어요.”
김승훈과 함께 차를 타고 움직이며 시사회장으로 향하던 앤드루는 살짝 손이 떨려왔다.
과거 <반지의 제왕> 시사회 땐 제작사 측에서 나오지 말라는 말을 전했었다.
아무도 골룸 따위엔 관심도 없고, 실질적으로 앤드루는 영화에 안 나온 것과 다름이 없지 않냐고.
그런 말에 앤드루는 그런 게 당연한 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달랐다.
피규어까지 만들어주고, 더없이 챙겨주는 그들의 모습에 앤드루는 항상 고마움을 느꼈다.
“긴장되나 보네요?”
김승훈의 물음에 앤드루는 손을 허벅지 밑으로 넣으며 말했다.
“에어컨이 너무 세서 그래. 좀 줄여.”
“에어컨 틀지도 않았거든요? 지금 창문 열려있는 거, 안 보여요? 하하. 완전 정신을 놓으셨구먼.”
“…….”
앤드루는 멋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만 기다려봐요. 내가 뭐 좀 사 올 테니까.”
“응?”
김승훈은 차를 대고 약국에 들어갔다.
김승훈의 등장에 꽤 놀랐는지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약국에서 들려왔다.
“흠.”
사람들은 확실히 김승훈을 좋아했다. 하지만 앤드루는 관객들에게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연기하는 기계.
소모품.
오히려 이런 수식어가 더 어울렸다.
이런 생각에 앤드루가 잠시 눈을 감고 있자, 언제 돌아왔는지 김승훈은 물과 함께 동그란 약을 건넸다.
“자. 이거 먹어요.”
병에 담긴 음료.
앤드루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게 뭔가?”
“어…… 뭐. 영어로 뭐라고 해야 하냐 이걸…… 그냥 긴장할 때 먹으면 좋은 거예요.”
동그란 약을 꺼낸 박스에 쓰여있는 말은 우황청심환.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던 김승훈은 그냥 꼭꼭 씹으라는 말만 연거푸 했다.
그의 말에 앤드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꽉 감고 우황청심환을 씹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으엑. 이게 뭔가.”
“그거 먹으면 긴장이 풀려요. 그냥 먹어요. 여기 물.”
김승훈이 건넨 물을 연거푸 들이켰지만, 앤드루는 아직 입에 남은 쓴 향에 인상을 찌푸렸다.
“으…….”
“괜찮을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요.”
“알겠어. 얼른 가지. 늦겠어.”
잠시 후 도착한 시사회 영화관.
“김, 김승훈이다!”
“어, 어디!”
영화 관람을 마친 몇몇 관객들이 김승훈을 가리키며 놀란 듯 소리쳤다.
그 모습에 김승훈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그들의 반응을 즐겼다.
“영화 재밌게 봤어요?”
“미쳤어요. 진짜. 완전! 오빠 연기 진짜 제대로 물올랐어요!”
“영화도 진짜 대박이고요. 이거 진짜 우리나라에서 만든 게 맞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니까요!”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앤드루는 아무 말도 없이 김승훈의 모습을 바라봤다.
저렇게 반겨주는 팬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부러우면서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김승훈과 대화를 하던 관객들이 앤드루를 향해 소리쳤다.
“앤드루!”
갑작스레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앤드루는 당황한 듯 김승훈에게 물었다.
“뭐라고 한 건가?”
“저한테 많이 도움을 준 사람이라고요. 영화에 니크스로드 역할도 맡았고…….”
“쯧, 쓸데없는 짓을…….”
“가서 인사 좀 나눠요. 형 이제 한국말 조금은 할 줄 알잖아요.”
김승훈은 앤드루를 은근슬쩍 사람들을 향해 밀었다.
“알겠어. 그만 좀 밀어.”
앤드루는 툴툴대며 말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니크스로드예요? 대박!”
“대박! 진짜 완전 대박이었어요!”
<스페이스 베가본드> 여파가 남아있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표정은 흥분으로 가득해 보였다.
“하하…… 캄싸합니다.”
“오. 한국어 할 줄 아세요?”
“어느 정도만?”
앤드루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색한 한국말로 대화했다.
몇 달간 한국에서 촬영했던 덕분에 간단한 회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면 안 돼요? 포토. 포토. 플리즈.”
“좋죠.”
배우 인생 처음으로 관객과 사진을 찍는 경험.
그 새로운 경험에 앤드루는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형, 이제 슬슬 가요. 늦겠어. 다음에 또 봬요!”
팬들과 사진을 찍고 앤드루가 돌아오자 김승훈은 그를 향해 물었다.
“좋죠?”
“좋긴 하네…….”
그들은 시사회 상영관 뒤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엔 경찬현이 기다리고 있었다.
긴장이 하나도 되지 않는 듯 환한 미소를 보이며 앤드루와 김승훈을 반겼다.
“왔어요?”
“어, 그래. 자네 잘 지냈나?”
앤드루는 어색하게 안부를 묻자, 경찬현은 미소를 보였다.
“긴장했어요? 앤드루 씨?”
“기, 긴장은 무슨.”
“말도 마라. 손을 벌벌 떨길래 우황청심환까지 먹였다니까.”
“연극 경력이 몇 년인데, 이런 걸로 겁을 먹고 그래요?”
김승훈과 경찬현이 사이좋게 앤드루를 놀렸지만. 앤드루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연거푸 심호흡만 내뱉었다.
“영화 끝났습니다. 감독님, 배우님들 들어가실게요!”
진행요원의 신호에 경찬현, 김승훈, 앤드루 순으로 천천히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밝은 조명 덕분에 관객들의 표정이 앤드루의 눈에 생생히 들어왔다.
희열에 찬 관객들의 눈빛.
그리고 여지없이 귀를 때리는 그들의 환호성.
앞에 미리 준비된 단상 위에 있는 의자에 앉기 전까지 귀를 터트릴 듯한 그들의 환호성에 앤드루의 심장이 요동쳤다.
“후…….”
연극이 끝날 때도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은 없었다.
그 반응에 정신이 멍할 지경에 이르자, 그걸 눈치챈 듯 앞에 가던 김승훈이 앤드루를 향해 물었다.
“괜찮아요?”
“어, 어…… 하하…… 연극 할 때랑 완전 다른 느낌이구먼…….”
앤드루의 하얗게 질린 얼굴을 보며 김승훈은 피식 웃었다.
“청심환 안 먹였으면 큰일 날 뻔했네.”
앤드루가 자리에 앉자, 옆에서 김승훈이 속삭였다.
“좀 웃어요. 누가 보면 싸우러 온 줄 알겠네.”
“알겠어. 하, 하…….”
앤드루는 어색한 미소로 환호를 보내고 있는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자, 잠시 후 경찬현이 마이크를 쥐었다.
“자…… 다들 영화 재밌게 보셨나요?”
준비된 행사를 제대로 시작하려는 신호였지만, 앞에 관객들의 반응은 더욱 거세졌다.
“대체 뭘 만든 겁니까! 이건 미쳤어요!”
웅성거리는 소리를 뚫어버리는 한 남자의 외침.
그 외침에 주위 관객들은 모두 웃음바다가 됐고, 앤드루는 통역을 들으며 한 박자 늦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누가 저분한테 따로 마이크 주신 거 아니죠?”
경찬현이 웃으며 말하자, 앞에 있던 관객들이 더 크게 웃었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조금 잦아들 때쯤.
“옆에 계신 류성민 역을 맡은 김승훈 씨, 니크스로드를 맡은 앤드루 씨에게도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 번 더 쏟아지는 환호성과 박수. 그 소리에 앤드루는 정신이 멍해질 정도로 아찔해졌다.
“후…….”
그리고 그 소리가 잦아질 때쯤, 경찬현이 천천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관객들의 질문 참여도도 뜨거웠다.
그들은 아직도 <스페이스 베가본드>에 푹 빠져있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앞선 질문이 끝난 이후, 어떤 꼬마 아이가 마이크를 쥐고 물었다.
-앤드루 아저씨. 니크스로드 맞아요?
통역사의 말에 앤드루는 피식 웃으며 꼬마 아이를 쳐다봤다.
그러곤 니크스로드처럼 말하며 꼬마 아이에게 말했다.
“아녕! 놘! 니크스로드다!”
어색한 한국 발음.
그렇지만 관객들은 그의 모습에 크게 웃으며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해졌다.
그리고 대화가 어느 정도 더 이어지고 난 후.
경찬현이 마이크를 쥐며 말했다.
“저희가 따로 준비한 선물이 있습니다.”
호명된 몇몇 관객들이 자리에서 내려왔고, 선착순으로 받고 싶은 선물을 받았다.
2연속으로 김승훈에게 선물을 받아 가는 사람들.
류성민의 피규어만 1개가 남고, 나머지는 아무도 고르지 않았다.
앤드루는 괜히 인기가 없는 건가 싶어, 어색한 미소만을 보이던 찰나.
아까 앤드루에게 질문한 꼬마 아이가 불린 듯 엄마와 함께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러곤 그 꼬마 아이는 앤드루를 향해 물었다.
“니크스로드 아저씨!”
“어……?”
“저 니크스로드 주세요!”
“…….”
앤드루는 기대에 찬 커다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꼬마아이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러곤 니크스로드 피규어를 한 손으로 들고 살짝 흔들었다.
“요거?”
“네! 그거요!”
“요깄다. 하하.”
꼬마 아이는 뭐가 그리 신난 건지, 니크스로드 피규어를 들고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 모습에 앤드루는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더 이상 소모품이 아닌 진짜 배우가 된 기분.
하나의 부품이 아닌, 환영해주는 팬이 있는 배우.
<스페이스 베가본드>에선 꿈꾸던 그런 배우가 됐다는 생각에 감격에 젖었다.
“아저씨?”
“…….”
피규어를 받은 꼬마 아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앤드루를 바라봤다.
“으,응?”
“울지 마요! 니크스로드는 안 울어요!”
앤드루의 촉촉해진 눈망울을 바라보며 꼬마 아이가 외쳤다.
앤드루는 재빠르게 눈을 소매로 한번 훔치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앤드루를 끌어안는 꼬마 아이. 자신의 품에 폭 안긴 꼬마 아이에 잠깐 앤드루는 당황했지만.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 꼬마 아이를 강하게 안아줬다.
“고맙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