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4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48화(148/276)
며칠 후.
코넌은 생각보다 훨씬 이상한 사람이었다.
토크쇼 인트로 영상에 넣을 용도로 나보고 콩트를 하자고 했는데…… 그 내용이 괴이했다.
‘원래 새로운 영웅은 화려한 등장과 함께해야 하는 법이죠!’
이런 말과 함께 나보고도 의견을 내라고 해서 냈는데…….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던 의견을 냈지만 그게 생각보다 코넌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경 감독님! 먼저 와계셨네요! 좋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코넌.
그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끔찍했다.
“어때요? 경 감독님?”
“어…… 아시아에 미친 사람 같아요.”
닌자 애니메이션에 나온 써클렛에 사무라이 칼 그리고 이소룡의 트레이닝복까지.
내가 낸 의견에 따라 오리엔탈리즘으로 범벅된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 웃음이 나왔다.
“히히. 히얏!”
뭐가 그리 신난 건지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장난감 사무라이 칼을 들고 이상한 기합 소리와 함께 칼을 휘둘렀다.
“이 정도면 오리엔탈리즘, 와패니즘에 빠진 놈들 엿 먹일 만하겠죠? 등신은 내가 맡을 테니. 당신이 정상인을 좀 맡아줘요. 히히.”
이 말을 뒤로 그는 자랑스럽게 그의 등에 붙어 있는 말을 보여줬다.
[등신]“각본은 다 봤죠? 경 감독님 의견을 반영했어요.”
“네. 하하…….”
코넌은 망가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남에게 뻔한 웃음이 아닌, 색다른 웃음을 주는 것에 환장한 것만 같았다.
“히얏!”
빈정댈 생각에 신이라도 난 건지.
그의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유난히 유쾌해 보였다.
“자자, 이제 준비합시다. 경 감독님. 그냥 재미만 있으면 됩니다. 빈정대면서 재밌게만 하자고요. 히히.”
“아, 네.”
[JUST FOR FUN.]코넌과 그 팀원들의 방송 제작 모토인 듯 그들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긴, 빈정댈 만한 인간이라 생각하면 상대가 대통령이라도 가리지 않는 미국 방송 분위기였으니…….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콩트다.
아니 오히려 좋다.
애매하게 묻히는 내용보다는 차라리 파격적이라도 눈에 띄는 방송이 나를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자, 들어갑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콩트가 시작되자, 코넌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다가왔다.
“어이어이!”
코넌이 어디선가 본 건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들릴 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는 누구지? 왜 내 세트장에 있는 거야?”
“경찬현.”
“아시안?”
“어.”
코넌은 고개를 한번 갸웃하는 연기를 한 후 다시 물었다.
“근데 왜 날 보고 경배하지 않는 거지?”
“뭐?”
“날 보라고. 난 아시안 그 자체야! 히야앗!”
장난감 사무라이 칼을 든 채 이상한 춤을 추며 기합을 넣는 코넌을 보며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내가 너보다 더 아시안 같은데. 이 가짜 자식!”
“대체 무슨 나라를 표현하려고 한 거냐?”
“아시아가 다 아시아지. 그걸 구분해?”
“그럼 백인은 다 같은 나라냐?”
코넌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 유럽 백인 문화랑 미국 백인 문화랑 얼마나 다른데! 이 무식한 놈.”
“기다려 봐.”
나는 잠시 무대 뒤로 빠져나온 후 허겁지겁 준비된 의상을 입었다.
북유럽식 바이킹 모자에 영국식 백파이프 그리고 미국식 카우보이 장화에 한 손엔 프랑스 바게트를 들었다.
코넌은 내 모습이 웃겼는지 입꼬리가 실룩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젠장! 지금 너 뭐 하는 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내가 말하며 바게트를 한입 물자, 코넌은 인상을 찌푸렸다.
“카우보이 장화를 신었으면 햄버거를 처먹어야지! 대체 왜 바게트를 처먹는 거야!”
“아, 이거 아냐?”
“으아아! 아시안 놈이 감히 우리를 놀리고 있어! 이런 빌어먹을 아시안! 으아아! 안 돼! 우리 위대한 미국을 모욕하지 말라고! 당장 그 카우보이 장화 벗어!”
아그작-.
바삭한 바게트가 씹히는 걸 보며 코넌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햄버거를 먹으라고! 제발! 그 바게트를 버려!”
“와, 이거 엄청 맛있네. 마늘이 없는 게 좀 아쉽다만.”
“으아악! 으아악! 안 돼! 제발! 우리 미국의 자랑스러운 카우보이가 동양인에게 짓밟히고 있어!”
코넌은 내게 엎드리며 구걸하듯 말했다.
“제발! 멈춰!”
“멈추면 나한테 뭐 해줄 건데?”
“내 토크쇼! 거기 나오게 해줄게. 나 꽤 잘나가는 놈이야!”
“뭐?”
“레이트 나잇 쇼! 알아? 거기 출연료 꽤 많이 준다고! 나 같은 놈한테도 돈을 퍼주는 데야!”
각본대로 코넌의 턱주가리를 잡은 후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유별나게 과장된 그의 표정에 간신히 웃음을 참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나가주지.”
마지막으로 코넌은 자리에서 쓰러지며 등짝에 붙어 있는 욕을 보여줬다.
그리곤 그 욕을 떼어낸 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레이트 나잇 쇼! 이번 주 게스트는! 장안의 화제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감독! 한국에서 온 경찬현 감독입니다! 모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태어나 처음 해본 코미디 콩트.
괜찮게 된 건지 영화촬영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있는 동안 코넌이 환한 웃음을 보이며 내게 엄지를 보여줬다.
“어후, 연기 잘하시네요. 크으, 좋아요, 좋아.”
“근데 이렇게 나가도 돼요? 이거 엄청 민감한 거 아녜요?”
“겁나요?”
코넌이 의외라는 듯 물었다.
“아뇨. 전 이 방송으로 잃을 게 없다만…… 코넌 씨는 잃을 게 많잖아요. 이 방송 자체가 위험해지는 게 아닐지…….”
“그러면 아무것도 못 해요. 미국에서 뭐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이거 보고 떠나갈 팬이면 진작 떠나갔을걸요? 히히. 모니터링 한번 해볼래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는 웃음이 나왔다.
“이제 인트로 시작한 거예요. 인터뷰가 진짜지.”
“하하…….”
“감독님은 잘할 겁니다. 제가 딱 보이거든요. 이 사람이 잘할 사람인지 아닌지. 근데 경 감독님은 딱 봐도 잘할 인재예요.”
코넌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혹시 나중에 영화 제작 쉴 때 레이트 나잇 쇼 고정 패널 할 생각 없어요?”
“네.”
코넌은 내 짧은 대답에 아쉽다는 듯 대답했다.
“그래도 고민이라도 조금 하는 척이라도 해주지…… 서운하네요.”
“전 영화 찍어야죠. 하하, 차기작 때 불러주시면 게스트로 나가 드리죠.”
내 말에 코넌은 손을 먼저 내밀며 말했다.
“약속한 겁니다? 흠, 이유는 모르겠는데. 경 감독 맘에 드는데요? 히히.”
***
잠시 후.
코넌과 경찬현은 함께 방청객들이 기다리고 있는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럼 옷 갈아입고 뵙죠. 제가 이름 부르면 나오시면 돼요.”
“네!”
깔끔하게 차려입은 코넌은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한번 정리한 후 토크쇼 세트장으로 나갔다.
방청객들의 환호에 잇몸까지 보이며 환한 웃음을 보이고 자리에 앉아 입을 열었다.
“흠. 여러분들은 오늘 엄청난 행운을 잡으신 겁니다. 다들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보셨겠죠?”
코넌의 질문에 청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미 누가 나올지는 다 아는 상황.
그래서 그런지 반응은 꽤 뜨거웠다.
방청객들은 대부분 <스페이스 베가본드>에 환장한 사람들.
그들이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창조주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건 당연지사였다.
“근데 아쉽게도 그걸 만든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죠.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온 경! 찬! 현!”
준비했던 밴드 음악이 울리며, 경찬현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들어왔다.
“자, 대부분이 처음 보는 얼굴일 텐데요. 인사 한번 해주시죠.”
“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온 <스페이스 베가본드> 감독 경찬현입니다.”
경찬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에 있던 방청객들이 외쳤다.
“내 인생 영화였어요!”
“나도! 완전 재밌게 봤어요!”
“혹시 피규어 선물 같은 건 없나요! 요즘 구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마지막 말에 코넌은 입에 검지를 갖다 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여긴 오프라 윈프리 쇼가 아니에요. 여긴 소심하고 야박한 코넌 쇼라고요! 선물 받으려면 오프라 윈프리 쇼나 가세요.”
“아, 제가 혹시 몰라서 챙겨오긴 했는데…….”
“예? 그럼 날 줘요! 나도 가지고 싶은데!”
코넌의 말에 방청객들은 야유를 보냈고, 코넌은 능청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움직였다.
“에이, 무서워서 장난도 못 치겠네.”
“이따 촬영 끝나고 나눠드려도 되겠죠?”
경찬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앞에선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는 고맙다는 듯 방청객들에게 엄지를 보여줬고, 코넌과 사전 인터뷰 때 나눴던 이야기를 위주로 나눴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바닥이 날 때쯤.
“그럼 이제 노트 인 더 박스를 진행해볼까요?”
관객들에게 받은 질문 중 하나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코너였다.
코넌은 옆에 뒀던 조그마한 상자를 꺼내며 잔망스러운 손가락 놀림을 방청객들에게 보였다.
“흠…….”
코넌은 질문지를 먼저 읽은 후 고개를 끄덕이며 경찬현에게 물었다.
“차기작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스페이스 베가본드> 속편을 제작해도 사람들이 참 좋아할 텐데요.”
코넌의 말에 방청객들은 두근대는 눈빛으로 경찬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스페이스 베가본드> 속편으로 들어가진 않을 것 같네요.”
경찬현의 말에 방청객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지금이 속편 만들기엔 절호의 기회 아닐까요? <스페이스 베가본드>가 흥행한 상황에서 그 속편을 만드는 것만큼 안정적인 선택은 없을 텐데요.”
코넌의 물음에 경찬현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고 싶은 게 워낙 많아서요. 비슷한 장르를 두 번 연속 찍고 싶진 않네요. 애초부터 그런 걸로 기획한 게 아니라면 말이죠.”
경찬현은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괸 채 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세계관을 확장하려면 얼마든 확장할 수 있습니다. 대신 돈만 보고 급하게 결정하면 그만큼 영화 퀄리티가 떨어질 거 같아서 두렵네요.”
경찬현의 대답에 코넌은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돈만 되면 영혼까지 팔아버리는 사람들과는 확실히 영화를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그저 본편의 인기를 이용해 무작정 속편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
그의 당당한 태도.
그것만으로 오늘 분량은 충분히 뽑았다는 생각에 코넌은 실실 웃었다.
“그래도 차기작을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건 확정인 거죠?”
“네. 맞습니다.”
“장르는 정해져 있지 않고. 그냥 할리우드 찍는다는 건가요?”
“네.”
경찬현의 대답에 코넌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걸 사람들은 용기라고 볼까요?”
“사람들은 용기라기보단 객기라고 볼 겁니다. 그 정도는 알지만, 원래 세상을 빠르게 바꾸려면 객기 있는 놈이 필요한 거니까요. 그래서 저도 제대로 한번 객기를 부려볼까 합니다.”
재치 있고 깔끔한 대답.
코넌은 방청객들은 보이지 않게 책상 밑으로 경찬현만 볼 수 있도록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마무리 멘트를 하려 자리를 고쳐 앉으며 카메라를 쳐다보고 멋진 척을 했다.
“여태까지 대한민국에서 온 경찬현 감독이었습니다. 다들 이 감독이 용기, 아니 객기. 흠…… 아니. 패기로 어디까지 가나 보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