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50)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50화(150/276)
레이트 나잇 쇼 경찬현 편이 방영되고 난 며칠 후.
코넌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여유롭게 커피를 한잔 마셨다.
미국 사회엔 꽤 신선한 충격이었던 듯 예측했던 대로 꽤 큰 논란이 만들어졌다.
보수적인 언론사에서는 코넌을 레이트 나잇 쇼 호스트 자리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논지의 기사를 뿌려댔다.
[코넌 브라이언. 자의식 과잉이 저지른 그의 행보.] [한국에서 온 경찬현. 할리우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히히. 웃긴 놈들. 기사라는 놈들이 이런 식의 말밖에 못 지어내나?”
코넌은 코미디 쇼를 보듯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된 기사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이런 보수적인 언론의 반응과는 달리 레이트 나잇 쇼의 시청률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경찬현이라는 캐릭터.
그 캐릭터는 코넌이 의도했던 대로 사람들이 받아들였다.
[능력 좋은 낭만주의자]낭만 없이 능력만 있는 인간은 기계와 다를 게 없고, 능력 없이 낭만만 있는 사람은 몽상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경찬현은 달랐다.
능력도 좋았고, 꿈도 남달랐으니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순 없었지만, 확실한 건 평범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자기는 왜 자기 욕이 쓰여 있는 기사를 웃으면서 봐? 걱정 안 돼?”
옆에 있던 아내의 물음에 코넌은 능글맞게 웃었다.
“칭찬도 많아. 이것들도 봐봐. 원래 나쁜 소식 먼저 보는 게 좋잖아?”
[레이트 나잇 쇼 파격적인 게스트 경찬현!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등극!] [뜨거운 감자. 하지만 경찬현에 대한 관심 급부상!]“그래도 원래 방송계에선 적이 없으면 좋잖아.”
“좋은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적을 만드는 건 괜찮아. 이번에 사귄 친구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친구야.”
안심하라고 한 말에도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자, 코넌이 물었다.
“레이트 나잇 쇼에서 잘릴까 봐 걱정돼?”
“아예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잘리고 다른 일 하면 돼.”
“레이트 나잇 쇼 호스트 같이 좋은 자리는 힘들걸? 그리고 자기 3년만 버티면 투나잇 쇼로 가잖아. 그게 자기 꿈이었고. 너무 민감한 소재를 건드린 게 아닐까 싶은 거지.”
투나잇 쇼 호스트. 코넌을 레이트 나잇쇼의 호스트로 남아있게 한 유일한 이유였다.
그래서 다른 방송국에 비해 싼 값에 후려친 NBC의 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렇긴 하지. 내 평생의 꿈이긴 했으니…….”
코넌은 말을 흐리며 신문을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앞에 있던 딸이 코르2138을 들고 코넌에게 달려들었다.
“아빠! 놀아줘!”
“히히. 난 니크스로드다! 이 꼬맹이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갑작스러운 상황극에 아내가 코넌에게 말했다.
“아니. 왜 말을 하다 말아.”
“흠, 생각할 게 너무 많아. 경찬현 감독 만나고 나서 좀 생각이 많아졌거든. 이럴 때 제일 좋은 건…….”
“고민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거? 어휴. 또 그 얘기네.”
아내의 핀잔에 코넌은 환하게 웃으며 딸과 함께 아내를 껴안았다.
“상황은 근데 알맞게 돌아가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띠리링-.
갑자기 코넌의 핸드폰이 울렸다.
“으…….”
아마도 지금 논란에 불을 더 지피고 싶어 하는 기자들의 전화일 거란 생각에 코넌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바라봤다.
“응?”
예상과 달리 쇼가 끝나고 번호를 교환했던 경찬현의 전화인 걸 확인한 코넌은 실실 웃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아, 예. 코넌 씨. 안녕하세요. 경찬현입니다. 지금 통화 괜찮으실까요?
“어휴. 그럼요! 당연하지요~.”
코넌의 우스꽝스러운 말투에 앞에 있던 딸이 환하게 웃었다.
-아, 일단 토크쇼 너무 잘 봤습니다. 편집도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에이, 원석이 좋으니 다이아몬드가 나온 거죠. 뭘. 하하. 덕분에 시청률도 폭등했어요. 거의 평소에 2배 수준이라니까요? <스페이스 베가본드>가 이렇게 매서울 줄이야.”
코넌은 딸이 들고 있는 코르2138을 보며 말했다.
-아, 근데 다름이 아니라…… 다음 달에 성현 KMD 픽처스 창립식을 계획 중입니다.
“오, 그래요?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네요. 축하드려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그 자리에 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초대장을 따로 보내드리긴 할 텐데, 먼저 이렇게 연락을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어휴. 저야 불러주시면 어디든 가야죠. 하하. 귀한 자리에 누추한 사람이 가도 될는지 모르겠다만…….”
코넌의 말에 경찬현은 당황한 듯 말했다.
-어휴, 아닙니다. 누추한 곳에 귀한 분이 오시는 거죠. 하하. 정말 감사드립니다.
***
창립식에 앞서 그간 준비해왔던 시설을 보여주겠다며 이준성은 경찬현을 데리고 새로운 터로 향했다.
건물을 새로 짓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KMD의 자본으로 꽤 큰 빌딩을 통째로 매입했다.
실내 디자인에 몇 달을 투자한 성현 KMD 픽처스의 건물.
꽤 공들여 준비한 덕분에 이준성의 어깨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게 치솟았다.
“기대되지? 막 두근대서 미치겠지?”
이준성이가 운전하며 경찬현에게 물었다.
“미칠 거까진 아니고. 그냥 좀 설레는 수준?”
“그게 그거지. 인마.”
“에이, 다르지.”
“하, 이렇게 재미없는 인간이랑 붙어 다녀야 한다니.”
이준성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경찬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벌써 10년 넘게 붙어 다니는 내 심정은 어떻겠냐?”
“영광인 줄 알아야지! 나 같은 제작자가 흔한 줄 알아?”
“영광은 무슨…… 나 같은 감독은 흔하냐?”
유치한 말싸움에 이준성은 실실 웃었다.
대표라는 직함 때문인지 항상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경찬현과 함께라면 그냥 이준성이 돼도 상관없었기에 더 즐거웠다.
40분 정도 운전하고 도착한 빌딩.
그 빌딩 앞에 서자 경찬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야…… 여기가 진짜 우리 건물이라고?”
“조금 설레는 수준이라면서요? 새 터전 보자마자 반응이 너무 격하시네?”
경찬현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거대한 빌딩을 살폈다.
거대한 통유리 기반으로 시원한 비주얼을 뽐내는 빌딩.
영화에서만 봤던 빌딩에서 대표로 일할 거란 생각에 설렜는지 경찬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준성에게 물었다.
“들어가실까요? 이 대표님?”
이준성은 피식 웃으며 경찬현의 콩트를 받아들였다.
“어휴. 그러시죠. 경 대표님. 오늘 대표님이 저녁 사시는 겁니다?”
“그럼요. 이 대표님. 하하. 아, 근데 오늘은 여기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나 하시죠?”
“오, 역시. 경 대표님. 뭘 아신다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홀에 있는 분수가 제일 먼저 그들을 맞이했다.
“이 분수 미쳤지? 내가 직접 하나하나 알아보고 고른 거다. 분수 뭐 고를지만 며칠을 고민했어.”
“와…….”
“야야. 침 떨어지겠다. 이 신성한 성현 KMD 픽처스 바닥에 침 흘릴 생각 마라.”
주황색 조명이 바닥의 하얀 대리석을 비추자 따스한 감성의 공간이 연출됐다.
그리고 그 따스한 감성과 어울리는 분수.
그 조화로움에 경찬현은 넋을 잃은 듯 연신 감탄만 했다.
“엘레베이터 타고. 꼭대기로 가보자고. 우리 거처로.”
엘리베이터를 타자, 조명부터 때깔이 달랐다.
목조 디자인에 클래식한 분위기가 엘리베이터 내부에 풍겼고,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울려 퍼졌다.
“분위기 좋지? 엘리베이터에도 돈 좀 썼다.”
“어…… 미쳤어. 이게 다 얼마냐?”
“돈은 신경 쓰지 마. 이게 다 가오를 위해서 쓴 건데. 돈이 중요하냐. 이걸로 뭘 얻을 수 있냐가 중요하지.”
이준성은 넋이 나가 보이는 경찬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투자자가 이 건물에 딱 들어왔을 때. 아, 이놈들한테는 투자할 맛 나겠네.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지.”
이준성이는 엘리베이터 벽면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 멋있어.”
“오늘은 인정한다. 이걸 그동안 어떻게 준비한 거냐?”
“내 준수한 능력이랄까?”
“…….”
경찬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고 때마침 대표실이 있는 15층에 도착했다.
이준성은 익숙한 듯 꽤 넓은 공간을 물 흐르듯 걸어 다녔다.
“여기다.”
대표실 앞에는 비서들의 공간이 따로 있었고 꽤 좋아 보이는 원목 재질의 탁자와 함께 컴퓨터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톡톡-.
이준성이 탁자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것도 꽤 비싼 거로 했어. 일 열심히 하는 친구 와달라는 기념으로.”
“됐고. 대표실! 대표실부터! 난 대표실을 원해!”
“참을성 없긴…….”
[Co-Chief executive officer Lee Jun seoung] [Co-Chief executive officer Kyung Chan Hyun]대표실 앞에 붙여져 있는 금색 필기체 글씨에 약간의 감동이 밀려온 듯 경찬현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어루만졌다.
“야, 손때 타. 인마. 만지지 마.”
“미쳤다…… 미쳤어. 아직 안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와…….”
이준성은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설레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찬현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럼 이제 들어가 볼까?”
이준성은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마다 공식으로 불러야 하는 BGM을 셀프로 깔았다.
“따라따라 다~ 따라 다 라라~.”
부드럽게 열리는 문 너머.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보이던 거대한 사무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KMD 그룹 이정호 회장실보다도 좋아 보이는 사무실.
그 사무실에 경찬현은 아무 말 없이 주위를 훑었다.
“어때?”
아무 말이 없는 경찬현을 향해 이준성이 물었다.
“…….”
“뭐야?”
“표현할 수가 없다…… 말로…….”
시원한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할리우드의 경치.
그 경치에 경찬현이 감탄하며 잠시 멍하니 바라봤다.
“햐…… 이거 꿈 아니지?”
“그래. 인마. 꿈 아냐.”
영화를 제대로 시작한 지 단 6년 만에 온 할리우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진 예측할 수 없었지만, 이준성은 경찬현의 뒷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무엇이든 보여줄 수 있는 놈이라는 걸.
“야, 근데. 하. 생각해보니까 억울하네.”
경찬현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준성에게 말했다.
“왜?”
“나도 제작자나 할까. 촬영 현장에 있으면 이거 감상도 못하잖냐. 이 무릉도원을 포기하고 맨날 현장에서 먼지나 마셔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한데.”
“제작자는 개나 소나 하는 줄 아나? 숫자놀음은 기초 중 기초거든? 너는 못 하잖아.”
“그렇긴 하지.”
경찬현은 피식 웃은 후 이준성에게 악수를 건네며 말했다.
“앞으로 더 잘해보자고.”
“왜 이러셔 갑자기? 오그라들게.”
이준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시작은 약간 오그라들게 가자고.”
“너 코넌 쇼 나온 다음 낭만주의자라고 하는 이야기 때문에 그런 컨셉 잡았냐? 으…….”
“…….”
경찬현이 멋쩍게 웃으며 손을 거두자, 이준성은 피식 웃은 후 거두려던 손을 잡았다.
“항상 말하지만. 이 손은 돈 때문에 잡은 거야. 하하. 할리우드에서도 먹힐 영화나 만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