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54)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54화(154/276)
며칠간 뮤직비디오를 찍기로 계획한 세 곡을 들으며 어떤 감정일지 분석했다.
제타이스의 메인보컬 김재헌이 작곡한 세 곡.
‘모르페우스’, ‘Black poodle’. ‘Butterfly’
이 삼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모르페우스’.
그 곡의 설명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꿈을 펼치고 싶은 소년들에게 들어온 달콤한 제안.연습생 시절. 성공을 희망하며 실제로 꾸었던 꿈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모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꿈의 신.
그에게서 받은 제안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가사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어젠 꾼 꿈을 울린 그의 목소리.
난 결국 약속하고 말았어.
그게 날 어디로 이끌진 모르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이 가사는 김재헌의 꿈을 말하는 거였지만, 동시에 나를 꿰뚫는 가사였다.
나 역시도 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었고, 그저 제안을 받아들인 것뿐이었으니까.
“흠…….”
이 뮤직비디오의 구상은 생각보다 더 쉬웠다.
나와 영화의 신이 만났던 꿈.
내가 봤던 그 장면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기만 한다면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에 남아있던 꿈을 기반으로 스토리보드를 그려 나갔다.
모르페우스를 만나기 전엔 흑백으로 연출하고 ‘모르페우스’라는 신을 만나고 나선 색깔을 넣어주며 색감의 대비를 확실하게 해주는 식으로 화려하게 연출하고.
중간중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씬도 필요했기에 적절한 호흡 조절은 필수였다.
‘Black poodle.’
다음 곡은 어감은 귀여웠지만, 파고들면 외국인들의 취향도 저격할만한 꽤 재밌을 만한 주제였다.
[모르페우스가 만들어준 꿈이 끝난 후. 비참한 현실로 돌아온 소년이 메피스토와 만나 계약을 한다는 내용입니다.]괴테의 ‘파우스트’를 레퍼런스한 노래.
악마 메피스토에게 자신의 영혼을 대가로 소원을 이루게 된 한 소년의 이야기.
결국 악마와도 계약하게 되는 것부터가 이 3부작 뮤직비디오 서사의 핵심이었다.
소위 말해 흑화한 연습생의 욕망을 제대로 드러내는 듯 독기를 잔뜩 품은 듯한 굉장히 빠른 템포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이 삼부작의 끝을 마무리하는 ‘Butterfly’.
‘이 노래가 제일 난해한데…….’
곡 제목은 제일 평범했지만, 내용이 제일 복잡했다.
나비라는 소재는 번데기라는 고난의 시간을 버틴 후 아름다운 성충이 되는 걸로 고통 없이 얻는 건 없다는 식으로 메타포로 이용되곤 했지만.
김재헌의 ‘Butterfly’는 달랐다.
그의 나비는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에서 따온 듯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였다.
메피스토와의 계약에 의한 현실, 모르페우스의 꿈.
앞선 두 곡을 궁극적으로 하나의 내용으로 묶어주는 노래.
“흠…….”
깊게 파고 음미하면 너무나 좋은 음악에 좋은 소재였지만.
내용적인 면에선 서양인들이 받아들이기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김재헌의 음악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하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요즘 나오고 있는 귀여운 척하는 양산형 아이돌이 아닌, 진정으로 무언가 보여주려고 하는 가사들로 가득했으니까.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한 번 보고 마는 그런 게 아닌.
씹으면 씹을수록 풍미가 어우러져 나오는 맛있는 음식같이 두 번 세 번 찾게 되는 그런 비주얼.
노트북으로 제타이스 멤버들 4명의 사진을 보며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에게 어떤 매력을 부여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고진훈이 프로듀싱한 그룹인 만큼 대중성은 확실했다.
멤버들은 잘생긴 건 기본으로 깔고 갔고, 그 잘생김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냈다.
리더이자 메인보컬 그리고 작곡에도 꽤 출중한 능력이 있는 김재헌.
약간의 광기가 느껴질 정도의 눈빛이 돋보였다.
서브 보컬이자 배우를 꿈꾸고 있다는 안시호.
확실히 배우가 꿈인 만큼 연기력만 제대로 장착되면 훌륭한 배우로 탈바꿈할 수 있어 보였다.
메인 래퍼 정호영은 반항기 가득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웃으면 반전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마지막 방하준. 메인 댄서이자 서브 래퍼. 눈망울이 촉촉해 보이는 사슴 눈.
방하준과 관련한 영상을 하나 더 찾아보자 입이 쩍 벌어졌다.
“오……?’”
방하준의 독무(獨舞).
슬픈 표정을 지으며 열정적인 몸짓을 보여주는 그의 독무 영상은 잠시 넋이 나갈 수준이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애를 데려온 거지……?
방하준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멤버들의 퍼포먼스 능력 역시도 대단했으니까.
그들의 능력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 연출과 스토리만 있다면…….
사람들에게 제타이스가 누군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만한 가능성이 생길지 모른다.
뮤직비디오 3개를 엮은 단편 영화 한 편.
이걸로 제타이스가 세계에서 성공할 수만 있다면…….
한국인이라는 건 더 이상 할리우드에서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 거다.
***
며칠 후.
제타이스의 멤버, 안시호는 이번에 뮤직비디오를 찍기로 한 신곡 중 하나 ‘모르페우스’ 연습에 열중했다.
“후…….”
“형, 그게 아니라니까? 이어서 추지 말고, 딱딱 끊으라고. 힘이 없잖아.”
뒤에서 빤히 바라보던 메인 댄서 방하준.
안시호의 춤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 이거 아냐?”
“으…… 그럼 그거겠어? 봐봐. 이렇게.”
방하준의 시범에 안시호는 감탄하며 입을 벌린 채 바라봤다.
절도 있는 움직임에 완벽한 강약 조절.
어쩌면 몸 구조가 다름에서 오는 차이지 않을까 생각하며 안시호는 방하준의 춤을 멍하니 바라봤다.
“감탄만 하지 말고, 보고 따라 해 봐.”
“아, 어…….”
안시호는 구분 동작으로 천천히 방하준의 춤을 따라 했다.
“아까보단 낫지만…… 아직 너무 아쉬운데. 흠.”
방하준은 안시호의 녹화 영상을 한 번 더 살펴본 후 안시호에게 디렉팅했다.
“끝에 딱 힘을 주고 끝내. 짧게 0.3초 정도. 이게 어렵긴 한데, 할 수 있어. 그렇게 구분 동작으로 계속 연습해.”
“응, 알겠어.”
“믿는다?”
“응!”
벌써 시간은 오후 12시.
안시호는 춤 연습에만 5시간을 들인 탓에 몸이 무너질 것만 같았지만 티를 낼 순 없었다.
자기 옆에서 툴툴대긴 해도 몇 시간 동안 달라붙어 봐주는 사람에게 폐를 끼치긴 싫으니까.
“거기까지 해. 오늘 다 할 거 아니잖아.”
“아냐. 조금만 더 할게. 먼저 자.”
“어휴…… 그래. 이렇게 나와야 형이지. 그럼 나 먼저 잔다?”
방하준은 미소를 지으며 연습실 밖으로 나갔다.
안시호는 다시 녹화된 방하준의 춤을 들여다보며 거울에 비친 자기 춤을 바라봤다.
확실히 단기간에 재현할 수 없는 춤이었다.
‘이번에 경찬현 감독님이 직접 뮤직비디오까지 찍어주신다는데. 그냥 잘한 퍼포먼스는 안 돼. 우리 팬들, 아니. 우리 팬들이 아닌 사람들도 우리한테 한 번씩 눈길은 가게 만들어야지!’
방하준의 말.
그의 말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동생이자, 팀의 막내였지만.
워낙 욕심이 많은 친구라 할 때 완벽하게 해내는 걸 원했다.
그 때문인지 약간 예민한 게 없지 않았지만, 안시호는 그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를 확실히 잡아줄 사람이 있다는 게 좋았으니까.
“후…….”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어려웠다. 너무도 어려웠다.
이 전의 노래의 춤들은 완전히 외워버리는 걸로도 가능했지만, 이번 춤은 뭔가 달랐다,
확실히 방하준과 댄스 트레이너들이 칼을 갈고 만든 듯한 안무들.
‘꼭. 잘 해내야 돼.’
안시호는 원래 배우 지망생이었지만, 그 길이 쉽지만 않았다.
경찬현 감독 덕분에 터져버린 ‘굳니스 엔터테인먼트’.
그쪽에서부터 시작한 아이돌 연습생.
분명 배우 쪽으로 지망했지만, 소속사 대표는 생긴 게 마음에 든다며 무작정 아이돌 연습생으로 박아 넣었다.
“하…….”
처음엔 좋지 않았다.
맞지도 않는 춤, 노래. 하지만 좋은 동료들 덕분에 점차 마음이 열렸고.
자기를 향해 열광해주는 팬들의 응원을 연료 삼아 미친 듯 연습에 몰두했다.
하지만 종종 보이는 댓글이 신경 쓰일 때도 많았다.
-결국 배우로 빠질 놈! 나머지 제타이스 멤버들한테 피해 끼치지 말고 꺼지길.
-안시호 연습 안 함? 진짜 연기 연습만 한다는 소문 진짜임?
-얼굴 믿고 너무 안일하게 하는 거 아닌가?
이런 댓글들에 상처받긴 했지만, 버텨내야 했다.
이런 글들에 무너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간.
그 시간을 위해서라도 더 미친 듯 움직여야 했다.
“으아! 한 번 더!”
“뭔, 으아! 안 자냐?”
“어……?”
안시호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김재헌이 한 손에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로고가 박힌 비닐봉지를 들고 멤버들과 연습실에 들어왔다.
뒤에 있던 방하준은 어쩔 수 없이 따라온 듯한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거 걸리면…….”
“뭘 이러면 안 돼. 애늙은이냐? 뭐만 하면 걱정이야.”
메인 래퍼 정호영의 말에 방하준이 인상을 찌푸렸다.
“뭐래. 아니, 오늘 무슨 날이야. 쉴 땐 누워만 있던 재헌이 형이 갑자기 치킨을 사 들고 오질 않나…….”
방하준의 투덜거림에 김재헌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동생들이 고생하는데, 신경이 쓰여서 그러지.”
“하준이가 평소에도 치킨 좀 사 오라고 눈치 주는 거잖아. 형은 왜 이리 눈치가 없어?”
“아, 그런 거냐?”
정호영의 말에 방하준이 소리쳤다.
“그런 게 아니고!”
“됐고. 시호야. 먹고 해라. 그러다 죽는다. 춤 연습만 몇 시간을 하냐……?”
“열심히 해야지.”
“넌 너무 열심히 해. 몸 좀 아껴가면서 해라. 그러다 훅 간다고.”
김재헌이 말하며 봉지를 내려놨다.
꽤 묵직해 보이는 비주얼에 안시호는 침이 절로 넘어갔다.
그리고 은은히 퍼지는 기름진 냄새.
야식을 먹으면 살로 간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것도 동시에 공공연한 사실…….
“열심히 해야지…… 다들 노력하는데.”
“하준아. 네가 얼마나 잔소리를 퍼부어 댔으면 시호 형이 저러냐?”
“나 별말 안 했거든?”
김재헌은 동생들이 투닥거리는 걸 보고 피식 웃고 닭다리를 먼저 입에 물었다.
“크흐…… 역시 닭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아.”
안시호는 홀린 듯 자리를 잡고 치킨을 입에 물었다.
바삭거리는 튀김 사이로 흘러나오는 기름.
그 짜릿한 맛에 감동한 듯 입가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햐, 방금 형 표정 진짜 광고였는데? 치킨 광고 들어오면 거기 매출 폭발할 듯?”
“…….”
“저기요. 다들 이야기 좀 하면서 먹지?”
정호영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치킨만 물어뜯는 팀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일단 먹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몇 분 후.
치킨을 모두 해치운 후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빈 박스들을 쳐다봤다.
“이거 여기 화장실에 버리면 티 나겠지?”
김재헌의 말에 방하준이 물었다.
“쓰레기봉투 안 사 왔어?”
“응.”
“하…….”
안시호는 울상을 짓고 있는 방하준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매니저 형한테 잔소리 듣기 싫은데…….”
“원래 그런 잔소리도 들어가며 크는 거지.”
정호영의 말에 방하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래, 양아치가.”
“형한테 양아치라니?”
“빠른 이라 나이로 치면 동갑이거든?”
“하, 나 1월생이야.”
“난 3월이야.”
둘이 투닥거리는 걸 보며 김재헌은 피식 웃고 그들에게 말했다.
“야, 둘이 손잡고 쓰레기봉투나 사 와. 이거 걸리면 우리 이틀은 굶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