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56)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56화(156/276)
내 물음에 안시호는 긴장한 듯 손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어…… 그게…… 그저 단순히 뮤직비디오를 위한 거라기엔 일이 너무 커지는 것 같아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재헌이 형 말처럼……!”
“아뇨. 하하. 진짜 괜찮아요. 사과 안 하셔도 됩니다.”
제타이스 멤버들에게 미국 진출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자고 한 건 온전히 내 의견이었다.
아직 막내는 고등학생 나이에 불과한 제타이스.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소식에 멤버들이 자만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에 내린 결정이었다.
“사실은…….”
하지만, 내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나이는 어렸지만, 생각이 깊었고 너무나도 겸손했다.
오히려 너무 겸손한 게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이 생길 수준.
그렇기에 다른 카드를 꺼내는 편이 나아 보였다.
“안시호 씨 말이 맞아요.”
설렘, 걱정 등 서로 다른 감정으로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각각의 멤버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자,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한창 어리고 예쁠 나이의 아이들.
물론 내 기억 속에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우리나라 아이돌과는 다른 아이들이었지만.
이 아이들도 어쩌면 그 위치에 올라서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소망을 가지고 조심스레 나도 말을 꺼냈다.
“네. 대신 이 이유를 말하기 전에 이거 하나만 약속받고 싶네요.”
내 제안.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이기 위한 제안이었다.
“여러분들이 자신감을 내비쳤으면 좋겠어요.”
“자신감을 내비쳐요?”
고진훈이 철저히 겸손함에 대한 교육이라도 해둔 듯, 자신감을 내비치라는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너무 겸손하지 말라는 겁니다. 적당한 겸손은 약이지만, 과한 겸손은 약점이거든요. 근데 지금 여러분들은 너무 겸손해요.”
“…….”
“아까 하준 씨가 그랬죠? 제타이스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네.”
거의 울먹이는 듯한 표정의 방하준을 향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이상이에요. 여러분들은. 이게 오히려 사소한 투자라고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곳에 도착할 겁니다. 대신.”
내가 말을 끊으며 잠시 말을 끊자 긴장한 듯한 그들의 표정이 더욱 눈에 잘 들어왔다.
이미 이유는 정해져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제타이스 멤버들이 듣느냐 안 듣느냐에 따라 이 뮤직비디오 프로젝트의 목적은 바뀌지 않는다.
그저 그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말을 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일 뿐.
“충분한 자신감과 함께라면 그 길이 더 편할 거고요. 다들 할 수 있겠어요?”
멤버들은 리더 김재헌의 대답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리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듯, 나머지 멤버들이 큰 의지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다가, 나머지 멤버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서로 고개를 끄덕인 후에야 김재헌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좋네요. 이 뮤직비디오의 목적에 대해 말할 차례네요.”
내 말에 앞에 있던 제타이스 멤버들은 동시에 침을 꼴깍 삼켰다.
“고 대표와 제 목적은 여러분들의 미국 시장 진출입니다.”
“어…… 네?”
“에……?”
그들은 당황한 듯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유일하게 당황하지 않은 한 명.
정호영은 신이라도 난 듯 큰 목소리로 외쳤다.
“미, 미국이요? 제가 방금 제대로 들은 거 맞죠? 대박!”
“네. 맞아요. 그게 저희 궁극적인 목적입니다. 고 대표와 몇 년 전 처음 만났을 때 했던 이야기도 그거고요.”
“어…… 감독님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방하준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국 시장이 그렇게 쉬운 것도 아니고…… 뮤직비디오만으로 노리는 게 말이 될까요? 차라리 미국에서 활동을 따로 하는 게…… 나은 방법이지 않을까요? 인지도도 중요하니까요. 다른 소속사 월드스타 가수를 보면…….”
“아뇨. 그런 건 부질없어요. 단순한 언론 플레이에 불과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미국 시장입니다.”
내 대답에 방하준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언론 플레이요?”
“네. 미국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다는 걸 아니까요. 하지만 우린 그런 얄팍한 수준의 눈속임이 아닌, 진짜 미국 시장을 노리는 겁니다.”
이미 고진훈과 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려주자, 멤버들은 눈만 껌벅이며 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발에 땀 나게 뛰어다녀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거예요. 미국 시장이 직접 우리를 찾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그 수단으로 뮤직비디오를 이용할 거고요.”
“직접 우리를 찾게…….”
걱정에 찬 방하준의 표정을 보자 비 푹 젖은 강아지 같은 모습에 측은함까지 들었다.
“그래서 제가 말한 겁니다. 약간의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그러니 자신감 갖고 해봅시다. 미국이 제타이스라는 그룹에 열광하고 찾게 되도록.”
내 말에 제타이스 멤버들은 눈만 껌뻑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할 건, 세계를 홀릴 생각으로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뮤직비디오에 쏟아붓는 겁니다.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정호영의 힘찬 대답.
나머지 멤버들은 아직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
***
첫날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
2인 1실로 제공된 호텔 방에서 김재헌은 눈만 껌뻑이며 천장만 바라봤다.
항상 자기 전에 몇 분이라도 책을 봤지만, 오늘 들었던 경찬현 감독의 이야기에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목적은 미국 시장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
단순히 뮤직비디오로 미국이 자신들을 찾게 만든다고?
그리고 미국 NTV에서 한국 음악 뮤직비디오가 나올 수 있긴 한 건지.
자기 음악이 미국 시장에 팔릴 가능성에 대해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진짜 미친 짓일지도 몰라…….’
대체 일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 탓에 쉬이 잠들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있으면 머리가 복잡해지기만 할 뿐.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 채 김재헌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호영아, 자냐?”
“엥? 형 안 자? 웬일이래. 책 안 보길래 자는 줄?”
“네가 자꾸 웃는 소리 때문에 잠이 안 오잖냐.”
호영은 오늘 일정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뭐가 그리 신난 건지, 미국 이야기를 듣자마자 오히려 텐션이 더 올라간 호영을 다른 멤버들은 모두 신기하게 바라봤다.
“평소엔 이어폰 꽂고 시끄러운 음악 들으면서 잠만 잘 자면서? 갑자기 내 핑계래?”
호영의 말에 재헌은 피식 웃으며 호영이 누워있는 침대로 넘어갔다.
“요즘 형한테 안 맞았지? 너무 기어올라?”
“으악!”
재헌은 호영을 간지럽히며 괴롭혔고, 호영은 기겁하며 소리쳤다.
“아, 왜 이러셔! 으악! 그만, 흐핳. 그만! 항복! 형님! 죄송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재헌은 호영의 항복 선언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기 침대로 넘어갔다.
그러자 호영이 재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왜 못 자는 건데? 이렇게 좋은 침대에서?”
“이 상황에서 잘 자는 게 이상한 거지. 다른 애들도 못 자고 있을걸.”
“왜? 진짜 너무 설레지 않아? 미국이라니!”
호영은 환한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어제 내가 말했지? 미국 공항에 우리 팬들로 가득 찰 거라고!”
재헌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휴. 됐다. 다른 애들 자고 있나 봐야겠어. 너는 자든가 해.”
“에이, 다들 자고 있을걸? 괜히 깨우지 말고…….”
똑똑-.
그 타이밍에 누군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어?”
재헌은 그 소리에 외시경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걱정된 표정을 짓고 있는 동생들의 모습이 보이자 피식 웃으며 문을 열었다.
“형. 호영아. 우리 긴급회의하자.”
시호가 굳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엥? 뭔 갑자기 긴급회의야. 잠이나 자. 형도 혹시 잠 안 와? 하준이도?”
“잠이 오겠어? 지금 우리한테 맡겨진 일이 생각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거라고!”
하준이 톡 쏘아붙이자, 호영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감독님이 그러셨잖아. 그냥 뮤직비디오 찍는 것만 최선을 다하자고. 우리가 지금 뭐 더 할 것도 없어. 안 그려? 지금 와서 뭐 하려고 하면 체할 수도 있다니까?”
“그래도…… 뭐라도 더 해야지!”
“또 마지막에 그러셨잖아. 설사 안 되더라도, 상관없는 거라고. 일단 시도해보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그래도!”
하준이 이를 악물고 이야기하려 하자, 재헌은 둘 사이에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싸우지 마. 지금 앞에 있는 상황만 보자. 뭘 해야 더 잘할 수 있는 건지. 그 생각만 하자고.”
재헌의 말에 하준은 심호흡을 내뱉으며 호영에게 사과를 건넸다.
“미안.”
“됐어. 네가 이러는 거 한두 번이냐. 흐으……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되더라?”
호영의 물음에 재헌이 대답했다.
“내일 퍼포먼스 팀 오기로 했어. 동선 맞추는 거. 내일은 이것만 할 거 같아. 경찬현 감독님도 직접 테스트 촬영하면서 동선 봐주신다고 하셨어.”
“종일 움직여야겠네. 다들 얼른 자라. 좀!”
호영이는 툴툴대는 듯 다시 이불을 폭 뒤집어썼다.
“부럽다. 부러워. 어떻게 사람이 저러냐?”
“방금 사과한 놈이 비아냥거리기 있냐?”
“비아냥 아니고, 진짜 부러워서 그런다.”
하준의 말에 호영은 얼굴만 쏙 꺼내며 하준에게 말했다.
“부러우면 너도 일단 누워서 아무 생각하지 마. 그럼 잠 옴. 오키?”
“그래, 호영이 말대로 일단 자자.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체력이니까.”
재헌의 말에 하준과 시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에 가득한 그들의 표정을 보며 재헌은 억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고 대표님하고, 경 감독님 말처럼 미국 한번…… 하하…….”
재헌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확신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목적 자체가 너무 허무맹랑해서 그런 건지.
도저히 입 밖으로 확신의 말이 나오질 않았다.
“노려보자고!”
재헌이 하려던 말을 끝내준 건 호영이었다.
“그래, 노려보자.”
“그래…….”
“다들 왜 이리 확신이 없어? 내 동료들은 이런 양반들이 아닌데……?”
호영이는 잔뜩 기가 죽어 보이는 팀원들을 보며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호영이가 손뼉을 치며 뭔가 깨달았다는 느낌의 환호성을 질렀다.
“왜? 뭔데?”
하준의 물음에 호영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몰래카메라지? 이따가 내 케이크라도 갖다주려는 건가……? 다들 들켜서 어떻게 하나! 하하. 이런 이런…… 참, 귀여운 동료들이라니깐.”
하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호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평소에 제발 이상한 애니메이션 좀 그만 보라고 했지! 그제 비행기에서부터 PMP를 붙잡고 끊임없이 보더니…… 어휴, 팬들한테 제발 들키지만 마라.”
“내 케이크나 가져오너라! 막내야!”
어이가 없는 호영의 무리수에.
나머지 멤버들은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다들 웃었네? 웃음값 달라고 안 할 테니까, 이제 다들 잠이나 자러들 가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