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5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58화(158/276)
며칠 후 한국 MILM.
테일러는 미국에서 온 제타이스의 뮤직비디오 촬영본을 확인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비주얼.
어쩌면 뮤직비디오에 너무 과한 투자를 한 게 아닐지란 걱정이 절로 드는 수준이었다.
“와…….”
테일러는 절로 나오는 탄성에 몇 번을 더 돌려본 후, 경찬현이 몇 주 전에 했던 이야기를 생각했다.
‘제타이스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거기엔 MILM의 기술도 필요할 거 같고요.’
경찬현의 이야기는 테일러에게 의문만 키웠었다.
<스페이스 베가본드>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는 건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의 퀄리티라면 단순히 뮤직비디오로 평가받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일종의 종합 예술 작품.
오히려 뮤직비디오가 아닌 영화와 더 비슷한 느낌의 작품에, 테일러는 다시 한번 재생 버튼을 눌러 감상한 후 옆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닉에게 물었다.
“닉, 경 감독님이 보내준 영상 봤어?”
경찬현이 부탁한 메피스토 CG를 만들고 있던 닉은 엄지를 먼저 보이며 말했다.
“네. 미쳤던데요. 대체 얼마를 쓴 건지…….”
“그러니까.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 알 수가 없어.”
“근데 경 감독님이 아무 생각이 없으신 분도 아니고…… 뭔가가 있겠죠?”
닉은 잠시 멍하니 촬영본을 쳐다본 후 말했다.
“NTV 뮤직 어워드에서 뮤직비디오상이라도 받을 생각이신 거 아닐까요?”
닉의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응? 그걸 받아서 뭐 하려고?”
“멋있잖아요. 영화 말고 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 뭐 이런 느낌?”
“경 감독님이 그런 과시욕 있는 사람은 아니잖아.”
“흠, 맞는 말이네요. 그럼 대체 뭐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닉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턱을 괴며 함께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되겠죠. 뭐라도 할 사람이긴 하니까요.”
“뭐, 그건 그렇지.”
“경찬현 감독님이 시설을 확장해주신 덕분에 일도 생각보다 엄청 빨리 끝나겠는데요?”
<스페이스 베가본드> 흥행 이후, 경찬현은 MILM의 시설 확장에 큰돈을 투자했다.
그 덕분에 인력들을 더 채용할 수 있었고, 덕분에 경찬현이 맡긴 일들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걸로 예상됐다.
“흠…… 이유가 뭐지…….”
테일러는 혼잣말하며 다시 제타이스의 퍼포먼스 촬영본을 재생시켰다.
계속 보고 싶어지는 제타이스의 비주얼.
확실히 잘생긴 건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멤버들의 얼굴을 보자, 테일러는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테일러 씨?”
“어……?”
“엄마 미소 지으면서 계속 뮤직비디오 촬영본만 보고 있는 거 다 알거든요?”
“아, 어. 하하.”
닉의 핀잔에 테일러는 얼굴이 시뻘게진 채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이제 그거 그만 좀 봐요. 일 안 해요? 오늘 하루 종일 그것만 보고 앉아 계시네.”
“아, 어…… 하하. 해야지. 응. 해야지. 하하.”
***
며칠 후.
미국 성현 KMD 픽처스.
MILM에서 희소식들이 들려왔다.
뮤직비디오에 사용될 CG들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준비되어가고 있다는 소식.
MILM엔 확실히 큰돈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앞으로 CG가 더욱 중요해지는 건 뻔한 일.
그걸 위해서라도 과할 정도로 투자해야만 했다.
“…….”
동시에 지금 촬영도 순항하고 있는 상황.
안시호의 연기도 괜찮았고, 동시에 다른 멤버들의 연기 역시도 출중했다.
하지만 일이 계속 잘 되어갈수록 개운하다기보단, 찝찝한 마음이 커졌다.
‘잘 만들어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
진훈이와 준성이에게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뮤직비디오의 수익을 크게 기대할 순 없다.
어차피 뮤직비디오는 그 자체로서의 홍보 수단에 불과했으니까.
“후…….”
분명히 방법은 있다.
이런 생각 하나로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정보들을 컴퓨터에 대강 정리했다.
고진훈과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부터, 내가 알고 있는 미래 내용들까지.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미래 내용은 오히려 실패한 내용들이 훨씬 많았다.
그 일례로 한식의 세계화.
‘돌이켜 생각하면 세금 낭비지.’
국가적 이미지 제고를 위한 방편으로 선택한 한식의 세계화.
하지만 나중에 한 아이돌이 SNS에 올린 떡볶이 먹는 사진보다도 의미가 없었다.
400억 이상 투자한 국가사업보다 아이돌의 사진 한 장의 파급력이 더 크다는 것.
이런 아이돌의 파급력을 이용하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했다.
할리우드에 있는 한국인 감독으로서의 티켓파워와 영향력.
그 모든 걸 한 번에 가질 수 있는 수단은 이것밖에 없다.
“하…….”
내가 키보드만 두드리며 생각을 쥐어 짜내고 있자, 옆에 있던 준성이가 이상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MILM에서 보내준 거 괜찮던데? 왜, 무슨 문제 있냐?”
“어렵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
“뭐가? 제타이스 미국 진출?”
“…….”
준성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쉽다고 생각했냐? 난 네 의견 아니었으면 진작에 막았을 건데,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렵지만 할 수 있다는 거지.”
“아닌 거 같은데?”
준성이는 인상을 약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봤다.
“확실해?”
“응…….”
“말꼬리가 좀 긴데?”
“할 수 있어.”
내 대답에 준성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랑 진훈이는 날이 갈수록 삭아가는 거 같냐. 둘 다 완전 눈알이 맛탱이가 갔어.”
“꼭 해내고 싶으니까.”
“어째 영화 성공시키려고 할 때보다 더 간절해 보이는 건 내 착각이냐?”
“…….”
내가 아무 말이 없자, 준성이는 웃으며 내게 거울을 갖다줬다.
“일단 네 얼굴 먼저 봐라.”
준성이의 말에 나도 거울을 한번 쳐다봤다.
핏기 없는 얼굴에 퀭한 눈.
몇 주 째 잠도 제대로 못 잔 탓에 피부도 뒤집히기 직전이었다.
“어후…….”
“네가 봐도 한숨 나오지?”
“…….”
“이제 우리 서른 넘었어. 인마. 20대처럼 몸 막 굴리지 말라고.”
“이것만 마무리하면…….”
준성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울 속 내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좀 쉬시라고요. 이 아저씨야. 진훈이나 너나 핏기 없는 얼굴로 고민만 하고 계시지들 마시고. 오늘 할 일은 다 끝낸 거 아니냐?”
준성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너 만나고 싶어 하는 미국 영화감독들이 대기하고 있는 건 알지? 그중 꽤 이름값 있는 감독들도 있다고. 그런데 뮤직비디오 찍다가 죽었다는 소문 돌아봐라. 어?”
“죽긴 뭘…….”
“말이 그렇다는 거지. 건강 챙기라고. 오늘은 호텔 들어가서 좀 쉬어. 어차피 오늘 촬영 없잖아.”
준성이는 내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그러자 몸이 무기력하게 죽 당겨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후, 의자에 뭐 박혀있었냐? 땅에서 무 뽑아내는 것도 아니고, 왜 뽑혀 나오는 거 같냐?”
“하도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가…….”
“어휴. 오래오래 처해 드시려면, 쉴 땐 좀 쉬세요. 아시겠어요? 안 쉬고 머리 쓰다가 과부하로 터지지 말고. 그러다 쓰러져. 이제 체력 좀 아껴두라고. 이 미련한 놈아.”
준성이의 잔소리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알겠어. 어으, 시끄러워. 그럼 나 좀 자러 간다?”
“조금이 아니라, 오래 자. 좀!”
***
며칠 후.
고진훈은 성현 KMD 픽처스 미팅룸으로 제타이스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그들이 모여들자마자, 고진훈은 상자 하나를 꺼내 김재헌에게 건넸다.
“대표님 이게 무슨……?”
“일단 열어 봐. 며칠 동안 GO 엔터 직원들이랑 경찬현 감독님이랑 고민한 결과로 나온 것 중 하나니까.”
고진훈의 말에 김재헌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꺼내들며 인상을 찌푸렸다.
“캠코더네요……?”
제타이스 멤버들은 캠코더를 보며 단체로 인상을 찌푸렸다.
보통 춤 연습할 때 자기 모습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물건.
너무나 많이 봐왔던 탓에 별로 놀랍지도 않은 듯 김재헌은 그 물건을 잠시 바라보다가, 고진훈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이걸 갑자기 주시는 이유가 뭔가요?”
김재헌의 물음에 고진훈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너희가 직접 만들어보는 메이킹필름이야.”
“……?”
고진훈은 당황스러워하는 제타이스의 반응을 보며 대답했다.
“여태까진 아무도 시도한 적 없는 리얼리티인 거지.”
“리얼리티요?”
“응. 뮤직비디오는 성공할 거야. 확실해. 중요한 건 그다음이지.”
고진훈은 경찬현이 만든 뮤직비디오가 성공할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뮤직비디오보다 파격적인 비주얼이었으니까.
문제는 그걸 어떻게 퍼트리고 영향력을 유지하냐는 것이었다.
이건 경찬현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그래서 고진훈은 몇 날 며칠 밤새 전략을 생각했다.
그러던 중 GO 엔터의 비주얼 디렉터가 참신한 제안을 했다.
‘제타이스의 솔직한 모습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멤버들 하나 같이 너무 착해서 어디 내놓기가 불안하지만, 동시에 어디에서 자랑하고 싶어지는 아이들이거든요.’
아이돌은 아이돌답게 예쁘고 착하고 기계처럼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귀여운 모습, 현실에서 제타이스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린다면 꽤 매력적인 소스로 작용할 수 있을 법했다.
그래서 이 비주얼 디렉터의 의견에 따라 만들어낸 전략은 메이킹 필름이었다.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어야 해. 끊임없는 컨텐츠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할까요? 저희가 직접 찍으면 좀 어색할 텐데요…….”
“오히려 그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거지.”
뮤직비디오 속에선 화려한 비주얼들을 보여주지만, 실제 제타이스는 순한 아이들.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줄 수 있었다.
“경찬현 감독님. 노력하는 거 보이지?”
“네, 그럼요…….”
“그럼 우리도 그만큼 무언가 해야겠지? 특히 그 뮤직비디오를 보충할 만한 이야기들. 그런 서사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고진훈의 말에 제타이스 멤버들은 단체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만 껌뻑였다.
“서사요?”
“응. 물론 뮤직비디오에 잘 녹아있긴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너희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그런 것들을 천천히 풀어주자고.”
정호영은 김재헌에게 캠코더를 받고 약간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럼 저희가 이걸로 뭘 찍어야 하는 거예요?”
“뭐든. 지금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너희들의 감정이 녹아있는 것들. 뭐, 상관없어. 싸우는 걸 넣어도 좋고. 자기 전 짧게 인터뷰 형식으로 남겨도 좋아.”
“싸우는 것도요? 그럼 테이프 엄청 많이 쓸 거 같은데요. 편집하는 것도 힘들걸요.”
정호영의 말에 고진훈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가 할 일이고. 너희들은 그냥 그대로의 모습만 여기 넣어줘.”
고진훈은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었다.
제타이스를 통해 자기가 염원하던 꿈을 이뤄낼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