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59)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59화(159/276)
제타이스 멤버들은 고진훈과의 미팅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갔다.
재헌은 숙소로 돌아가는 차에서 캠코더를 작동시키며 이리저리 살폈다.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물건.
춤 연습할 때 삼각대에 고정되어 녹화 버튼만 누르는 것과 직접 손으로 들고 움직이는 건 확실히 달랐다.
“도착했다. 오늘은 푹 쉬어. 그동안 바빴잖냐. 대표님도 오늘은 너희 따로 터치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매니저의 말에 제타이스 멤버들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재헌은 캠코더를 든 채 자신들이 묵고 있는 숙소의 전경을 캠코더에 담았다.
“형, 차에서 안 자더니 그것만 만지고 있던 거야?”
호영이 캠코더를 들고 찍고 있는 재헌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좀 봐봐. 한번 찍어 보게.”
재헌이 손을 흔들며 신호하자, 차에서 내린 동생들이 단체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브이 자를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재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카메라 비춘다고 바로 본업 모드로 돌아오지 말고. 바로 방송용 미소부터 나와버리네. 좀 자연스럽게 좀 해봐.”
“음…… 자연스럽게……?”
시호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재헌이 들고 있는 캠코더를 바라봤다.
“오, 그거 표정 괜찮은데? 엄청 심오한 뭔가가 있어 보여. 고뇌에 찬 것처럼 보이는데?”
재헌이 캠코더 화면을 바라보며 말하자, 시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그런 거 아이돌이랑은 좀 안 어울리지 않나?”
“뭐, 어때. 대표님이 솔직한 모습 담으라잖아.”
재헌의 말에 호영은 기발한 생각이라도 난 듯 멤버들에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 오늘 밤부터 한 명씩 캠코더 앞에서 고민 말하기 어때? 진지하게! 서로 얼굴 보면서 말하기 힘들었던 것들도 말하고!”
호영의 말에 하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거 공포영화 같은 데서 본 거 같은데.”
“에이, 한번 해보자. 대표님이 말한 대로 뭐라도 더 해봐야지.”
호영이 눈을 밝히자, 시호와 재헌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뭐라도 더 해봐야지. 지금 우리한테 든 돈만 해도…… 말도 안 되는 액수일 거야.”
재헌이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최대한 가능성을 더 높여 보자고.”
“캠코더로 그 가능성이 오를까……?”
하준의 말에 호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이 움직이면 그만큼 가능성은 오르는 거야. 혹시 아냐? 전에 말했던 것처럼 다음에 미국 올 때 공항에 팬들 가득할지? 아니, 우리 전용기를 타고 여기 올 수도 있는 거고. 응? 그럼 그때 경찬현 감독님, 고 대표님한테 빚도 다 갚아야지. 안 그래?”
“전용기? 그건 너무 가지 않았어?”
호영은 하준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혀를 끌끌 찬 후 말했다.
“뭘 너무 가냐? 할리우드 스타들은 전용기 타고 다니는 거 몰라? 한 명이 타고 다니는데, 네 명이 전용기 하나면 검소한 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검소한 거 같기도 하고…….”
“맞네. 검소한데? 네 명이 전용기 하나면?”
재헌이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시호도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휴, 다들 미쳤어. 아니, 무슨…… 전용기가 뭔지 모르는 거 아니지? 혹시? 우리 뮤직비디오 만드는 것보다 훨씬 돈 많이 드는…….”
“그러니까. 너는 그렇게 성공할 자신 없다? 그거지?”
호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장난스럽게 묻자, 하준은 잠시 생각하는 듯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한숨을 푹 내쉰 후 말했다.
“어휴. 몰라. 에이씨. 성공하고 말지. 뭐.”
***
같은 시각.
“후…….”
경찬현은 3부의 뮤직비디오 중 촬영이 완전히 끝난 첫 번째, 두 번째 뮤직비디오의 편집을 끝마치며 깊게 숨을 내쉬었다.
두 뮤직비디오 모두 마무리 작업이었던 터라 작업 인원들 모두 일이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려 작업 인원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던 때였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블랙 푸들은 이걸로 마무리하죠. 버터플라이 마무리까지만 파이팅합시다.”
경찬현의 말에 팀원들은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떴다.
“어으…… 뮤직비디오 작업이 영화 작업보다 힘드네.”
“그러게. 고려해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냐.”
“다들 힘내자고.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잖아.”
사운드팀, 편집팀 등 팀원들이 부산스럽게 편집실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뒤에 있던 고진훈은 경찬현에게 음료를 건네며 말했다.
“진짜 고생했어. 찬현아.”
경찬현의 마법.
그 마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본 고진훈은 연신 새어 나오는 감탄을 간신히 숨겼다.
경찬현이 이미 완벽해 보였던 촬영본을 매만지자, 완전히 새롭게 재탄생되는 느낌이었다.
적합한 색채와 그에 어울리는 연출.
이미 머릿속에 다 그려놨다는 듯 일은 순식간에 진행됐다.
‘확실히 일반적인 뮤직비디오와는 결이 달라…….’
여태까지 제타이스의 뮤직비디오들은 대부분 퍼포먼스 중심.
그 안에는 스토리도 없었고, 화려한 연출도 없었다.
경찬현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니, 이전의 뮤직비디오는 마리오네트 4개가 그저 춤을 추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뮤직비디오 정말 고마워…….”
경찬현은 건네준 음료를 홀짝인 후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고맙긴 뭐가? 어차피 이 일도 내 일이야.”
“그래도…… GO 엔터 능력만으로는 미국 시장은 엄두도 못 냈을 거 같아서…….”
분명히 그랬다.
어떤 식으로 진행했어도 예측되는 결과는 실패였다.
미국 유명 가수들에게 부탁해 오프닝 무대라도 뛰든, 뭘 하든 좋은 결과가 예측되질 않았다.
그래서 함부로 도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두 개의 뮤직비디오 완성본을 보고 난 후에 완전히 뒤집혔다.
영화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연출에 제타이스의 음악과 퍼포먼스.
그 완벽한 조화라면 한국에서도 세계를 뒤흔들 수 있는 아이돌이 나올 거란 기대를 품기 충분했다.
“너 정도면 하고도 남았을걸.”
생각지도 못한 경찬현의 말.
고진훈은 잠시 눈을 껌뻑인 후에야 그의 말을 되물었다.
“응?”
“내 도움이 없더라도, 너는 해냈을 거라고. 시간이 얼마나 걸렸든 간에. 제타이스가 아니더라도, 그 이후에 누구든.”
경찬현은 뭔가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흐뭇하게 고진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제타이스 같은 아이돌 만들어내는 건 쉽냐? 아시아는 쉬워 보여? 네가 만들어낸 일이라고 너무 과소평가하는 거 아냐?”
“…….”
“뭐 회사 대표가 이렇게 자부심이 없어? 준성이한테 좀 배워야겠는데? 아, 아냐. 걔는 좀 과하고.”
경찬현의 말에 고진훈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다른 대형 기획사에서 프로듀싱한 아이돌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일.
부족한 인맥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일.
그래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며 미친 듯 뛰어다닌 결과가 제타이스의 성공이었다.
“너 대표 자리에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고. 네 본능대로 믿고 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눈빛.
그리고 무한히 쏟아지는 확신.
경찬현의 말에 고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고맙다.”
경찬현은 캔 음료를 입에 탈탈 털어 넣은 후 말했다.
“고마우면 제타이스가 세상에 떠오를 수 있는 기회나 만들어보자고. 그거면 충분해.”
***
다음날.
성현 KMD 픽처스로 향하는 매니저의 차에서부터 재헌은 캠코더를 든 채 멤버들을 찍었다.
멤버 중 가장 활발했던 정호영은 이제 펜을 마이크로 삼았는지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했다.
“오늘 3개의 뮤직비디오 중에 두 번째 뮤직비디오를 보러 왔습니다. 하하! 세 번째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보는 경찬현 감독님의 뮤직비디오! 정말 기대되는 상황인데요! 지금 심경이 어떠세요? 방하준 씨?”
“아, 예. 저는 정말 설레고요. 네,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
하준이 아직 캠코더가 어색한 듯 눈에 힘을 주며 말하자, 정호영은 텐션을 낮추지 않고 더 띄우며 말했다.
“역시나 재미가 없는 방하준 씨였습니다. 그럼 안시호 씨는요?!”
“열심히 했으니. 분명 좋은 뮤직비디오가 나왔을 겁니다. 확신해요!”
“어우! 좋아요! 지금 촬영 중인 재헌 씨는요?”
“당연히 좋죠.”
재헌은 대답한 후 다시 급하게 캠코더를 쳐다봤다.
“우리 뒤에서 고생하시는 스텝분들, 경찬현 감독님, 고진훈 대표님. 이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노력해보자고요! 아자! 우리 팬들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하하! 사랑합니다!”
“여기까지 하자. 너 체력 너무 뺀다. 어제 혼자 인터뷰 녹화하는 것도 한 시간을 넘게 했던데.”
재헌의 말에 호영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뭐, 내가 다 우리팀을 아끼고 사랑해서 그런 거지.”
“한 시간을 했다고? 혼자?”
하준의 물음에 호영은 한번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응. 한 시간도 엄청 짧았는데? 넌 얼마나 했냐?”
“…….”
재헌이 아무 말 없이 미소를 보였고, 하준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너 몇 분했냐?”
“5분…….”
“5분……? 너 진짜…….”
“오늘부터 길게 하면 되잖아. 내가 뭐 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5분은 너무했는데?”
잠시 후.
하준과 호영이 투닥거리던 사이 도착한 성현 KMD 픽처스.
대표실로 올라가자, 고진훈과 경찬현은 기다리고 있던 건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제타이스를 반겼다.
“대표님!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어휴, 다들 힘이 넘치네. 하하. 편하게 앉아요.”
경찬현은 환히 웃으며 소파를 가리켰다.
“다들 좀 긴장되죠?”
“아닙니다! 저는 감독님을 믿습니다!”
호영의 외침에 살짝 얼어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그래 주면 고맙죠. 하하. 일단 뮤직비디오 먼저 보고 이야기 시작할까요?”
“네!”
경찬현이 리모컨을 만지며 첫 번째 뮤직비디오부터 재생시켰다.
흑백 화면의 안시호의 꿈.
그가 천천히 눈을 뜨자 검은색 양복을 입은 사내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콧수염이 매력적인 모습에 모르페우스의 달콤한 제안.
원하는 것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그 제안에 안시호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음악.
“오…….”
뮤직비디오의 시작에 나온 안시호와 모르페우스의 대화는 육성이 아닌 자막으로 표현됐다.
그리고 안시호가 모르페우스가 만든 꿈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바로 튀어나오는 제타이스의 음악의 타이밍은 더없이 완벽했다.
시작부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연출에 제타이스 멤버들은 입만 벌린 채 자신들이 나오는 뮤직비디오를 바라봤다.
잠시 후 첫 번째 뮤직비디오가 끝나자, 경찬현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때요?”
“대…… 대박인데요…….”
하준의 말에 옆에 있던 제타이스 멤버들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냥 와…… 이거 진짜…… 작품인데요? 작품. 뮤직비디오라기보단 진짜 영화 같아요…….”
“네. 진짜로요! 영화 같아요. 영화!”
“제 음악이 이렇게…… 들린 건 처음이에요…….”
영상에 따라 음악에 대한 감정이 바뀌는 경험.
자신의 소중한 음악에 스토리와 연출이 추가되자 알 수 없는 감정이 재헌을 감싸 안았다.
“다행이네요. 만족스러워 보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