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64)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64화(164/276)
이준성은 로버트와 함께 일단 옆에 있는 조그마한 카페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로버트는 모자를 벗으며 이준성에게 물었다.
“경찬현 감독이 찾아가 보라고 하던가요?”
“아,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제가 궁금해서 찾아온 거죠.”
이준성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로버트를 쳐다봤다.
그러곤 냅킨을 하나 쥐고 검지와 엄지로 비비 꼬았다.
“경찬현 감독에게 무슨 말을 한 겁니까?”
“별말 안 했습니다.”
“그래요?”
이준성은 로버트를 노려보며 되물었다.
그러자 로버트도 인상을 찌푸렸다.
“뭐 문제 있습니까?”
“별말 안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갑니까?”
이준성의 말에 로버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영화 할 생각 없다고 말했어요. 분명히요.”
“근데 왜 경찬현의 각본은 당신에게 맞춰져 있는 겁니까? 당신이 뭘 한 게 아니고서야, 이게 말이 되냐는 겁니다.”
이준성은 숨을 한번 고른 후 말했다.
로버트를 만나고 난 이후로 그 각본은 더욱이 로버트 펜 전용 각본 같은 느낌을 줬다.
마치 배우를 상정하고 난 후 각본을 만들어내는 듯한 느낌에, 이준성은 분명 로버트가 무슨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과거 따윈 알 바 아닙니다. 지금 당신이 약을 하고 있든 말든 상관없고요. 근데 영화에 참여한다면 그때부턴 말이 달라지죠.”
“참여할 생각 없다고요.
“그 생각. 끝까지 이어가세요. 경찬현은 아마 또 찾아올 겁니다. 포기를 모르는 놈이거든요.”
이준성의 말에 로버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분명 말했어요. 나랑 하게 되면 자폭하는 짓일 거라고.”
“경찬현은 그딴 거 신경 안 쓰는 놈이에요. 오히려 즐긴다고 생각할 정도죠. 또 찾아오면 거절해주세요. 부탁드리죠.”
이준성은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로버트는 이준성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본 후 다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순한 제작자, 영화감독 사이는 아닌가?’
제작자와 영화감독은 원래 비즈니스적으로 뭉친 사이.
특별한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에 대해 잘 몰라야 하지만, 이준성은 경찬현을 퍽 잘 아는 것처럼 보였다.
“후…….”
이준성의 말은 꽤 따가웠지만,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자기가 제작자였더라도 분명 자기 같은 배우는 쓰지 않았을 테니까.
로버트는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버거 엠퍼러로 돌아갔다.
***
며칠 후.
“이게 아닌데…….”
로버트 펜을 만난 이후로 막힘없이 써 내려가던 각본이 갑자기 막혔다.
캐릭터의 대사 하나하나가 중요했기에 자칫 잘못하다간 캐릭터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기에 잠시 키보드에서 몸을 뗐다.
“후…….”
특히나 이번 영화에서 로버트 펜을 쓰지 않는다면 대사 하나하나에 영혼을 담아야만 했다.
로버트는 애드리브로 자신의 배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
그런 배우가 아닌, 다른 배우를 쓴다면 활력을 직접 만들어 놓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힘드네.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대사로만 살리긴…….’
핸드폰에 있는 로버트 펜의 연락처를 찾았다.
그러곤 조심스럽게 전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네.
생각보다 차가운 목소리에 잠시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를 향해 물었다.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저 지금 다른 데 와 있는데요.
“어디요?”
-절이요.
“네?”
내 되물음에 로버트는 뭘 그리 놀라냐는 식으로 말했다.
-요즘 생각이 좀 많아져서요. 머리 좀 비울 겸 왔습니다.
“아. 하하. 저도 요즘 생각이 좀 많은데…….”
로버트 펜은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곤 약간은 따듯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좀 비워내시면 좋습니다.
“위치 알려주시면 바로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자, 로버트는 절의 위치를 문자로 남겼다.
차를 타고 바로 로버트가 있는 절로 향했다.
***
로버트는 절 입구에서 경찬현을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찬현의 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차에서 내리는 그의 모습을 보자 씁쓸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하하. 예.”
“들어가시죠.”
고즈넉한 사찰을 말없이 둘이 걸었다.
멍하니 자연과 어울리는 사찰을 돌아보는 경찬현을 보며 로버트는 의아한 듯 물었다.
“뭐 할 얘기가 있으신 거 아니었나요?”
“네. 있긴 했는데…… 여기 오니까 마음이 좀 편해지긴 하네요. 잠시만요. 하하.”
로버트는 웃고 있는 경찬현을 보며 이준성의 말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한번 봐보실래요? 배역 제안하는 건 아닙니다. 약간 이 캐릭터에 어울릴 법한 대사인가 싶어서 그런 거죠.”
“네. 잠시만요.”
로버트는 빠르게 대본을 읽었고, 경찬현과 대본을 번 갈아보며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약간 능글맞으면서 매력적인 대사들이 필요한데 그게 잘 안 느껴지죠?”
“아뇨.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요. 하하. 참…… 이준성 대표 말이 맞았군요.”
자신을 상정하고 만든 각본.
어쩌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자기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에 로버트는 피식 웃으며 다시 경찬현에게 대본을 건넸다.
“준성이요? 준성이를 만났어요?”
“네. 가게로 찾아왔습니다. 하하…….”
“가게로요?”
경찬현의 물음에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한테 경 감독님이랑 영화 할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하더군요.”
“네?”
경찬현은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한 표정으로 로버트를 바라봤다.
“근데 두 분 어떤 사이신 거죠? 단순한 제작자와 감독은 아니죠?”
“아…… 저흰 대학 동기입니다. 하하. 오랜 친구죠. 이제 10년도 넘었으니까요.”
로버트는 부럽다는 듯한 눈빛과 함께 경찬현에게 말했다.
“좋은 친구예요. 확실히 좋은 친굽니다.”
“…….”
“저를 다시 찾아올 거라고. 이준성 대표가 말했습니다. 경 감독님은 그런 분이라고. 절대 포기 같은 건 안 하는 인간이라면서…… 하하.”
로버트 펜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사찰에 걸터앉았다. 그러곤 멀리 있는 숲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준성 대표가 어떻게든 막겠다고 하더군요.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해는 됐습니다. 그리고 더욱이 친구라고 하시니. 더 이해되네요. 친구의 앞날을 망칠 순 없다는 거겠죠.”
“…….”
“근데 그러면 할 생각이 원래 있던 겁니까? 욕심은 있던 거네요?”
“네?”
숲을 바라보던 로버트는 자기 말을 이해하지 못했냐는 표정으로 경찬현을 쳐다봤다.
그러자, 경찬현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입꼬리가 잔뜩 올라간 그의 표정에 로버트는 당황한 듯 보였다.
“화가 났다는 건. 분명 배우를 할 생각은 있었다는 거잖아요?”
“그게 그렇게…….”
“가게에서 봤던 로버트 씨 모습은 배우에 대해선 아예 생각이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제안조차 하지 않은 거고요.”
경찬현과 처음 만났을 땐.
배우에 대한 꿈을 아예 잊은 상태.
이젠 더 이상 발을 디딜 생각조차 없었지만, 며칠간 이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들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결국 배우를 포기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네. 배우는 하고 싶죠. 근데 현실을 보자는 겁니다. 영화 제작에 들어가면 영화보단 나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겁니다. 3년 전 영화처럼요!”
치잉-.
로버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람에 울리는 풍경종 소리.
경찬현은 그 소리를 즐기듯 잠시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결정이 났는지 환한 미소로 로버트를 향해 말했다.
“그 기사들이 무서워요? 내가 알던 사람이랑은 다른데?”
“…….”
로버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경찬현을 빤히 쳐다봤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운 건가요?”
“저 때문에 남이 망가지는 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로버트의 말에 경찬현은 어깨를 한번 으쓱한 후 말했다.
“왜 철든 척해요?”
“뭐?”
“왜 일부러 마음속에 짐을 얹냐고요.”
경찬현의 말에 로버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쏘아붙였다.
“뭐라는 거야. 팬이라고 내 모든 걸 아는 건 아냐.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온 척 따윈 그만둬.”
“이제부터 안 하게요.”
“뭐?”
로버트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 경찬현은 겁먹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당신 팬 안 한다고.”
“…….”
“철든 척하는 로버트는 내가 팬이었던 로버트라는 배우가 아니거든요. 그 이기적이면서 재수 없는 게 당신 매력인데, 그게 사라지면 필요가 없어지죠.”
“철든 척이라고?”
로버트는 이를 악물며 경찬현을 노려봤다.
하지만 경찬현은 신경 쓰지도 않는 듯 말을 이었다.
“네. 척이죠. 버거를 만들면서 행복하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있지 않아요? 그냥 배우 하고 싶으면서 남한테 피해 끼칠까 봐 배우는 하기 싫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있진 않냐고요.”
“…….”
로버트는 경찬현의 말에 얼굴을 감싸 안았다.
‘왜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느낌이지…… 대체 무슨…….’
이런 생각에 로버트는 깊게 한숨을 내쉬자, 경찬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거 대본은 선물이에요. 대신 머리카락 하나만 가져가죠.”
“뭐?”
“풍성하시네. 하나만 좀 뽑읍시다.”
틱-.
“됐네. 그 대본 읽고 당신 옛날 모습을 생각하면서 보세요. 그럼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아직 한다는 이야기도 안 했는데…….”
“할 거잖아요? 저는 이제 일하러 가봐야 해서, 일단 조만간 다시 뵙죠.”
경찬현은 신이라도 난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기 차를 향해 달려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로버트는 미소를 보였다.
***
잠시 후.
이준성은 대표실에서 로버트의 얼굴을 떠올렸다.
‘확실히 배우에겐 얼굴도 재능은 재능인가…….’
모진 말로 경찬현에게 떼어내려고 했지만, 나이 차도 있는지라 모진 말이 쉽게 나오진 않았다.
그리고 보자마자 시비를 거는 건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를 위해서라면, 더 심한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쾅-!
“야!”
문을 박차고 들어온 밝아진 경찬현의 모습에 이준성은 눈을 껌뻑였다.
“뭐냐? 갑자기 왜 이래?”
“로버트 펜. 쓰자.”
“미친놈아. 아니라고. 그건!”
갑자기 바뀐 경찬현의 선택에 이준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돈 문제야? 보험료가 문제면. 내 수당에서 까.”
광기에 휩싸인 경찬현의 눈.
익숙해질 만도 했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저 눈에 이준성은 눈을 질끈 감은 후 뜨며 말했다.
“돈만 문제가 아니라니까? 우리가 뭐 세탁기냐? 어? 그 문제 덩어리를 왜 감싸는 건데? 할리우드 거리 봐봐. 기회 못 잡아서 빌빌거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냐. 굳이 그런 문제아를 감싸야 할 이유가 뭐냐고!”
이준성은 로버트에게 했던 이야기를 하며 경찬현을 바라봤다.
“세탁해. 그럼. 쓰레기 세탁기 돌렸는데, 다이아몬드가 나오면 우리한테 이득 아냐?”
경찬현의 말에 이준성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야. 무슨…….”
“돈 문제면 내가 손해 볼 거고. 여론 문제여도 내가 해결할 거야.”
“아니, 그걸 어떻게 할 거냐니까!? 너 이제 막 할리우드에 발 디딘 놈이야. 널 아는 사람도 얼마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