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6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68화(168/276)
“로버트 펜 씨. 나와서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경찬현의 요청에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주위를 한번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기자들한테 제일 좋은 먹잇감으로 유명한 로버트 펜입니다. 기자들이 씹고 뜯고 맛보기 제일 좋아하는 배우죠.”
로버트의 자조적이지만 자신감에 가득 찬 농담에 제작진들 몇몇은 피식거렸다.
“대신 저만큼 훌륭한 광고판은 없을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란 사람 자체가 워낙 워낙 강렬하니까요. 기자들이 알아서 광고해줄 거란 얘기죠. 하지만 몇몇 분들이 불안해할 거라는 것도 이해합니다.”
불안한 눈빛으로 로버트를 쳐다보고 있던 제작진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로버트는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이전의 잘못을 반복할 일은 없을 겁니다. 이번 영화 계약서엔 주기적으로 마약 검사를 받기로 했고 저는 동의했습니다. 그러니 모두 경찬현 감독의 말처럼 할리우드를 씹어먹을 준비를 하자고요.”
로버트의 자기소개 이후, 새로운 배우들까지 모두 소개를 마친 후 본격적으로 대본 리딩에 들어갔다.
로버트가 후배 형사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장면.
후배 형사를 연기해야 하는 배우가 약간 긴장한 듯 잔뜩 경직된 얼굴로 대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저기.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라이언? 앞으로 자주 볼 텐데.”
“아, 네. 하하. 편하게 해주십쇼. 대선배님이신데요.”
“그래.”
후배 배우 라이언의 어색한 미소에 로버트는 온화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넸다.
“입술 좀 그만 깨물고 얼굴에 힘 좀 풀어. 입술에서 피 나겠어.”
“아…… 하하.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해보자고.”
로버트는 역할에 몰입할 노력조차 할 필요가 없었다.
경찬현을 통해)이미 자신의 연기에 대해 완벽히 이해한 덕에, 그저 이야기하듯 대사를 하기만 해도 됐다.
“이게 자살 사건이라고? 확실해?”
로버트의 목소리로 연기에 들어갔다는 시작을 알리자, 라이언 역시도 쉽게 역할에 몰입한 듯 말했다.
“네. 현장에 있던 감식반이 보낸 증거 보셨어요?”
“봤지. 근데 그걸 보고도 자살이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그 현장 증거도 자살로 가리키고 있잖아요.”
“하, 네 생각은?”
로버트는 연기하면서 옆에서 잔뜩 몰입한 라이언을 흘깃 쳐다봤다.
이글거리는 눈과 자연스러운 얼굴 근육.
타고난 듯한 연기에 로버트는 속으로 감탄하며 생각했다.
‘뭐야…… 어디서 이런 애를 데려온 거야.’
신인 배우면 대부분 대본 리딩 때 몰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저 대사를 읽기에만 급급하기 마련이지만 경찬현이 직접 데려온 배우들은 달랐다.
애초부터 아직 데뷔하지 못한 배우가 맞는 건지 의심될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력.
라이언뿐만이 아니었다. 나머지 배우들도 모두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고, 대본 리딩이 마무리됐다.
“라이언?”
“예?”
“어디에 있다가 왔어?”
“저, 경찬현 감독님이 알아봐 주신 숙소에 있다가…….”
“아니, 그거 말고. 연기 어디서 배웠냐고.”
로버트의 질문에 라이언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저 극단에 있었습니다.”
“어디?”
“필라델피아요.”
“월넛 스트릿? 아니면 포레스트?”
로버트의 물음에 라이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대극장이 아니라 소극장이었습니다.”
“뭐? 그럼 경찬현 감독이랑 연락은 어떻게 된 거야?”
“처음에 캐스팅 이메일이 왔길래, 신종 사기인 줄 알고 안 보고 있었거든요? 근데 며칠 있다가 어떤 민머리 아저씨가 찾아왔어요. 이메일 안 보냐고 따지길래, 진짜 죽는 건가 싶었다니까요.”
라이언의 겁먹은 표정에 로버트는 피식 웃고 경찬현을 바라봤다.
대본 리딩이 만족스러운 듯 흐뭇한 미소와 함께 제작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런 배우들을…… 구해온 거지?’
***
대본 리딩이 마무리되고 난 후 경찬현은 공식적인 첫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할리우드에서 제일 좋은 술집으로 제작진들과 배우들을 몰아넣었다.
“술 못 드시는 분들은 드시지 마시고. 서로 좀 편하게 대하자는 의미에서 준비한 자리입니다. 앞으로 서로 얼굴 붉힐 일도 많을 거고, 서로 잘 모르기에 오해하는 일도 많을 겁니다. 그렇기에 서로 좀 잘 아는 게 중요하겠죠?”
할리우드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진행에 로버트는 호기심이 갔다.
철저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인도적인 방식의 작업 진행.
꽤 오랜 시간 영화계에 몸담았음에도 이런 산뜻한 시작은 처음이었던 로버트는 자기만의 음식을 들고 술자리에 참석했다.
기름진 음식들 앞에서 셀러리를 아삭거리며 논알콜 모히또를 홀짝이는 로버트의 모습을 보며 주변 제작진들은 당황한 듯 그의 모습에 집중했다.
“왜요?”
“그게 뭐예요?”
“셀러리요.”
아그작-.
로버트가 능글맞게 웃으며 셀러리를 씹자, 몸에 건강한 소리가 청아하게 울렸다.
“뭐야 저게? 회식 자리에서 왜 풀떼기를 따로 챙겨와서 먹어?”
“마약 하는 것보다야 낫지.”
“워낙 마약 때문에 몸이 상하긴 했을 테니까…… 이제라도 챙기는 거겠지.”
“그래, 이제 마흔이잖아. 몸 챙기기 시작해야 하는 마지노선 나이야.”
“맞아. 저 때 안 챙기면 나처럼 되는 거라고.”
몇몇 제작진들은 로버트의 행동을 이상하게 바라봤지만, 몇몇 나이 든 팀원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로버트의 행동을 이해해줬다.
로버트는 자기를 향해 속삭이는 건 신경 쓰지도 않는 듯 셀러리를 계속해서 씹으며 자신과 함께 앉은 제작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재치 있는 유머로 분위기를 이끌던 로버트는 경찬현이 있는 자리를 계속 힐끔거리며 쳐다봤다.
쉽사리 비지 않는 그의 옆자리를 예의 주시하던 그는 빈자리가 나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찬현 옆자리에 앉자마자 얼굴이 약간 붉어진 경찬현이 말했다.
“하하. 오셨어요?”
“네. 궁금한 게 워낙 많아서요.”
“궁금한 거요?”
로버트는 모히또를 한번 홀짝이고 난 후 잔을 내려놓고 물었다.
“저 배우들 어디서 어떻게 알고 데려온 거예요?”
“아, 새로 온 배우들이요?”
“네.”
경찬현은 대답하기 좀 머쓱했는지 뒤통수를 긁적였다.
“평소에 전국 각지로 연극 보러 다니는 건가요? 라이언이 속했던 극단은 완전 소규모라 이름도 안 유명하던데…….”
“하하…….”
“영국에 있는 배우들도 대체 어떻게…….”
“제가 전에 앤드루 사킬이라는 배우를 찾아보러 갔을 때 영국 극단에도 좀 관심이 생겨서요.”
경찬현의 말에 로버트는 아직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듯 의아한 눈초리로 경찬현을 바라봤다.
“얘가 원래 그런 걸로 유명해요. 눈이 완전 남다르다니까요? 막, 그냥 지나가다 아무나 붙잡아도 잘 될지 안 될지 아는 수준일걸요?”
갑자기 끼어든 이준성의 말에 로버트는 놀랍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고요…….”
“네! 한국에서 아무도 모르던 연극배우도 완전 탑배우로 만들고, 연기 못하던 배우들도 잘하게 만드는 미다스의 손이죠.”
“하하 그럼 저도 다시 올라가는 건가요?”
로버트의 물음에 경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만난 그 어떤 배우보다 높게 올라갈 겁니다. 아까 보여준 연기력이라면 확실히요. 그런 연기력은 노력으로 만들어질 수 없을 테니까요.”
확신에 찬 경찬현의 눈빛에 로버트는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경 감독님도 앞으로 대단한 감독님이 될 거라고 생각되네요. 지금 도는 소문 따위는 신경도 안 쓰시는 걸 보면요.”
수잔의 말이 신경 쓰인 탓인지, 로버트는 경찬현을 향해 진심 어린 격려를 보내려 노력했다.
“소문이야 소문이니까요. 하지만 그 소문이 관객들에게 영향을 끼칠까 그게 걱정이죠.”
“흠…….”
“그래서 이번 작품의 성공이 더욱 중요하죠. 꼭 성공하게 만들 겁니다.”
할리우드 데뷔작을 바로 흥행에 성공시키겠다는 경찬현의 거대한 포부에 로버트는 내심 감탄하며 대답했다.
“헛소문들이 영향을 끼치지 못할 정도의 흥행을 바라는 거군요.”
“네. 앞으로도 할리우드 동양인 영화감독으로서 흔들리지 않을 입지를 만들 겁니다. <스페이스 베가본드>에서도 충분히 느꼈거든요. 할리우드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스페이스 베가본드>가 미국에서 개봉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로버트에게 말해주자, 로버트는 처음 듣는 이야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참나…… 진짜로요?”
“네.”
분명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여태까지 나왔던 시각효과 영화 중 단언컨대 최고의 영화.
특히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를 다시 일으킨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화가 미국에 개봉하는 데 이렇게 힘이 들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저 같았으면 그냥 한국에서 영화 찍고 살았겠어요. 그딴 취급이나 받을 바엔…… 할리우드로 넘어올 생각조차 안 했을 거 같은데요. 단지 동양인이라고 그딴 무시를 받는 건…….”
“한국에서만 찍어도 충분히 먹고 살 만했을 겁니다. 근데 제 꿈은 먹고 살 만한 거에 끝낼 수 없어요.”
“그럼…… 감독님의 꿈은 뭐죠?”
로버트의 질문에 경찬현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영화계에 영향력이 있는 감독이 되는 거요. 그게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하하…… 쉽진 않네요.”
“네. 쉬울 거라고 생각 안 해요. 이제야 꿈에 조금 다가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할리우드 데뷔작 만드는 게요?”
“네.”
왠지 모를 진심.
누가 말하면 헛소리로 치부할 것 같았지만, 저런 오그라들 법한 말이 이성적으로 보이던 인간에게서 나오자 오히려 더욱 진심처럼 느껴졌다.
“저보다 몇 걸음은 앞서서 생각하는 거 같네요. 따라잡을 수가 없어요.”
“하하, 그냥 헛소립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세요.”
경찬현은 약간 불그레 해진 얼굴로 맥주를 들이켰다.
“그럼 좀 실망인데요. 차라리 진심이었으면 좋겠는데.”
“원래 헛소리엔 진심이 들어가 있는 법이죠.”
배시시 웃으며 대답하는 그를 보며 로버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비닐봉지에서 셀러리를 꺼내며 씹었다.
“그거 맛있어요? 아침엔 치즈버거 다른 시간엔 야채들 먹는 건가요?”
“오트밀이랑 뭐 그런 것들 위주로 먹죠. 여태까지 몸을 너무 막 써서요.”
“하하.”
“하나 드려요?”
“흠…… 네.”
경찬현은 셀러리 하나를 받아들고 로버트처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풉…….”
“윽.”
경찬현이 인상을 찌푸리며 힘겹게 씹자, 로버트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생 셀러리는 원래 처음엔 먹기 힘든 생식.
특유의 비린 맛과 올라오는 향에 대부분이 몇 번 먹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경찬현은 오기가 생겼는지 으득으득 씹어 넘겼다.
“원래 처음은 좀 힘든 겁니다.”
“이건 처음만 힘든 건 아닐 거 같은데요.”
“전 매일 먹습니다. 지금 20대죠?”
“아뇨, 30대요.”
로버트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대답했다.
“그럼 이제 건강 관리해야겠네. 나랑 셀러리 협약이라도 맺읍시다. 촬영장에서 같이 셀러리나 먹으면서 건강도 챙기고. 어때요?”
“…….”
“좋죠?”
“아뇨. 별론데요.”
“쯧, 아쉽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