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71)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71화(171/276)
필립이 미친 듯 지하 주차장으로 달려가자,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필립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글로브 박스 밑에 있는 물건.
그걸 어떻게 알고 어떻게 그곳에 손을 댄 건지.
의문이 가득했지만 일단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했다.
“젠장.”
외진 곳에 자기 차가 보였지만, 그 발렛파킹 직원은 보이질 않았다.
대신 차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민머리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거칠게 숨을 내쉬는 필립에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평소에 운동 좀 해야겠어? 필립?”
“…….”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필립은 그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뭐 하는 새끼야?”
“그렇게 나올 때가 아닌 거 같은데?”
그 사내는 필립에게 비닐 팩 안에 들어있는 하얀 가루를 보여줬다.
“글로브 박스에 그런 게 있었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왜 이래. 우리밖에 없는데 여기서 거짓말을 하겠다고? 그게 의미가 있을까?”
“너 파파라치냐……?”
필립의 물음에 그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그게 아니고서야…….”
“뭐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
띠링-.
그 사내는 문자를 본 후 필립에게 말했다.
“어, 제작 발표회 끝났네. 곧 의뢰인 오시니까. 잠깐만 기다리라고.”
“의뢰인……? 로버트 펜이냐?”
“아니. 난 VIP 의뢰만 받는데. 로버트 펜은 아냐.”
“VIP……?”
누군가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
그 소리에 필립은 차 뒤로 급하게 숨었다.
“오셨어요?”
그 사내가 아는 사람인 듯 필립은 차 뒤에서 다시 나오려는 순간.
“감사합니다. 제임스 씨. 여기 의뢰비요. 말했던 것보다 더 많이 넣었어요. 이만 가보셔도 될 거 같습니다.”
익숙한 목소리.
방금 제작 발표회장에서 들었던 목소리에 필립은 속에서 분노가 끓었다.
“경찬현……?”
“어. 필립 씨. 하하. 거기 계셨네요? 이만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임스 씨.”
“하하. 그럼 다음에 소주랑 삼겹살 하시는 겁니다?”
“좋죠.”
경찬현의 모습에 필립은 이를 악문 채 물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할리우드에서 쫓겨나고 싶어? 내 글 하나에 보낼 수 있는…….”
“쫓겨나?”
경찬현은 피식 웃으며 필립에게 서류 봉투를 던졌다.
“이게 뭔데……?”
“묻지 말고 봐. 그 주둥아리가 알아서 닫힐 테니까.”
“…….”
서류 봉투를 열자 쏟아지는 사진들에 필립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아까 말했지? 난 사람 고쳐 쓸 생각 없다고. 벌레는 평생 벌레로 남을 거야.”
그 사진엔 글로브 박스 바닥에 마약을 숨겨놓는 필립의 모습부터, 마약을 하는 필립의 모습까지.
온갖 치부가 드러난 필립은 이를 악물고 경찬현을 노려봤다.
“재밌더라. 당신 좀 유명하던데. 할리우드 정의의 사도? 그런 컨셉 잘 잡았더라고? 연예인들 꼬투리 잡아서 나쁜놈이라는 프레임 씌우는 것뿐인데 말이야.”
“…….”
필립은 사진을 꽉 쥐고 물었다.
“얼마면 돼?”
“돈?”
“어. 돈.”
“에이. 그건 너무 뻔하잖아.”
경찬현은 아까 제작 발표회에서 사람 좋게 웃던 영화감독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사진 말고 가진 카드는 훨씬 많아. 너도 알지? 네가 한 짓들 말이야.”
“…….”
“그걸 돈으로 살려고?”
필립은 깊게 숨을 내쉰 후 경찬현을 바라봤다.
“그럼 뭔데.”
“앞으로 로버트 펜은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마. 그리고 더불어 내 영화 작업에 방해되면 그 사진들을 포함한 정보들. 순식간에 언론에 퍼져나갈 거야. 까발려진 유명 기자의 실제 모습. 환상적이지?”
“…….”
필립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그게 다야?”
“아니지. 네 컨셉 좀 이용해 먹을 데가 있겠어.”
“뭐?”
“정의로운 할리우드 기자. 더러운 연예계를 청소한다는 컨셉. 그거 잘 유지해 둬.”
필립은 경찬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컨셉을 유지하라고?”
“응. 필요할 때마다 일 부탁할 테니까.”
“이 새끼가 누굴 부려 먹으려고…….”
“싫으면 네가 들고 있는 거 바로 풀어버리면 돼. 어때? 이 정도면 너한테도 꽤 괜찮은 계약 아닌가?”
필립은 숨을 한번 깊게 내쉰 후 경찬현을 바라봤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경찬현의 말을 받아들이는 게 맞았다.
저 사진들이 세상에 퍼지는 순간 자기가 가진 모든 것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니까.
“알겠어. 네 말대로 하지.”
“일단 네가 거론한 내 기사. 후속기사 낼 생각도 하지 말고. 거품 낀 상태로 씹으려는 기사 내려는 거였잖아?”
필립은 말없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앞으로 잘해보자고. 네 유명세와 컨셉 때문에 살았다고 생각해.”
***
“후…….”
필립이 차를 타고 급히 돌아가는 것까지 보고 난 후 깊게 숨을 내뱉었다.
긴장이 풀려 다리도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할리우드에서 중요한 건 살아남는 것.
그 생존 방식에 있어 나쁜 짓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하려니 체질상 맞지 않는 것 같아 허무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생각보다 멀고 먼 영화계 살리기를 이루기 위해서는 때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니까.
띠링-.
준성이의 전화에 숨을 한 번 고른 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잘 해결됐냐?
“응. 너도 그 꼴을 봤어야 하는데. 겁먹어서 지금 내뺐어.”
-근데 그런 능력 있는 기자들이야 넘쳐나잖아, 하필 필립인 이유는 뭐야?
준성이의 물음.
물론 필립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땐 그냥 아예 박살 내버릴 생각이었지만.
그 기자의 유명세에 따라 활용 가능성을 먼저 판단했다.
“아니. 정의로운 컨셉을 가진 놈이 필요해서 그래. 일단 이 인간이 하는 이야기라면 사람들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기사를 보잖아. 앞으로 더러운 일에 얽히면 이 인간한테 부탁해보자고.”
-……더러운 일이 생길 건 거의 깔고 가네?
“할리우드잖냐.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할 일 없는 동네야.”
과거 할리우드에서 생겼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할리우드라는 곳은 별의별 일이 다 생기는 곳.
정치적인 일들부터 인종 차별.
예상할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지키려면 저런 기자 한 명쯤 볼모로 잡아놓는 게 편할 것 같단 생각에 내린 결정이었다.
-아. 뒤풀이에서 제작진들 너만 기다린다. 얼른 와. 일 끝났으면.
“오케이. 금방 갈게.”
***
며칠 후.
드디어 첫 촬영에 들어가는 날.
기분 좋은 아침에 바깥을 바라보자 쨍쨍한 햇볕이 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흠…….”
스트레칭을 한번 해준 후 대충 아침을 먹고 옷을 차려입었다.
-앞으로 촬영장에 양복 입고 다녀. 한국에서처럼 후줄근하게 입지 말고. 이 사람들한테 네가 곧 한국 사람의 표본이야. 한국 사람 욕보이지 말자고.
준성이의 말에 어쩔 수 없이 양복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차를 타고 촬영장으로 출발했다.
오늘 촬영할 부분은 로버트가 살인 사건 현장을 보던 중 이상한 표식을 찾는 장면.
연쇄살인이라는 걸 암시하는 별 모양 종이에 로버트가 의구심을 품게 되는 장면이었다.
잠시 후.
촬영장에 도착하자마자 한국에서 촬영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원들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이미 로버트는 준비를 끝내놓은 듯 카메라 앞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촬영장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경찬현 감독님.”
촬영 감독 해리스가 인사를 건네며 의심에 가득한 눈으로 나를 불렀다.
진수 형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아직 어린 딸 때문에 미국에 오긴 부담스럽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네?”
“날씨가 너무 밝지 않나요? 살인 현장의 스산한 분위기를 내기엔…… 애매한 것 같은데요?”
“아, 날씨요? 밝아서 오히려 좋은데요?”
내 말에 해리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좋다고요?”
“네.”
“하하…… 감독님이 좀…… 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해리스는 고개를 저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밝고 스산한 분위기는 애초에 성립 불가능하지 않나요? 여태까지 그런 영화는 없었잖아요. 밝은 곳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니요? 원래 끔찍한 현장은 최대한 어둡게 보여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번에 특별히 보여줘야 할 건 서스펜스를 주는 방식의 다양성이었다.
이 세계의 영화는 대부분 범죄 스릴러 영화는 어두워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듯.
대부분의 영화가 어두웠다. 그래서 그게 하나의 공식이라도 된 듯 서스펜스를 주는 장면은 영화가 어둡기만 했다.
“물론 어두운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 오는 서스펜스도 있어요. 해리스 씨. 하지만 일단 제가 만든 스토리보드만 보아도 빛의 활용은 있는걸요? 색감의 대비에서 오는 긴장감을 이용해볼 생각입니다.”
“네?”
해리스는 내가 무슨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나를 바라봤다.
“어둡다고 무조건 무서워한다고 생각하는 건 관객들을 밤에 무서워서 불 켜고 자는 어린 애 취급하는 거랑 다를 게 없다고요.”
“…….”
“그리고 영화엔 오답은 있어도 정답은 없어요.”
어두운 뒷골목을 지나가는 중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
이런 뻔한 연출로 만들어진 서스펜스론 관객들을 긴장시킬 순 있겠지만, 아예 처음 보는 서스펜스는 그들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어줄 것이었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적나라하게 보이는 피.
햇빛에 비친 검붉은 피는 더욱 기괴하면서 끔찍하게 보이면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시체의 모습을 상상하게 할 수 있다.
“저는 전체적인 영화의 색채를 밝게 할 겁니다. 세상에 밝은 서스펜스를 선사해줄 생각이거든요.”
“밝은 서스펜스요……?”
해리스는 처음 들어보는 말에 다시 물었다.
“그거 원래 있는 말인가요?”
“흠…… 제가 만들었다고 하죠.”
앞으로 10년도 더 된 후에 나올 영화 <미드소마>.
영화가 밝아도 기괴하면서도 끔찍할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의 뇌리에 박아준 영화다.
대신 너무 끔찍한 탓에 청소년 관람 불가라 우리나라에선 10만 명도 채 안 본 영화긴 하지만…….
세계적으론 꽤 히트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 이게 맞나요? 진짜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해리스는 촬영감독으로서 처음 겪어보는 상황인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하…… 저도 여기 커리어가 달려있어요.”
“일단 촬영해보고 마음에 안 들면 그때 그만두시면 될 겁니다. 일단 한번 봐보세요.”
내 말에 해리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내 옆 의자에 앉았다.
깊게 한숨을 내쉬고 있는 그의 모습에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저 그렇게 꽉 막힌 놈 아닙니다. 이상하면 제가 먼저 바꾸자고 할 거예요.”
“그래요……?”
“네. 해리스 씨 커리어도 지켜드릴 테니. 일단 따라와 보세요. 촬영 들어오기 전에 몇 번을 만났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헤리스는 내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몇 번을 봤으니까 그렇죠. 감독님 완전 고집쟁이시잖아요.”
“…….”
예상치 못한 반응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일단 봅시다. 모두 준비됐죠?”
내 물음에 제작진들과 로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첫 촬영 들어갑시다. 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