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77)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77화(177/276)
“I AM IRON GUY?”
로버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이언 가이? 이거 모블 꺼 아니에요? 어렸을 때 재밌게 보긴 했는데…… 이거 실사화라도 생각 중이신 거예요?”
“제가 직접 감독을 하진 않을 거지만…… 네. 실사화는 할 겁니다.”
“감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슈퍼 히어로물은 성현 KMD 픽쳐스 중심 프로젝트로 진행할 생각이거든요. 초대형 프로젝트요.”
로버트는 신기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초대형 프로젝트라면……?”
“그 세계관을 통째로 실사화할 겁니다.”
“네……? 그 안에 있는 히어로들을 다요?”
로버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 하나를 성공시키는 것도 힘들 텐데요…… 최근에 나온 <스파이더 가이> 보셨어요?”
“네. 소르니 쪽에 팔린 거요?”
모블에선 자금난으로 꽤 많은 캐릭터들에 대한 영상화 판권을 소르니에 판 상황.
그걸 기반으로 만든 <스파이더 가이>는 흥행엔 적잖이 성공했지만, 평가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
“그거 영화 완전 별로였습니다. 제가 한창 활동했던 때 나왔던 15년 전 정도쯤에 나왔던 <배트맨>도 그렇고요. 히어로 물은 먹히지 않을 텐데…… 너무 큰 꿈 아닐까요?”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다르죠.”
1989년 팀 버튼 감독이 만들었던 히어로 영화.
그 당시 온갖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팀 버튼 특유의 음울함이 빛을 발한 영화였다.
그 이후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명 감독이 만드는 히어로 영화는 특유의 색깔이 묻어나왔다.
“근데 감독은 안 하실 거라면서요?”
“네.”
영화판을 살리기 위한 계획 중 하나.
히어로물은 세계 영화판에 득과 실을 동시에 가져올 테니 심사숙고해야 했다.
분명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훨씬 거대한 크기로 키우기엔 좋은 방법일 테지만.
동시에 다른 장르들의 영화는 침몰하게 될 게 뻔했다.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명 감독들이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해 걱정했던 것처럼.
그들의 말처럼 균형을 지키는 것.
그게 제일 중요했다.
“찍을 영화들이 넘쳐나니까요. 히어로 영화를 평생 잡고 있을 순 없죠.”
“하하…… 참.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지 알 수가 없네요. 슈퍼히어로 물이라니…….”
“지금 당장은 어차피 할 수 없어요. 당장 돈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요.”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판권만 해도…… 수백 억일 거고…… 그리고 제작비는 아찔하겠어요. CG에 으……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데요.”
“그 머리 아픈 계획에 중심엔 로버트 씨가 계셔줬으면 좋겠어요.”
내 말에 로버트는 나를 빤히 쳐다본 후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무조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 하나 봐요?”
로버트는 능글맞게 웃으며 부드럽게 핸들을 돌렸다.
“안 받아들이신다면, 뭐 어쩔 순 없죠.”
“하, 또 포기한 척이에요?”
“네?”
로버트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입가에 걸려있었다.
“각본 저한테 버리고 도망갈 거잖아요? <디텍티브 그레이져>처럼.”
“아, 이걸 벌써 들켰네.”
내 말에 로버트는 싱긋 웃으며 차를 주차장에 댔다.
“일단 나중 일이니. 버거나 먼저 먹죠. 좋은 날이잖아요?”
“좋은 날이면 고기를 썰어야죠.”
“햄버거 안에 패티 있잖아요?”
“…….”
로버트의 능청스러운 표정에 고개를 저으며 차에서 내렸다.
***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침대에서 일어나 신문부터 살폈다.
로버트는 할리우드 가십거리의 중심이 됐다.
모든 신문사들은 로버트 펜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모습을 연신 조명했다.
[로버트 펜.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며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기자들에게 기회를 주다.] [악동에서 어른이 된 로버트 펜. 파격적인 행보!] [로버트 펜. 경찬현 감독의 신작 <디텍티브 그레이져>가 기대가 되는 이유.]로버트는 기자회견으로 단번에 호감 이미지로 우뚝 솟아올랐다.
이전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모두 지워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자회견에서 그가 보인 모습은 이전의 로버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그 모습은 로버트 펜에 대해 막연하게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관객층을 움직이기에 충분할 법했다.
“흠…….”
이제 이런 뜨거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해줄 수만 있다면.
로버트 펜의 티켓 파워는 식지 않을 거고, 그건 곧 영화의 흥행에 큰 도움이 될 터.
‘할 수 있다.’
할리우드 데뷔작부터 흥행 감독 타이틀을 쥐어지는 것.
가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충 아침을 차려 먹고 바로 촬영장으로 움직였다.
***
<디텍티브 촬영장>에 도착하자, 며칠 전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거의 영화가 엎어질 줄 알았던 몇몇 제작진은 사과하며 돌아왔고, 로버트 펜의 안티들은 자취를 감췄다.
희망의 냄새를 맡으며 잠시 촬영장을 둘러보자, 누군가 나를 불렀다.
“경찬현 감독님!”
해리스는 내 모습을 보며 재빠르게 달려왔다.
며칠 전만 해도 울상을 지으며 우린 다 끝났다는 식의 말만 해대던 해리스는 입가에 잔뜩 미소를 머금었다.
“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아셨던 거죠?”
“뭐가요?”
“에이, 모르는 척하시긴.”
해리스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옆에 철썩 붙은 채 말을 이었다.
“로버트 펜이 마약 하지 않았을 거란 확신은 어떻게 생긴 거예요?”
“제가 원래 감이 좋아요.”
“에이, 이게 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직감은 생각보다 많은 걸 해결해줘요.”
내 말에 해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든 결과를 항상 ‘감’이라는 말로 때우다 보니, ‘감’에 대한 명언도 몇 개 외워뒀다.
“아인슈타인도 그랬죠. 직감을 무시하는 것 보단 일단 신뢰하고 차후 검증하는 게 낫다고. 저도 그런 쪽이거든요.”
“오…….”
해리스는 아인슈타인이라는 말에 감탄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번엔 더할 나위 없이 확신에 찬 직감이었고요.”
“하, 그럼 <디텍티브 그레이져>는 어떻게 될지 감이 오세요……?”
“네. 겁나게 잘 될 겁니다.”
“진짜죠?”
해리스는 밝은 웃음을 보이며 되물었다.
“그럼요. 해리스 씨 촬영 기술도 좋고. 지금 연기 부족하지도 않잖아요? <디텍티브 그레이져>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영화에요.”
“히히. 다행입니다.”
“매번 안 믿으시더니. 이제 좀 믿음이 생기셨나요?”
내 말에 해리스는 손을 가로저었다.
“에이, 안 믿다뇨.”
“저번 주 촬영 때까지만 해도 거의 죽네 사네 표정이었는데.”
“하하…….”
해리스는 멋쩍게 웃으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여하튼 믿고 있겠습니다. 감독님.”
해리스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카메라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는 감독 자리에 앉아 모니터에 비친 로버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제작진 한 명이 내게 달려온 후 말했다.
“감독님, 준비 끝났습니다.”
“좋습니다. 레디!”
***
로버트는 경찬현의 신호에 맞춰 연기를 시작했다.
이번 장면은 점차 드러나는 흑막을 파헤치던 중.
예상치도 못한 다른 살인 사건에 당혹스러움을 보이는 장면이었다.
로버트는 스탠드 조명 밑에서 자연스럽게 사건 기록을 훑으며 옅게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내 들어오는 라이언.
하지만 로버트는 라이언에겐 일절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선배님.”
“왜.”
“사람이 왔으면 얼굴도 좀 보고 해야죠. 제가 뭐 선배님 심부름꾼이에요?”
“엄마가 그랬지. 좋은 것만 보고 살라고.”
로버트의 능글맞은 애드리브에 라이언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던 중 참을 수 없었는지 웃음이 새어 나왔다.
“큭…….”
“NG!”
경찬현의 외침에 라이언은 제작진들을 향해 사방으로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죄송합니다!”
그 모습을 보며 로버트는 귀엽다는 듯 라이언을 보며 웃었다.
“괜찮아. 나도 웃겨서 카메라 살짝 흔들릴 뻔했어. 로버트! 애드립 칠 거면 신인한테는 말해두라고!”
“저도 갑자기 생각난 거라. 어쩔 수 없었어요. 미안, 라이언.”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라이언은 화기애애해진 촬영장을 다행이라 생각했다.
당장 저번 주에 이런 사고가 터졌으면 분명히 쌍욕이 난무했을 거란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감독님? 라이언 웃음 좀 멈추고 시작하죠. 얘 아직 입가에 웃음기가 있는데요?”
“아, 아닙니다! 바로 하셔도…….”
“아냐. 딱 보여. 너 분명히 또 못 참을 거야. 또 NG 내느니 한 번 더 웃고 가. 그게 훨씬 나아.”
“…….”
멀리서 경찬현 감독이 메가폰을 쥔 채 말했다.
“네. 그렇게 하시죠.”
“감사합니다! 감독님!”
라이언은 경찬현의 콜사인에 한숨을 돌리며 한 번 크게 웃었다.
그러자 뒤에서 로버트가 말을 걸어왔다.
“그간 너도 고생 많았다.”
“네?”
“분위기 안 좋았잖아.”
“아…… 네.”
로버트의 말대로 저번 주 촬영은 최악의 최악이었다.
특히나 로버트 같은 쓰레기 배우는 죽어야 한다며 소리치며 촬영장에 난입했던 정신 나간 놈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철렁했다.
“저도 죄송합니다.”
“뭐가?”
“저도 당연히…… 선배님이 마약 다시 시작하신 줄 알았어요.”
라이언의 사과에 로버트는 고개를 저었다.
“너만 그렇게 생각한 거 아냐.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럴걸? 경찬현 감독만 제외하면 말이지.”
“…….”
“그리고 그런 거로 사과하지 마. 여기는 사과하면 진짜 잘못한 줄 알고 사람들이 더 몰아붙이는 데야.”
“그래도…….”
라이언이 눈물을 글썽이며 로버트를 바라보자, 로버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우냐? 왜?”
“죄송해서요…….”
“순해 빠졌네.”
라이언은 울음을 참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보며 로버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참아. 미안해서 우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게 없어. 그렇게 순해 빠져서 배우는 하겠냐?”
“네?”
“독해지라고.”
라이언은 훌쩍이며 눈물을 빠르게 닦아냈다.
“할리우드는 사람들이 아무리 욕해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독해져야 살아남는 곳이야. 경찬현 감독 봐봐. 나랑 같이 세트로 욕먹었는데도 즐기는 거 같더라니까? 촬영장에서 경찬현 감독이 흔들리는 거 봤어?”
로버트의 말처럼 저번 주 촬영장에선 경찬현은 항상 똑같았다.
양복 차림에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사에도 전혀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경찬현 감독은 평범한 영화감독이 아냐. 그리고 저 감독이 데려온 너도 평범한 배우는 아닐 거고.”
“네……?”
평범한 배우가 아니라는 말.
전에도 했던 말이다.
“그럼 너도 독해져야 해. 어지간한 바람으론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
“네가 잘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래도 하나 팁을 주자면…….”
로버트는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락스타로 살아.”
“네?”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라이언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착하게 보이지 말라고. 사람들은 착하면 당연히 약한 줄 알거든. 물론 나처럼 망나니로 살지도 말고.”
“아…….”
라이언은 로버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다시 촬영하자고. 괜찮지, 이제?”
“네! 선배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