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79)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79화(179/276)
“미국이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고들 하지만. 쯧. 난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술이 꽤 들어가자, 코넌은 얼굴이 살짝 붉게 달아올랐다.
“자기들의 우월함에 빠진 놈들이 위를 차지하고 있으면 머저리 같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코넌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짜로 만들어진 그들의 호의적인 모습이 대중들한테 진짜로 보인다는 겁니다. 진짜 똑똑한 놈들은 나쁜 의도를 그대로 보여주질 않으니까요.”
코넌의 말에 경찬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소시오패스 같은 놈들이 판치는 할리우드에서…… 당신이 앞으로 겪을 일들은 수도 없이 많을 거예요.”
코넌은 걱정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경찬현을 바라봤다.
“지구촌은 하나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하나의 지구가 만들어졌다고 몇몇 사람들은 실없는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편 가르기는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코넌은 와인을 한번 머금고는 음미하듯 잠시 눈을 감았다.
‘편 가르기’.
결국 할리우드라는 곳도 편은 이미 나눠진 상황이었다.
문화계의 주류는 백인과 흑인.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속엔 동양인의 편은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제일 열악한 상황인 건 동양인.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 히스패닉 계열에 비하면 구성원도 많이 없었고, 오히려 암암리에 제일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건 동양인.
그중 한국인은 더욱이나 다른 나라에 비하면 더 큰 차별을 받고 있었다.
“흠…….”
레이트 나잇 쇼 경찬현 회차의 방영 이후.
코넌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들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알아본 바로는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제일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
중국처럼 거주하고 있는 인원도 얼마 없었고, 일본처럼 나라가 유명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 말을 직접적으로 한다면 어쩌면 경찬현이 불쾌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말을 아꼈다.
“편 가르기. 정말 유치하지만 코넌 씨 말씀대로 인간의 본능이죠. 그리고 이 할리우드에서 제 편은 거의 없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고요. 심지어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먼저 자신의 약점을 말하는 경찬현.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한국어랑 일본어를 구분 못 해서 <스페이스 베가본드>가 일본 영화인 줄 아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머저리들이죠. 뭐. 그런 놈들이 하루라도 빨리 영면에 들길 염원하며 짠 한번 할까요?”
코넌의 말에 경찬현은 피식 웃으며 잔을 들었다.
쨍-.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그 둘은 밤이 깊어지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대화를 나눴다.
***
다음 날.
“으…….”
깨질 듯한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뜨자, 낯선 천장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아…… 맞다. 여기서 그냥 잤지.’
주위를 돌아보니,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었다.
코넌은 어디 간 건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후…….”
문을 조심스레 열고 밖으로 나가자, 소파에서 잠든 코넌의 모습이 보였다.
워낙 거구인지라 소파 끝을 넘어 허공에 떠 있는 그의 발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코넌 씨?”
“…….”
깊게 잠든 듯.
꿈쩍도 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잠시 당황해있던 찰나.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소주병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지? 소주도 먹었었나?”
와인을 마시면 금세 끊어져 버리는 필름에 잠시 눈을 감고 어제 기억의 파편을 뒤졌다.
그리고 살며시 떠오르는 기억.
어제 와인을 다 먹고.
코넌이 아끼던 위스키를 마시던 중 그는 갑자기 나를 위한 선물이 있다며 실실 웃곤 무언가를 가져왔다.
-내가, 어? 우리 동생 온다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걸로 알아봤다~ 이 말이야! 어!? 소주! 라면! 이거 엄청 매운 거라지? 으아! 나도 매운 거 잘 먹는다고!
“큭…….”
양손에 소주를 들고 신나게 흔든 코넌.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생각나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렇게 소주를 신나게 먹었지만,
이미 둘 다 너무 배가 부른 상황이었기에 라면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흠…….”
어제 치우지 않고 식탁 위에 그대로 있는 것들을 깔끔하게 치우고 나서 냄비에 물을 부었다.
“으어…… 찬현?”
“일어났어요?”
“아니. 죽었어.”
코넌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 후 물었다.
“뭐 하게? 치우지 마. 내가 이따가…….”
“대충 치웠어요.”
“응?”
“속 안 좋죠?”
내 물음에 코넌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좋을 리가 있나. 지금 위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금 거의 뭐, 사악한 히틀러가 폴란드 점령하기 직전이야.”
“그 전쟁을 끝낼 요리를 만들어드리죠.”
“응?”
“한국 라면이 그 전쟁을 끝낼 핵이 될 겁니다.”
내 말에 코넌은 크게 웃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 정도로 효과가 있다고?”
“누워 계세요. 5분 안에 끝납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으어…….”
코넌은 다시 자리에 누워 깊게 숨을 내뱉었다.
끓는 물에 스프와 후레이크를 먼저 넣고 집 냉장고에 있는 파를 대충 썰어 넣었다.
매콤한 향이 퍼지자, 코넌이 재채기를 시작했다.
“어우, 대체 뭐야. 무슨…… 갑자기 화학전도 하는 건가?”
“매운 거 못 드세요?”
“아니, 적당히 먹긴 하는데…….”
“집에 우유 있죠?”
“응? 응.”
“그럼 됐네요.”
보글보글 끓는 빨간 국물에 면을 넣은 후 잠시 끓였다.
“다 됐어요.”
“벌써?”
“원래 금방 되거든요.”
코넌은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킨 후 초췌한 모습으로 식탁까지 간신히 몸을 옮겼다.
“이게 전쟁을 끝낼 무기라고? 그냥 면 요리 같은데.”
“매우면 우유랑 같이 드세요.”
“흠, 일단 한 입…….”
코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라면을 포크로 듬뿍 가져갔다.
코넌의 입으로 빨려 들어가는 면.
그리고 코넌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괜찮은데?”
“그죠?”
“한국형 핵무기구먼. 흐…… 맛있…… 아, 잠깐만.”
코넌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라면을 바라봤다.
“아니, 갑자기 매운 게…… 아니, 이건 매운 게 아니고 아픈 거잖아!”
코넌은 소리치며 우유를 컵에 붓다가 안 되겠는지 바로 자기 입에 갖다 부었다.
“나한테 왜 이래…… 이건 암살 무기잖아. 어으…… 넌 또 왜 이렇게 잘 먹냐 이걸…….”
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코넌은 혀를 내둘렀다.
“분명히 인기 있는 걸로 사 왔는데…….”
코넌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
몇 주간 마무리 촬영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제작진들 모두 집중하며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마무리 촬영까지 마친 이후에야 후련한 미소를 보였다.
“이제 편집 들어갈 거야.”
“이야, 엄청 빠르네.”
준성이의 물음에 나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대답했다.
“사건이 많아서 그렇지. 촬영은 계속 열심히 했어. 벌써 촬영 들어간 지 거의 세 달은 지났다고.”
“참…… 결과물은 마음에 들고?”
“마음에 안 들었으면 편집에 들어가지도 않았어. 충분해.”
준성이는 내 말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필름이니까. 마음에 들어야지. 그리고 한국 본사랑 이야기해보니까. 한미 동시 개봉이 좋을 거 같다고 하더라고. 원래 여름엔 블록버스터가 잘 먹히긴 하는데…… 쌉쌀한 스릴러도 라인 업에 넣으면 좋을 거 같다던데?”
여름방학엔 관람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블록버스터가 맞긴 했다.
“이제 한국에서 네 이름값 정도면. 사실 블록버스터가 아니어도 상관없으니까. 알아서들 보러 올 거고. 그리고 한국도 한 번 가야지? 부모님 얼굴도 뵐 겸?”
준성이는 한껏 미소를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간 김에 네 영화 홍보도 좀 하고. 로버트 펜은…… 우리나라에 팬이 거의 없잖아. 네가 홍보 대사로 활동이라도 해야지.”
“흠…… 그것도 맞지.”
우리나라에서 로버트가 티켓 파워를 갖는 건 이후의 일.
지금 당장은 아마도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었다.
“<디텍티브 그레이져> 개봉할 때쯤이 지금까지 네 인생에서 제일 바쁠 거다.”
준성이는 그간 준비해놓은 게 많은 듯 두툼한 서류뭉치를 보이며 말했다.
“뭐, 뭔데 그건?”
“일본 배급 선계약.”
“응?”
편집이 끝나기도 전.
아직 세상에 <디텍티브 그레이져>가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준성이는 무슨 기적을 만들어낸 건지 일본 선계약을 따왔다.
“인마. 내 인맥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매번 술만 먹고 노는 줄 알지?”
콧대가 높아진 준성이는 고개를 흔들며 거들먹거렸다.
“저번에 업무차 한국 간 김에 일본 배급사 쪽에도 이야기해놨어. 네 영화라니까 반응 좋더라고. 그래서 다른 데 뺏기기 전에 먼저 계약하고 싶다고 하더라.”
“이야…… 이준성.”
내 감탄이 마음에 들었는지, 준성이는 어깨를 한번 으쓱한 후 흐뭇하게 나를 바라봤다.
“내가 이 정도는 하는 인간이에요. 그래서 너도 한국 간 김에 일본도 가라고. 거기서도 행사 만들어줄 테니까. 진훈이한테 물어봐서 한류 스타 승훈이 형도 붙여줄 수 있으니까.”
“승훈이 형까지?”
“그래야 이목도 끌리지. 인마. 행사장에 승훈이 형만 와도, 환장해서 올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준성이는 내게 숫자가 가득한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읽어 봐.”
“됐어. 잘했겠지.”
내 대답에 준성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서류들을 내 눈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아니, 나 엄청 대단한 일 한 건데…… 아오, 숫자 까막눈이라 내가 어떤 업적을 세운 지도 모르다니…….”
“우와, 이준성! 이제 진짜 사업가 같은데? 정말 대박이야.”
“됐다. 그냥 하지 마.”
준성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곤 말했다.
“편집 끝나면 바로 미국에서 시사회부터 일정 잡자고.”
“시사회…….”
“그래, 할리우드에서 첫 시사회라고. 햐, 정신 나갔지? 진짜 이런 날도 온다?”
준성이는 흡족한 듯 미소를 보였다.
“여하튼 얼른 편집이나 끝내라고. 그 뒤에 일들은 나한테 맡겨.”
***
몇 주가 더 지난 후.
편집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스릴러의 기본 원칙인 색감부터 관객들의 몰입을 도와줄 효과음들.
이런 효과음을 만드는 데만 꽤 큰 제작비가 들었다.
-야, 폴리아티스트에 그렇게 큰돈이 드는 게 맞냐? 할리우드는 원래 효과음도 이렇게 비싸?
준성이는 처음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지만, 편집을 끝내고 난 후에야 인정했다.
할리우드는 확실히 규모가 큰 만큼 온갖 전문가들이 즐비한 곳.
명 감독들은 사라졌지만, 그 명 감독들을 보조하던 제작진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을 이용하는 건 내 몫.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만큼 확실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감독님…… 이거 진짜 대박인데요?”
촬영감독 해리스는 편집 작업 내내 옆에 함께 붙어있었다.
그리고 효과음이나 색감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디텍티브 그레이져>를 보며 탄성을 금치 못했고.
최종 결과물을 보고서는 거의 눈물까지 보일 지경이었다.
“온갖 논란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라곤 믿어지지 않는 수준이에요…….”
“이제 시작이죠.”
내 말에 해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세상에 <디텍티브 그레이져>를 내놓을 준비가 끝났다.
시사회에서 먼저 간을 본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후…….”
할리우드에서 첫 데뷔.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