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81)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81화(181/276)
듀크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단상에 올라선 경찬현과 주연 배우들의 인사를 바라봤다.
자신감에 차 있는 경찬현의 목소리가 시사회장을 울렸다.
“이 자리를 밝혀준 모든 분들에게 먼저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감독 경찬현입니다.”
이 말과 함께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이어진 주연 배우들의 인사.
그들의 인사가 끝난 후 조명이 꺼지며 시사회장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스크린에 빛이 들어오며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KMD 성현 픽처스.
‘할리우드에 동양인의 광고판이 하나 더 생기다니…….’
시작부터 로버트 펜의 얼굴이 정면으로 드러났다.
범죄자의 어깨너머로 능글맞게 웃으며 로버트 펜이 심문하는 장면.
꽤 매력적인 연출에 듀크는 약간은 당황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오버 더 숄더 샷을 이렇게 쓴다고?’
원래라면 오버 더 숄더 샷은 친근감을 나타내는 듯한 숏의 한 종류.
한 인물의 어깨 너머 보이는 다른 인물에 초점을 맞추며 두 인물의 유대감을 나타냈지만, 형사와 범죄자는 분명 적대적인 사이.
하지만 점점 로버트 펜 쪽으로 클로즈업되더니, 프레임 안에는 로버트 펜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프레임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동시에 로버트 펜의 능글맞은 미소는 완전히 사라지고, 눈엔 살기가 서렸다.
‘시작부터…… 뭐 이래……?’
이론 상으론 말도 되지 않는 연출.
하지만 로버트 펜의 연기에 그 연출은 말이 됐다.
아니, 그 이상.
시작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꽉 쥐어 잡을 생각이었는지 듀크는 주위를 돌아봤다.
관계자들 역시, 듀크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당황한 듯한 눈.
하지만 그 당황 속에는 감탄이 있었다.
‘이래선 안 돼. 제발 쓰레기여야 한다고!’
듀크는 속으로 울부짖었지만, 그의 소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졌다.
미스터리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형사라는 고리타분할 수 있는 소재를 연출적으로 참신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범죄 스릴러물은 톤앤매너를 어둡게 잡는 것이 공식.
하지만 <디텍티브 그레이져>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 무슨 깡인지는 몰라도, 색감이 밝았지만 서스펜스는 더욱 도드라졌다.
‘뭐 하는 새끼야…… 이거.’
어느 순간부터 영화에 자동으로 몰입하게 된 듀크.
이내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범인은 날 알고 있어. 이건 날 놀리는 거라고. 이 개자식.
중반부에 던진 로버트 펜의 대사.
그 대사에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천천히 풀어가는 시점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젠장할…….”
그때부터 무거워지는 분위기.
이 영화는 이 대사를 기준으로 톤앤매너가 정석적인 스릴러 영화로 바뀌었다.
완벽한 완급조절.
대체 뭐하던 놈이기에 이런 영화를 만들어낸 건지.
그레이져 형사라는 역할도 로버트 펜이 아니고서야 상상을 할 수 없는 배역이었다.
로버트 펜은 자고로 장난기와 진지함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
그렇기에 이런 장르가 가능했던 건가…….
“듀크 씨, 괜찮으세요?”
옆에 앉은 사람이 묻자, 듀크는 억지로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네. 괜찮습니다. 잠시 머리가 좀…….”
“그럼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아…… 네. 죄송합니다.”
듀크는 멋쩍게 웃으며 이를 악물었다.
‘이 개 같은 영화…….’
동양인 감독이 백인 감독보다 우월하다는 것.
세상에 일어나면 안 될 일이다.
아니, 있어서는 안 될 일.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 자신은 옳다.
그렇기에 저 영화는 세상에서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듀크는 주먹을 꽉 쥐며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흠을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는 아무런 흠을 찾을 수 없었다.
‘이게 무슨…….’
그의 신념이 저딴 영화에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듀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어떻게 해야…….’
듀크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경찬현을 무너뜨려야 할지 생각했다.
일단 시작은 GV.
목줄을 채울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
<디텍티브 그레이져>가 막을 내리고.
사람들의 기립 박수 소리가 시사회장을 울려 퍼졌다.
기립 박수를 들으며 단상을 올라가면서 관객석을 훑었다.
에밀 듀크가 잔뜩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쉽사리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후…….”
나와 로버트 펜, 그리고 여러 배우들이 단상에 올라온 후 MC는 분위기를 띄우며 행사를 진행했다.
관객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나는 제발 듀크가 입을 열지 않길.
그저 조용히, 가만히 넘어가길 바랐다.
듀크, 저 인간이 어떤 주제로 입을 여는 순간 <디텍티브 그레이져>에 집중된 이목은 순식간에 흩어질 게 뻔했다.
그만큼 파급력 있는 인간.
마치 시한폭탄이라도 안고 있는 기분으로 질문에 하나하나 공들여 대답하자, 이마엔 어느샌가 땀이 맺혔다.
“괜찮아요? 감독님. 오늘 몸 많이 안 좋으신 거 같은데.”
로버트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녜요. 괜찮아요. 하하. 오늘 좀 덥지 않아요?”
“흠, 덥긴 더운데…… 일단 땀 좀 닦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뭘…… 이런 자리에 온 것도 감독님 덕분인데요. 조금만 힘내요. 긴장 풀고. 거의 다 끝난 거 같은데.”
그가 건네는 손수건으로 대충 이마를 훔친 후 숨을 고르자, MC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아쉽게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누가 이런 영광스러운 기회를…….”
MC는 말끝을 흐리며 관객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한 사내가 손을 들자, MC는 밝은 미소를 보이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영광스러운 분에게 영광스러운 기회를. 마지막 질문의 주인공은 에밀 듀크 씨입니다!”
진행 요원 중 한명이 마이크를 들고 듀크 쪽으로 뛰어 올라갔다.
듀크는 마이크를 쥐며 먼저 사람 좋은 미소를 보였다.
“일단 <디텍티브 그레이져> 너무 잘 봤습니다. 경찬현 감독님과 로버트 펜의 합. 정말 대단하네요. 오늘 이런 수작을 보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참…….”
듀크의 입에 발린 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저 단어의 나열에 나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 의미 없는 나열들이 잠시 이어지고 난 후.
듀크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경찬현 감독님께 하나 묻고 싶네요. 할리우드에 오는 게 두렵진 않았나요? 아직은 어린 나이에 동양인. 여러 문제점이 산재해있는 상황이었을 텐데요.”
분명 다른 사람이었다면 곱게 들었을 법한 질문이었지만.
질문하고 있는 사람이 에밀 듀크라는 것.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불쾌해지는 질문이었다.
분명 원하는 대답이 있는 질문이었을 테니까.
‘두렵다는 대답을 원하겠지. 그래야 할리우드의 위상이 올라갈 테니까.’
일종의 기 싸움이다.
분명 에밀 듀크가 원하는 건 할리우드에 오기까지 겁을 잔뜩 먹은 동양인 감독.
노리고 있는 게 무엇인진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 쉽사리 넘어갈 순 없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나는 일단 대답한 후.
잠시 고민했다.
어떤 대답을 해야 듀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영화를 부각할 수 있을지.
‘기 싸움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머다.’
일단 에밀 듀크는 대외적으론 좋은 인간.
그런 것까지 고려하면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흠…… 일단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무언가에 대한 무서움에서부터 나온 감정일 텐데요. 할리우드가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신 거라면 그것에 대해선 부정하고 싶습니다.”
내 대답에 몇몇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숨을 고르고 나름대로의 유머를 던졌다.
“할리우드가 피로 범벅된 미친 광대 살인마는 아니잖아요? 무서워할 필요는 없죠.”
내 덧붙인 대답에 몇몇 관객들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옆에 있는 로버트도 나를 지원하는 듯 대놓고 크게 웃으며 내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그리고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 문화의 중심지고요. 물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닫혀있는 곳이기도 하죠. 특히 저 같은 유색인종에게는 말입니다.”
내 대답에 듀크가 억지로 웃음을 짓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는지, 먼 거리였음에도 그의 짝눈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저는 할리우드에 이제 뛰어든 감독입니다만, 감히 제 꿈에 대해서 말하자면 할리우드를 놀이터처럼 바꾸고 싶습니다.”
“놀이터요?”
MC는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누구든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 놀이터엔 피부색에 한정되어 놀지 않잖아요? 저는 할리우드를 그렇게 변화시켜보고 싶습니다.”
“…….”
“에밀 듀크 씨도 이런 할리우드를 꿈꾸고 있는 거 아닌가요?”
내 물음에 듀크는 언제 인상을 찌푸렸냐는 듯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외적으론 좋은 이미지.
도리어 이걸 이용할 수 있다면 지금 인터뷰에서 듀크가 할 말은 더 이상 없다.
“하하…… 예. 맞습니다. 이렇게 제 뜻을 알아주는 분도 있네요…….”
“듀크 씨 같은 분들 덕분에 저 같은 동양인 감독도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에밀 듀크 씨.”
나는 대답을 마친 후 살짝 떨리는 손을 보이지 않게 책상 밑으로 숨겼다.
그러자 로버트는 책상 밑으로 엄지를 보이며 내게 말했다.
“멋있네요. 햐, 내가 이런 꿈을 가진 사람이랑 영화를 찍었다니…… 괜히 울컥하네.”
“어휴, 뭘요. 제가 더 감사하죠.”
“이따가 햄버거나 먹으러 가자고요. 오늘 같은 날은 햄버거 정도는 먹어 줘야겠어요.”
로버트는 내 말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MC는 마이크를 다시 잡고 말했다.
-여기까지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시사회였습니다.
우리는 맞춰진 대로,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 후 시사회장 밖으로 나갔다.
***
<디텍티브 그레이져> 시사회장을 제일 먼저 빠져나온 듀크.
그는 빠른 걸음으로 그의 차로 향했다.
“칭챙총 새끼가 어딜 감히…….”
차로 돌아온 듀크는 바로 담배를 물었다.
목줄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다.
심지어 정신 나간 목적을 가진 놈.
“놀이터? 할리우드가 무슨…… 지랄 염병을…….”
당장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개봉까진 2주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2주 안에 뒤엎어 버릴 계획…….’
듀크는 잠시 눈을 감고 방금 본 <디텍티브 그레이져>을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영화 그 자체로는 흠 없이 완벽했지만.
논란은 그 외의 것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로버트 펜보다 훨씬 자극적인 이야기가 필요했다.
“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누굴 먼저 자극하냐는 것.
지금 상황에서 자극하면 바로 튀어나올 수 있는 집단.
“하…… 왜 이걸 생각 못 했을까?”
듀크는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한번 엿 먹어 봐라. 빌어먹을 칭챙총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