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82)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82화(182/276)
듀크는 시사회장을 떠나며 한 영화감독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스피어 감독님?”
-네. 듀크 씨. 오랜만이네요?
스피어 윌리엄스.
흑인 인종차별에 대한 영화로 유명한 감독이자, 흑인 집단에서 촉망받는 감독이었다.
-잘 지내셨죠?
“그럼요. 근데…… 오늘 좀 께름칙한 사건이 있었어요.”
-네?
“하, 그게…….”
듀크는 망설이는 척을 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스피어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방금 동양인 감독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흠…… 근데 저와 감독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이더군요.”
-네?
“흑인에 대한 멸시. 흑인에 대한 끔찍한 이미지를 심어뒀습니다.”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빌런.
로버트 펜이 결국 검거한 연쇄살인마는 흑인이라는 것.
선동에서 제일 중요한 건 자극적인 정보.
흑인을 모욕했다는 말에 스피어의 목소리는 적개심으로 가득해졌다.
-뭐라고요? 그게 진짭니까?
“네. 하…… 할리우드에 분란을 만들 놈이 들어온 거 같네요. 이제야 스피어 감독님 같은 분 덕분에 하나가 되어가는 중이었는데…….”
-경찬현이라고 했나요? 그 자식 말이에요.
“네…….”
-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듀크 씨.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 인데요.”
툭-.
전화를 끊자마자 듀크는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조수석에 던졌다.
그리고 경찬현의 신작.
그걸 아예 박살 낼 수 있는 또 다른 계획을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
다음 날.
“저, 저게 뭐냐……?”
성현 KMD 픽처스 앞엔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흑인 무리.
그들은 내 사진에 빨간색으로 X자를 그으며 미친 듯이 흔들어댔다.
[인종차별주의자 경찬현은 할리우드에서 꺼져라!] [돈만 밝히는 코리안! 꺼져라!] [15년 전 꼴 보기 싫으면 알아서 <디텍티브 그레이져> 불태워라!] [개고기의 나라에서 온 인종차별주의자!]“더럽게 빠르네. 이렇게 바로 움직일 줄이야…….”
내 말에 준성이는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무슨 일이 일어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훨씬 더럽고 유치한 방법일 줄은 몰랐지.”
저들의 논리는 이랬다.
<디텍티브 그레이져>에서 나온 빌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디텍티브 그레이져>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녹아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아직 개봉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에밀 듀크. 그 새끼야.”
에밀 듀크라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는 뒤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걸로 유명했다.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전에도 에밀 듀크는 이런 짓을 몇 번이나 저질렀던 전적도 있었다.
‘특히나 시사회장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까지 더하면…… 이 시기에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진 이유는 이 자식밖에 없어.’
지금 당장은 흑인과 황인의 갈등을 조장하며 뒤에서 웃고 있을 걸 상상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번엔 특별히 취할 이득도 없으면서 그저 우리를 찍어 누르기 위한 속셈.
준성이는 내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에밀 듀크? 그분이 왜?”
“그 인간이 잘하는 게 저런 거거든.”
“뭐? 아냐…… 듀크 씨 엄청 좋은 분이라고. 직접 시사회까지 와서…….”
준성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은 후 말했다.
“아냐. 그 인간 껍데기만 좋지. 속은 완전 시커먼 놈이야.”
“듀크 씨가……?”
“이 판도 다 그 자식이 만든 거라고.”
준성이는 쉽게 믿어지지 않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해? 진짜?”
“응. 다 걸고. 진짜.”
“그 인간이 왜? 아니, 뭐 원하는 게 있어야 이런 짓도 하는 거 아냐?”
“우리 제작사가 무너지는 걸 바라는 거겠지.”
“왜?”
“돈 많고 실력 좋은 이방인이잖아.”
에밀 듀크가 제작한 영화는 나중에 화이트워싱으로 논란이 생긴다.
백인 위주의 캐스팅, 원래라면 동양인 캐릭터였음에도 백인을 분장해서 동양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짓.
하지만 아직 세상은 그런 화이트워싱에 대해 민감하지 않다.
오히려 문제의식조차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것 자체에 화가 나기보단 어이가 없었다.
‘이러니까, 영화판이 더 망하지.’
이전에 있던 세상보다 비교도 되지 않는 듀크의 영향력.
분명 그에게 이 정도의 영향력이 있다면, 내 생각보다 훨씬 큰 권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깊게 한숨이 나왔다.
“하…… 아니. 듀크 씨, 아니. 네 말이 진짜면 듀크 그 새끼가 흑인들을 움직인 거라고?”
“응.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제일 민감한 건 흑인이고. 제일 만만한 건 황인. 그리고 그 중에선 한국인일 테니까.”
준성이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창문 밖에 모여있는 성난 군중들의 모습에 고개를 저은 후 내게 말했다.
“그래서. 이거 해결할 수 있겠어? 지금 당장 개봉 얼마 안 남았다고! 이런 분위기에 어떻게…….”
“일단 개봉은 조금 미루자. 시간이 좀 필요해.”
지금 당장 개봉한다면.
내 영화가 영화 자체로 해석되는 것이 아닌, 인종차별적인 프로파간다 영화로 사람들에게 받아질 게 뻔했다.
내게 인종차별 감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다는 것.
이건 영화판을 살리는 건 고사하고, 내가 미국 땅에 발을 계속 붙일 수도 없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개봉 조금 미루는 걸로 되겠어……?”
“일단 언론 쪽 먼저 부탁 좀 할게. 할 수 있겠지?”
“아니, 뭘 어떻게 하려고?”
“당장은 모르겠지만…… 뭐라도 해야지. 일단 움직이자고. 이 개 같은 상황. 어떻게든 이겨내야지. 그러지 않으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니까…….”
대표실에서 나오자, 갑자기 <디텍티브 그레이져>에 출연한 배우가 생각났다.
분명 지금 성현 KMD 픽처스 본사 앞 상황이 이 정도라면, 그 배우 집 앞 역시도 만만치 않을 거란 생각에 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예…… 가, 감독님…….
“도널드. 괜찮아요?”
-지금 집으로 우편이 쏟아져요…… 앞엔 사람들로 가득하고요…….
도널드 글럽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15년 이내로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이자, 빌보드 1위 가수, 드라마의 오스카상인 에미상에서 최우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쥔 엔터테이너.
하지만 지금 당장은 20대 초반의 청년.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떨리는 건 당연한 거였다.
“일단은…….”
쨍그랑-.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유리 깨지는 소리에 놀라 물었다.
“여보세요? 도널드? 괜찮아요?”
-하…… 돌덩이도 날아오네요. 빌어먹을 자식들.
“일단 KMD 건물로 오세요. 괜히 거기 있다가…….”
-여기 가족들이 있어요. 저 혼자 갈 순 없어요.
“가족들도 와도 괜찮으니까. 여기로 오세요. 여기로 와야만 지켜줄 수 있어요.”
내 말에 도널드는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죠? 이건 진짜 아니잖아요…… 내가 대체 뭘 했다고…….
“잘못한 거 없어요. 그리고 지금 난리 치는 흑인들. 극히 일부예요. 모든 흑인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진정하고, 얼른 움직여요.”
-네…… 알겠습니다.
***
나는 일단 숙소로 돌아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뉴스를 틀었다.
제일 중요한 건 여론.
지금 언론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 역시 중요했다.
“왜 저 인간이…….”
뉴스엔 화려한 색깔의 옷으로 치장한 한 영화감독이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영화는 잘 만들지만, 정치색을 넣기로 유명한 감독.
스피어 윌리엄스.
그 인간을 직접 움직인 것도 아마 듀크일 거란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요! 아직도 인종차별주의가 만연해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립니다. 그것도 심지어 이제 할리우드에서 데뷔하는 감독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에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하…….”
저 인간과 준성이가 제일 좋아했던 감독 중 하나인 쿠엔틴 타란티노 사이의 일화는 유명했다.
-타란티노는 N으로 시작하는 인종차별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심취해있다. 대체 왜 그 단어를 그렇게까지 사용하는 건가?
하지만 이에 대해 악동 쿠엔틴은 스피어에게 이런 식으로 답했다.
-백인 감독이라서 N 단어를 사용하는 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인종차별 아니냐? 의자 위에 올라가서 내 엉덩이에 뽀뽀나 해라.
저 인간을 억제할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감독도 없는 세상.
아마도 저 인간은 듀크가 어떤 인간인지도 모를 것이고, 동시에 저 인간 영화에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있었다.
즉 자기가 흑인으로서 인종차별을 받는 건 용납하지 못하지만, 자기가 하는 인종차별에 대해선 관대한 인간.
이 끔찍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뭐가 있을지…….
‘이 정도로 끔찍한 곳일 줄이야…….’
분명 성현 KMD 픽처스 앞이나 도널드의 집 앞에 밀집한 흑인들은.
흑인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그저 누군가에 의해 선동되어 자신들의 감정을 폭력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그것 자체가 흑인에 대한 혐오가 되어선 안 됐다.
그렇다면…….
‘저 사람들을 막아줄 수 있는 건…….’
흑인 집단에 파급력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필요했지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선 그런 사람은 없었다.
“젠장.”
띠링-.
머리를 책상에 박고 깊게 한숨을 내쉬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체스터 씨?”
-그래. 하…… 괜찮나? 자네?
처음 들어보는 듯한 걱정에 가득 찬 체스터의 목소리.
항상 괄괄했던 그의 목소리에서 따스함이 느껴지자, 살짝 울컥할 뻔했다.
“네…… 뭐. 예…… 괜찮아요.”
-에밀 듀크. 그 새끼 짓인 거. 자네도 알지?
에밀 듀크가 쓰레기라는 걸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분명 에밀 듀크에게 당한 사람들은 넘쳐날 테지만, 할리우드는 서로의 입을 막았다.
그만큼 에밀 듀크는 할리우드에서 중요한 인물이었고, 강한 권력으로 무장한 쓰레기였으니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었어요.”
-흐흐. 좋아. 뭐 슬픔에 젖어서 청승 떨고 있는 건 아니었구먼. 다행이야. 그래, 내가 그래서 자네가 마음에 들지. 흐흐.
체스터의 목소리에선 다시 괄괄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뭐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나? <디텍티브 그레이져> 같은 영화가 같잖은 모략에 박살 나는 거. 자네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잖나?
“일단 개봉은 조금 미루려고 합니다. 지금 개봉을 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 일단은 그게 좋겠어. 빌어먹을 자식들. 집단 린치도 정도가 있지. 이건 너무 심하잖나? 할리우드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야.
“동양인 감독이 흑인을 빌런으로 쓰는 것도 처음이고요.”
-젠장. 이런 버러지 같은 쓰레기들 같으니라고.
체스터는 불쾌하다는 듯 욕을 몇 마디 더 내뱉었다.
나를 위해 해주는 살벌한 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유치하기 짝이 없어.
“원래 역사적으로도 선동은 유치해야 더 잘 통하는 법이니까요.”
내 말에 체스터는 깊게 신음을 내뱉었다.
-맞는 말이야. 젠장.
“그래서 말인데요. 새로운 인맥이 좀 필요할 거 같습니다.”
-뭐? 새로운 인맥?
“네. 이 상황을 정리해줄 수도 있는 인물이요.”
내 말에 체스터는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누군데……? 뭐 예수라도 소개해달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