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85)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85화(185/276)
제임스의 차를 타고 돌아오며 들은 LA 메탈 음악들을 듣다, 제임스에게 물었다.
“혹시 마일스 잭 노래는 없어요?”
“있죠. 거기 글로브 박스 뒤져보시면 있을걸요? 아내가 좋아해서.”
글로브 박스에 깔끔하게 정리된 CD들 사이에서 간신히 찾아낸 .
디스크를 집어넣자 제일 먼저 들리는 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흠…….”
마일스의 이야기를 잠시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그의 말처럼 그의 복귀엔 수백, 아니 어쩌면 수천 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분명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란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결국 방법은 날 도울 이유를 만드는 건데.
그가 날 돕기 전에 내가 먼저 마일스를 도우면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당장 마일스를 도울 만한 일이…….
“제임스 씨?”
“네?”
갑작스러운 부름에 제임스는 흥얼거리던 노래를 멈췄다.
“마일스 씨. 주치의를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진짜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가요?”
“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주치의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마일스 씨가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제임스는 당황한 듯 잠시 차를 세우며 물었다.
“마일스의 주치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네.”
마일스의 죽음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비극이다.
게다가 그 비극이 더욱 안타까운 건 마일스가 주치의 손에 의해 죽게 된다는 점이다.
약의 용량 조절도 잘못해서 일어난 과실치사.
적어도 내 기억엔 그렇게 남아있었다.
마일스 같은 팝스타가 삼류 주치의를 쓸 일이 없을 거란 이야기가 돌며 암살설이 돌긴 했지만.
그건 유명인들의 사망 이후 자연스럽게 나오는 이야기들일 뿐.
‘문제는 아직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시점이라, 주치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어떻게 밝히냐인데.’
일단 이건 제임스를 믿어보기로 했다.
아무튼 주치의 건만 잘 해결한다면 마일스도 내게 빚을 하나 진 느낌일 것이고.
나로서도 마일스의 도움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리고, 마일스라는 희대의 명가수를 살리고, 그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기도 하니 반드시 해야만 했다.
내가 멍하니 창문을 보며 생각을 정리할 때쯤, 제임스가 조심스럽게 나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근데 의학 쪽도 잘 아세요?”
“아…….”
내가 잠시 말을 머뭇거리자 제임스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더 묻진 않을게요. 결국 일의 연장이잖아요?”
“이번엔 더 두둑하게 챙겨드릴게요.”
“아, 그럼 저도 혹시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제임스는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 뭐든지요.”
“다음에 마일스 씨 뵈면 사인도 하나 부탁드릴게요.”
“그럼 할인되나요?”
내 말에 제임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경찬현이 밖으로 나간 직후.
마일스는 매니저를 통해 급히 복귀를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까.’
경찬현에게 했던 이야기처럼.
그의 말 한마디엔 많은 사람들의 밥줄이 달려 있었다.
특히나 경찬현이 부탁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
분명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이야기였지만, 오랜만에 나타날 공식 석상에서 할 이야기로는 부적절했다.
잠시 후.
익숙한 얼굴들이 마일스 집의 거실에 모여들었다.
그는 방금까지 나눴던 경찬현과의 이야기와 더불어 그의 부탁까지 모두 풀어냈다.
“경찬현이라면, 그 영화감독이요? 지금 한창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저는 절대 반대입니다. 복귀하기도 전에 기자에게 또 뜯어먹힐 겁니다.”
“맞아요. 안타깝긴 하다만, 이걸 도와줄 순 없어요.”
모든 것은 마일스의 예상대로였다.
한 명도 빠짐없이 경찬현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의 모습에 마일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좋은 의견 정말 고마워요. 저는 최대한 여러 관점에서 이걸 보고 싶었거든요.”
마일스는 머릿속에 경찬현의 간절한 얼굴이 떠오르자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일단 더 생각해보도록 하죠.”
마일스의 말에 그의 방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일스 씨. 이건 더 생각해볼 필요도 없는 문제입니다.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는 건 좋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아니. 그가 억울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만에 하나 그가 진짜 인종차별주의자면 어쩌시려고요.”
“맞습니다. 그럼 인종차별주의자를 두둔한 팝스타가 되는 거예요. 치욕적인 이름이 되는 거라고요, 마일스. 그렇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잖아요.”
그들이 말을 덧붙이자, 마일스는 순간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그들을 향해 톡 쏘아붙였다.
“최종적인 결정은 제가 내릴 겁니다. 여기까지만 하세요. 더 하신다면 좀 불쾌할 것 같네요.”
“…….”
마일스의 말에 따지듯 묻던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다들 돌아가 보세요. 저는 이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먼저 그 공간을 빠져나갔다.
***
며칠 후.
경찬현과 마일스의 집에 다녀온 이후 제임스는 바로 경찬현의 의뢰에 착수했다.
마일스의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
정보원에 따르면 온갖 부채에 허덕이고 있던 의사.
어떻게 마일스와 연이 닿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능력적으로도 최악의 의사였다.
또한 인격적으로도 최악.
혼외자에 자녀들 보육비까지 미지급.
캘리포니아에선 의료자격을 잃을 뻔했다가, 마일스가 고용해준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은 수준의 의사였다.
“이거 진짜 확실한 거지?”
“네. 진짜 확실합니다.”
“아니, 근데 마일스 정도 되는 사람이 굳이 이런 인간을 왜 쓴 거지?”
정보원은 입맛을 다시며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마일스 주변에 워낙 쓰레기들이 많아서요. 주치의 그 인간이 마일스 측근에 로비를 한 것 같아요. 마일스의 주치의면 떼돈을 버는 건 물론, 그의 의사 커리어에도 훌륭한 스펙이 되니까요.”
정보원의 말에 제임스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머레이는 어떻게 할까요?”
“일단 기다려. 의뢰인한테 물어보고 알려주지. 일단 가봐.”
“네!”
정보원이 밖으로 나가자, 제임스는 핸드폰을 들고 바로 경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제임스 씨.
“흠, 주치의를 바꾸는 것 정도는 쉬울 거 같습니다. 마일스 주변에 쓰레기가 심은 씨앗 같더군요.”
-좋네요. 자료들은 많이 모였나요?
“네. 내일까지 보내드리죠.”
***
다음 날.
마일스는 아침 일찍부터 택배를 받았다.
<스페이스 베가본드> 그리고 <디텍티브 그레이져>.
이 두 개의 영화와 함께 경찬현의 쪽지도 들어있었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마일스는 지하에 마련된 영화 전용 방에 들어갔다.
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처음 들어가 보는 방.
깔끔하게 청소된 시트 위에 앉자, 경호원 중 한 명이 물었다.
“어떤 영화 먼저 틀까요?”
“음…… <스페이스 베가본드> 먼저 틀어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듯, 방의 조명이 꺼지자 마일스는 미리 준비해둔 후라이드 치킨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리를 들고 한입 물려는 순간.
“뭐야…….”
마일스는 몇 년간 영화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건 네버랜드에 찾아온 아이들과 함께 본 영화.
하지만 그 영화와 경찬현의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비할 게 아니었다.
‘몇 년 사이에 영화 기술이 이렇게 많이 발전한 건가…… 대체 이게 뭐람…….’
광활한 우주 속에서 일어나는 도그파이트.
생동감 넘치는 외계인.
자신의 새로운 뮤직비디오 쓰고 싶을 수준의 기술에 마일스는 자기가 다리를 들고 있다는 것도 깜빡한 듯 보였다.
“자, 잠깐만요!”
“네?”
“아, 이거 치킨 좀 치울게요. 나중에 먹을게요. 죄송합니다.”
마일스는 경호원에게 치킨 치우는 것을 부탁한 후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마일스 씨가 음악계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저는 영화계를 뒤집어 놓고 싶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었지만, 경찬현은 분명 영화계를 뒤집어 놓을 만한 재능이 충분해 보였다.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훌륭한 비주얼에 출중한 스토리.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영화였기에 그의 말이 그저 허세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영화에 마일스는 눈을 껌뻑였다.
“<디텍티브 그레이져>도 바로 재생시켜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시작부터 모습을 드러낸 로버트 펜의 모습에 마일스는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로버트 펜이라고?’
로버트 펜이 할리우드에서 얼마나 골칫덩어리인지는 마일스 역시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경찬현은 그런 것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는지.
심지어 조연도 아닌 주연으로 나오는 로버트 펜의 모습에 마일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영화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마일스의 눈에 로버트 펜은 들어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한 듯 주먹을 꽉 쥐며 영화를 볼 뿐이었다.
그리고 영화가 절정에 다다르자 모습을 드러낸 빌런.
끔찍한 살인마이자 슬픈 이야기를 가진 그 빌런의 모습을 보자, 마일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어디가 인종차별이라는 거지……?’
이건 확실히 모함이 맞았다.
마일스는 영화를 보며, 인종차별적인 요소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흑인 배우를 중요한 배역에 배치해준 것에 고마워하지 못할망정.
이런 재능 있는 감독과 훌륭한 영화에 인종차별 프레임을 씌웠다는 사실에 마일스는 불쾌하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대로면 이 빛나는 재능이 악의에 휩싸여 사그라질 터.
과연 그걸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마일스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
마일스는 결국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끝까지 휘몰아친 <디텍티브 그레이져>에 숨을 몰아쉬었다.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보는 일은 처음 있는 일.
하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감이 샘솟는 듯한 기분에 마일스는 고민은 잠시 접어두고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녹음실로 자리를 옮겼다.
***
그날 저녁.
“마일스 씨?”
녹음실에서 허밍을 하며 작곡하던 마일스에게 경호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무슨 일 있나요?”
“경찬현 감독에게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아…….”
“참고로 부탁하러 온 건 아니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알려드리려고 온 거지.”
마일스는 뜬금없는 전화였지만 그다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고 싶다는 생각에 먼저 연락하려다 참은 상황이었으니까.
“네. 바꿔주세요.”
“네.”
경호원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핸드폰을 마일스에게 넘겼다.
“네. 여보세요?”
-예. 마일스 씨. 오늘 아침쯤이면 갔을 것 같은데. 영화들은 괜찮았나요?
그 영화들을 이미 모두 봤다고 생각하는 듯.
경찬현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어요?”
-제가 너무 허세를 떨었나요……?
“아뇨. 자신감 보기 좋아요. 거기서 조금 과하면 밉상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마일스는 말하며 피식 웃었고, 경찬현의 웃음소리도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그래서 단순히 영화 평가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닌 것 같고. 저한테 뭘 알려주신다고요?”
-아, 네. 근데 이건 만나서 직접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네? 만나서 직접이요?”
마일스는 뜬금없는 경찬현의 제안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아직 제 부탁에 대한 답을 못 내리셨다는 거. 이해합니다. 근데 이건 저를 위한 정보가 아니라, 마일스 씨를 위한 정보예요. 제가 발이 좀 넓거든요.
“네?”
-콘래드 머레이. 그 사람에 대한 겁니다.
마일스는 경찬현이 꺼낸 자신의 주치의 이름에 당황한 듯 눈을 껌뻑였다.
“그 이름을 어떻게…….”
-하하, 최근에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마일스 씨한테도 중요한 거 같아서요. 제가 오지랖이 좀 넓거든요.
경찬현의 말에 마일스는 시계를 한번 쳐다봤다.
머레이가 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만약 머레이에 대한 이야기라면, 그가 오기 전에 듣는 게 좋을 거란 생각에 마일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금 바로 와주시겠어요?”
-네. 기다렸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