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89)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89화(189/276)
행사는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MC는 경찬현에게 할리우드에서 생긴 일들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 설명에 앞서 경찬현은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마이크를 쥐었다.
“쉽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죠. 포기해버리면 진짜 끝나버리는 거잖아요. 어떻게 간 할리우든데요.”
이 말을 시작으로 경찬현은 그간 할리우드에 있었던 일을 풀어냈다.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프레임을 벗어나게 도움을 준 마일스 잭에 대해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두근대는 눈빛으로 경찬현을 바라봤다.
“진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네요. 정말 꿈같은 이야깁니다. 로버트 펜 씨와의 만남부터 마일스 잭 씨의 도움까지. 이 정도면 하늘이 돕는 분 아닐까요?”
MC는 너스레를 떨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고.
관객들도 함께 미소를 지은 채 경찬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 순서론 관객들과 기자들이 배우들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 유 노 지성 팍?!”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그 질문에 로버트는 당황한 듯 눈알을 굴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경찬현에게 살며시 속삭였다.
“김치 싫어한다고 해도 돼?”
“아…… 흠. 그냥 안다고만 해줘요.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알겠어.”
로버트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치 압니다. 하하! 몸에 엄청 좋은 음식!”
로버트가 엄지를 올리며 환하게 웃자 후레쉬가 끊임없이 터졌다.
“후…… 쉽지 않구먼.”
“이제 거의 다 끝났어요. 좀만 버티자고요.”
경찬현의 말에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이제 특별 이벤트는 여기서 마치고. 함께 <디텍티브 그레이져>를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한국 상영.
경찬현은 두근대는 듯 단상에서 내려오며 관객들을 한번 훑었다.
영화관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들의 눈빛에 가득한 기대감에 경찬현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손을 흔들었다.
***
다음 날.
“아들! 이제 일어나! 점심은 먹어야지!”
경찬현의 엄마 봉지윤이 소리치자, 경재수는 사람 좋은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어제 늦게까지 술 먹고 들어왔잖아. 피곤하겠지.”
“그래도, 먹고 자는 게 낫지.”
“지금 밥 먹으면 흐물거리는 상태로 금세 다시 튀어나올걸?”
“으…….”
봉지윤이 인상을 찌푸리자, 경재수는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그는 어제 아들이 정신을 놓은 채 집에 기어들어 왔던 걸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온 경찬현.
그를 간신히 소파까지 끌어 올린 경재수를 향해 경찬현이 물었었다.
-아버지, 저 잘하고 있는 거 맞겠죠?
‘여기서 지금 당장 뭘 더 잘할 수 있다고…… 참…….’
경재수는 신문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경찬현 감독. 또 다시 한국에서 신기록을 만들다. <디텍티브 그레이져> 외화 개봉 당일 신기록!] [그의 장르적 한계는 무엇인가! 평론가들 앞다퉈 칭찬 일색!] [할리우드에서 인정받기 위한 최고의 선택. 경찬현은 옳았다.]자기 자식의 칭찬으로 가득한 연예면을 봤지만.
머릿속을 맴도는 건 어제 경찬현의 물음뿐이었다.
“흠…….”
“왜?”
경재수가 신문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자, 봉지윤이 물었다.
“찬현이가 뭘 목표로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어제 나한테 잘하고 있는 거 맞냐고 묻더라니까?”
“잘하고 있냐고?”
“어. 그래서 네가 못하는 거면 대체 누가 잘하고 있냐고 물었지.”
“그러니까, 뭐래?”
경재수는 턱을 괴며 어제 경찬현이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이상한 이름 얘기하던데. 봉준호? 당신 집안사람이야?”
“응?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흠…… 외국인 이름 이야기도 많이 했어. 그 사람들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 그러더라고?”
경재수는 외국인 이름들을 기억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아, 그리고 찬현이가 그러더라.”
“뭐라고?”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잘하고 있는지 의문은 들지만, 동시에 너무 행복하다는 것.
무슨 말인지 쉽사리 이해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다행이었다.
널리 퍼진 천재는 단명한다는 이야기.
그들은 대부분 불안함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결국 끔찍한 결과를 맞이했다지만.
행복하다는 아이에게서 그런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언젠 불행했나?”
“그러게. 참 내 자식이라지만 알 수가 없다니까.”
끼익-.
경찬현이 창백한 얼굴로 눈을 부릅뜨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곤 물을 연거푸 세 컵 들이켰다.
“휴…… 저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어요?”
“몰라. 이 자식아. 오늘은 어디 안 나가지?”
경재수의 물음에 경찬현은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가족이랑 시간 보내야죠.”
***
며칠 후.
청풍 영화제 미팅룸.
노영훈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텍티브 그레이져> 붐에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
경찬현은 판만 깔리면 더욱 크게 될 수 있다는 감독이라는 걸 알아서 그런 건지.
주변의 호들갑에도 노영훈은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만 보여왔다.
“경찬현 감독도 오늘 온다고 했지요?”
심사위원장 박치우 감독의 물음에 노영훈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오늘 오기로 했습니다.”
박치우는 경찬현을 새롭게 심사위원으로 섭외하는 것을 반대했다.
하지만 심사위원으로 섭외할 수 있다면 무조건 섭외해야 한다는 노영훈의 등쌀에 어쩔 수 없이 투표로 결정했고.
그 투표의 결과는 찬성 과반으로 결정 났다.
“흠…….”
이전 경찬현이 청풍 영화제에서 단상에 상을 버리고 갔을 때 맹비난했던 감독들.
그 사이에서 가장 입김이 셌던 박치우도 역시 그 감독들과 뜻을 함께했다.
‘젠장…… 이젠 짬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커버렸어.’
박치우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경찬현은 몇 년 전과는 완전히 입지가 달라졌다.
다들 꿈만 꿀 뿐, 도전해볼 엄두조차 나지 않을 미국에서의 흥행.
심지어 한국 영화로 한번 흥행하고, 이젠 할리우드에서 직접 찍은 영화까지 흥행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어디 불편하십니까?”
박치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옆에 있던 다른 심사위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속이 좀 더부룩해서요. 경찬현 감독은 언제 온답니까? 이제 시간도 거의 다 되어가는데?”
위잉-.
때마침 미팅룸의 자동문이 열리고.
경찬현이 들어오자, 노영훈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와는 달리 박치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큰물에서 놀지, 여기서 할 게 뭐가 있다고 원…….’
경찬현은 들어오자마자 노영훈 옆자리에 앉았다.
‘싸가지 없는 자식…… 인사도 안 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하지만 다른 감독들은 박치우 따위는 이제 보이지 않는지.
경찬현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우리 대한민국 영화계의 자랑이 왔구먼.”
“이번 영화도 잘 봤네. 대단해. 역시. 미국에서도 지금 괜찮게 나간다며?”
“축하해. 경 감독. 미국물은 좀 어떻던가?”
“자네 그 연출은 어떻게 한 건가? 나도 좀 알려주게.”
몇 년 전만 해도 자신과 함께 경찬현을 비난했던 심사위원들.
그들은 경찬현을 향해 가식적인 웃음을 보이며 칭찬을 쏟아부었다.
“흠, 흠.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죠. 인사는 천천히들 나누시고.”
박치우의 말에 심사위원들은 멋쩍은 듯 자신들의 자리로 후다닥 돌아갔다.
“경찬현 감독. 요즘 참 보기 좋습니다.”
박치우는 노영훈 옆에 철썩 붙어 앉아있는 경찬현을 보며 말을 건넸다.
“네. 감사합니다.”
“노영훈 감독이 특별히 경찬현 감독을 초청해야 한다고 말하긴 했는데…… 귀찮지 않아요? 지금 많이 바쁠 텐데요.”
박치우의 말에 경찬현은 실실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너무 좋은데요?”
“그래요? 의외네요. 한국 영화엔 관심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박치우의 말에 경찬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이제 미국으로 갔으니, 한국 영화엔 손 뗀 줄 알았죠.”
“그럴 리가요. 한국 사람이 한국 영화에 관심 가지는 건 뭐, 당연한 거잖아요? 제가 미국으로 귀화한 것도 아니고.”
분위기가 약간 팽팽해지자, 다른 심사위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말을 아꼈다.
노영훈은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는 듯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 물론 경 감독이 그래 주면 저희야 고맙죠. 하하.”
박치우가 억지로 웃자, 주변에 있던 다른 심사위원도 분위기에 동조하듯 웃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네?”
그 분위기에서 경찬현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제가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제가 받았던 심사 같은 게 아니라요. 이런 기회를 어떻게 놓칠 수 있겠어요?”
“…….”
그냥 갖다 박아버리는 경찬현의 태도에.
심사장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심사위원분들 구성은 그때와 별로 달라진 건 없네요. 그럼 그 상 있나요? 상 이름이 트렌드세터였던 가요?”
“…….”
“하하! 경 감독. 농담도 참 짓궂어. 이게 그 미국 농담, 그런 건가? 하하!”
혼자 크게 웃음이 터진 노영훈.
하지만 심사위원 대부분은 똥 씹은 표정으로 자신의 마이크만 바라봤다.
‘무서운 자식…….’
경찬현은 무기를 들지 않았을 뿐.
지금 자리에 있던 심사위원들을 말로 두들겨 팬 것과 다름없었다.
농담이라는 포장지에 싸인 칼.
그 칼에 무참히 썰려버린 몇몇 심사위원들은 부끄러운 듯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잠시 후.
영화 수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전과 같은 부정행위는 있을 수 없었다.
이상한 낌새라도 보이면, 경찬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 마디 내뱉었다.
“흠, 이거 좀 이상한데요.”
이 말을 시작으로 경찬현은 꼼꼼히 출품작들을 봤는지.
두 영화에 대해 비교하며 의견을 표출했다.
“아, 그리고 독립 영화는 아예 너무 빼놓고 이야기하시는데…… <삶은 계란>이라는 독립 영화가 전 너무 좋았는데요.”
“독립 영화요?”
“네.”
박치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봐요. 경 감독. 여기 청풍 영화제예요.”
“네. 압니다. 영화제요. 말 그대로 영화로 평가해야 하는 곳이잖아요.”
경찬현의 말에 박치우는 책상 밑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미 특별상은 내정된 상황.
자신이 키우고 있던 제자에게 주려고 이미 밑 작업까지 끝냈는데 갑자기 경찬현이 찬물을 뿌리려 하고 있었다.
“흠, 그래도 독립 영화는 좀…….”
“어차피 특별상은 신인 감독들한테 주는 상이잖아요. 혹시 <삶은 계란>이라는 영화 안 보신 거 아니죠? 그걸 보셨다면 이렇게 나올 리가 없을 텐데…….”
“아니, 봤습니다. 근데 <시퍼런 봄>. 이것도 좋은 영화입니다.”
<시퍼런 봄>이라는 말에 경찬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필 제일 엉망이라고 느껴진 영화네요.”
“뭐요?”
박치우는 불쾌한 티를 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일 아끼던 제자의 데뷔작.
그 영화 제작에 있어 박치우의 입김도 들어간 상황.
하지만 제일 엉망이라는 경찬현의 평.
‘이…… 이 새끼…….’
“투표로 정할까요? 이렇게 이야기하다간 끝이 안 보일 거 같은데요? 박치우 감독님이 뭐 특별히 <시퍼런 봄>에 특별한 애정이라도 있는 거 같기도 하고요. 하하. 다들 괜찮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