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92)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92화(192/276)
며칠 후.
에밀 듀크는 은밀한 모임의 본거지 앞에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경찬현.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
그 빌어먹을 영화는 개봉했고 결국 성공까지 거머쥐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듀크의 방해는 오히려 그 영화의 흥행을 도운 상황.
칩거하고 있던 마일스 잭까지 세상에 다시 나오며 활동을 개시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
‘이놈이든, 저놈이든. 개 같은 종자들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경찬현은 돈으로 찍어누를 만한 놈도 아니었다.
그의 뒤에 있는 KMD 그룹의 강력한 자금력.
그 든든한 뒷배에 경찬현의 입지가 더욱 올라가기 전에 막아야 했다.
“후…….”
듀크는 허름한 건물 밑으로 내려갔다.
지하에 가득한 거물급 인사들.
하지만 예전처럼 듀크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았다.
“하, 듀크. 이번 계획은 완전히 말아 먹었던데?”
“그러게 말이야. 조용히 있던 흑인 새끼도 튀어나오질 않나…….”
“쯧, 언론으로 죽여놓은 인간이 튀어나왔어. 그것도 동양인 손을 잡고 말이지…….”
듀크를 향해 쏟아지는 잔바리들의 비아냥.
그 비아냥에 듀크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조용히 맥주를 홀짝였다.
“미국 영화계에 칭챙총이라…… 하하. 참나. 어이가 없군. 니거 새끼들까지만 해도 뭐 그러려니 했는데…….”
하지만 상석에 앉은 사내의 말에 듀크는 몸을 움찔거렸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아…… 예. 그게…….”
듀크가 말끝을 흐리자, 듀크를 향해 쏘아붙인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마, 계획이 없다고 말할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지금 준비하는 중입니다.”
“그래, 그래야지. 이번엔 진짜 제대로 된 거겠지?”
그 사내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듀크를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네. 그 칭챙총 자식을 제대로 무너뜨리기 위해서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서요…….”
듀크는 대답하며 티슈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시간이라…… 그래. 듀크. 자네가 우리 모임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그래, 잘 알아. 근데 그것도 알아야지. 우리가 자네를 밀어줬기에 자네가 그 자리에 있다는 거.”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잘해 보라고. 실망할 일 없게.”
그렇게 에밀 듀크가 경찬현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을 홀로 고심하고 있을 때, 경찬현 역시 에밀 듀크를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것도 에밀 듀크보다 한 발 더 빨리.
***
며칠 후 저녁
성현 KMD 픽처스
“이야. 확실히 꾸며야 해. 사람은.”
준성이는 실실 웃으며 잔뜩 꾸민 내 모습을 바라봤다.
“어울리는데? 완전 셀럽 같잖아?”
에밀 듀크에 대해 며칠간 고민해본 결과.
일단 그가 어떤 인간인지 제대로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내가 아는 건 그저 미래에 쓰레기였다는 게 밝혀진다는 것.
그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도 부족했고.
특히나 내가 알던 세계의 에밀 듀크와는 더 큰 입지를 가진 인간.
또한 표면적인 정보밖에 없던 탓에 그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를 모아야 했다.
그리고 그런 정보를 얻기 제일 좋은 장소는 파티장.
별로 가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학교 때 클럽도 안 가본 놈들끼리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난 좀 괜찮냐?”
우리가 가기로 한 파티장은 샤토 마몽.
할리우드 스타들이 비밀 파티를 여는 호텔.
우린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흥행으로 성현 KMD 픽처스의 공동 대표로 파티에 초청받았다.
“응. 괜찮다.”
“영혼 좀 넣어라. 무슨…… 오늘 거기 배우며 감독이며 영화인들은 다 올 텐데. 좀 간지나게 보여야지.”
준성이는 피식 웃으며 거울을 잠시 바라보다 탁자 위에 있는 시계를 찼다.
그러곤 텅텅 비어있는 내 손목을 보며 물었다.
“너 아직도 시계 없냐?”
“어.”
“하…… 그럼 이거 너하고. 난 다른 거 해야겠다.”
준성이는 내게 시계를 건네며 툴툴거렸다.
“우리끼린 편해도, 그 인간들한테 정보 캐내려면 어? 확실하게 해야지. 인마. 우리가 어느 정도 벌었다. 팍팍 티도 좀 내고. 그래야 파리들이 꼬일 거 아냐.”
준성이는 나를 애처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에밀 듀크에 대한 정보를 찾아다니겠다는 이야기를 처음 했을 때.
준성이는 의아한 듯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었다.
-그럼 우리 완전 스파이 같은 거 하는 거지? 이거 재밌겠는데? 할리우드 권력자를 무너뜨릴 동양인 스파이. 야, 이거 완전 영화 소재 아니냐?
준성이에겐 하나의 놀잇감인 듯 보였다.
하지만 이런 역할엔 나보단 준성이가 훨씬 잘 어울렸다.
훨씬 사교적인 인간이기도 하고. 사람 많은 걸 즐길 줄 아는 인간이기도 했으니까.
“원래 사람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려면 우리가 그만한 인간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알간?”
“별로 알고 싶진 않은데.”
“이래서 뭔 정보를 캐겠다고. 어휴…… 나 없으면 어쩔 뻔했냐?”
준성이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뭔가 걱정됐는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눈깔 풀린 놈들이랑은 말 섞지 말고. 그리고 방문 함부로 열어보지 말고. 유명한 인간들 만났다고 막 실실 웃지 말자고. 그리고 에밀 듀크 이야기 대놓고 꺼내지 말고.”
“그거 한 번만 더 말하면 오늘만 백 번 듣는 거 같거든? 좀 가자. 빨리.”
에밀 듀크의 이야기를 대놓고 꺼내지 말아야 할 이유.
그건 당연했다.
우리가 찾을 파티에 누가 에밀 듀크의 편일지는 아무도 몰랐으니까.
최대한 조심해야 했다.
시간은 어느덧 8시.
슬슬 사람들이 몰려올 시간이 가까워졌다.
“그래, 얼른 출발하자고.”
***
잠시 후 도착한 샤토 마몽.
성인지 호텔인지 알 수 없는 거대한 크기.
압도되는 듯한 비주얼에 준성이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뭔가 되게 음침한 곳 같지 않냐?”
준성이의 말대로 께름칙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만큼 샤토 마몽에 얽혀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경비도 삼엄한 호텔인 만큼 할리우드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퍼져나간다는 곳.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난잡한 사생활을 몰래 즐기기도 한다는 곳.
빛나는 스타들의 그림자로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했다.
‘에밀 듀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
뭐라도 하나 건져낸다면 이 파티에 온 게 무의미해지진 않는다.
“후. 들어가 보자고. 돌쇠야.”
“미친놈. 갑자기 무슨 양반 노릇…….”
샤토 마몽 입구에 들어서자, 내가 말할 새도 없이 까만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나와 준성이 앞을 막았다.
“초대장 먼저 보여주시죠.”
“네.”
준성이는 품속에서 주섬주섬 우리들의 이름이 적힌 초대장을 보였다.
그러고 나서야 까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자리를 비켜주며 미소 지었다.
“재밌게 즐기다 가시길.”
“물론이죠.”
준성이는 사업가적인 미소를 보이며 그가 건네는 초대장을 받아들였다.
그들이 조금 멀어지고 나서야 준성이는 실실 웃어 보이며 내게 물었다.
“방금 좀 있어 보였지? 개츠비 같지 않았냐?”
“개츠비는 무슨. 졸부 같던데.”
“쯧, 칭찬은 기대도 안 했다만 졸부는 좀…….”
사람들이 북적이는 파티장에 들어서자, 숨이 턱하고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술을 병째로 들이켜는 스타들.
감독인 듯 보이는 사내가 눈이 풀린 채로 실실 웃으며 두꺼운 시가를 피우는 모습까지.
“으…….”
독한 술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향수부터 담배 냄새까지.
그 끔찍한 냄새에도 사람들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허허실실 웃으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일지.
과연 이곳에 아무런 목적 없이 찾아온 사람이 있을지.
명목은 파티였지만, 실제론 일의 연장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위를 훑었다.
“각자 움직일까? 그게 낫겠지?”
준성이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으며 누군가에게 다가갈지 타겟팅을 해놓은 듯 보였다.
“왜, 같이 움직…….”
“원래 스파이들은 함께 움직이지 않지.”
준성이는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차피 여기 한국 사람 없을 텐데 왜 속삭이냐?”
“그건 모르는 일이야. 그리고 난 모기 역할이 어울리고, 넌 빨리는 역할이 어울려.”
“무슨 소리냐. 그게?”
“너한테 엉겨 붙는 벌레들을 역으로 네가 파보라고. 난 내가 직접 파볼 거니까.”
준성이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뭐라는 거야, 저 미친놈은…….”
인파 속으로 사라진 준성이가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쯤.
누군가 내 어깨를 살포시 두드렸다.
“와, 혹시 경찬현 감독님 아니세요?”
뒤를 돌아보자, 유명 여배우 매디슨 레인이 샴페인을 들고 서 있었다.
스크린에서나 보던 배우가 말을 걸어오자 잠시 몸이 얼어 붙는듯한 기분에 눈만 껌뻑였다.
“이미 술 많이 드셨어요? 저기요?”
“아, 예? 아, 아닙니다.”
“그럼 이거 한잔 드시겠어요?”
매디슨은 미리 준비해놓은 듯 양손에 들려진 와인 중 한잔을 내게 건넸다.
하지만 준성이와 이곳에 오기 전 했던 약속을 되새겼다.
-남이 권하는 술은 마시지 마.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니까.
“아, 아닙니다. 그 술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네? 이거 엄청 좋은 건데. 아쉽네요.”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그럼 다른 술과 함께 이야기라도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혼자 계신 거 같아서요.”
“아, 예. 그건 가능하죠.”
그러자 그녀는 내게 따라오라는 듯 손짓한 후 자리로 안내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자 그녀는 새로운 와인 병을 들고 오며 미소 지었다.
“이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매디슨은 코르크를 제거하며 미소를 보였다.
“로마네 콩티. 들어보셨어요?”
“아뇨.”
“와인 별로 안 좋아하시나 봐요?”
“네.”
내 대답에 그녀는 약간 당황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말씀이 좀 없는 편이세요?”
“아, 아뇨. 지금 여기 좀 분위기가 그래서요.”
“제가 불편한 건 아니죠?”
“네. 물론입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웃음을 흘렸다.
“아, 제가 따를게요.”
“네? 아니, 제가 따라도…….”
“아닙니다. 하하, 한국에는 첫 잔은 혼자 따라 먹는 그런 문화가 있거든요.”
“흠…… 그래요, 그럼.”
나는 재빠르게 잔을 한번 확인한 후 와인을 부었다.
“아니, 그거 그렇게 막 붓는 거 아닌데…….”
“뭐 어차피 배에 들어가면 다 똑같잖아요.”
내 말에 그녀는 입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이게 웃긴 건가……? 웃음 장벽이 뭐 거의 바닥인데.’
“따로 경 감독님을 보자고 한 건 <디텍티브 그레이져>를 너무 재밌게 보기도 했고. <스페이스 베가본드>도 너무 재밌게 봐서 팬심으로 청한 거예요. 따로 이야기도 좀 나누고 싶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제 영화를 재밌게 봐주셨다니.”
“어휴, 저야말로 더 감사드리죠. 그렇게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주셨는걸요.”
매디슨은 미소를 보이며 와인을 한번 홀짝였다.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리를 마치 영화의 BGM처럼 만들어버리는 듯한 외모.
‘매디슨이랑 에밀 듀크랑 관련이 있던가……?’
무언가를 물어보기에 앞서.
그녀는 내 영화에 대한 칭찬을 쏟아내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아, 그리고 <디텍티브 그레이져> 개봉 직전의 상황들…… 그걸 해결한 것도 정말 대단하세요.”
“운이 좋았죠.”
“마일스 잭을 운으로 움직였다는 건가요?”
“네. 세기의 영웅이라면 억울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대답에 그녀는 크게 웃은 후 와인을 홀짝였다.
그리고 나를 빤히 보며 물었다.
“시사회장에서 있었던 일. 그거 내게 설명해줄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