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94)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94화(194/276)
며칠 후.
“뭐, 뭐라고요? 저한테 지금 지원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브라이언은 놀란 듯 입을 쩍 벌리며 경찬현에게 물었다.
“네.”
“대체 이게 무슨…….”
며칠 전 도착한 이메일.
집에서 폐인처럼 있던 때 우연히 열어봤던 그 이메일에서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톰 브라이언 감독님.
귀하의 <블루 컴페티션>이라는 작품에 관심이 생겨 성현 KMD 픽처스에서 연락드렸습니다.
첫 문장을 읽고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혹시 모를 마음에 발은 어느새 이곳을 향해 있었고.
<디텍티브 그레이져>로 흥행에 성공한 경찬현은 자신을 지원해주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하하…….”
브라이언은 믿기지 않는 상황에 실소를 흘렸다.
에밀 듀크 덕분에 그간 연락하고 지냈던 인맥들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인간이 손을 내미는 상황.
‘대체 이게 무슨…….’
브라이언은 마음속을 떠돌아다니는 의심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근데 제게 이렇게 해주시는 건…….”
“에밀 듀크 때문입니다.”
“…….”
“당신 인생이 망가진 건 에밀 듀크 때문이잖아요. 매디슨 씨도 그렇고요. 두 분 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다시 일어설 수 없겠죠.”
<블루 컴페티션>의 주연이었던 매디슨 레인.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런 끔찍한 행위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에밀 듀크에게 반항했지만, 돌아온 건 처참한 현실뿐이었다.
“그래서 저희를 돕겠다는 겁니까?”
“저도 에밀 듀크 그 인간이 꼴 보기 싫거든요.”
여태껏 미소만 짓고 있던 경찬현.
하지만 입에 에밀 듀크가 담길 때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저희는 에밀 듀크 같은 새끼 눈치 안 봅니다. 애초부터 그런 눈치 볼 거였으면 뭐, 브라이언 씨한테 연락도 안 했겠죠.”
“그렇긴 합니다만…….”
“생각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신 거겠죠?”
“그게…….”
브라이언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경찬현을 바라봤다.
“사실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그런지 실감이 가질 않네요.”
“네. 당연한 반응입니다. 급하게 먹다 체하진 않을지 걱정되는 거겠지요.”
지금 기분을 콕 집어서 말하는 경찬현을 보며 브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제작사가 제 영화 말고 다른 감독 영화를 만드는 건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김은하 감독이라고 예전에 만든 영화가 있었어요.”
“네…….”
“저희는 충분히 지원해드릴 수 있고요. 필요한 인원, 자금 모든 걸 지원해드릴 생각입니다. 에밀 듀크가 엎었다던 <블루 컴페티션>이 그렇게 큰 제작비가 드는 작품도 아니니까요.”
“<디텍티브 그레이져> 때보다 더 큰 금액인데요…….”
“그거야 제가 싸게 찍은 거고요.”
경찬현의 여유로운 미소에 브라이언은 눈을 껌뻑였다.
“저도 그런 경험 있어요. 누가 지원해준다고 했을 때 덥석 물었던 경험이요. 그래서 지금 브라이언 씨가 어떤 감정일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고민할 시간이야 충분히 드리죠.”
경찬현이 건넨 계약서.
여태껏 해온 계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에 브라이언은 계약서와 경찬현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게 지금…….”
“흥행에 성공하면 인센티브 더 얹어드릴 겁니다. 그 마지막 장에 적혀있어요.”
브라이언은 계약서를 내려놓고 침을 꼴깍 넘겼다.
“안 보셔도 되겠어요? 그거 거짓말 아니에요. 확실히 효력 있는 계약서입니다.”
“아, 아. 그럼요. 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좀 놀라신 거 같아서요.”
“놀라긴 했죠…… 경찬현 감독님이 제 눈앞에 있는 게 아니라, 이 계약서 먼저 제게 보내셨으면 여기 아예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말도 되지 않는 개런티.
일반적으로 스타 영화감독이나 받을 수 있는 비율에 브라이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괜한 말이 아니었네요.”
“뭐가요?”
“감독님께서 창립식에서 하셨던 말씀이요. 하하, 한 입으로 두말하는 인간들이 더럽게 많은 곳에서…….”
-영화적인 능력 외의 이유로 어떤 기회도 잡지 못했던 감독들을 전적으로 지원해줄 계획입니다. 이 영화사는 제 단독 영화사가 아니니까요.
창립식에서 경찬현이 했던 이야기.
이 이야기는 할리우드에 꽤 많은 이들에게 반감을 샀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이제 발 디딘 놈이 깝치긴. 주제를 알아야지.’
‘마치 우리가 뭐라도 한 줄 알겠어?’
유명 제작자들 사이에선 이런 이야기가 퍼졌고.
브라이언 같이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감독들 사이에선 거짓으로 치부되는 말이었다.
‘분명 꿈같은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감독에게 필요한 영화적인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면.
그 이후에 필요한 건 정치적인 능력.
안 그래도 없는 돈을 제작자에게 갖다 바쳐야 했고, 그들의 악행을 눈감아야만 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후…….”
에밀 듀크 제작사를 나오기 전에 그가 했던 말이 생각나자.
브라이언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 같은 능력 없는 쓰레기를 구원해준 건 나야. 나 아니었으면 넌 그냥 할리우드 기생충에 불과하다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그럼 되니까. 네가 뭘 하려고 하지 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분명 에밀 듀크가 아니었다면, 브라이언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저, 정말 괜찮을까요? 제 영화는 에밀 듀크 능력 때문에 성공…….”
“그 인간이 그러던가요?”
“네?”
“성공은 다 자기 덕분이라고요.”
“…….”
경찬현은 걱정에 가득한 브라이언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능력 없는 벌레들이나 하는 짓이죠.”
“네?”
“할 줄 아는 게 생색밖에 없으니, 그런 데 힘쓰는 거고요. 브라이언 씨는 제가 봤을 땐 충분히 자질이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의 따스한 미소에 브라이언은 눈물이 찔끔 새어 나왔다.
충분히 자질이 있다는 말.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간 에밀 듀크의 폭언에 시달려온 브라이언 입장에선 그 한마디가 너무나도 소중했다.
“저……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짜로 정말요. 어떻게 해서든…… 주신 이 기회에 보답하겠습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톰 브라이언 감독님.”
***
잠시 후.
브라이언과 여러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부푼 마음으로 계약서를 품에 안고 돌아갔다.
꽤 가벼워 보이는 그의 발걸음에 나도 어느 정도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미팅이 끝난 후 들어온 준성이에게 브라이언으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해줬다.
“생각보다 훨씬 끔찍하네.”
준성이는 냉수를 들이켠 후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었겠어. 그 사람.”
“그랬겠지.”
‘나처럼…….’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느낌.
그 느낌이 어떤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늘 제작사를 찾아온 브라이언의 모습.
거뭇거뭇한 수염에 퀭한 눈.
그리고 머리도 감지 않은 채 버선발로 달려온 듯한 그의 모습에 동정심이 들었다.
“그래, 계약은 마음에 든다지?”
“응. 믿기 힘들어 보이는 수준이더라.”
“그래, 그래야지. 히히.”
준성이는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밀 듀크와 함께 작업하는 다른 감독들을 홀리게 할 수준의 지원.
그런 지원을 보여주자는 준성이의 전략이었다.
“이게 잘 통해야 할 텐데…….”
준성이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계약서를 한번 쳐다봤다.
“그래, 뭐. 김은하 영화 성공시킨 전적도 있잖아? 되겠지?”
“할 수 있을 거야. 아까 눈 보니까 독기도 장난 아니더라. 어떻게든 성공하겠다는 듯한 눈빛이었어.”
아마도 지금 브라이언은 그의 능력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
기적같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래. 김은하 때처럼 네가 좀 도와줘. 영화로 사람들 주머니에서 돈 꺼내는 방법은 네가 제일 잘 아니까.”
브라이언의 작품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얻을 수 있는 결과는 확실했다.
그를 비호하는 세력으로부터 그가 버림받게 하는 것.
그게 성공하기만 한다면…….
이 영화판은 나아질 것이다.
***
며칠 후.
“뭐? 뭐라고?”
에밀 듀크는 새롭게 들려온 소식에 당황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성현 KMD 픽처스에서 톰 브라이언하고 접촉했다는…….”
“아니, 그러니까. 왜? 그 새끼들이 왜 그 새끼를 만나는데?”
상대는 경찬현.
당최 이 자식이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당황하던 찰나.
“그 다름이 아니라…… 함께 작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입니다.”
직원의 입 밖으로 나온 이야기에 어이가 없는 듯 듀크가 실소를 흘렸다.
“톰 브라이언? 그 등신한테 지원해주겠다고?”
“네…….”
“그 새낀, 나 없으면 그냥 카메라 든 등신일 뿐인데? 이상한 예술에 빠질 게 뻔하다고. 흐름도 못 잡고 사람들 눈도 못 잡는 그저 그런 등신 같은 영화나 만들겠지.”
“맞습니다. 에밀 듀크 씨 아니면, 톰 브라이언은 별거 없죠.”
듀크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내가 맞지. 틀리겠어? 얼른 나가서 일이나 해.”
듀크의 눈치를 보며 직원은 최대한 웃어 보였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갑자기 웃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건 당연지사.
당최 예측할 수 없는 에밀 듀크의 행동은 그 제작사 직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디텍티브 그레이져>의 흥행 이후 그의 행동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쯧, 하…… 보자고…… 경찬현 그 새끼…….”
직원이 방을 나가고 에밀 듀크는 위스키를 한잔 따랐다.
그리고 시가에는 불을 붙인 후 깊게 빨아들였다.
‘이 새끼들이 이제 기어오르려고 하네. 아주?’
근 40년 이상을 할리우드에서 활동해온 듀크.
경찬현과 이준성은 아직 풋내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런 풋내기들이 보내온 선전포고.
‘내가 내다 버린 감독을 데려가서 같이 작업을 한다고…….’
그 선전포고에 듀크는 두꺼운 시가를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듀크 씨. 전화 받았습니다.
약간은 거만한 감독의 목소리.
에밀 듀크 제작사에서 꽤 흥행한 작품을 내놓은 감독 중 한명이었다.
“그래. 마이크. 요즘 괜찮은 시나리오 있나?”
-물론이죠.
“이번엔 더없이 확실해야 해.”
-에밀 듀크 씨가 제작해주시는데 확실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흐핫. 그래그래.”
-근데 혹시 다른 목적이라도…….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에밀 듀크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경쟁작 하나를 무너뜨릴 거거든. 그리고 그럴만한 영화감독은 자네 말고는 기억이 나질 않아서 말이야.”
-경쟁작이라면…….
“톰 브라이언.”
-하하, 그 자식 영화 다시 찍는답니까? 누가 그런 놈한테…….
“성현 KMD 픽처스와 함께 한다더군.”
-…….
수화기 너머로 아무런 이야기도 들리지 않자.
듀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야? 왜 아무 말도 없어?”
-아, 아닙니다. 그, 하하…… 에밀 듀크 씨와 함께라면 그런 놈들이야 가볍게 누를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