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195)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195화(195/276)
며칠 후.
에밀 듀크는 다시 그 은밀한 모임을 찾았다.
이번 모임에 찾아온 그의 목적은 돈.
차기작에 끌어올 돈의 액수는 꽤 컸기에 여기저기 모두 손을 벌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후……,”
듀크는 허름한 건물 지하로 들어갔고, 이미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과 인사치레로 몇 마디 나눈 후 자리에 앉아 나지막이 말했다.
“경찬현이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그 모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자식이 뭘 할 수 있다고요?”
“제가 버린 감독을 데려다가 쓰더군요. 아마도 할리우드에서 제가 가진 입지를 줄어들게 만들 계획인 거 같습니다.”
에밀 듀크는 그 모임 사람들의 표정을 훑었다.
의외라는 표정.
그리고 상황이 꽤 재밌게 돌아간다는 듯 즐기는 듯한 표정에.
듀크는 담배 연기를 깊게 내뱉은 후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확실하게 눌러줄 생각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로 말이죠.”
“블록버스터? 돈이 좀 많이 필요하다는 건가?”
한 노인의 물음에 듀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이번에 확실히 그 자식을 눌러둘 필요가 있어요. 다신 나댈 수 없도록 확실히 눌러둬야 합니다.”
“그래서 얼마나?”
“1억 7천만 달러입니다.”
에밀 듀크의 말에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한 화로 거의 2,000억 원에 가까운 돈.
그 천문학적인 액수에 사람들이 망설이자, 듀크는 어깨를 한번 으쓱인 후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여러분. 경찬현 그 자식을 이번에 틀어막지 못하면, 그 자식 확실하게 자리 잡을 새끼라고요.”
듀크는 경찬현의 영화감독으로서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디텍티브 그레이져>는 단순히 우연으로 나온 작품이 아니다.
그의 연출과 더불어 그가 배우를 이용하는 방식까지.
그걸 우연이라고 볼 순 없기에, 그가 다른 감독들의 영화까지 그렇게 만든다면, 그는 확실히 할리우드에서 한자리를 잡을 수 있는 그런 감독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확실히 찍어눌러야만 했다.
“그래도 1억 7천만 달러는 좀…… 말도 되지 않는 금액 아닌가?”
“그래, 무슨 영화 하나 찍는데 그런 돈을…….”
미심쩍어하는 반응에 듀크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1억 7천만 달러로 급한 불 끄자는 겁니다.”
“급한 불?”
“할리우드에서 성현 KMD 픽처스의 입지는 점점 커갈 겁니다. 지금 당장 <디텍티브 그레이져>도 흥행에 성공한 마당에 차기작 감독 작품까지 성공하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듀크의 물음에 그 모임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인간들은 영화에 별 관심도 없는 인간들이지. 내가 할리우드에서 묻히든 말든, 별 관심이 없어.’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할리우드가 그 동양인 손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요. 미국 문화의 중심지에서의 지분이 옐로 몽키 새끼한테 넘어가는 것도 모자라서, 그 자식이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는 겁니까?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없어요? 젠장! 미국 걱정은 나만 하지. 어휴.”
듀크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퍽퍽 치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앞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런가……? 그래, 쯧…… 미국 문화의 중심지에 옐로 몽키 자식…….”
“쯧. 상상만 해도 개 같은 일이구먼.”
어느 정도 통한 듯한 분위기에 듀크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제 영화가 언제 망한 적 있습니까? 1억 7천만 달러 투자해주면, 그만큼 보답하는 게 우리 영화 아닙니까? 흥행할 겁니다. 분명. 여러분들한테 배당금도 그만큼 두둑하게 돌아갈 거고요.”
듀크는 환히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에게 실패 가능성 없는 투자를 먼저 제안하는 겁니다. 그리고 할리우드의 위상을 보여줄 기회고요. 다른 투자 배급사와 함께 자금을 끌어올 생각입니다.”
1억 7천만 달러는 그렇게 쉬운 돈이 아니었다.
듀크의 제작사로는 모으기 힘든 돈.
그렇기에 다른 거대 배급사와 손을 잡고 함께 움직여야만 했다.
이미 연락은 끝내놓은 상황이었지만, 돈은 다다익선.
끌어올 수 있는 곳은 모두 끌어오는 것이 맞았다.
“그래, 그럼 우리 그랜드 위자드를 한번 믿어보자고.”
“우리 손해 보게 만든 적은 없잖아? 그래. 내 한번 부탁하지.”
그들의 반응에 듀크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려라, 경찬현.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
몇 주 후.
브라이언은 몇 주간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냈다.
배우, 제작진, 촬영 장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된 촬영장에서 마음 편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촬영이 진행되는 환경.
일정까지 딱딱 맞게 KMD 쪽에서 손 써주는 덕분에 펑크날 일도 없이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됐다.
‘하지만 역시 제일 좋은 건…….’
에밀 듀크가 현장에 없다는 것.
그는 여태껏 단지 흥행을 위한답시고 모든 것을 과하게 표현해야만 했다.
마치 영화 위에 자신이 군림한다는 듯 그는 모든 것에 관여하며 소리쳤다.
-관객들은 멍청해. 그러니까, 확실히 보여주라고. 때려 부술 거면. 어? 그냥 지구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로 다 때려 부수란 말이야! 그리고 주인공 친구 죽는 장면 있지? 거기에 슬로우 모션도 팍팍 넣어서, 어? 감정을 더 때려 넣으라고. 그래야 잘 팔리지. 눈물 하나 똑 떨어지면 그게 감정이야? 그건 그냥 소금 한 꼬집 넣은 거밖에 안 돼. 맛이 안 난다고, 맛이!
이미 확실한 감정 전달이 끝난 상황에서 증명까지 해버리는 순간 그만큼 모든 게 유치해진다.
하지만 에밀 듀크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과한 감정만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거란 생각.
하지만 이젠 달랐다.
‘에밀 듀크도 없고. 이젠 진짜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이런 확신에 찬 브라이언은 환하게 웃으며 메가폰을 쥐었다.
***
며칠 후.
성현 KMD 픽처스.
브라이언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미팅룸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경 감독님. 하하, 바쁜 와중에 감사합니다.”
브라이언은 몇 주 전 처음 제작사를 찾아온 사람과 같은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로 멀끔한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그의 영화 제작엔 최대한 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도움을 요청한 건 브라이언 감독 쪽.
촬영본을 함께 검토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촬영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아…… 그게 말이죠. 사실은…….”
브라이언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끝을 흐렸다.
“제작진 쪽하고 마찰이라도 있나요?”
“아, 아닙니다. 감독님. 그건 절대 아니고요. 지금 제작진은 제가 여태껏 일해본 제작진들 중 최고예요. 환경도 너무 좋고요.”
“그런데 굳이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촬영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요?”
“…….”
브라이언은 내 눈치를 보며 힘겹게 말했다.
“사실,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게 맞는 건지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찾아뵀습니다.”
“네?”
“에밀 듀크 그 자식하고 일했을 때는…… 사실 한 컷 한 컷 직접 컨펌을 봐줬었거든요. 그게 없어지니 제가 연출하고 싶은 대로 연출하고 있긴 합니다만…….”
“자신이 없다는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감독님 말이 맞습니다.”
브라이언은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흠…… 그럼 일단 봅시다. 보고 이야기하죠.”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와 브라이언만 있는 미팅룸에서 <블루 컴페티션>의 촬영분이 상영됐다.
‘어……?’
확실히 에밀 듀크의 손이 닿지 않은 브라이언의 영화는 정말 좋았다.
아직 초반부긴 했지만, 이 정도로만 계속 뽑아준다면 정말 괜찮은 영화 한 편이 나올 수도 있을 거란 기대감까지 들기 시작했다.
“어때요? 괜찮을까요? 에밀 듀크 그 자식이 봤으면 무조건 때려치라고…….”
“너무 좋은데요? 아니, 와…… 감독님 전 작품보다 훨씬 좋아요.”
“진, 진짜요?”
브라이언은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네. 저도 이런 연출을 훨씬 좋아하거든요. 처음부터 과하게 힘주는 것보단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빌드업으로 가주니까 훨씬 좋네요.”
“…….”
브라이언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진짜…… 감사합니다. 감독님. 진짜로요…….”
“이대로 끝까지 한번 가봅시다. 믿고 있을게요. 과하지 않게 잘해주고 계세요. 봐줄 건 따로 없는 수준이고요.”
오히려 에밀 듀크가 브라이언의 재능을 누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완전히 달라진 영화적 색채에 잠시 고민을 한 후 브라이언에게 물었다.
“혹시 에밀 듀크가 어떤 식으로 영화에 간섭했었나요?”
“그게…….”
브라이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원하는 방향은 돈이 되질 않는다면서…… 싹 다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었어요.”
“그래서 좀 그렇게 과한 연출들이 나온 걸 테고요?”
“네…… 뭐 어차피 결과물은 제 이름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사실이 그랬다.
사람들은 제작을 누가 했는지보다 감독을 더 중요하게 보니까.
하지만 브라이언은 그런 제작자 밑에서도 자신의 각본으로 어느 정도 흥행을 일궈낸 감독.
분명 에밀 듀크만 없었다면 더욱 크게 될 수 있는 감독일 수 있었다.
“책임지기는 싫고, 영광은 자기한테 돌리는 놈이죠.”
몇 주간 에밀 듀크에 대해 더 깊게 조사한 결과.
그가 여태껏 해온 일들은 훨씬 끔찍했다.
[영화가 망하면 감독이 무능한 탓. 흥하면 제작자의 능력 덕분.]그의 기본적인 전략은 이런 역겨운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가 제작한 영화가 망하면 그와 동시에 그 감독은 소리소문없이 이 바닥에서 사라졌다.
‘아마 피해자는 넘쳐날 거야.’
그나마 브라이언을 내친 이유는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분명 이건 기회였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아뇨. 이 정도 영화만 찍어준다면 저희가 더 감사하죠. 앞으로 부족한 거 있으면 더 말해요. 제작사 쪽에서 어떻게든 최대한 밀어줄 테니까요.”
“근데 혹시…….”
브라이언은 약간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에밀 듀크 쪽에서도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 들으셨죠?”
“네. 물론이죠.”
에밀 듀크는 나와 브라이언이 손을 잡았다는 소식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바로 꽤 잘 나가는 감독과의 계약.
그리고 이번엔 그 제작사에서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은 브라이언의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좋은 소식이었다.
“걱정되지 않으세요?”
“오히려 좋은 소식입니다.”
“네?”
브라이언은 알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다 모으고 있을 거고요. 언론에 공표한 걸로는 2억 달러였나요?”
“네…… 그 정도 수준이었던 거 같습니다.”
에밀 듀크의 이번 작업 방식은 더없이 철저한 기밀에 붙였다.
어떤 영화인지, 무슨 작품인지.
소리소문없이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과 함께 사람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이긴 싸움이니까.”
내 말에 브라이언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