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0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08화(208/276)
다음 날.
브라이언은 한국에 있는 성현 KMD 픽처스 건물로 불렀다.
배우 라인업을 협의함과 동시에 앞으로 일을 어떻게 진행할지 함께 이야기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 할 얘기 있으세요?”
“네?”
“뭔가 좀 불안해 보이시는데요. 집중도 잘 못 하시는 것 같고. 아직 시차 적응이 좀 덜 되셨나요?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는 거라면…….”
피로가 덜 풀려서 그런 건가 싶어 이야기를 먼저 꺼냈지만, 브라이언은 손을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그게 사실은 어제 월트 픽처스 쪽에서 전화가 왔어요.”
“월트 픽처스요?”
“네. 이미 제가 <스페이스 베가본드> 속편 감독이 된 걸 알고 있더라고요. 정보를 어디서 얻는 건지…….”
“뭐, 알아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요. 영화 만드는 데 문제가 생길 것도 아니고요.”
“아, 근데 그게 말이죠…… 각본가를 찾고 있더라고요. 조지 씨 있잖아요.”
브라이언의 말에 잠시 당황했지만, 그는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5부작이잖아요. 지금 각본은 2편까지 밖에 없는 거고요.”
“아…… 그렇죠?”
“나머지 각본도 모두 조지에게 맡기실 생각이신 거죠?”
“네.”
“그럼 얼른 계약까지 하시는 게 좋을 듯싶어요. 그게…… 월트 쪽에서 조지와 접촉이라도 된다면…….”
내 입장에선 쓸데없는 걱정이었지만, 브라이언 입장에선 꽤 불안한 듯 살짝 손까지 떨어가며 말했다.
“그럴 일 없어요.”
“아…… 근데 위험한 거 아닌가요?”
“조지가 저예요.”
“네……?”
브라이언은 눈을 휘둥그레 뜬 후 내게 물었다.
“경 감독님이 조지라고요?”
“네. 뭐 개인적인 사정으로 필명을 만든 거예요.”
“아니, 왜 굳이…… 아, 아닙니다. 개인적인 일이라면 묻지 않는 게 맞겠죠.”
브라이언은 침을 꼴깍 삼킨 후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앞으로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총 5부작.
각본만 써주고, 이번에만 도와준다면 분명 톰 브라이언은 알아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 잘 되면 <스페이스 베가본드> 시리즈의 감독은 톰 브라이언 씨로 진행할 거예요.”
“네?”
“거의 6년 이상 걸릴 대형 프로젝트일 겁니다. 그 시간 투자해주실 수 있겠어요?”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감독을 맡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영화판을 살리기 위해 움직여야 하는 것.
이미 성공할 수밖에 없는 작품에 내 시간을 더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아깝지 않으시겠어요……? 경 감독님이 직접 짠 세계관인데. 경 감독님 유명세가 훨씬 대단해질 수도…….”
“한 번 맛봤는데 제 입맛엔 별로더라고요.”
물론 유명세야 좋았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브라이언이야 그 작품이 이미 있는 작품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모르지만, 이미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작품을 통해 얻는 유명세는 생각만 해도 조금 꺼림칙했기에.
아쉬움은 일절 없었다.
내 말에 브라이언은 멋쩍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맡겨주신다면야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앞으로 잘 좀 부탁드리죠.”
내가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브라이언은 당황한 듯 급히 고개를 숙인 후 말했다.
“아, 근데 월트 쪽에서 다시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지는 그냥 우리 쪽만 알고 있는 거로. 그렇게 진행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일 얘기로 넘어갈까요?”
브라이언은 이제야 좀 후련하다는 듯 미소를 지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
미국.
월트 픽처스.
크리스토퍼는 며칠간 각본가 ‘조지’를 찾는 일에 몰두하며 많은 인력들을 투자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정보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성현 KMD 픽처스에 몸담고 있는 직원들 몇몇을 꾀어내려 했지만, 그들조차 본 적이 없었다.
“젠장…….”
똑똑-.
“뭐야?”
“디렉터 님. 지금 그 급히…… 누가 찾아뵙고 싶다는데요.”
“뭐? 누가?”
“아, 성현 쪽 사람입니다.”
크리스토퍼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들어와!”
크리스토퍼의 외침에 누군가 서류 봉투를 들고 쭈뼛쭈뼛하며 들어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안녕이고 말고. 여기 찾아온 이유가 뭐야.”
“그…… 여기 <스페이스 베가본드> 속편 관련 정보를 가져다주면 돈을 준다길래요…….”
비서가 데려온 사람은 약간 긴장한 듯 크리스토퍼의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숙였다.
“뭐, 조지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아, 그분은 모르고 속편 각본을…….”
“뭐?”
크리스토퍼의 되물음에 그 사람은 종이봉투를 그의 책상에 두고 빠르게 뒷걸음질 쳤다.
“이게 그…… 속편 각본입니다. 대표실에 있던 걸 몰래…….”
“확실해?”
크리스토퍼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묻자, 그 사람은 확신에 찬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확실합니다.”
“흠…….”
크리스토퍼는 종이봉투를 열어보며 안에 있는 꽤 두꺼운 각본집을 한번 살폈다.
[<스페이스 베가본드 2> / 각본 : 조지]“일단 알겠으니까. 돌아가 봐.”
“네? 아니, 이것만 갖다 드려도…….”
그 직원은 당황한 듯 눈을 빠르게 껌뻑이며 말끝을 흐렸다.
“내가 사기꾼 새끼들 한두 번 본 줄 알아? 이런 거 위조하는 거야 쉽잖아? 지금 뭐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니…… 분명…….”
“확실해지면 주지. 일단 데리고 꺼져!”
크리스토퍼가 턱으로 문을 가리키자, 직원은 그를 끌고 나갔다.
그가 나가는 것을 모두 확인한 후 크리스토퍼는 각본을 열었다.
“응?”
크리스토퍼는 바뀌어버린 컨셉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우주선 싸움이 장점인 작품이었는데……?’
분명 전작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유는 스페이스 도그 파이트.
미국에 있던 CG 제작자들마저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저었던 그 장면은 크리스토퍼의 뇌리에도 깊게 박혀 있었다.
-저런 장면 연출하려면 수백 명 손목이 갈려 들어갔을 거야…… 그 손목에 애도를 표하지.
월트 픽처스 CG 엔지니어가 했던 말이 생각나자, 크리스토퍼는 인상을 찌푸리며 다시 이해할 수 없는 각본을 읽었다.
류성민이 자신의 고향 코리스 행성으로 돌아오자마자 생기는 기묘한 일들.
갑작스럽게 우주 정치물이 된 듯한 느낌에 크리스토퍼는 천천히 그 각본을 읽어나갔다.
다른 음모로부터 위협받는 코리스 행성.
하지만 류는 사랑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코리스 행성을 돕는 길을 택하게 되지만. 그건 사실 음모의 부분이었다는 건 꽤 도박 수를 던진 듯한 스토리였다.
“흠…….”
하지만 이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의 일부.
제일 이해되지 않는 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서 어울리지 않는 칼 액션이었다.
이건 도박 수도 아닌 오히려 악수, 그것도 최악의 악수에 가까운 듯 보였다.
‘염동력……? 애들만 타겟팅 하겠다는 건가?’
염동력 같은 초능력은 성인들에겐 분명 유치한 컨셉.
동시에 칼을 든 사람이 염동력을 쓴다는 것 자체가 상상이 가지 않는 듯 크리스토퍼는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게 확실히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각본이 맞기는 한 건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이게 진짜가 맞긴 한 건가?”
크리스토퍼는 의문을 표하며 비서를 방으로 불러들였다.
“지금 성현 KMD 쪽 사람한테 연락해서 이게 진짜인지 먼저 확인해.”
“네, 대표님.”
“그리고 만약 이게 진짜라면 이제 조지를 찾을 필욘 없겠어. 완전히 미친 정신병자 같거든.”
크리스토퍼의 말에 비서는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에서 나갔다.
잠시 후.
비서에게 그 각본이 진짜라는 걸 듣고 난 후 크리스토퍼는 크게 웃었다.
스페이스 오페라에 칼 액션을 섞는다는 소식에 성현 KMD 쪽에서도 한차례 소동이 있었던 것 같았다.
‘너무 빠르게 성공해서 약을 너무 많이 한 건가?’
조지라는 인간은 얼굴도 모르는 각본가이기에 그러려니 했건만, 이딴 각본을 통과시킨 경찬현은 전작을 완벽히 성공시킨 감독이었다.
그런데 그런 감독이 이딴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는 건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
‘어쩌면 다행이군.’
<스페이스 베가본드> 저작권을 사 오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크리스토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회에 가서 이 각본을 보여주며 <스페이스 베가본드> 속편이 완전히 무너질 거란 이야기만 덧붙인다면, 월트 픽처스에서 떨어진 그의 입지도 어느 정도 올라갈 거란 생각에 실실 웃으며 비서에게 각본 스캔을 맡겼다.
***
몇 주 후.
한국.
톰 브라이언과 긴 협의 끝에 <스페이스 베가본드>의 배우들까지 모두 결정됐다.
5부작짜리 대형 프로젝트였기에 그만큼 배우들도 중요했다.
하지만 <스페이스 베가본드>는 대형 프랜차이즈화를 시킬 거란 소문이 돌자, 배우들은 평소에 받는 돈보다 훨씬 큰 가격을 요구했다.
그래서 준성이는 진행이 막힌 듯 아직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흠…….”
그들이 거대한 금액을 요구한 이유는 이미지 소비.
특히나 이런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에 출연해 배역을 맡는 것만으로도 배우들의 이미지 소모는 거대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소비된 이미지는 배우들에겐 때론 거대한 손해를 미친다.
그렇기에 배우들이 예능에 나오지 않는다거나,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는 등 나름의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
특히나 조지 루카스의 원작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마크 해밀 역시도 영화배우로서 성공한 작품이 없었고.
마법사를 다루는 영화의 주연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마법사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보면 제일 먼저 마법사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김승훈은 <스페이스 베가본드>로 그다지 이미지를 소비하지 않았다는 것.
애초에 다양한 영화들로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은 배우여서 그런지, 다른 배우들과는 달랐다.
띠링-.
잠시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 준성이에게 연락이 먼저 왔다.
“어, 여보세요?”
-하…… 제작비 오버야. 너랑 톰 브라이언이 협의한 배우들. 다들 자기들 평소에 받는 가격에 크게는 3배 이상 달라고 한다고. 5부작으로 간다는 거 알아서 그런지 아주 배짱 장사야. 거기 배우들은 어때?
다행히도 한국 배우들은 별말이 없었다.
김승훈이야 5부작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두 팔 벌려 환영했고, 이번 작품 이후로는 가면을 쓴다는 소식에 오히려 아쉬워했다.
그리고 GO 엔터테인먼트 소속 한국인 배우들은 애초에 우리 쪽 사람이었기에 일은 더없이 쉽게 진행됐다.
“다들 나오겠대. 최초 한국인 할리우드 진출작이잖냐.”
-그렇긴 하다만…… 쯧. 외국 배우들이 문제네. 로버트 펜은 지금 할리우드 복귀한 게 네 덕분이라면서 좋은 조건으로 나와주긴 한다던데…… 젠장.
대부분 배우는 원작에 있는 배우들을 그대로 쓸까 했지만, 그들은 이미 다들 몸값이 비싼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나마 덜 유명한 배우들을 활용하려 했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그럼 일단 싼 배우들로 채워보자. 티켓 파워는 <스페이스 베가본드> 이름값으로 메꿔보자고.”
-괜찮으려나…….
“대신 지금 몸값으로 5부작 계약하는 조건으로. 별로 안 비싸면서 연기 잘하는 배우들로.”
-엥, 5부작? 그걸 계약에 넣겠다고?
월트 쪽에서 자주 하던 일들.
별로 유명하지 않은 배우들을 데려다가 뭉텅이로 계약해버리며 차기작에 싼 가격에 고용하는 시스템이었다.
“응. 대신 러닝 개런티를 부여해주자고. 구미가 당기게.”
-흠…… 확실히 이 영화가 성공하게 된다면 그 배우들 몸값도 오를 테니…… 괜찮은데? 웬일이래? 돈 쪽으로 머리가 굴러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