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23)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24화(224/276)
며칠 후.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경찬현의 연락.
렌든은 빚을 지고 갚지 않으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기에 경찬현의 연락이 없는 게 그다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뭐지…….’
내일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경찬현에게 직접 전화하려다 핸드폰 화면을 껐다 켠 것도 수십 번.
“에이씨.”
렌든은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들고 경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예. 경 감독님. 렌든입니다.”
-네. 근데…… 아! 저희 식사하기로 했죠?
“예…… 연락 기다리던 차에…….”
-아, 죄송합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네요.
“하하…… 네. 이해합니다.”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스페이스 베가본드 2>에 대한 이야기.
개봉한 지 조금 됐어도 열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혹시 내일 시간 괜찮으신가요? 제가 한 끼 사는 게 맞을 거 같아서…….”
-아, 네. 내일 좋죠. 저도 내일 딱 아무 일도 없는 날이라.
“예. 뭐 좋아하시는 거라도……?”
-아, 전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네. 그럼 장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다음 날.
식사 자리에 먼저 도착해있던 렌든.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경찬현이 보이자, 렌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빨리 오셨네요?”
아직 약속 시간까진 15분이 남은 상황.
먼저 도착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아직 정해놓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와버린 경찬현을 보고 약간 당황한 듯 렌든은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여기 주변에 있었거든요.”
“네…… 하하. 먼저 음식부터 시킬까요?”
종업원에게 음식을 부탁하고 난 후 잠시 정적이 이어졌다.
그 정적을 먼저 깬 건 렌든이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하필 크로퍼드 박사님이 <스페이스 베가본드 2>의 엄청난 팬이셔서요. 그냥 우연이 겹쳤을 뿐입니다. 그리고 렌든 씨에게는 제가 사과드릴 것도 있고요.”
경찬현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 렌든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경 감독님이 사과라뇨…… 오히려 제가…….”
“아뇨. 렌든 씨가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이라는 거에 대한 생각이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렌든 씨가 그렇게 나오셨던 것도 다 이해가 되고요.”
“…….”
경찬현의 따스한 말에 렌든은 감정이 동요됐다.
촬영장에서 들어왔던 비아냥들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그 감정에 렌든은 울컥한 마음을 참았다.
어쩌면 경찬현과 처음 만났을 때 문을 박차고 나온 건.
결국 자신의 쓸데없는 기대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미소까지도 지어졌다.
“렌든 씨 영화 재밌게 본 게 참 많아요. 가벼운 코미디 장르에 렌든 프레이저. 이거 완전 치트키였잖아요?”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경찬현은 의도적으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훈훈한 남자의 백치미. 그거 원조는 렌든 씨니까요.”
190cm에 달하는 큰 키에 훈훈한 얼굴. 그리고 그의 초록색 눈은 완벽에 가까웠다.
재능 넘치던 그 배우가 어쩔 수 없이 지옥길로 빠지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듯 경찬현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지금 렌든 씨 상황을 저 역시도 굉장히 안타깝게 여깁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거, 돈을 드리겠다는 말씀. 절대 빈말 아닙니다. 단순히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미봉책으로 생각했던 건 맞지만요.”
“…….”
“하지만 좀 장기적으로 봐야할 필요도 있어요. 렌든 씨. 지금 계약 중인 작품이 몇 개죠?”
경찬현의 물음에 렌든은 너무나도 많은 작품에 잠시 고민한 후 힘겹게 말했다.
“계약된 건 6개, 그리고 지금 촬영 진행 중인 건 3개죠…….”
“그중 정말 하고 싶은 작품이 있긴 해요? 지금 개봉한 영화들도…… 사실상…….”
이후에 이어진 경찬현의 말은 배우의 이미지 소모에 대한 것이었다.
쓰레기 영화에 나오는 배우.
물론 그 횟수가 적으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지나가는 일이지만, 그게 많아질수록 원래 있던 팬들마저 등을 돌린다는 이야기였다.
“돈 때문이라는 거 압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드리고 싶은 거고요. 당신의 배우 커리어가 점점 망가지고 있는 게 눈에 빤히 보이니까.”
“…….”
이 또한 맞는 말이었다.
렌든의 몸값은 보기 좋게 내려가는 상황.
재작년보다는 작년이, 작년보다는 올해가.
그래서 더 많은 작품과 계약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버크에 대해 진실을 말했다고 해서, 렌든 씨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게 할 정도의 힘 정도는 제게 있습니다.”
“네?”
“결국 영화판은 돈으로 흘러가는 곳이니까요. 제가 제작한 영화에 출연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그 위자료들은 해결할 수 있게 해드릴 겁니다. 만에 하나 부족할 때. 그때 도와드릴 거고요.”
목소리에서부터 경찬현은 자신감이 넘쳤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라도 한 듯 그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행동에서 렌든은 점차 스며들었다.
마치 자신의 과거 모습이라도 보는 듯 흥미롭게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배우 이미지에 대해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 편엔 그런 이미지 관련해서 마법사 같은 친구도 있거든요.”
“버크에게 당한 걸 이야기할 때 말하는 건가요?”
“네. 저희 팀원은 당신을 용기를 낸 영웅으로 만들어드릴 겁니다. 실제로 용기를 낸 영웅이기도 하고요. 수치스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힘 있는 벌레에게 당한 사람일 뿐이잖아요.”
‘힘 있는 벌레’라는 표현에 렌든은 어이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확실히 로빈슨 버크는 쓰레기였다. 하지만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선 그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다.
그만큼 강한 권력을 가진 인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앞에서 눈을 밝히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한 사내의 모습.
그 모습에 렌든은 어쩌면 버크를 끝장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직 생각이 변하지 않으셨다면…….”
경찬현이 조심스럽게 묻자, 렌든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경 감독님 워낙 유명하잖아요.”
그간 일에 치여서 경찬현이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알 순 없었다.
그러던 중 매니저에게 들었던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었다.
-경찬현? 그 인간 에밀 듀크 완전 박살 낸 인간이잖아?
에밀 듀크가 사라졌다는 것도 몰랐던 렌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로빈슨 버크와 친밀한 사이였던 에밀 듀크 역시도 영화판에서 힘이 있던 인간.
그런 인간을 데뷔작으로 찍어눌렀다는 건 분명 지금 하는 말들도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
그렇기에 벤든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경찬현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네. 해보죠. 여기서 더 내려갈 곳도 없는걸요.”
렌든은 크게 웃으며 경찬현을 바라봤고, 경찬현은 고맙다는 듯 악수를 청했다.
“같이 그 벌레 자식 치워보자고요.”
***
며칠 후.
HFPA.
필립은 그간 버크와 친해지기 위해 온갖 수단을 활용했다.
그리고 그건 완벽하게 먹혀들었다.
온갖 선물 공세에 아부 그리고 로빈슨 버크에 대한 칼럼까지.
필립에 대한 버크의 믿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똑똑-.
“회장님. 존 부회장이 찾아왔습니다.”
“들어와.”
HFPA의 부회장 존.
그는 요즘 HFPA에 떠도는 이상한 소문 때문에 버크를 먼저 찾아왔다.
“그래. 요즘 협회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떠돈다고?”
“필립이 주제를 모르고 움직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뭐?”
버크가 신경질적으로 되묻자, 존은 조심스럽게 그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회장님이 그자를 아끼는 건 알지만, 지금은 그에게 너무 큰 힘을 준 게 아닐지…….”
“뭘 하길래?”
“HFPA 안에 여론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을 비하하는…….”
제이크의 말에 버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이미 필립에게 들었던 이야기였다.
갑작스러운 낙하산에 주변에 불만을 품은 회원들이 너무 많아서 아마도 이간질하려는 세력들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
“이봐. 존.”
“네……?”
“할리우드 스타라이트 최근 칼럼 봤나?”
“…….”
필립이 직접 쓴 로빈슨 버크에 대한 칼럼.
[할리우드 영화계에 있어 로빈슨 버크. 그의 영향력에 이뤄진 사람들의 꿈.]이 칼럼은 꽤 파급력이 강했고, 덕분에 로빈슨 버크의 이미지는 더욱 좋아졌다.
“네. 봤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이상하다는 겁니다.”
“아니. 이상할 게 없지.”
버크의 대답에 제이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
“오히려 자네에게 그런 이야기한 인간이 이상한 인간이야. 필립에게 열등감이라도 느끼는 인간일지 모르지. 자네도 결국 소문으로만 들은 거잖나?”
버크의 말에 존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버크는 그 모습에 미소를 보이며 말을 덧붙였다.
“그래, 물론 필립의 전례 없는 승진에 HFPA 내부가 시끌시끌할 거란 건 알아. 하지만 말이야. 그 소문은 말이 되질 않잖아. 대외적으론 띄워주되, 내부적으론 욕한다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버크의 말에 존은 할 말은 많았지만, 이미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기라도 한 듯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제 짧은 생각으로…….”
“아냐. 괜찮아. 자네도 분명 누군가에게 넘어간 게 아닌가. 앞으로 조심하면 됐지.”
존은 인사를 한 후 회장실 밖으로 나왔다.
그 사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필립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 존 부회장님. 반갑습니다.”
“그래. 자네 글 잘 봤네.”
가벼운 악수와 함께 존은 필립을 노려봤다.
서글서글하게 웃으면서 속을 숨기는 듯한 모양새.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쩌면 이미 모든 게 끝나버린 건지도 몰랐다.
“회장님이랑 좋은 자리에서 한번 봬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하. 요즘 날도 좋은데 필드에서 한번 어떻습니까?”
“난 골프엔 취미가 없어서 괜찮네.”
존의 대답에 필립은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그럼 술은 어떠십니까? 제가 부회장님하고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좀 맺고 싶어서 말입니다. 하하.”
“……시간 되면 하지.”
“영광입니다. 그럼 다음에 뵙죠.”
존은 회장실로 들어가려는 필립을 향해 말했다.
“아, 근데 말이야.”
“네?”
“자네…….”
필립이 미소를 지으며 되묻자, 존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닐세. 하하. 잠깐 뭐가 생각났는데 금세 까먹었어. 나이가 야속하다니까.”
“아, 잠시 기다릴까요?”
“흠, 아니야. 그렇게 쉽게 기억나지 않을 거 같아. 다음에 보도록 하지.”
존은 필립을 뒤로 하고 HFPA 건물 밖으로 나섰다.
필립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동시에 로빈슨 버크도 여든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 그런지 저런 여우에게도 쉽게 넘어간 듯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HFPA의 중심은 결국 로빈슨 버크였다.
그에 대해 회원들 사이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이 퍼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HFPA.
좋지 않은 예감에 존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