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30)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31화(231/276)
경찬현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스미스 벤더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생각보다 쉽지 않은 놈.
대충 겁을 주면 해결될 줄 알았던 문제였지만, 일은 쉽사리 진행되지 않았다.
스미스 벤더도 한때 경찬현과 같은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다.
좋은 영화들로 영화판을 살리겠다는 꿈.
하지만 그 꿈은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돈이 없으면, 좋은 영화들을 만들 수 없었고.
돈만 노린다고 하면 영화의 깊이가 없었다.
그래서 돈이 생긴 후, 스미스 벤더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했던 영화를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하던 거나 잘하지. 뭘 새로운 걸 해보겠다고 난리야?
-이래서 예술병 걸리는 게 문제라니까. 배가 부르니까, 예술을 해보겠답시고 허풍떠는 거지.
과거에 아픈 기억들이 생각나자, 스미스 벤더는 고개를 저었다.
젊었을 적 꾸었던 꿈.
하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이 끝난 상황.
그래서 스미스 벤더는 어쩔 수 없이 하던 것만 하는 감독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흐음.”
하지만 그 반례가 나왔다는 것에, 스미스 벤더는 인정할 수 없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세상의 인정도 받는 영화감독.
동시에 관객들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는 그 감독의 등장에 스미스 벤더는 덜컥 겁도 나기 시작했다.
‘막아야 해…….’
영화판을 살리는 데 있어 좋은 영화들이 나온다는 건, 그만큼 다른 영화들이 힘을 쓸 수 없다는 것.
오히려 평범한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낮아짐에 따라, 오히려 영화 시장은 더욱 작아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경찬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순 없었다.
그렇게 되면 자기의 영화 수준이 경찬현의 영화보다 낮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스미스 벤더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자신의 학교에 들어온 수많은 학생들.
자기가 만든 영화계.
그 영화계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으면, 쫓아내면 될 문제.
그런 생각에 스미스 벤더는 오래간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생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
며칠 후.
“미친…….”
필립은 오늘 새로 나온 신문을 보자마자 욕을 내뱉었다.
제발 스미스 벤더와는 척지지 말라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경찬현은 저질러 버린 듯 스미스 벤더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스미스 벤더는 과거 유산에 대한 경찬현의 무례함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렇게 된다면, 할리우드 전반에 있는 스미스 벤더 세력들이 움직일 게 뻔했다.
또한 미국 영화의 아버지라는 평가를 받는 탓에, 분명 경찬현에게 등을 돌리는 대중들도 있을 터.
필립은 급히 핸드폰을 들고 경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지금 터진 일에 비하면 너무나도 태평한 목소리.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난지도 모르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필립은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야이, 미친놈아! 지금 무슨 기사가 났는지는 봤어?”
-기분 좋은 아침을 욕으로 시작하고 그러냐.
“내가 제발, 제발 스미스 벤더는 건드리지 말라고…….”
-걱정이라도 해주는 거냐? 좀 감동인데?
“어휴…… 이 정신 나간 놈. 대체 무슨 개소리를 했길래, 스미스 벤더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네 이름까지 까면서 이야기하냐?”
필립의 물음에 경찬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나보고 사과하라고 하던데?
“뭐?”
-골든 글로브에서 했던 말. 사과하라고 하더라고.
“아니, 그럼 눈 딱 감고 죄송합니다. 한마디 하면 됐던 거 아냐?”
-그러고 싶지 않은데?
경찬현의 말에 필립은 어이가 없다는 듯 쏘아붙였다.
“원래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순 없어. 이 등신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지금 스미스 벤더가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좀 봐봐.
“뭐?”
-그 높으신 양반이 감정으로 호소하고 있잖아. 특히나 남을 비난할 때 감정으로 호소하는 건 겁먹은 놈들이나 하는 짓이고.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 봐.
경찬현의 말에, 필립은 천천히 다시 기사를 읽었다.
이야기를 한 게 스미스 벤더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다시 읽자, 경찬현의 말처럼 단지 감정에 호소하는, 논점을 흐리는 데 급급한 절박함이 보였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질 거 같으니, 마치 할리우드를 지키려는 듯한 거대한 명분을 끌어온 건가.’
필립은 인상을 찌푸리며 경찬현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전에도 말했지만, HFPA 소속으로 스미스 벤더를 건드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논점 흐릴 때는 말로 하는 게 아니야. 보여주는 거지.
“뭐……? 뭘 하겠다는 건데?”
-정공법.
“정공법……?”
단호한 경찬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필립은 기대되는 듯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스미스 벤더 영화를 최근에 모두 몰아봤어.
“뭐? 여태까지 스미스 벤더 영화를 하나도 안 봤었다는 거야?”
-응. 재미없는 건 안 본다는 주의거든.
“그래서, 그 사람 영화를 다 봐서 뭐 하려고?”
-그 인간이 제일 잘 만든 영화, 그리고 제일 고평가 받는 영화는 <시체들과 춤을> 이더라고?
<시체들과 춤을>.
1980년대 초에 나온 걸작.
좀비 영화의 토대를 잡은 그 영화의 이름을 꺼내는 경찬현의 속내가 무엇일지.
필립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고민을 이어갔다.
하지만 쉽사리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뭐?”
-논점 흐리고 있는 놈보다, 훨씬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거, 보여줘야지.
“뭐……? 야. 네가 착각하는 게 있나 본데. 지금 <시체들과 춤> 이후로 좀비 영화가 받는 대접은 알고 있는 거지?”
스미스 벤더의 <시체들과 춤은>이라는 영화는 당시 영화계에 거대한 충격이었다.
마치 경찬현이 <스페이스 베가본드>로 세계 영화계에 거대한 충격을 준 것과 필적한 수준.
하지만 그 이후로 좀비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인 재미로만 초점을 맞춘 저질 영화가 되었다.
-응. 알지. 퇴물들이나 돈 벌려고 찍는 영화 장르잖아?
“그래. 이제 시체가 움직이는 건 사람들이 관심도 안 가질 거라고.”
스미스 벤더 영화 이후, 세상엔 온갖 좀비 영화들이 창궐했다.
나치 좀비부터, 우주 좀비. 상상력을 뛰어넘는 기괴한 좀비 영화들이 나온 덕분에 좀비 영화는 이제 누가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끄는지, 누가 더 잔인한 장면을 만드는지로 흥행이 갈렸다.
-아니. 내 영화는 다를 거야.
“…….”
하지만 스미스 벤더의 위상을 꺾기 위해 지옥 길로 들어가겠다는 경찬현.
지옥 길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경찬현의 목소리는 태평하기만 했다.
“하…… 모르겠다.”
-근데, 너 원래 이렇게 걱정이 많았냐?
“내가 말했지. 정보원 잃는 건 생각보다 큰일이라고.”
-지금 정보원 대하는 태도가 아닌데? 목소리에 걱정이 뚝뚝 떨어지는구먼.
경찬현의 말에 필립은 인상을 찌푸린 후 쏘아붙이듯 말했다.
“알아서 해. 끊는다.”
툭-.
필립은 어이가 없다는 듯 전화를 끊어버리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는지.
잠시 고뇌에 빠져 담배를 쭉 빨아들이던 필립은 피식 웃었다.
‘웃기는 놈이긴 해. 제대로 맛이 간 놈인 거 같기도 하고.’
경찬현이 종종 이야기했던 말이 떠오르자, 필립은 또다시 마음속에 기대가 솟았다.
-진짜 미쳐야 진짜 뭘 할 수 있지. 적당히 미쳐서는 안 돼.
‘알아서 잘하겠지. 미친놈이니까.’
***
다음 날.
스미스 벤더의 인터뷰에 대한 여파로 할리우드엔 많은 여론이 생겨났다.
-아무리 경찬현이라지만 스미스 벤더를 건드리는 건 선 넘었지.
-경찬현 선 세게 넘네. 여태까지 좋게 봤는데, 이건 정말 아닌 듯.
-스미스 벤더 없었으면, 경찬현이 이렇게 성공도 못 했음. 이건 진짜 확실함.
단순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원로 영화인들도 스미스 벤더에게 자극이라도 받은 듯 앞다투며 나에 대한 비평을 시작했다.
-경찬현 말입니다. 그 친구는 스미스 벤더 감독님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영화를 찍는 것뿐입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녜요. 그럼 과거 유산에 대한 존중을 표하지도 못할망정 그렇게 비하하다니요.
이런 말로 시작된 공격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간 불만을 품었던 사람들인 건지, 꽤 이름난 영화배우들도 스미스 벤더에게 동참했다.
골든 글로브에서 보여줬던 환한 미소와는 달리, 바로 등에 칼을 꽂는 사람들의 모습에 약간의 역겨움까지 느껴졌지만.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그런 하찮은 것들이 아니었다.
‘엄청난 좀비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
스미스 벤더의 위상을 단번에 꺾어버릴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했다.
똑똑-.
“경찬현 대표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내 대답에 비서가 들어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다름이 아니라 지금 회사로 우편물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스미스 벤더의 비난 성명 이후로…… 하루에 수백 통씩…….”
“조금만 버텨줄 수 있을까요?”
“네?”
“조만간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거든요. 이 작업만 끝나면 모든 게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겁니다.”
내 대답에 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영화를 만드시겠다는 거죠……?”
“네.”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아, 그리고 유진 캐리 씨가 연락 남겼습니다.”
유진 캐리.
골든 글로브에서 내게 상을 건네줬던 그 배우와 식사 자리를 갖기로 했지만, 그간 너무 바빴던 탓에 연락하지 못했다.
그리고 현 상황에 대해서도, 유진 캐리 역시 꽤 당황스러울 법했다.
스미스 벤더와 많은 작업을 했던 그였기에, 특히나 나에게 연락을 할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뭐라고 하던가요?”
“왜 밥 먹자 해놓고 연락이 없냐고 하던데요.”
“아…… 네. 연락처 남겨주셨죠?”
“네.”
비서는 내게 포스트잇을 건네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제가 직접 연락하죠.”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숙인 후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유진 캐리의 번호.
하지만 선뜻 그 번호로 전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흠.”
유진 캐리.
그의 얼굴을 생각하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피었다.
힘들었던 시절, 그의 영화를 보며 배꼽 찢어지게 웃었던 과거가 생각났다.
그런 생각에 핸드폰을 들고 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유진 캐리입니다~.
연극 톤으로 장난스럽게 전화를 받는 유진 캐리.
“안녕하세요. 경찬현입니다.”
-이야, 이제 연락을 주시네? 그동안 얼마나 바빴던 거예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는 유진 캐리.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여전히 유쾌함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그게 사실은…….”
-연락을 했다는 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거겠죠? 제가 골든 글로브 시상식 이후로 밥을 굶어서…… 명감독님하고 밥을 먹기로 했는데, 그게 언젠지 알고 밥을 먹겠어요. 항상 준비해놔야지.
대충 인사치레라고 생각했지만, 유진 캐리는 진심이었던 듯.
장난스러운 말투에도 무언가 간절함이 느껴졌다.
“근데 지금 상황은 괜찮으시겠어요……? 저 할리우드에서 따돌림당하게 생겼는데요?”
-혼자 할리우드를 따돌리고 있는 건 아니고요? 코넌이 그러던데요.
애초에 캐리와 코넌은 친한 사이였는지, 캐리는 코넌과 이야기했던 일화를 풀었다.
-당신은 혼자 서 있어도 외롭지 않을 거인이라고. 그래서 한번 보고 싶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