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31)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32화(232/276)
바로 다음 날.
유진 캐리는 약속 자리로 들어오고 있는 경찬현을 바라봤다.
“신기한 사람이네.”
친했던 코난 브라이언에게 경찬현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온 상황.
영화에 제대로 환장한 미치광이라는 이야기부터, 꼭 그의 영화에 출연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그리고 사실상 경찬현의 평판 따위는 애초에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배우라기보단 일종의 코미디언으로 유진 캐리를 바라봤기에 남들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경찬현 역시도 지금 여론에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영광입니다. 경 감독님.”
“아, 아닙니다. 유진 캐리 배우님을 이렇게 뵙는 것도 제게 영광인데요. 오히려 배우님께 이렇게 연락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배우님이라는 말에 유진 캐리는 흐뭇하게 웃으며 경찬현을 바라봤다.
“스미스 벤더 감독님 때문에요?”
“네…… 뭐, 그렇죠. 그 감독님 편을 들고 있는 할리우드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흠, 저는 엄밀히 따지자면…… 사실 할리우드에 속해있는 배우가 아니에요. 일종의 코미디언에 더 가깝죠.”
“네? 그게 무슨…….”
경찬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하지만 캐리는 경찬현의 반응이 더 당황스러운 듯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제 평판을 잘 모르셨나요……?”
애초에 남의 평판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관심이 없을 줄 몰랐던 캐리는 실소를 터트리며 자조적으로 말했다.
“감독님도 아시다시피, 배우에겐 이미지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초록색 마스크를 낀 정신 나간 백인 남자이자, 멍청한 친구를 둔 멍청이이자, 동물들로 사건을 해결하는 웃기는 탐정이죠.”
코미디 배우로서 최고의 히트작들.
유진 캐리를 스타의 자리까지 올려준 작품들이었지만, 배우로서 그의 한계를 명확히 해준 작품들이었다.
“아…….”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경찬현은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유진 캐리를 바라봤다.
“왜 그러시죠?”
“아, 아닙니다. 하하. 갑자기 생각이 좀 많아져서요. 그래도 코미디가 싫으신 건 아니시죠?”
“물론이죠. 저를 이 자리까지 올려준 건 누가 뭐라 해도 코미디가 맞으니까요. 근데 그러다 보니, 이제 다른 걸 할 기회조차 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이제 40이 넘은 나이.
지금이 아니라면, 이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기회.
경찬현이라면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 거란 코넌의 조언.
그 조언대로 캐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경찬현을 찾았다.
“근데 캐리 씨한테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거 같은데요. 사실 스미스 벤더 씨와 작업도 많이 하셨었으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상관없어요. 경찬현 감독님도 지금 여론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처럼, 저도 그래보려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배우와 감독이 다르다는 건…….”
“네. 압니다.”
이미 경찬현의 우려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경찬현과 작업을 한다는 건, 스미스 벤더와 척을 진다는 것이었고.
사실상 이번 영화가 실패한다는 건, 할리우드에서 은퇴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유진 캐리는 모든 것을 걸어보고 싶었기에, 경찬현을 선택하고 싶었다.
“근데…… 제 차기작이 사실…….”
경찬현은 머뭇거리듯 잠시 말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캐리를 바라봤다.
“좀비 스릴러로 갈 생각입니다.”
“네……?”
뜬금없는 경찬현의 말에 캐리는 당황한 듯 경찬현을 바라봤다.
“스미스 벤더가 영화계에 남긴 가장 큰 유산. 그걸 먼저 파고들 생각이거든요.”
“그럼 지금…… <시체들과 춤을>이라는 명작을…….”
“네. 좀비 스릴러라는 장르를 이용해서 스미스 벤더의 작품이 생각나지 않게 할 정도의 작품을 뽑아낼 생각입니다.”
코넌은 경찬현은 여태껏 자기가 봤던 사람 중 가장 정신이 나간 듯한 사람이라 말했다.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닌 듯, 지금 캐리는 경찬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래…….’
하지만 내심 기대되는 것도 있었다.
망해가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를 다시 일으켜 세웠던 감독.
좀비 영화에서도 그게 가능할지.
은근한 기대감에 캐리가 물었다.
“그 영화 안에 제 자리도 있을까요?”
“아직 정확히 정해진 건 없어요. 하지만 캐리 씨라면 어떤 장르에서든 활약할 수 있잖아요?”
“…….”
캐리가 나온 영화는 코미디에 한정되었지만, 분명 경찬현의 말처럼 어떤 연기든 할 수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남에게 듣는 것은 처음 있는 일.
특히나 재능이 좋은 감독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자, 캐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당연하죠. 햐, 역시 경찬현 감독님. 보는 눈이 좋으시네!”
“하하, 그럼 각본이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죠.”
“언제든요. 항상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유진 캐리와 헤어지고 난 후.
나는 집으로 돌아가며, 온갖 생각에 잠겼다.
“흠…….”
안타까운 일.
유진 캐리라는 배우가 단순히 코미디 배우로밖에 취급받지 못하는 세상.
그는 단순히 코미디 배우 그 이상이었다.
<트루 쇼>, <영원한 햇살>, <마제스틱>, <달 위의 남자>.
이런 영화들에서 그가 보여줬던 연기는 단순히 코미디 연기 그 이상.
물론 특출난 그의 얼굴 근육 덕분에, 인종과 언어를 가리지 않고 단순히 표정만으로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재능이었지만.
그 재능 때문에 그의 또 다른 재능이 묻혀버렸다는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는 스크린에서 마음 아픈 사랑을 할 수도 있는 배우였고, 가짜 세상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도망자도 할 수 있는 배우였다.
하지만 여기선 그저 단순히 웃긴 코미디언.
그렇기에 그를 배우로서 기용하는 건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도박 수로 보일지 몰랐다.
‘어쩌면 호박이 넝쿨째로 굴러들어 온 걸지도 몰라…….’
유진 캐리의 연기 변신과 더불어, 좀비 장르의 새로운 지표를 보여주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했다.
‘스미스 벤더와 작업했던 배우와 스미스 벤더의 대표작을 찍는다…….’
<시체들과 춤을>에서 캐리가 나오진 않았지만, 분명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그렇게 박혀있을 게 뻔했다.
마치 스미스 벤더를 겨냥한 영화처럼 봐준다면, 그 효과는 훨씬 좋아질 테니까.
“일단…….”
나는 급히 노트를 꺼냈다.
이미 좀비 영화를 만들기로 한 시점부터, 이 세계의 좀비 영화들은 모두 본 상황.
당연하게도 이 세계의 좀비물은 모두 19세.
누가 더 잔인하고, 끔찍하게 만들 수 있는지로 경쟁하는 분위기 속에서 19세 타이틀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내가 만들 좀비 영화는 그들처럼 단순히 잔인함과 끔찍함으로 승부를 볼 게 아니다.
“흠.”
당연하게도 좀비 영화는 대부분 우리나라에선 청소년 관람 불가, 그리고 미국에서는 R 등급.
보호자가 동반한다면 17세 미만의 청소년 역시도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등급이다.
하지만 내가 사용할 연출이 잔인함과 끔찍함이 아니라면, 분명 더 나은 등급을 받을지도 몰랐다.
일단 이런 생각으로, 필립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는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좀비물을 PG-13 등급으로 만들겠다고?
“응.”
-뭐, 좀비끼리 연애하고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냐? 사람들이 좀비물을 찾는 이유는 그런 게 아닐 텐데?
“여태껏 없던 좀비 영화일 거야. 좀비한테 쫓기는 게 메인이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거지.”
-관계성……?
지금 세상에 나온 영화들은 대부분 좀비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내 카메라는 단지 좀비를 어떻게 죽이느냐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었다.
그 재난을 겪는 사람들이 대처하는 방식.
그것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필립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지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쯧, 뭐 네 영화니까. 그래. 그럼 네가 원하는 건 PG-13을 받고 싶다는 거지?
“응. 근데 좀비 영화라는 거 때문에 무작정 R 등급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미국 영화 협회 (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랑 얘기만 잘해보면 될 거야. 일단 결과물이라도 들고 와. 네 영화가 어떤지나 알아야 평가받든가 하지.
“일단 네가 손 봐줄 수 있는 문제인 거지?”
-모르지. 미국이 말로는 자유의 나라라면서 꽤 엄격하거든. 특히 좀비물처럼 R 등급이 당연한 장르를 PG–13등급으로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일단 만들어 보라고.
그리고 필립과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눈 후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필립 말처럼 지금 당장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일단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우선.
그렇기에 나는 일단 유진 캐리라는 배우를 필두로 각본을 써 내려갔다.
***
며칠 후.
벤더 모션 픽쳐 아카데미.
경찬현이 왔다 간 이후, 학교에는 종종 이상한 낙서들이 눈에 띄었다.
[벤더, 경찬현 건드리지 마라.]벤더의 편이 아닌, 경찬현의 편을 든 학생이 남긴 낙서.
지운다고 열심히 지웠지만, 종종 보이는 그 낙서들을 스미스 벤더에게 완전히 숨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신 나간 것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학교에서, 자신의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경찬현의 편에 섰다는 게 불쾌할 지경.
하지만 지금 당장 신경이 쓰이는 건, 경찬현이 대응하고 있는 방식이었다.
‘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지…….’
쏟아지는 공격에 언론에 딱히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아니었다.
너무나도 고요했기에 오히려 그게 스미스 벤더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똑똑-.
“총장님. 데이빗입니다.”
“그래, 들어와.”
경찬현의 뒷조사를 시킨 지도 며칠.
아무런 소식도 없었지만, 이제야 소식이 들어온 듯, 벤더는 환한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그래, 뭐라도 나왔나?”
“네. 총장님. 지금 경찬현이 준비 중인 영화가 있다고 합니다. 각본은 거의 다 완료했고, 주연까지 섭외 완료했답니다.”
“뭐……? 영화?”
스미스 벤더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그래, 무슨 영화?”
“좀비 영화랍니다. 주연은 유진 캐리로 확정됐고, 나머지 배우들은 지금 오디션 중에 있다고 합니다.”
“뭐? 좀비?”
예상치도 못한 일인 듯, 스미스 벤더는 자신에게 보고한 직원에게 소리쳤다.
“아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게 진짜가 맞아? 확실해? 유진 캐리가 주연인 것도?”
“네. 저도 처음엔 믿어지지 않아서 여러 번 확인해봤습니다.”
이상한 조합이었다.
마치 스미스 벤더의 대표작 <시체들과 춤을>이라는 작품을 꺾어버리려는 듯.
그리고 더 나아가 스미스 벤더의 위상을 무너뜨리려는 듯한 모양새.
그 느낌에 벤더는 직원을 향해 쏘아붙였다.
“일단, 더 자세히 확인해. 만약 그게 진짜라면…….”
경찬현의 영화가 성공한다면.
일어날 일.
그 끔찍한 상황을 생각하자, 스미스 벤더는 나지막이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든 막아. 어떻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