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3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39화(239/276)
제작 발표회 며칠 전.
글렌은 지나칠 듯 쏟아지는 관심에 두려움을 느꼈다.
성장통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글렌 연, 어디서도 해명 없어…… 사실상 잠적?] [<엠티드 바디> 제작 발표회 앞두고 해명 없어…… 무책임한 회피?]마치 이때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행동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의 문에는 멍청한 원숭이라는 말이 지워도 지워도 계속 생겨났다.
지긋지긋한 페인트 냄새가 그의 집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끄으…….”
며칠 동안 이불 속에서 몸을 웅크리며 <엠티드 바디> 저스틴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이 고통을 잊게 해주는 건 그런 희망밖에 없었다.
잠시나마 머릿속으로 펼쳐보는 망상이 지독한 현실을 잊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 그 망상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꼭 성공할 거야. 어떻게든 증명해서…….’
이런 생각을 하던 중 같이 사는 친구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가도 되냐? 빌어먹을 놈들. 또 페인트로 작살을 내놨네. 저 노력이면 밖에 나가서 장사들이나 하지. 어떻게 하루도 안 빼먹고 오냐?”
친구의 장난스러운 툴툴거림에 글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응. 들어와.”
친구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글렌을 바라봤다.
안쓰러워하는 눈빛에 글렌은 애써 미소를 보였다.
“괜찮냐?”
“그럭저럭?”
“그럭저럭은 무슨…… 어휴. 네 꼴 좀 봐라. 좀 씻어. 골방에 틀어박혀서 꼴값 떨지 말고. 무슨 쉰내가…… 어휴.”
친구는 글렌이 뒤집어썼던 이불을 걷어찼다.
그러곤 글렌에게 속옷을 집어 던지며 말했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냐? 얼른 성공해서 어? 여태껏 빚진 거 순두부집 차려주는 걸로 한 번에 갚겠다며. 이 새끼야. 일어나. 기회가 왔는데, 왜 잠자코 그러고 있냐?”
“아니…… 생각보다 힘드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미움을 받는다는 것.
생각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경찬현 감독 역시도 경고했던 일이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이미 성공한 톱스타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지 알게 됐다.
“등신아.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널 좋아할 순 없어. 아무 이유 없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그런 사람들 일일이 신경 쓰다간 네가 먼저 뒈질걸?”
“그래도…….”
“경찬현이 그랬다며. 세상에 <엠티드 바디>만 나오면 저 비난들이 찬사로 바뀔 거라고. 너 경찬현 이야기만 들으면 눈깔 뒤집는 놈이잖아.”
“그렇긴 해도…….”
같이 살던 친구는 글렌이 열심히 준비해온 그 과정을 모두 옆에서 지켜봐 왔다.
그래서 지금 세간의 평가가 얼마나 부질없는 건지 알고 있었기에, 글렌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닥치고 씻어.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생각이라는 걸 하지 말고. 일단 움직이라고.”
“아, 알겠어. 조금만 이따가…….”
“냄새나. 인마. 좀 씻으라고!”
***
며칠 후.
제작 발표회 당일.
힐튼 호텔.
<엠티드 바디> 제작발표회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유진 캐리와 글렌 연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글렌 연의 첫 공식석상. 그리고 유진 캐리가 보여줄 모습이 어떤 건지.
특별히 <엠티드 바디> 제작발표회엔 스크린까지 대동했다.
“햐…… 엄청 많이도 왔네. 괜찮아요?”
대기실에 글렌은 잔뜩 얼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진 캐리는 묵묵히 대기실 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글렌 연을 바라봤다.
“하하…… 네. 감독님. 괜찮아요. 아직까진.”
“고생 많았어요. 오늘 완전히 뒤집어 보자고요.”
“하하 아녜요. 뭐 생각보다 버틸 정도는 됐어요.”
“개소리.”
유진 캐리는 팔짱을 낀 채 글렌을 바라봤다.
“네?”
“아, 캐리 씨. 하하…… 잠시만…….”
내가 유진 캐리에게 다가가 말하려 하자, 유진 캐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뭐, 내가 범죄자라도 되나?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이는데, 버틸 만하긴. 솔직하지 못한 놈.”
“아…… 사실 저만 힘든 것도 아니니까요. 모두가 힘든데 저만 특별하게 힘든 것도 아닐 거고요.”
“이기적이어도 돼. 등신같이 이타적으로만 살면 결국 혼자 손해 보는 인생이라고.”
유진 캐리의 말에 글렌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이타적으로 살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남한테 웃음을 퍼줘도 돌아오는 건 없었어. 오히려 우스운 놈이 되어버렸지.”
“그래도…… 그 덕분에 경찬현 감독님 작품에 나오는 거잖아요? 사람들에게 웃음조차 주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가 있었을까요?”
글렌의 물음에 유진 캐리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곤 할 말이 없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향했다.
“글렌 씨가 그레이엄을 이겼네요.”
“네?”
“그레이엄 씨가 분해서 밖으로 나갔잖아요.”
내 말에 글렌은 미소를 보였다.
“촬영 끝날 때까지만 그레이엄을 버텨보자고요. 같이.”
***
잠시 후.
제작 발표회가 시작됐다.
이전 제작 발표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숫자의 사람들.
심지어 준비된 의자가 부족했던 탓에 몇몇 기자들은 바닥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렸다.
그만큼 <엠티드 바디>의 의미는 할리우드에 있어 중요했다.
[스미스 벤더를 지우기 위한 경찬현의 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코미디언 유진 캐리와, 무명 동양인 배우 글렌 연. 그 둘의 논란]논쟁이 난무할 법한 쟁점들로 기자들은 다들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후…….”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글렌.
제일 먼저 단상에 오른 건 경찬현이었고, 그 이후로 유진 캐리와 글렌 연이 순서대로 자리에 올랐다.
경찬현은 이제 이런 자리는 익숙한 듯 소소한 농담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기자들은 그의 농담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듯.
아니 애초부터 <엠티드 바디>라는 영화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그의 이야기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경찬현 감독님. 본론부터 들어가시죠.”
한 기자의 쨍한 목소리가 발표회장을 감쌌다.
“사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라는 것 정도는 경 감독님도 알고 계실 텐데요.”
“아, 하하. 그런가요?”
경찬현은 몰랐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저는 <엠티드 바디>에 관심이 많으신 줄 알았는데요.”
“좀비 영화에 세간의 관심이 사라진 건 오래된 일입니다. 사실 스미스 벤더 감독님과 마찰 때문에 좀비 장르를 골랐다는 건 이미 유명하니까요.”
“흠…… 뭐 그렇게 봐주실 수도 있죠.”
기자는 경찬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거짓말을 너무 못하시네요. 티가 너무 많이 나는데요. 누가 보아도 의도된 목적이 보이는데.”
“하하.”
경찬현은 짧게 웃은 이후 기자들을 한번 둘러봤다.
“그럼 지금 당장 제일 논란인 문제는 아마도 제 옆쪽에 계신 글렌 연 배우님에 대한 논란이겠죠?”
“네. 사실상 동양인이 실력 없는 동양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그러니까 인종적인 프로파간다가 섞였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제일 먼저죠. 이 논란에 대해서 이제 더 이상 피하실 곳도 없어 보이시는데요.”
그 기자는 경찬현의 퇴로를 제일 먼저 가로막았다.
여기서 더 피한다는 건, 지금 논란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
하지만 경찬현은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기자를 바라봤다.
“인종적인 프로파간다요? 제가 요즘 너무 바빴나 봅니다. 하하. 그런 이야기는 완전 처음 듣는데요?”
“뭐요?”
“<엠티드 바디> 제작 준비 때문에 너무 바빴네요. 그리고 글렌 연을 그런 이유로 뽑은 게 전혀 아니기도 하고요.”
뻔뻔한 경찬현의 말.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을 내뱉는 경찬현을 보며, 기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지금 글렌 연을 상대로 쏟아지는 기사들을 아예 몰랐다고 할 생각입니까?”
“아, 그건 봤어요. 대부분 글렌 연에 대해 증명되지 않은 배우라고 표현했더라고요?”
“네. 어디서 주연도 맡아보지 못한 배우니까요.”
“근데 굳이 글렌 연의 연기력을 세상에 증명해야 할까요? 저는 영화감독입니다. 그리고 영화감독은 누군가에게 증명해야 하는 직업이 아니고요.”
경찬현의 말에 기자는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무언가 억지인 듯싶었지만, 까고 보면 맞는 말.
아니,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었기에 기자는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미국 대중들의 알권리라는 게 있잖습니까? 지금 미국 관객들을 우롱하는…….”
“증명하지 않으면 우롱하는 건가요? 그건 그저 기자님이 만든 프레임 같은데요. 지금 글렌은 엄청난 고통에 있었습니다. 그럼 글렌을 욕할 권리도 세상에 있던 걸까요? 아무것도 알지도 못하면서 소문을 만들어내고, 그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만들어냈겠죠.”
경찬현의 말에 발표회장은 순식간에 침묵이 이어졌다.
마이크를 쥐었던 기자 역시도 아무 말 없이 마이크를 내려놨다.
그 동시에 경찬현은 행사 진행요원에게 부탁해놨던 스크린을 가져왔다.
“그 소문들로 글렌 씨가 힘들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번엔 증명해야겠단 생각을 했죠.”
경찬현의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글렌 뿐만 아니죠. 이번엔 유진 캐리 씨에 대한 기사들도 꽤 많았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코미디 배우가 코미디나 하지, 무엇하러 나이 먹고 다른 장르에 손을 뻗치냐고요. 그렇게들 보고 싶어 하시니, 보여드리죠.”
경찬현은 거대한 스크린에 <엠티드 바디> 오디션 장면을 띄웠다.
시작부터 유진 캐리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스크린에 비쳐지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마틴이 오디션장에서 도망갔다는 게…… 유진 캐리 때문이었나……?”
“미쳤는데…… 흡입력도 장난 아니고, 눈빛이…… 이미 몇 죽이고 온 듯한 눈빛이야.”
“유진 캐리의 재발견이야…… 마흔이 넘은 배우에게도 이런 연기 변신이 가능하다니…….”
“목소리도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 성대를 갈아 끼운 수준이라고!”
기자들의 손놀림에 엄청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만큼, 키보드를 누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다, 글렌이 스크린에 비쳤다.
유진 캐리의 연기와는 대비되는 듯한 분위기.
아직은 풋내기 냄새를 풀풀 풍기는 듯한 비주얼.
약간은 떨리는 듯한 그의 표정.
하지만 기자들 역시도 모두 유진 캐리의 강압적인 분위기에 이미 두려움을 느낀 상태.
그렇기에 짧은 오디션 영상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렌의 표정에 공감하며 더욱 몰입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밖에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잖아요! 그럼 그들을 구해주러 갈 생각을 해야죠!
발표회장에 글렌의 떨리는 목소리가 퍼지자, 기자들이 두드리던 키보드 소리가 멎었다.
“젠장…….”
마이크를 쥔 채 경찬현을 쪼아대듯 말했던 그 기자는 나지막이 욕을 내뱉었다.
스크린에 비친 배우들의 모습은 완벽했다.
아무런 소품도 없이 평상복 차림으로 연기를 했음에도 그들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투사들의 모습으로 보였다,
단지 연기력으로만 저 정도의 몰입력을 만들어냈다는 것.
지금 당장 글렌 연이 동양인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글렌 연은 <엠티드 바디>에 너무나도 완벽한 퍼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