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47)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48화(248/276)
영화 상영이 끝난 후.
마스크를 쓴 채 영화를 모두 관람한 스미스 벤더는 당혹스러웠다.
“하…… 하하.”
절로 나오는 헛웃음.
어떻게 부족한 게 하나도 없을 수 있는 건지.
이해조차 불가능한 <엠티드 바디>라는 영화에 벤더는 헛웃음만 흘릴 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무대 인사 후 진행된 관객과의 소통.
한 관객이 마이크를 쥔 채 경찬현을 향해 물었다.
“소문상으로는 이 영화는 스미스 벤더 감독님을 겨냥한 영화라고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경찬현 감독님은 대답을 회피하고 계시고요. 혹시 영화 개봉 직전에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듣고 싶은데 혹시 가능할까요?”
한 관객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경찬현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실……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 게 맞습니다. 이 영화에 들어가기 전 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니까요.”
나지막이 말하는 경찬현.
그를 보며 벤더는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영화는 누군가에게 복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알았죠.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는 거지, 누군가에게 칼을 내미는 순간 영화로서 의미는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 말에 벤더는 잠시 기분이 멍해졌다.
‘수단으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예술 작품 그 자체로서의 영화.
어쩌면 자신의 꿈을 먼저 이룬 경찬현을 보며 오히려 존경심까지 드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저는 진심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에게 좋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제 다음 질문자들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나눈 후.
벤더에게도 궁금한 게 많아졌다.
영화 감독으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마이크를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마스크를 벗었다.
그러자 시사회장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스미스 벤더……?”
“미친…….”
“스미스 벤더가 여기가 어디라고…….”
“닮은 사람 아냐? 그 인간이 여길 왜 와? 그것도 관객 시사회에…….”
예상치도 못한 존재였던 건지.
수군거리는 소리가 울리자, 벤더는 한 번 숨을 들이 내쉰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경찬현 감독님. 일단 영화는 너무 잘 봤습니다. 확실히 좋은 영화더군요.”
일단 호의적인 반응으로 벤더가 말하자, 주변에서 쏟아지던 공격적인 반응은 이내 사라졌다.
“칭찬 감사합니다. 벤더 씨.”
“제가 궁금한 건…… 전에 말씀하셨던 거 있잖습니까. 영화판을 살리는 게 목적이라고요.”
코넌 쇼에서 나와서 했던 이야기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였지만, 벤더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영화판을 어떻게 살릴 생각이신가요?”
“영화판을 살리는 거요…….”
경찬현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저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드는 게 목적입니다. 좋은 영화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들 겁니다. 물론 이게 재미만을 추구하는 영화에 대한 비난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화. 그 자체로도 의미는 없지 않으니까요.”
사람들이 보고 싶은 영화.
이 말은 곧 스미스 벤더의 마음을 꿰뚫었다.
자신의 영화 감독 인생을 축약해서 할 수 있는 표현.
경찬현의 말은 벤더의 영화 인생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대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만을 만든다면 영화계는 굉장히 단순해질 겁니다. 클리셰와 단순히 사람들이 재밌어할 만한 요소들로만 가득한 영화들만 많아질 테고요. 그럼 비슷한 영화들에 사람들은 지치기만 할 겁니다.”
경찬현은 말하며 자신이 있던 곳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분명 재미는 있지만, 알맹이는 없는 영화들.
흥행에는 성공하지만, 막상 영화관을 나오면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지는 영화.
분명 이런 영화들도 의미는 있었다.
재미도 분명 영화에 있어서는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하지만 재미에 다른 영화들이 모두 매몰되는 순간이 오게 되면.
영화계는 빠르게 망한다.
히어로 무비들, 그리고 스낵 무비들.
영화관엔 그런 영화들로만 가득해지고, 그런 영화들을 제외한 다른 영화들은 모두 자취를 감춘다.
남게 되는 건 이제 천편일률적인 영화들.
그건 곧 영화판의 절망을 의미했다.
“모든 영화 감독들에게 좋은 영화를 만들라곤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기에 제가 만들 영화엔 그 어떤 한계도 없었습니다. 돈이든, 뭐든지요. 뭐 중간중간 이상한 사람들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 정도야 다른 감독들에 비하면 문제라고 부르기에 부끄러울 정도네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감독들에 비하면 저는 행복한 거니까요.”
멋쩍은 미소를 띤 채 말하는 경찬현.
그를 보며 사람들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벤더는 웃을 수 없었다.
경찬현이 겪어온 일들은 저런 미소를 띠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기에.
자신은 타협했던 수많은 사람들.
에밀 듀크부터 로빈슨 버크 등.
저 감독이 겪어온 삶은 자신보다 훨씬 힘들었다는 걸 알기에 벤더는 입을 꾹 다물었다.
“딴 길로 너무 많이 샜네요. 벤더 씨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면…….”
경찬현은 잠시 생각하는 듯 턱을 괴었다.
그러곤 옆에 있던 사람들을 한번 힐끗 쳐다본 후 미소를 지었다.
“저는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어서 살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재미에 매몰된 영화도 아니고, 예술에 환장한 영화도 아닌. 사람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그런 영화들로 영화판을 채워보고 싶습니다. 물론 저 혼자만으론 할 수 없는 일이겠죠. 그래서 영화사를 세운 것도 있고요. 다양한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감독과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네요.”
“근데 그거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릴 텐데요.”
벤더가 아닌 마이크를 든 다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진행요원들은 그를 제지했다.
“아, 아닙니다. 좋은 의문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우리에게 남는 건 시간이고, 결국 시간이 있으면 가능할 거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젊은 날의 벤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하지만 경찬현은 달랐다.
그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젊은 날의 벤더가 꿈꿔왔던 것들을 이룰 생각이었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은 채.
그저 자기가 갈 길을 이미 머릿속으로 정해둔 듯.
거기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렇기에 벤더는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존재였던 경찬현에게 경외심까지 품을 정도였다.
‘내가 저랬다면…….’
오히려 지금 영화판처럼 되지 않고 훨씬 좋은 영화판이 만들어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런 영화를 만들 재능도 없는 자신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었을지 동시에 의문도 들었으니까.
“이 정도면 대답이 됐을까요? 벤더 감독님.”
잠시 생각에 잠겨 조용히 있던 벤더에게 묻는 경찬현.
그러자 벤더는 환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너무 좋은 대답이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사회가 끝나고, 벤더는 주위의 시선을 피해 재빨리 시사회장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밖에선 비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던 비서를 보며 벤더는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괜찮으십니까? 총장님.”
“좋아. 하하, 너무 좋구먼. 한 방 제대로 먹었어. 경찬현 저 친구 주먹이 꽤 매섭네.”
“…….”
비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
며칠 후.
<엠티드 바디>의 정식 개봉.
이건 미국 전역 수천 개의 상영관에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즈.
거의 손익 분기점은 무조건 넘는 좀비 장르였던 데다가, 이미 경찬현이라는 이름은 꽤 유명했던 탓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은 연일 뜨거웠다.
[<엠티드 바디> 좀비 영화에 새로운 역사를 장식하다.] [좀비 영화로 보여줄 수 있는 건 이제 다 보여줬다. 경찬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홀리는 영화. 경찬현이 <엠티드 바디>에서 보여준 건 과연 무엇인가? 그가 만든 영화를 다시 파헤쳐 보자!] [<엠티드 바디> 개봉 첫 주 수익 2,000만 달러. 전 세계 개봉을 눈앞에 둬…… 좀비 영화 최초의 월드 와이드…… 단기간에 기록한 경찬현의 역사.]온갖 신문들이 경찬현을 띄워주는 이야기로 가득한 게 보이자, 필립은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거 진짜 물건이었네…….”
필립 역시도 <엠티드 바디>를 이미 관람한 상황.
확실히 단순한 좀비 영화들과는 달랐다.
좀비 영화인지 슬래셔 무비인지 구분할 수 없던 과거와는 달리.
경찬현의 영화는 깔끔하고 완벽했다.
좀비라는 소재의 매력은 그대로 살린 채 사람들의 갈등을 풀어내는 이야기.
그 이야기는 사람들을 완벽하게 홀렸다.
“흠…….”
스미스 벤더와 척지는 것을 제일 걱정했던 필립.
어쩌면 경찬현도 이제 끝이 아닐까 싶었지만, 그는 오히려 고지식하기로 유명한 스미스 벤더를 설득해 냈다.
이미 시사회에 스미스 벤더가 다녀가 경찬현에게 극찬을 건넸다는 건 기사화된 지 오래.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되네.’
생각난 겸, 필립은 핸드폰을 들고 경찬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좋겠어? 아주?”
필립의 장난 섞인 물음에 경찬현은 잠시 웃음 소리를 내곤 대답했다.
-갈 길이 구만리야. 이제 제대로 움직여 봐야지.
“영화판 살리는 거?”
-응. 벤더 씨랑 같이 하기로 했거든.
경찬현의 말에 필립은 인상을 찌푸렸다.
“벤더, 그 꼰대랑?”
-뭐, 마냥 나쁜 사람은 아니더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하진 않았고. 그 고지식한 인간이랑 뭘 같이 해?”
-후학 양성이랑, 뭐 이런 거 저런 거 함께 하기로 했어.
“뭐? 벤더 모션 픽처 아카데미? 그럼 영화 감독 은퇴라도 하겠다는 거냐?”
필립의 물음에 경찬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미쳤냐? 내가 나이가 몇인데 은퇴야.
“아니, 대부분 현업에서 밀려서 그런 데 교수로 가곤 하던데.”
-도움을 주겠다는 거지, 전업으로 교수를 하겠다는 말은 아니거든.
경찬현의 말에 필립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여하튼 축하하고, 나중에 나한테 밥이나 좀 사라. 돈도 많이 벌 텐데.”
-됐네요. 약은 끊었냐?
“그럼. 네 덕분에 약보다 재밌는 일이 넘쳐나니까.”
-쯧, 됐다. 끊어라. 한국 들어가야 하니까.
필립은 갑작스러운 경찬현의 한국행에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한국은 왜?”
-KMD 쪽에서 학교 세워준대. 영화 전문학교. 거기 뭐 미팅하러 간다.
“뭐? 영화 전문학교? 근데 네가 거길 왜 가?”
-뭐 오라면 가야지.
“미국에 일은 없어? 미국에서도 아직 엄청 바쁠 텐데.”
-자금줄한테는 잘 보여야 할 거 아냐. 인마.
“그건 그렇지…….”
필립의 대답에 경찬현은 피식 웃곤 대답했다.
-축하 인사는 고맙다.
“뭐 축하할 일은 축하해줘야지. 나 그렇게 야박한 사람 아니거든.”
-됐고. 곧 출국이야.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