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genius film director RAW novel - Chapter (248)
나 혼자 천재 영화감독-249화(249/276)
인천 공항.
“어…….”
대합실을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수의 인파가 소리쳤다.
“경찬현이다!”
“어, 어디!”
“미쳤다. 경찬현 감독님 여기 좀 봐주세요!”
“여기 싸인도 좀 해주세요! 제발! 가보로 간직할게요! 제발!”
인천공항을 가득 메운 인파에 잠시 멍하니 그들을 바라봤다.
“뭐, 뭐야…… 이게…….”
마치 세계적인 슈퍼스타가 내한 공연이라도 온 듯 공항을 가득 메운 인파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자, 검은 양복을 입은 몇몇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정신을 놓고 있던 찰나, 누군가 내 팔을 잡았다.
“정신 차려. 인마.”
그 말을 건넨 건 준성이.
그간 애도 낳고, 진짜 어른이 된 듯한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뭘 그렇게 웃냐.”
“지금 이 상황이 웃겨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몰렸어?”
내 물음에 준성이는 깊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몰라. 누가 너 한국 들어온다는 거 누가 먼저 알렸나 봐. 어디서 소문이 퍼진 건지는 몰라도…… 너, 준비 없이 사람 많으면 고장 나는 거 때문에 나도 사람들이랑 오늘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아, 아니…… 뭐 배우들이랑 들어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 많은 게 당황스러워서. 누가 보면 유진 캐리 씨도 같이 온 줄 알겠어.”
내 말에 준성이는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진짜 몰라서 묻냐?”
“뭘?”
“너 지금 한국에서 거의 영웅이야. <엠티드 바디>가 미국에서 흥행 돌풍 일으키고 있다고, 거의 한국 영화계의 신으로 취급받는 수준이라니까? 좀비 영화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완전 다들 환장한 상황이라고.”
<엠티드 바디>는 미국에서 개봉한 좀비 영화 최초로 R 등급을 피한 영화.
잔인성은 최대한 줄이고, 좀비라는 소재로 만연해있던 클리셰들을 모두 박살 낸 감독이라는 호칭은 한국 영화 팬들에게 엄청난 자부심으로 느껴질 법한 존재였다.
“좀비 영화는 거의 미국 전유물이었잖냐. 우리나라에선 감히 도전할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 할리우드에서 만드는 영화에 한국계 미국인도 쓰는 미친 감독을 싫어할 한국인이 어딨겠냐?”
어쩌다 보니 고른 배우. 하지만 그 영향력은 한국에서 꽤 좋은 티켓 파워를 만들어냈다.
한국 관객들에겐 낯선 배우였지만,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동질감에 글렌에게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고.
덕분에 한국에서도 순조롭게 순항 중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대박이야. 대박.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좀비물이 흥행할 수 있다니.”
준성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크게 한 번 웃었다.
그러곤 미리 대동해놓은 경호원과 함께 나를 주차장으로 조심스럽게 에스코트했다.
경호원이 차 문을 열어주고, 널찍한 리무진 뒤에서 준성이가 편히 앉으며 먼저 물었다.
“그래서, 기분이 어때?”
준성이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뭐가?”
“할리우드에서 네 평가도 장난 없잖아. 할리우드에서 계속 연타석으로 홈런 날린 건 너밖에 없을걸?”
사실이 그렇긴 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잘난 게 아닌, 이곳 영화판이 암울한 상태인 것.
그렇기에 자만심이 들지도 않았고, 무언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더 열심히 해야지.”
“싱겁네. 더럽게 밍밍해. 이런 상황이면 좀 콧대 좀 세워도 되지 않겠냐? 예전 경찬현은 다 죽었네.”
“뭐래, 성공은 당연하다는 건데.”
“미친놈.”
준성이는 쿡쿡거리며 웃다가 내게 물었다.
“그래서 갑자기 학교를 왜 세우려고 하는 건데?”
“좋은 감독들을 키울 생각이야. 나 혼자 영화 만드는 걸로는 내 꿈에 다다르기까지 어림도 없을 거 같거든.”
“네 꿈? 그 영화판 살리기?”
“응. 그걸 함께 할 후배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도 해야지.”
영화는 애초에 돈이 많이 드는 예술.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거나, 음악과는 격이 다른 비용이 소모되는 탓에 영화를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재능은 있지만,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겐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내게 영화의 신이 두 번째 기회를 주었듯.
***
다음 날.
KMD 그룹.
이정호 회장은 금의환향한 경찬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경 감독. 이거 오랜만이네.”
이정호 회장이 밝은 미소를 띤 채 손을 건네자, 경찬현은 허리를 숙이며 그 손을 잡았다.
“어이구? 아직도 이렇게 해주나? 이 친구 참…….”
KMD 쪽에서 경찬현에게 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학을 뗄 일도 많았다.
이사회 쪽에서 경찬현을 밀어내기 위한 개수작들도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는 여전히 예의 바른 모습으로 이정호를 대했다.
“회장님 없었으면 애초에 불가능할 일들이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예전에 자네가 월트로 간다고 고민 중이라는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준성이가 어떻게든 틀어 막아주더군.”
“뭐…… 하하. 그땐 좀 심란했던 때였어요. 안 가길 잘했죠.”
경찬현의 말에 이정호 회장은 크게 너털웃음을 터트린 후 말했다.
“그래, 이제 일에 대해서 말 좀 해보자고. 자네가 학교를 세울 생각이라고 했지?”
“네.”
경찬현의 제안이라면 이제 뭐든지 수용적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이정호 회장은 귀를 연 채 경찬현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 KMD 그룹에서 지원하는 또는 소유한 대학교는 없었다.
하지만 영화 산업은 지금 KMD 그룹에 엄청난 영향력을 만들어줬다.
미국에서 판매 수익 급상승, KMD 그룹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났고, 한국에서 경찬현의 인지도를 생각한다면.
분명 지금 학교를 만드는 일이 손해를 볼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정호 회장은 단박에 승낙한 상황.
하지만 그의 의도를 정확히 알고 싶었기에 이정호 회장은 경찬현을 향해 물었다.
“학교를 세운다는 건, 결국 후학 양성인가?”
“그렇게 볼 수 있죠.”
“은퇴라도 하고 후학 양성에 힘쓸 생각인가?”
“그런 건 아닙니다. 아직 은퇴하기엔 힘이 남아돌거든요.”
경찬현의 말에 이정호 회장은 크게 웃은 후 말했다.
“그래, 이제 제대로 된 감독으로 인정받은 마당에 그렇게 은퇴해버리면 안 될 일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럼 학교 커리큘럼은 자네가 직접 짤 생각인가?”
“네. 벤더 씨와 이야기를 나누긴 했습니다만, 아직 시간은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 뭐 건물 올리고 하려면 시간이야 많으니 천천히 진행하도록 하고. 그런 건. 그럼 몇 년 후면 제2의 경찬현도 기대해볼 만한 건가?”
이정호 회장의 물음에 경찬현은 씁쓸한 미소를 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좋겠지만, 그건 결국 운에 달린 거니까요. 성공은 운칠기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운이 좋았던 편이고요.”
“흠. 역시 자네는 사기꾼 기질이 없어서 좋아.”
이정호 회장의 말에 경찬현은 눈을 껌뻑이며 그를 바라봤다.
“학교 세우는 데 혈안이 된 놈들이라면 방금 내 질문에 낚여서 방금 내 질문에 무조건 긍정했겠지. 내가 영화는 몰라도, 자네가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있는지는 잘 알아. 제2의 경찬현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말이야.”
“과찬이십니다.”
“됐어. 지금 자네 신작 한국에서도 팔리던데 과찬은 무슨. 한국인이 미국이랑 한국에서 모두 흥행하는 영화를 만드는 일은 몇 년 전엔 꿈도 못 꿀 일이야.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이라니? 하하, 자넨 정말 미친 사람이라고.”
이정호는 크게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KMD 그룹 자금으로 학교 세우는 일. 이건 뭐, 이사회 쪽에 내가 담당할 수 있는 일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특히나 요즘 준성이가 아주 그냥 열심이야.”
이정호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과거를 생각했다.
영화를 한답시고 집을 나갔던 때.
그러고 무언가 다짐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지금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거라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영화 산업이 자신이 세운 KMD 그룹의 중추 산업 중 하나가 될 거라는 건 예측할 수도, 아니 지금도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으니까.
동시에 아들 이준성은 영화판에서 쌓아 올린 실력과 사내 정치.
그 어떤 것도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먼저 이준성의 의견을 구하는 수준으로 훌륭한 안목을 가진 이로 인정받았고.
KMD를 맡길만한 재목으로 지금도 성장하고 있었다.
“준성이가 사진 보여줬나?”
“네? 누구 사진이요……?”
“우리 예쁜 손녀 말이야.”
“아, 예린이요?”
이정호는 생긴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미소를 보이며 경찬현에게 말했다.
“예린이가 태어나고 나서 준성이가 더 열심히 하더라고. 역시 남자는 애가 있어야 어른이 되나 봐.”
핸드폰 화면 속에 꼼지락거리고 있는 아기 사진을 보며 이정호 회장이 말했다.
“이것 좀 보라고. 하하. 이 조그만 아이가 뭐 달라고 손가락 꼼지락 꼼지락거리고 있는 것만 보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다니까?”
“하하…… 예.”
경찬현의 멋쩍은 미소에 이정호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자네는 뭐 결혼 생각은 없나? 준성이에게 들어보니…… 뭐 이상한 이야기를 하던데. 그게 진짠가?”
“네?”
“영화와 결혼했다고 생각하고 살 거라며?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네. 그렇게 생각하고 이번 삶은 보낼 생각입니다.”
“이번 삶? 마치 다른 삶이라도 살아왔던 것처럼 들리는데?”
이정호가 의아한 표정으로 경찬현에게 묻자, 경찬현은 살며시 미소를 띤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럴 리가요. 지금 해야 할 일도 벅찹니다. KMD 그룹 회장님보다야 바쁘진 않겠지만…… 제가 그릇이 작아서 지금 일도 너무 바쁘네요.”
겸손함과 이어 자신을 살며시 띄우는 경찬현의 화법에 이정호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내 자네를 오래 봐와서 그런가. 아쉬워서 그래. 그냥 늙은이의 걱정이라고 생각하게. 스쳐 듣는다고 생각하고.”
“아닙니다. 하하.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잠시 KMD가 세울 새로운 학교 이야기 조금 더 나눈 후.
경찬현은 이후 한국에서의 <엠티드 바디> 마케팅을 위해 자리를 떴다.
회장실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이정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신기한 친구야…….’
첫 만남에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경찬현이 건넨 건 새로움이었다.
그와의 첫 만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와 아들 이준성이 함께 만든 졸업작품을 보러오면 생각이 바뀔 거라는 그의 확신.
아직도 그 눈을 잊을 순 없었다.
동시에 자신을 설득했던 방법 역시도 훌륭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KMD는 공익적인 면을 추구하는 기업이 됐지만, 사실상 수익을 챙기는
‘어쩌면…….’
경찬현은 애초부터 KMD의 실리보단 영화판을 살리는 데 의의가 있던 인간.
하지만 속아주고 싶어질 정도로 영화판에 대한 순수한 그의 열의가 좋았다.
‘해냈으면 좋겠군.’